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70년 동맹 나토 미국 엄포에…방위비 더 내고, 중국 견제

입력 2019.12.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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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동맹' 나토, 단합한다지만...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군사 동맹이라 불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하 나토)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가졌습니다.

1949년 4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당시 소련과 동맹국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토를 결성했습니다.

12개 나라의 참여로 시작된 나토는 지금은 29개로 회원국이 늘었습니다.

나토는 특히 회원국 가운데 그 어느 국가라도 무력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조약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군사 동맹체입니다.

하지만 회원국 간 균열로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위기감의 반영일까요?

각국 정상들은 단합을 강조한 공동 선언을 채택하긴 했지만, 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노출됐 습니다.

미국 눈치 보느라 처음으로 중국을 견제 대상에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 점은 나토의 공동선언문에 중국이 언급된 부분입니다.

바로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라는 문구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테러 위협에 맞서 단합하자고 해온 나토가 처음으로 견제 대상에 중국을 포함한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즉 나토는 중국의 혹시 있을지 모를 군사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다면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중국의 무력뿐 아닙니다.

선언문에는 "나토와 동맹국들은 5G를 포함해 우리의 통신 안보를 보장하고, 안전하고 탄력적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전념한다."라고도 명시돼 있습니다.

중국은 화웨이를 앞세워 유럽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북극에서까지 5세대(5G) 통신망을 포함해 각종 사회기반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나토는 화웨이의 통신망 등을 통해 각국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선언문에 담은 것입니다.

나토가 중국을 견제 대상에 넣은 것은 미국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절대적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군사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왔고, 유럽연합(EU)에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대적 투자를 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견제 대상에 중국을 포함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결국 공동 선언에 중국에 대한 우려를 명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트럼프 "방위비 더 안 내면 무역 보복"…미국 위협에 방위비 인상


나토 내에서 미국의 위상은 절대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토 예산의 70%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GDP의 2%를 나토의 방위비로 지불한다는 내부 합의가 있지만 이를 지키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미국이 3~4% 선에서 가장 많이 내고 있고, 2%를 충족한 나라는 영국과 그리스 등 9개국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내 경제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여러 차례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해 왔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과 비슷한 GDP 대비 4% 수준까지 나토 방위비 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역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결국은 돈을 더 내게 되는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나라들에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방위비와 무역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이른바 '관세맨'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환율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재부과하겠다고 기습 발표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디지털 세를 도입한 프랑스에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나토의 각국 정상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열 요지경...뒷 담화에 화난 트럼프 기자회견 취소하고 돌아가


런던 버킹엄 궁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연회장에서 찍힌 위 영상은 오늘날 나토의 균열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25초 분량의 동영상에서는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정상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존슨 영국 총리가 그래서 늦은 거냐고 묻자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각하는 버릇을 비꼬며 미국 수행팀도 눈이 빠지게 대통령을 기다렸다고 우스갯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사실상 나토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놓고 뒷담화를 한 것이죠.

캐나다 총리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독일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는 두 얼굴을 가졌다며 몹시 화를 냈습니다.

또 나토 정상회의 일정의 대미로 준비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언론들은 화난 트럼프가 기자 회견을 취소했다고 속보로 전했습니다.

나토 창설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정상회의였지만 미국과 다른 회원국 사이의 균열만 고스란히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나토는 앞으로도 쭉 동맹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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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70년 동맹 나토 미국 엄포에…방위비 더 내고, 중국 견제
    • 입력 2019-12-05 18:16:10
    글로벌 돋보기
'70년 동맹' 나토, 단합한다지만...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군사 동맹이라 불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하 나토)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가졌습니다.

1949년 4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당시 소련과 동맹국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토를 결성했습니다.

12개 나라의 참여로 시작된 나토는 지금은 29개로 회원국이 늘었습니다.

나토는 특히 회원국 가운데 그 어느 국가라도 무력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조약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군사 동맹체입니다.

하지만 회원국 간 균열로 창설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위기감의 반영일까요?

각국 정상들은 단합을 강조한 공동 선언을 채택하긴 했지만, 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노출됐 습니다.

미국 눈치 보느라 처음으로 중국을 견제 대상에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 점은 나토의 공동선언문에 중국이 언급된 부분입니다.

바로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라는 문구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테러 위협에 맞서 단합하자고 해온 나토가 처음으로 견제 대상에 중국을 포함한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즉 나토는 중국의 혹시 있을지 모를 군사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다면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중국의 무력뿐 아닙니다.

선언문에는 "나토와 동맹국들은 5G를 포함해 우리의 통신 안보를 보장하고, 안전하고 탄력적 시스템에 의존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전념한다."라고도 명시돼 있습니다.

중국은 화웨이를 앞세워 유럽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북극에서까지 5세대(5G) 통신망을 포함해 각종 사회기반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나토는 화웨이의 통신망 등을 통해 각국의 민감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선언문에 담은 것입니다.

나토가 중국을 견제 대상에 넣은 것은 미국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절대적입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군사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왔고, 유럽연합(EU)에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대적 투자를 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견제 대상에 중국을 포함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국 눈치를 보느라 결국 공동 선언에 중국에 대한 우려를 명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트럼프 "방위비 더 안 내면 무역 보복"…미국 위협에 방위비 인상


나토 내에서 미국의 위상은 절대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토 예산의 70%를 미국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GDP의 2%를 나토의 방위비로 지불한다는 내부 합의가 있지만 이를 지키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미국이 3~4% 선에서 가장 많이 내고 있고, 2%를 충족한 나라는 영국과 그리스 등 9개국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내 경제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여러 차례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해 왔습니다,

급기야 올해는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과 비슷한 GDP 대비 4% 수준까지 나토 방위비 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역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결국은 돈을 더 내게 되는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나라들에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상 방위비와 무역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이른바 '관세맨'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환율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재부과하겠다고 기습 발표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디지털 세를 도입한 프랑스에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나토의 각국 정상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열 요지경...뒷 담화에 화난 트럼프 기자회견 취소하고 돌아가


런던 버킹엄 궁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연회장에서 찍힌 위 영상은 오늘날 나토의 균열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25초 분량의 동영상에서는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정상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존슨 영국 총리가 그래서 늦은 거냐고 묻자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각하는 버릇을 비꼬며 미국 수행팀도 눈이 빠지게 대통령을 기다렸다고 우스갯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사실상 나토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놓고 뒷담화를 한 것이죠.

캐나다 총리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독일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는 두 얼굴을 가졌다며 몹시 화를 냈습니다.

또 나토 정상회의 일정의 대미로 준비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언론들은 화난 트럼프가 기자 회견을 취소했다고 속보로 전했습니다.

나토 창설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정상회의였지만 미국과 다른 회원국 사이의 균열만 고스란히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나토는 앞으로도 쭉 동맹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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