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특파원리포트] 커피의 나라 브라질서 바리스타 챔피언된 한인2세
입력 2019.12.04 (17:02)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커피의 나라 브라질서 바리스타 챔피언된 한인2세
브라질 바리스타 우승자 엄보람 씨 (출처: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 협회)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 브라질, 1년간 1인당 평균 소비량 839잔으로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 한국보다 많은 커피 소비국가이기도 하다. 커피를 빼놓을 수 없는 문화와 커피에 대한 자존심이 높은 국가에서 한인 교포 2세 29살의 엄보람 씨가 최고의 바리스타 자리에 올라 브라질을 놀라게 했다. 그 배경에는 고품질 커피만을 고집하며 연구와 생산에 몰두하고 있는 아버지를 비롯해 형과 어머니 등 가족 모두의 커피에 대한 높은 열정이 있었다.

'커피 벨트'에서 열린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을 뽑는 대회는 지난달 브라질 중부 커피 주산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서 열렸다. 이른바 '커피 벨트'로 불리는 이곳에서 1차 예선을 통과한 6명의 바리스타가 브라질 챔피언 자리를 두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열띤 경쟁을 벌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에스프레소 커피와 우유를 섞은 커피, 그리고 드립 커피 등 3가지 커피를 만들어내 평가를 받았다. 제조 과정에서도 자신의 커피에 대해 심사위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

우승자가 바뀐 이유는 '알코올'

우승은 브라질 바리스타 '레오 모수' 씨에게 돌아갔다. 대회에 처음 출전한 엄보람 씨는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우승자를 발표하는 순간 참관인과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야유가 나왔다.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대회 관계자 18명은 영국 세계 바리스타 협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협회는 닷새간의 재심사를 거쳐 1위와 2위의 순위를 바꿔 엄보람 씨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이유는 애초 우승자로 선정된 '레오' 씨가 규정을 어기고 커피 제조과정에 '알코올'을 섞었기 때문이었다.

재심사 결과, 점수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우승자 엄 씨가 얻은 점수는 643점, '레오' 씨는 556점으로 87점의 차이가 벌어졌다. 엄 씨는 2위 시상 순간 "아쉬웠습니다."라며 우승자로 확정된 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에서 챔피언이 된 사실이 큰 영광입니다."라고 겸손해 했다.

아버지 엄하용 씨의 커피 농장아버지 엄하용 씨의 커피 농장

우승 안겨준 '발효 스페셜티 커피'

이번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는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만을 재료로 사용하는 대회다. '스페셜티 커피'는 최적의 기후조건에서 재배돼 '큐 그레이더'로 불리는 커피 감별사들로부터 82점 이상을 받은 커피다.

엄 씨가 대회에 사용한 커피 원두는 본인과 아버지가 농장에서 함께 재배 수확한 아라비카 'Mundo Novo (신세계)'품종이다. 버번과 티피카의 교배종으로,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돼 브라질의 자연환경에 최적인 품종으로 알려져있다.

엄 씨와 엄 씨 아버지는 이 커피 원두를 열매 과육과 함께 발효시키며 건조과정을 거치게 한다. 시큼하지만 단맛이 나는 특유의 풍미를 가진 이유다. 대회에서 엄 씨는 커피 맛에 대해 "다크 초콜릿 맛과 딸기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커피는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

아버지 엄하용 씨는 브라질 커피 벨트에서 손꼽히는 '스페셜티 커피' 한국인 생산자로 알려졌다. 커피나무의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재배 환경을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 커피 맛은 건조과정에서 결정된다며 발효 커피에 대한 연구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커피 벨트의 기후변화로 나무 사이 그늘을 찾는 등 재배 환경 연구에 여념이 없다. 그가 밝힌 '스페셜티 커피'의 재배 조건은 배수가 잘되는 화산 토질과 해발 1,000m 이상의 일교차가 심한 지역이다. 역설적으로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커피나무에 적당한 환경 스트레스가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엄 씨는 "커피 시장은 양이 아닌 품질로 갈 것입니다. 커피는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라며 현 브라질 소비시장의 변화를 이렇게 전망했다. 브라질 커피 재배 농가들도 품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엄 씨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브라질 150여 개 매장에 판매되고 있고, 영국과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 유럽시장으로 수출된다. 60kg 한 자루에 500에서 600달러로 일반 커피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상파울루 도심서 엄 씨 가족이 운영 중인 커피 전문점상파울루 도심서 엄 씨 가족이 운영 중인 커피 전문점

커피 재배에서 바리스타까지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엄보람 씨는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엄 씨는 커피에 대한 관심을 실행에 옮겼다. 아버지를 따라 남미의 커피 생산 농가와 유럽의 커피 유통 시장을 둘러보며 견문을 넓히고 '큐 그레이더'와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해 브라질 현지 언론은 직접 커피 농장을 경영하며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보도하며 놀라워했다.

1살 많은 형 엄가람 씨도 이번 대회에 '드립 커피' 부문에 출전해 2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들 형제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상파울루 도심에 3곳의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발효 커피'를 알리고 있다. 내년에는 커피 전문점을 15곳으로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커피 국가 브라질에서 직접 재배 수확하고 특별한 건조과정을 거친 고급 커피 판매망을 점차 확대하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내년 5월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 엄보람 씨는 브라질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아직 브라질은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적이 없다. 한국인 최초로 올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자리에 오른 전주연 씨에 이어 한인 2세 엄 씨가 브라질에 최초의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특파원리포트] 커피의 나라 브라질서 바리스타 챔피언된 한인2세
    • 입력 2019.12.04 (17:02)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커피의 나라 브라질서 바리스타 챔피언된 한인2세
브라질 바리스타 우승자 엄보람 씨 (출처: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 협회)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 브라질, 1년간 1인당 평균 소비량 839잔으로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 한국보다 많은 커피 소비국가이기도 하다. 커피를 빼놓을 수 없는 문화와 커피에 대한 자존심이 높은 국가에서 한인 교포 2세 29살의 엄보람 씨가 최고의 바리스타 자리에 올라 브라질을 놀라게 했다. 그 배경에는 고품질 커피만을 고집하며 연구와 생산에 몰두하고 있는 아버지를 비롯해 형과 어머니 등 가족 모두의 커피에 대한 높은 열정이 있었다.

'커피 벨트'에서 열린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을 뽑는 대회는 지난달 브라질 중부 커피 주산지 미나스제라이스 주에서 열렸다. 이른바 '커피 벨트'로 불리는 이곳에서 1차 예선을 통과한 6명의 바리스타가 브라질 챔피언 자리를 두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열띤 경쟁을 벌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에스프레소 커피와 우유를 섞은 커피, 그리고 드립 커피 등 3가지 커피를 만들어내 평가를 받았다. 제조 과정에서도 자신의 커피에 대해 심사위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

우승자가 바뀐 이유는 '알코올'

우승은 브라질 바리스타 '레오 모수' 씨에게 돌아갔다. 대회에 처음 출전한 엄보람 씨는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우승자를 발표하는 순간 참관인과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야유가 나왔다.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대회 관계자 18명은 영국 세계 바리스타 협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협회는 닷새간의 재심사를 거쳐 1위와 2위의 순위를 바꿔 엄보람 씨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이유는 애초 우승자로 선정된 '레오' 씨가 규정을 어기고 커피 제조과정에 '알코올'을 섞었기 때문이었다.

재심사 결과, 점수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우승자 엄 씨가 얻은 점수는 643점, '레오' 씨는 556점으로 87점의 차이가 벌어졌다. 엄 씨는 2위 시상 순간 "아쉬웠습니다."라며 우승자로 확정된 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에서 챔피언이 된 사실이 큰 영광입니다."라고 겸손해 했다.

아버지 엄하용 씨의 커피 농장아버지 엄하용 씨의 커피 농장

우승 안겨준 '발효 스페셜티 커피'

이번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는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만을 재료로 사용하는 대회다. '스페셜티 커피'는 최적의 기후조건에서 재배돼 '큐 그레이더'로 불리는 커피 감별사들로부터 82점 이상을 받은 커피다.

엄 씨가 대회에 사용한 커피 원두는 본인과 아버지가 농장에서 함께 재배 수확한 아라비카 'Mundo Novo (신세계)'품종이다. 버번과 티피카의 교배종으로,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돼 브라질의 자연환경에 최적인 품종으로 알려져있다.

엄 씨와 엄 씨 아버지는 이 커피 원두를 열매 과육과 함께 발효시키며 건조과정을 거치게 한다. 시큼하지만 단맛이 나는 특유의 풍미를 가진 이유다. 대회에서 엄 씨는 커피 맛에 대해 "다크 초콜릿 맛과 딸기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커피는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

아버지 엄하용 씨는 브라질 커피 벨트에서 손꼽히는 '스페셜티 커피' 한국인 생산자로 알려졌다. 커피나무의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재배 환경을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 커피 맛은 건조과정에서 결정된다며 발효 커피에 대한 연구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커피 벨트의 기후변화로 나무 사이 그늘을 찾는 등 재배 환경 연구에 여념이 없다. 그가 밝힌 '스페셜티 커피'의 재배 조건은 배수가 잘되는 화산 토질과 해발 1,000m 이상의 일교차가 심한 지역이다. 역설적으로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커피나무에 적당한 환경 스트레스가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엄 씨는 "커피 시장은 양이 아닌 품질로 갈 것입니다. 커피는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라며 현 브라질 소비시장의 변화를 이렇게 전망했다. 브라질 커피 재배 농가들도 품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엄 씨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브라질 150여 개 매장에 판매되고 있고, 영국과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 유럽시장으로 수출된다. 60kg 한 자루에 500에서 600달러로 일반 커피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상파울루 도심서 엄 씨 가족이 운영 중인 커피 전문점상파울루 도심서 엄 씨 가족이 운영 중인 커피 전문점

커피 재배에서 바리스타까지

브라질 바리스타 챔피언 엄보람 씨는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엄 씨는 커피에 대한 관심을 실행에 옮겼다. 아버지를 따라 남미의 커피 생산 농가와 유럽의 커피 유통 시장을 둘러보며 견문을 넓히고 '큐 그레이더'와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해 브라질 현지 언론은 직접 커피 농장을 경영하며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보도하며 놀라워했다.

1살 많은 형 엄가람 씨도 이번 대회에 '드립 커피' 부문에 출전해 2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들 형제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상파울루 도심에 3곳의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며 '발효 커피'를 알리고 있다. 내년에는 커피 전문점을 15곳으로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커피 국가 브라질에서 직접 재배 수확하고 특별한 건조과정을 거친 고급 커피 판매망을 점차 확대하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내년 5월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 엄보람 씨는 브라질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아직 브라질은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적이 없다. 한국인 최초로 올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자리에 오른 전주연 씨에 이어 한인 2세 엄 씨가 브라질에 최초의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BS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