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상 택시에 무상 주택…폐교 위기 극복 방법은?

입력 2019.12.04 (08:26) 수정 2019.12.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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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시골 학교들마다 비슷한 고민에 빠진 곳들이 많습니다.

바로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건데요.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마을 주민들까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한번 가보시죠.

[리포트]

전남 강진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아이들이 만들기 수업에 푹 빠져있는데요,

이곳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가 사라질 뻔했다고 합니다.

[최용/강진 옴천초등학교 교장 : "굉장히 어려운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전교생이 13명에 불과했고요. 그 이듬해에 9명이 졸업하게 되면 폐교까지 처할 위기에 있어서..."]

전교생의 3분의 2가 떠나게 되면 사실상 폐교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때 택한 방법, 바로 전국 최초로 산촌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산촌 마을의 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있었을까요?

[최용/강진 옴천초등학교 교장 : "현재 본교에 전교생이 44명입니다. 그 중에 16명이 거의 3분의 1 정도가 유학생이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유학센터라거나 또는 귀촌형 형태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들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온 학생들의 반응 이렇습니다.

[김채은/강진 옴천 초등학교 6학년 : "전에는 학원에 다녀서 스트레스 같은 거 많이 받았는데 여기 와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스트레스 안 받고 너무 좋아요."]

[허은준/강진 옴천 초등학교 5학년 : "체험 같은 것도 많이 해서 그런 게 달라요. 도시에서는 그런 체험 안하는데 배추도 심어 보고 그걸 먹어서 신기했어요."]

마을엔 학원도 PC방도 하나 없는데요.

도시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숲 체험과 텃밭 가꾸기,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농사 체험 등 자연이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수업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 어떨까요.

[김지영/학부모 : "학원을 많이 다니다보니까 주의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지더라고요. 거기 가면서 좀 안정적이다, 편안하다 이런 걸 많이 느꼈어요. 자연 환경이 아이의 정서하고 인성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하나 둘 늘면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도 학교가 즐거워졌습니다.

[방현민/강진 옴천초등학교 : "밖에서 놀 애들도 많이 있고 수가 적어서 체육도 원래 3, 4, 5, 6학년씩 하고 그랬는 데 이제는 학년끼리 할 때도 있고 그래서 좋긴 좋아요."]

[전혜인/강진 옴천초등학교 : "6학년 친구들이 오니까 학교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뀌었어요. 되게 즐거운 느낌이 들고 학교 다니는 맛이 생겼다고 할까..."]

이번에는 다른 학교입니다.

이른 아침, 택시가 구불구불 외진 시골길을 달리는데, 택시가 멈춘 곳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택시에 타는 승객, 다름 아닌 이 마을의 유일한 학생입니다.

학생을 태운 택시는 다시 이웃 마을로 향하는데요,

이번에도 학생들이 탑니다.

["안녕하세요."]

택시의 최종 목적지는 전남 화순의 한 중학교입니다.

[송선영/화순 동면중학교 2학년 : "버스 탈 때는 걸어서 50분 걸리는 것 같 은데 택시 탈 때는 집 앞에서 타서 학교 바 로 앞까지 태워주셔서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장보람/화순 동면중학교 1학년 :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느긋하게 올 수 있 어서 편해졌어요."]

학생들이 타고 온 이 택시 교육청이 도입한 에듀 택시입니다.

현재 전남지역 130여 개 학교 700여 학생들이 '에듀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학생들만큼 이 택시를 반기는 분들, 바로 학부모들입니다.

[송병호/학부모 : "버스 타고 내리고 하는 데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막 차가 지나가니까 걱정되더라고 요. 근데 지금은 택시를 운행하니까 그런 걱정은 좀 없어졌고. 비 올 때나 눈 올 때나 이제 이런 부분이 좀 편하고 많이 도움이 됩니다."]

시골에서 이 마을, 저 마을 다니게 되면 거리도 상당한데요.

택시비 걱정은 없습니다.

택시비 전액을 교육청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요금과 시간에 대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박환식/화순 동면중학교 교장 : "많은 학생들이 에듀 택시를 이용하게 되면서 통 학 불편이 해소되고 농어촌학교의 작은 학교 살 리기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남 화순군에 있는 또 다른 초등학교입니다.

현재 전교생은 27명인데, 비상이 걸렸습니다.

내년에 졸업하는 6학년이 10명이 넘기 때문입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이 학교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는데요.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요?

학교에 입학하면 집을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김영일/화순 아산초등학교 교감 : "작은 학교가 점점 없어질 위기에 있습니다. 주택을 주면 그래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 집이 들어설 자리는 바로 학교 옆 오래된 관사가 있던 곳입니다.

신입생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9년간 임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건데요.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입학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김영일/화순 아산초등학교 교감 : "캐나다나 뉴질랜드 같은 그런 곳에서도 우리 학교 교육을 좋게 보았는지 한번 오고 싶다는 그런 문의가 있었습니다. 빈 집을 리모델링하여 새로 이렇게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그런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래 여자 친구가 없는 이 학교 1학년 하경이는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노는 것이 일상이라고 하는데요.

[김하경/화순 아산초등학교 1학년 : "친구들이 1학년에서 여학생이 저밖에 없어서요. (혼자) 그림 그리고 놀아요. 놀이터에서 같이 뛰어놀고 싶어요."]

과연 하경이에게도 또래 친구가 생길 수 있을까요?

[서영옥/전남교육청 장학사 :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도시에 비해서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교육환경을 좀 구축해달라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서 정책을 수립한다면 좀 더 근본적인 방안에 접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교육 여건과 한정된 예산만으로는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요.

학교와 지자체, 주민 등 모두의 관심 속에 학생들이 떠난 시골의 학교도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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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상 택시에 무상 주택…폐교 위기 극복 방법은?
    • 입력 2019-12-04 08:28:36
    • 수정2019-12-04 09: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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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시골 학교들마다 비슷한 고민에 빠진 곳들이 많습니다.

바로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건데요.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마을 주민들까지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한번 가보시죠.

[리포트]

전남 강진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아이들이 만들기 수업에 푹 빠져있는데요,

이곳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가 사라질 뻔했다고 합니다.

[최용/강진 옴천초등학교 교장 : "굉장히 어려운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전교생이 13명에 불과했고요. 그 이듬해에 9명이 졸업하게 되면 폐교까지 처할 위기에 있어서..."]

전교생의 3분의 2가 떠나게 되면 사실상 폐교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때 택한 방법, 바로 전국 최초로 산촌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산촌 마을의 이 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있었을까요?

[최용/강진 옴천초등학교 교장 : "현재 본교에 전교생이 44명입니다. 그 중에 16명이 거의 3분의 1 정도가 유학생이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유학센터라거나 또는 귀촌형 형태로 생활할 수 있는 여건들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온 학생들의 반응 이렇습니다.

[김채은/강진 옴천 초등학교 6학년 : "전에는 학원에 다녀서 스트레스 같은 거 많이 받았는데 여기 와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스트레스 안 받고 너무 좋아요."]

[허은준/강진 옴천 초등학교 5학년 : "체험 같은 것도 많이 해서 그런 게 달라요. 도시에서는 그런 체험 안하는데 배추도 심어 보고 그걸 먹어서 신기했어요."]

마을엔 학원도 PC방도 하나 없는데요.

도시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숲 체험과 텃밭 가꾸기,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농사 체험 등 자연이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수업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 어떨까요.

[김지영/학부모 : "학원을 많이 다니다보니까 주의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지더라고요. 거기 가면서 좀 안정적이다, 편안하다 이런 걸 많이 느꼈어요. 자연 환경이 아이의 정서하고 인성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하나 둘 늘면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도 학교가 즐거워졌습니다.

[방현민/강진 옴천초등학교 : "밖에서 놀 애들도 많이 있고 수가 적어서 체육도 원래 3, 4, 5, 6학년씩 하고 그랬는 데 이제는 학년끼리 할 때도 있고 그래서 좋긴 좋아요."]

[전혜인/강진 옴천초등학교 : "6학년 친구들이 오니까 학교 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뀌었어요. 되게 즐거운 느낌이 들고 학교 다니는 맛이 생겼다고 할까..."]

이번에는 다른 학교입니다.

이른 아침, 택시가 구불구불 외진 시골길을 달리는데, 택시가 멈춘 곳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작은 산골 마을입니다.

택시에 타는 승객, 다름 아닌 이 마을의 유일한 학생입니다.

학생을 태운 택시는 다시 이웃 마을로 향하는데요,

이번에도 학생들이 탑니다.

["안녕하세요."]

택시의 최종 목적지는 전남 화순의 한 중학교입니다.

[송선영/화순 동면중학교 2학년 : "버스 탈 때는 걸어서 50분 걸리는 것 같 은데 택시 탈 때는 집 앞에서 타서 학교 바 로 앞까지 태워주셔서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장보람/화순 동면중학교 1학년 :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느긋하게 올 수 있 어서 편해졌어요."]

학생들이 타고 온 이 택시 교육청이 도입한 에듀 택시입니다.

현재 전남지역 130여 개 학교 700여 학생들이 '에듀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학생들만큼 이 택시를 반기는 분들, 바로 학부모들입니다.

[송병호/학부모 : "버스 타고 내리고 하는 데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막 차가 지나가니까 걱정되더라고 요. 근데 지금은 택시를 운행하니까 그런 걱정은 좀 없어졌고. 비 올 때나 눈 올 때나 이제 이런 부분이 좀 편하고 많이 도움이 됩니다."]

시골에서 이 마을, 저 마을 다니게 되면 거리도 상당한데요.

택시비 걱정은 없습니다.

택시비 전액을 교육청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요금과 시간에 대한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박환식/화순 동면중학교 교장 : "많은 학생들이 에듀 택시를 이용하게 되면서 통 학 불편이 해소되고 농어촌학교의 작은 학교 살 리기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남 화순군에 있는 또 다른 초등학교입니다.

현재 전교생은 27명인데, 비상이 걸렸습니다.

내년에 졸업하는 6학년이 10명이 넘기 때문입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이 학교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는데요.

어떤 대책을 세웠을까요?

학교에 입학하면 집을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김영일/화순 아산초등학교 교감 : "작은 학교가 점점 없어질 위기에 있습니다. 주택을 주면 그래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 집이 들어설 자리는 바로 학교 옆 오래된 관사가 있던 곳입니다.

신입생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9년간 임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건데요.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입학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김영일/화순 아산초등학교 교감 : "캐나다나 뉴질랜드 같은 그런 곳에서도 우리 학교 교육을 좋게 보았는지 한번 오고 싶다는 그런 문의가 있었습니다. 빈 집을 리모델링하여 새로 이렇게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그런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래 여자 친구가 없는 이 학교 1학년 하경이는 텅 빈 운동장에서 혼자 노는 것이 일상이라고 하는데요.

[김하경/화순 아산초등학교 1학년 : "친구들이 1학년에서 여학생이 저밖에 없어서요. (혼자) 그림 그리고 놀아요. 놀이터에서 같이 뛰어놀고 싶어요."]

과연 하경이에게도 또래 친구가 생길 수 있을까요?

[서영옥/전남교육청 장학사 :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도시에 비해서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교육환경을 좀 구축해달라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서 정책을 수립한다면 좀 더 근본적인 방안에 접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교육 여건과 한정된 예산만으로는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가 쉽지 않은데요.

학교와 지자체, 주민 등 모두의 관심 속에 학생들이 떠난 시골의 학교도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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