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태세’ 5번 언급한 국방장관, 한반도 상공엔 美정찰기…분위기가 달라졌다

입력 2019.12.04 (18: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새로운 길'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가 하면, 대화의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는 담화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기류는 우리 군에서도 감지됩니다. 오늘(4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는 '2019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렸습니다.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는 6개월에 한 번 열리는데, 각 군 참모총장을 포함해 지휘관과 참모 등 150여 명이 총출동하는 자리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데, 정경두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 회의입니다.

"북 군사 활동 증가…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경두 장관은 회의를 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정 장관은 "2019년 올 한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일련의 주장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어, 북한이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재개하고, 창린도 해안포 사격훈련으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으며,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사실을 일일이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던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13차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해 비교적 반응을 자제해왔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당일 합동참모본부의 작전부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합참 고위관계자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군 입장을 공개 발표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었습니다.

오늘(4일) 2019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늘(4일) 2019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

'대비태세' 5차례 언급한 국방장관

이 같은 기류변화는 정경두 장관의 나머지 모두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 장관은 오늘 회의 모두발언에서 군의 '대비태세'를 5차례나 언급하며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가 다시 실효적으로 이행되고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완벽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면서, 각 군 지휘관에게 실전 같은 훈련과 연습으로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발언을 마무리하면서도 "최근 일련의 북한 군사적 동향을 주시하고 지휘관을 중심으로 엄정한 군 기강과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재강조한다"고 다시 한 번 대비태세를 언급했습니다.

앞서 두 차례의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때와 다른 강경한 어조가 읽힙니다. 정 장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의 모두발언에서는 2019년 국방운영에 중점을 둘 첫 번째로 "남북 군사 분야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또, 올해 6월에 열린 전반기 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대비태세를 언급하긴 했지만, 군사합의 이행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미 북한이 5월 두 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이후였지만 미사일이나 발사체 언급은 없었습니다. 오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최근 군사 활동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이 어제(3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한 미 공군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 (출처: 에어크래프트 스폿 트위터)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이 어제(3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한 미 공군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 (출처: 에어크래프트 스폿 트위터)

미 정찰기, 한반도 상공서 연일 포착

최근 미군 정찰기가 잇따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입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은 오늘 미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공개했습니다.

P-3C는 레이더 등을 이용해 잠수함을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미군이 지상뿐 아니라 해상 감시까지 강화하면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의 추가 도발 동향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전후로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비행이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어제(3일) 미국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와 RC-135U 컴뱃 센트가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그제(2일) RC-135W 리벳 조인트, 지난달 30일과 28일에는 U-2S 드래건 레이디와 EP-3E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미군은 정기적으로 정찰 자산을 동원해 북한 동향을 감시하고 있지만, 이처럼 연일 움직임이 포착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군 정찰기가 식별기를 켜고 민간 항공추적사이트에 자주 포착되는 것은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최근 군사 활동에 대응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서로에게 보내는 '군사적 메시지'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간격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대비태세’ 5번 언급한 국방장관, 한반도 상공엔 美정찰기…분위기가 달라졌다
    • 입력 2019-12-04 18:20:48
    취재K
북한이 최근 '새로운 길'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가 하면, 대화의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는 담화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기류는 우리 군에서도 감지됩니다. 오늘(4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는 '2019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렸습니다.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는 6개월에 한 번 열리는데, 각 군 참모총장을 포함해 지휘관과 참모 등 150여 명이 총출동하는 자리입니다.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데, 정경두 장관이 취임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 회의입니다.

"북 군사 활동 증가…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경두 장관은 회의를 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정 장관은 "2019년 올 한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면서,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일련의 주장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어, 북한이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재개하고, 창린도 해안포 사격훈련으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으며,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사실을 일일이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았던 북한은 올해 들어 벌써 13차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해 비교적 반응을 자제해왔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당일 합동참모본부의 작전부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합참 고위관계자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군 입장을 공개 발표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었습니다.

오늘(4일) 2019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
'대비태세' 5차례 언급한 국방장관

이 같은 기류변화는 정경두 장관의 나머지 모두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 장관은 오늘 회의 모두발언에서 군의 '대비태세'를 5차례나 언급하며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가 다시 실효적으로 이행되고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완벽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면서, 각 군 지휘관에게 실전 같은 훈련과 연습으로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발언을 마무리하면서도 "최근 일련의 북한 군사적 동향을 주시하고 지휘관을 중심으로 엄정한 군 기강과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재강조한다"고 다시 한 번 대비태세를 언급했습니다.

앞서 두 차례의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때와 다른 강경한 어조가 읽힙니다. 정 장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의 모두발언에서는 2019년 국방운영에 중점을 둘 첫 번째로 "남북 군사 분야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또, 올해 6월에 열린 전반기 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대비태세를 언급하긴 했지만, 군사합의 이행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미 북한이 5월 두 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이후였지만 미사일이나 발사체 언급은 없었습니다. 오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최근 군사 활동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이 어제(3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한 미 공군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 (출처: 에어크래프트 스폿 트위터)
미 정찰기, 한반도 상공서 연일 포착

최근 미군 정찰기가 잇따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입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은 오늘 미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공개했습니다.

P-3C는 레이더 등을 이용해 잠수함을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미군이 지상뿐 아니라 해상 감시까지 강화하면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의 추가 도발 동향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 전후로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비행이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어제(3일) 미국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와 RC-135U 컴뱃 센트가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그제(2일) RC-135W 리벳 조인트, 지난달 30일과 28일에는 U-2S 드래건 레이디와 EP-3E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미군은 정기적으로 정찰 자산을 동원해 북한 동향을 감시하고 있지만, 이처럼 연일 움직임이 포착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군 정찰기가 식별기를 켜고 민간 항공추적사이트에 자주 포착되는 것은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최근 군사 활동에 대응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서로에게 보내는 '군사적 메시지'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간격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