15년 만에 떠나는 GS 허창수 회장…안정감 ‘인정’ 전경련 위기 ‘ing’

입력 2019.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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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허창수 회장이 퇴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GS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지 15년 만입니다. 허 회장은 큰 잡음 없는 안정적 리더십으로 GS그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회장직을 맡아 이끌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또, 한 명의 재계 거물이 1선에서 물러나면서 이제 우리나라 재벌의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LG그룹과 '아름다운 이별'로 GS그룹 초대 회장…재계 순위 8위로 성장

허창수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3남인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입니다. 194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고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허창수 회장은 등장부터 이목을 끌었습니다. 너무나 자주 볼 수 있었던 재벌 총수 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 소식과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허 회장은 지난 2004년 별다른 다툼없이 LG그룹에서 분리돼 GS그룹을 세웠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 LG그룹과 GS그룹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초대 허창수 회장 체제로 GS그룹이 출범할 당시, 그룹 매출액은 23조 원, 자산 18조 원, 계열사는 15개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허 회장이 GS그룹을 이끄는 동안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은 68조 원, 자산 63조 원, 계열사 64개에 달합니다. LG그룹에서 분리돼 세워졌음에도 재계 순위 8위의 대기업이 됐습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3일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 사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GS그룹 허창수 회장은 3일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 사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시작된 세대교체 흐름…아름다운 이별로 시작했듯 명예롭게 퇴진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아직 2년에 가까운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스스로 퇴진을 결정했습니다. GS그룹이 전한 허 회장의 뜻은 "'밸류 No.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입니다. 잡음 없는 출발만큼이나 조용한 퇴진입니다. 이제 그 뒤는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을 이끌어갈 예정입니다.

허 회장의 퇴진에는 무엇보다 급변하는 경제 흐름과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이제 재벌 경영은 3·4세대 총수들에게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창업주의 손자, 증손자들이 전면이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도 허창수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그의 외아들인 40세의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4세 경영'이 본격화됐습니다.

한때 한몸이었던 LG그룹은 지난해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에 따라 4세인 구광모 상무가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고 한진그룹 3세대인 조원태 회장도 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로 그룹을 이어받았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51)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49) 수석부회장, 두산그룹 박정원(47) 회장 등도 3·4세대 총수입니다.

이 같은 흐름을 받아들인 듯 허 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 세계적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습니다.

허 회장은 내년부터 GS 명예회장과 GS건설 회장, 전경련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켰습니다박근혜 정부 당시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전경련,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연루 위기…위상 되찾을 수 있을까?

허 회장은 GS그룹과 함께 전경련 회장직도 맡아왔습니다. 이번에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도 전경련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는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기는 오는 2021년 2월까지입니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4번 연임해 임기를 그대로 마칠 경우 10년간 전경련을 이끈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김용완 경방 회장 등과 함께 최장수 전경련 회장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허 회장의 결정은 그만큼 전경련이 아직도 위기 속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경련은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전경련을 비롯해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국회에 불려 나가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특히, 당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사건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전경련은 걷잡을 수 없는 시련을 맞았습니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습니다.

어느덧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전경련의 위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은 철저히 정권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아직도 맡고 있는 것도 사실 후임자가 없었던 탓도 큽니다.

허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전경련이 민간 경제외교단체와 싱크탱크로서 탈바꿈하도록 전력을 쏟는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합니다. 전경련의 변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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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 만에 떠나는 GS 허창수 회장…안정감 ‘인정’ 전경련 위기 ‘ing’
    • 입력 2019-12-04 07:00:58
    취재K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퇴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GS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지 15년 만입니다. 허 회장은 큰 잡음 없는 안정적 리더십으로 GS그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회장직을 맡아 이끌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또, 한 명의 재계 거물이 1선에서 물러나면서 이제 우리나라 재벌의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LG그룹과 '아름다운 이별'로 GS그룹 초대 회장…재계 순위 8위로 성장

허창수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3남인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입니다. 194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고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허창수 회장은 등장부터 이목을 끌었습니다. 너무나 자주 볼 수 있었던 재벌 총수 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분쟁 소식과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허 회장은 지난 2004년 별다른 다툼없이 LG그룹에서 분리돼 GS그룹을 세웠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 LG그룹과 GS그룹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초대 허창수 회장 체제로 GS그룹이 출범할 당시, 그룹 매출액은 23조 원, 자산 18조 원, 계열사는 15개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허 회장이 GS그룹을 이끄는 동안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매출액은 68조 원, 자산 63조 원, 계열사 64개에 달합니다. LG그룹에서 분리돼 세워졌음에도 재계 순위 8위의 대기업이 됐습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3일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 사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시작된 세대교체 흐름…아름다운 이별로 시작했듯 명예롭게 퇴진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아직 2년에 가까운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스스로 퇴진을 결정했습니다. GS그룹이 전한 허 회장의 뜻은 "'밸류 No.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입니다. 잡음 없는 출발만큼이나 조용한 퇴진입니다. 이제 그 뒤는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을 이끌어갈 예정입니다.

허 회장의 퇴진에는 무엇보다 급변하는 경제 흐름과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이제 재벌 경영은 3·4세대 총수들에게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창업주의 손자, 증손자들이 전면이 나서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도 허창수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그의 외아들인 40세의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4세 경영'이 본격화됐습니다.

한때 한몸이었던 LG그룹은 지난해 고 구본무 회장의 별세에 따라 4세인 구광모 상무가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고 한진그룹 3세대인 조원태 회장도 고 조양호 전 회장 별세로 그룹을 이어받았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51)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49) 수석부회장, 두산그룹 박정원(47) 회장 등도 3·4세대 총수입니다.

이 같은 흐름을 받아들인 듯 허 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 세계적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습니다.

허 회장은 내년부터 GS 명예회장과 GS건설 회장, 전경련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전경련,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연루 위기…위상 되찾을 수 있을까?

허 회장은 GS그룹과 함께 전경련 회장직도 맡아왔습니다. 이번에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도 전경련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는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임기는 오는 2021년 2월까지입니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4번 연임해 임기를 그대로 마칠 경우 10년간 전경련을 이끈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김용완 경방 회장 등과 함께 최장수 전경련 회장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허 회장의 결정은 그만큼 전경련이 아직도 위기 속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경련은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전경련을 비롯해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국회에 불려 나가 호된 질타를 받았습니다. 특히, 당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사건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전경련은 걷잡을 수 없는 시련을 맞았습니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습니다.

어느덧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전경련의 위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은 철저히 정권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아직도 맡고 있는 것도 사실 후임자가 없었던 탓도 큽니다.

허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전경련이 민간 경제외교단체와 싱크탱크로서 탈바꿈하도록 전력을 쏟는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합니다. 전경련의 변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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