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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프랑스 대파업…“아이 맡길 곳 없어” 학부모 ‘발동동’
입력 2019.12.05 (08:01)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프랑스 대파업…“아이 맡길 곳 없어” 학부모 ‘발동동’
지난해 프랑스 철도노조 파업 당시 파리 리옹역 (출처: AFP)

'검은 목요일이 온다'

12월 5일의 대파업을 프랑스 언론들은 이렇게 부르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임기 하반기 국정 과제로 내세운 연금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현지시각으로 5일부터 대대적으로 예고돼 있다. 특히 반발이 큰 철도와 지하철노조를 중심으로 병원과 학교까지 문을 닫는다.

4일 대파업을 하루 앞둔 출근길부터 이미 파리 시내 일부 노선에선 지하철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날 저녁 퇴근길부터는 파리 시내와 외곽을 잇는 RER 기차를 포함한 철도 운행 중단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당일엔 파리 지하철 14개 노선 중 2개의 무인 노선과 출퇴근 시간 일부를 제외한 11개 노선은 완전히 운행이 중단된다.

"학교도 병원도 문 닫는다"…대파업에 '노란 조끼' 합류

크고 작은 집회, 파업이 일상적인 프랑스에서도 이번 대파업만큼은 전국적으로 긴장도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기관사뿐 아니라 교사, 학생, 경찰, 의사와 간호사, 변호사 등 전 직종을 망라해 파업에 돌입한다. 여기에 노란조끼 시위대도 가세한다. 프랑스 내무부는 '블랙 블록'이라 불리는 과격 폭력 집단도 이번 대파업 시위에 합류할 걸로 보고 있다.

이미 5일부터 8일 사이 기차는 신규 예약이 아예 불가능하고, 이미 전체 기차편의 90%가 취소됐다. 항공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비행기 운항도 국내와 중거리 노선을 합쳐 20%가 취소됐다. 대형 백화점들을 비롯해 시위가 예고된 파리 북역과 동역 등 주변 상점들도 파손 우려에 대한 경찰의 사전 경고 조치로 대거 문을 닫는다. 불과 몇 시간 뒤 도심 마비 사태가 예고된 파리는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뉴스에선 '대파업 생존법' 알리기에 부산하다.

"재택 근무하고 자전거를 타라"…프랑스 '대파업 생존법'?

그러나 대파업 대책은 처참한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는 특히 교통 마비를 막기 위해 철도노조 비 가입자 등 파업 불참 인력을 동원하려 하지만 기껏 러시아워 시간대 몇 차례 운행이 가능한 정도다. 전체 백만 명 규모의 노조원이 일터를 비운 사이, 시민들을 위한 대체 이동수단으로 프랑스 언론들은 "되도록 재택 근무를 요청하되 불가능할 땐 차를 함께 나눠타고, 창고에 있던 자전거를 꺼내고, 전동 킥보드를 타라" 는 조언을 내놓을 뿐이다.

12월 5일 파업으로 일시 휴교한다는 알림이 붙은 학교12월 5일 파업으로 일시 휴교한다는 알림이 붙은 학교

학교도 문을 닫는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 2명 중 1명이 파업에 동참하고(55%), 파리의 경우 78%가 참여한다. 간신히 문을 열더라도 급식이나 방과 후 수업이 중단된다는 학교 알림장도 각 가정에 날아들고 있다.

정상 운영이 힘든 건 학교 뿐 아니라 보육원도 마찬가지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학교와 보육원이 문을 닫을 것에 대비해 파업 기간 아이를 돌볼 베이비 시터 등 사설 서비스 예약률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파리 수도권에서 10만 명, 전국 80만 명의 보모들을 관리하는 한 대형 서비스 업체의 5일 당일 예약은 보통 목요일 수준보다 103% 증가했다고 한다.

프랑스 교사 2명 중 1명 파업 동참…"할미들이 여기 있단다!"

공영방송 '프랑스 앵포'는 "할미들이 항상 여기 있단다!" 란 제목으로 파업 당일 조부모들을 동원하는 가정들의 애환을 전했다. 학교도 보모도 아이를 맡아줄 수 없는 상황에, 베이루트에 사는 어머니 비비안한테까지 도움을 요청해야 한 조셉 씨의 사연. "손주들에게 만화영화 '겨울왕국 2'를 보여줄 계획이다. 파업엔 찬성하지만 몇주 동안이나 장기화된다면 아이들을 계속 돌보긴 힘들 거다" 라고 답한 79살 프랑소와 씨의 인터뷰도 다뤘다. 공공 교육과 보육 시스템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지만, 정작 그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할 땐 이를 대체할 묘책이 딱히 없는 셈이다.

“파업 동안 누가 애들을 돌보나요?”…르 파리지앵 보도“파업 동안 누가 애들을 돌보나요?”…르 파리지앵 보도

이번 연금제도 개편안은 현재 직종에 따라 42개로 나눠져 있는 시스템을 통합하고, 근속 기간에 따른 '포인트 적립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핵심은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일한 만큼 받도록 한다'라는 것. 현 연금제도에 따라 평균 7년에서 10년 조기 퇴직이 가능했던 철도노조 등은 파업 장기화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파업을 사회보장제도 개편에 반대해 3주 동안 2백만 명이 참가했던 1995년 대파업, 더 나아가 1968년 프랑스 사회 변혁을 요구하며 천만 명이 거리에 나섰던 '68혁명'에 견주는 전망 기사들도 나오고 있다. 파업을 앞두고 지난 주말 실시된 여론 조사(Ifop, 프랑스 공공여론연구소)에선 프랑스인의 76%가 "연금제도 개편에 찬성한다" 라면서도 64%가 "현 정부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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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5 (08:01)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프랑스 대파업…“아이 맡길 곳 없어” 학부모 ‘발동동’
지난해 프랑스 철도노조 파업 당시 파리 리옹역 (출처: AFP)

'검은 목요일이 온다'

12월 5일의 대파업을 프랑스 언론들은 이렇게 부르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임기 하반기 국정 과제로 내세운 연금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현지시각으로 5일부터 대대적으로 예고돼 있다. 특히 반발이 큰 철도와 지하철노조를 중심으로 병원과 학교까지 문을 닫는다.

4일 대파업을 하루 앞둔 출근길부터 이미 파리 시내 일부 노선에선 지하철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이날 저녁 퇴근길부터는 파리 시내와 외곽을 잇는 RER 기차를 포함한 철도 운행 중단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당일엔 파리 지하철 14개 노선 중 2개의 무인 노선과 출퇴근 시간 일부를 제외한 11개 노선은 완전히 운행이 중단된다.

"학교도 병원도 문 닫는다"…대파업에 '노란 조끼' 합류

크고 작은 집회, 파업이 일상적인 프랑스에서도 이번 대파업만큼은 전국적으로 긴장도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기관사뿐 아니라 교사, 학생, 경찰, 의사와 간호사, 변호사 등 전 직종을 망라해 파업에 돌입한다. 여기에 노란조끼 시위대도 가세한다. 프랑스 내무부는 '블랙 블록'이라 불리는 과격 폭력 집단도 이번 대파업 시위에 합류할 걸로 보고 있다.

이미 5일부터 8일 사이 기차는 신규 예약이 아예 불가능하고, 이미 전체 기차편의 90%가 취소됐다. 항공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비행기 운항도 국내와 중거리 노선을 합쳐 20%가 취소됐다. 대형 백화점들을 비롯해 시위가 예고된 파리 북역과 동역 등 주변 상점들도 파손 우려에 대한 경찰의 사전 경고 조치로 대거 문을 닫는다. 불과 몇 시간 뒤 도심 마비 사태가 예고된 파리는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뉴스에선 '대파업 생존법' 알리기에 부산하다.

"재택 근무하고 자전거를 타라"…프랑스 '대파업 생존법'?

그러나 대파업 대책은 처참한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는 특히 교통 마비를 막기 위해 철도노조 비 가입자 등 파업 불참 인력을 동원하려 하지만 기껏 러시아워 시간대 몇 차례 운행이 가능한 정도다. 전체 백만 명 규모의 노조원이 일터를 비운 사이, 시민들을 위한 대체 이동수단으로 프랑스 언론들은 "되도록 재택 근무를 요청하되 불가능할 땐 차를 함께 나눠타고, 창고에 있던 자전거를 꺼내고, 전동 킥보드를 타라" 는 조언을 내놓을 뿐이다.

12월 5일 파업으로 일시 휴교한다는 알림이 붙은 학교12월 5일 파업으로 일시 휴교한다는 알림이 붙은 학교

학교도 문을 닫는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 2명 중 1명이 파업에 동참하고(55%), 파리의 경우 78%가 참여한다. 간신히 문을 열더라도 급식이나 방과 후 수업이 중단된다는 학교 알림장도 각 가정에 날아들고 있다.

정상 운영이 힘든 건 학교 뿐 아니라 보육원도 마찬가지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학교와 보육원이 문을 닫을 것에 대비해 파업 기간 아이를 돌볼 베이비 시터 등 사설 서비스 예약률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파리 수도권에서 10만 명, 전국 80만 명의 보모들을 관리하는 한 대형 서비스 업체의 5일 당일 예약은 보통 목요일 수준보다 103% 증가했다고 한다.

프랑스 교사 2명 중 1명 파업 동참…"할미들이 여기 있단다!"

공영방송 '프랑스 앵포'는 "할미들이 항상 여기 있단다!" 란 제목으로 파업 당일 조부모들을 동원하는 가정들의 애환을 전했다. 학교도 보모도 아이를 맡아줄 수 없는 상황에, 베이루트에 사는 어머니 비비안한테까지 도움을 요청해야 한 조셉 씨의 사연. "손주들에게 만화영화 '겨울왕국 2'를 보여줄 계획이다. 파업엔 찬성하지만 몇주 동안이나 장기화된다면 아이들을 계속 돌보긴 힘들 거다" 라고 답한 79살 프랑소와 씨의 인터뷰도 다뤘다. 공공 교육과 보육 시스템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지만, 정작 그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할 땐 이를 대체할 묘책이 딱히 없는 셈이다.

“파업 동안 누가 애들을 돌보나요?”…르 파리지앵 보도“파업 동안 누가 애들을 돌보나요?”…르 파리지앵 보도

이번 연금제도 개편안은 현재 직종에 따라 42개로 나눠져 있는 시스템을 통합하고, 근속 기간에 따른 '포인트 적립제'로 바꾸는 내용이다. 핵심은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일한 만큼 받도록 한다'라는 것. 현 연금제도에 따라 평균 7년에서 10년 조기 퇴직이 가능했던 철도노조 등은 파업 장기화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파업을 사회보장제도 개편에 반대해 3주 동안 2백만 명이 참가했던 1995년 대파업, 더 나아가 1968년 프랑스 사회 변혁을 요구하며 천만 명이 거리에 나섰던 '68혁명'에 견주는 전망 기사들도 나오고 있다. 파업을 앞두고 지난 주말 실시된 여론 조사(Ifop, 프랑스 공공여론연구소)에선 프랑스인의 76%가 "연금제도 개편에 찬성한다" 라면서도 64%가 "현 정부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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