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2019 나라별 ‘유행어’로 본 세계 이슈는?

입력 2019.12.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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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터너 프라이즈’ 공동 수상자들 (출처: 게티이미지)

2019 ‘터너 프라이즈’ 공동 수상자들 (출처: 게티이미지)

여기 보시는 이 작가들은 최근 영국 최고의 미술상 '2019 터너 프라이즈'에서 공동 수상을 선택(?)한 4명의 후보자입니다. 지금껏 '터너 프라이즈' 역사상 공동 수상자는 없었고, 매년 그렇듯 단 한 명의 대상자가 발표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후보자가 된 4명의 작가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분열 속에 '연대'와 '다양성', '공유'의 가치를 위해 함께 상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고 심사위원들은 그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35년 역사의 '터너 프라이즈'는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터너 프라이즈'에서 언급됐던 바로 그 연대(solidarity), 사전적 의미로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친다'는 이 단어는 일본에서도 2019년 한 해 동안 큰 울림을 줬습니다. 바로 럭비 월드컵에서 일본을 대표했던 팀 덕분입니다.

럭비 월드컵 일본팀과 슬로건 ‘원팀’ (출처: NHK 사이트 캡처 사진)럭비 월드컵 일본팀과 슬로건 ‘원팀’ (출처: NHK 사이트 캡처 사진)

흔히들 유행어나 신조어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죠? 그래서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을 때쯤이면 '올해의 유행어', '올해의 단어' 등이 나라별로 발표되고는 합니다. 올해 일본에서 발표된 '2019 신어・유행어' 대상수상어는 럭비팀의 슬로건 '원팀'입니다.

갑자기 왜 럭비가 인기를 끌게 됐느냐 싶겠지만 '원팀'의 행적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7개국 15명의 해외 출신 선수를 포함해 31명이 모인 일본 럭비팀은 누가 봐도 어떻게 모였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좋게 말하면 다양성이 크지만, 나쁘게 말하면 오합지졸이 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뭉치기 힘들었던 선수들은 '원팀'이라는 슬로건 아래 하나됨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올해 일본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원팀'은 개막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하더니 조별 리그에서는 전통의 강호들을 꺾고 전승을 거뒀고 처음으로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사회에 럭비 돌풍을 일으킨 건 물론 '원팀'은 '2019 신어・유행어' 대상까지 거머쥐게 됐습니다. 일본의 한 출판사가 매년 12월 초에 발표하는 '신어・유행어 대상'은 먼저 30개의 단어를 후보에 올리고 그 안에서 톱10 수상어와 대상수상어를 뽑는데요. 유행어 후보에도 럭비 기술이나 럭비팀 선수와 관련된 단어들이 여럿 포함돼 '원팀'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원팀은 세계에 퍼지고 있는 배외적인 분위기에 대한 명확한 반대 메시지인 동시에 가까운 장래에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의 존재 방식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2019 유캔 신어·유행어’ 발표 원문 바로가기 https://www.jiyu.co.jp/singo/

순위에는 이 밖에도 '면허 반납'이나 '○○페이(스마트 폰을 이용한 무현금 결제)' 같이 고령화 사회, IT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 9월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출처: EPA=연합뉴스)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 9월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출처: EPA=연합뉴스)

연대, 결속이 크게 주목받은 것이 세계가 배제와 분열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면 올해 이 단어는 대놓고(?) 세계적 이슈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어른들에게 일침을 날린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카리브해 바하마에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 도리안이 닥쳤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기록적인 폭우에 잠겼습니다. 우리도 바닷물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그 영향으로 올해 역대 최고로 많은 태풍이 몰려왔었는데요.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넘어서 비상인 이 상황, 바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가 영국에서는 2019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습니다.

해마다 11월 말쯤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 영국 옥스포드 사전 측은 '기후 비상사태'를 '올해의 단어'로 뽑으면서 이 단어가 올해 검색량이 100배나 늘었고 많은 사람이 토론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올해의 단어' 역시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사전 사이트인 딕셔너리닷컴이 발표한 '올해의 단어'는 바로 '실존적인(existential)'입니다. '존재하는 또는 실존하는 것과 관련된'이라는 뜻인데요. 딕셔너리닷컴은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 삶의 방식의 존속을 위해 애쓰는 느낌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허리케인 도리안이 강타한 바하마 (출처: AP=연합뉴스) 허리케인 도리안이 강타한 바하마 (출처: AP=연합뉴스)

이 단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2월 기후변화에 대해 말하면서 언급했고, 그 뒤 검색량이 179%나 뛰었는데요. 특히 바하마가 허리케인 도리안에 초토화됐을 때, 아마존 지역에 최악의 불이 번졌을 때와 같이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존재 자체가 기상 이변과 재해에 위협받고 있을 때 이 단어의 검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딕셔너리닷컴 ‘올해의 단어’ 원문 바로가기 https://www.dictionary.com/e/word-of-the-year/

한편 중국에서는 연말쯤 국가언어자원 관측 및 연구 센터가 '올해의 한자'를 선정합니다. 한 전문잡지에서는 '올해의 10대 유행어'를 발표하는데요. 올해는 홍콩 민주화 사태가 시작된 만큼 '올해의 한자'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널리 회자된 단어에서 시대상까지 엿볼 수 있기에 말 한마디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지는 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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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07: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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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터너 프라이즈’ 공동 수상자들 (출처: 게티이미지)

여기 보시는 이 작가들은 최근 영국 최고의 미술상 '2019 터너 프라이즈'에서 공동 수상을 선택(?)한 4명의 후보자입니다. 지금껏 '터너 프라이즈' 역사상 공동 수상자는 없었고, 매년 그렇듯 단 한 명의 대상자가 발표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후보자가 된 4명의 작가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분열 속에 '연대'와 '다양성', '공유'의 가치를 위해 함께 상을 받고 싶다"고 요청했고 심사위원들은 그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35년 역사의 '터너 프라이즈'는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터너 프라이즈'에서 언급됐던 바로 그 연대(solidarity), 사전적 의미로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친다'는 이 단어는 일본에서도 2019년 한 해 동안 큰 울림을 줬습니다. 바로 럭비 월드컵에서 일본을 대표했던 팀 덕분입니다.

럭비 월드컵 일본팀과 슬로건 ‘원팀’ (출처: NHK 사이트 캡처 사진)
흔히들 유행어나 신조어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죠? 그래서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을 때쯤이면 '올해의 유행어', '올해의 단어' 등이 나라별로 발표되고는 합니다. 올해 일본에서 발표된 '2019 신어・유행어' 대상수상어는 럭비팀의 슬로건 '원팀'입니다.

갑자기 왜 럭비가 인기를 끌게 됐느냐 싶겠지만 '원팀'의 행적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7개국 15명의 해외 출신 선수를 포함해 31명이 모인 일본 럭비팀은 누가 봐도 어떻게 모였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좋게 말하면 다양성이 크지만, 나쁘게 말하면 오합지졸이 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뭉치기 힘들었던 선수들은 '원팀'이라는 슬로건 아래 하나됨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올해 일본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원팀'은 개막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하더니 조별 리그에서는 전통의 강호들을 꺾고 전승을 거뒀고 처음으로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사회에 럭비 돌풍을 일으킨 건 물론 '원팀'은 '2019 신어・유행어' 대상까지 거머쥐게 됐습니다. 일본의 한 출판사가 매년 12월 초에 발표하는 '신어・유행어 대상'은 먼저 30개의 단어를 후보에 올리고 그 안에서 톱10 수상어와 대상수상어를 뽑는데요. 유행어 후보에도 럭비 기술이나 럭비팀 선수와 관련된 단어들이 여럿 포함돼 '원팀'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원팀은 세계에 퍼지고 있는 배외적인 분위기에 대한 명확한 반대 메시지인 동시에 가까운 장래에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의 존재 방식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2019 유캔 신어·유행어’ 발표 원문 바로가기 https://www.jiyu.co.jp/singo/

순위에는 이 밖에도 '면허 반납'이나 '○○페이(스마트 폰을 이용한 무현금 결제)' 같이 고령화 사회, IT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 9월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출처: EPA=연합뉴스)
연대, 결속이 크게 주목받은 것이 세계가 배제와 분열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면 올해 이 단어는 대놓고(?) 세계적 이슈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어른들에게 일침을 날린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카리브해 바하마에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 도리안이 닥쳤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기록적인 폭우에 잠겼습니다. 우리도 바닷물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그 영향으로 올해 역대 최고로 많은 태풍이 몰려왔었는데요.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넘어서 비상인 이 상황, 바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가 영국에서는 2019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습니다.

해마다 11월 말쯤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 영국 옥스포드 사전 측은 '기후 비상사태'를 '올해의 단어'로 뽑으면서 이 단어가 올해 검색량이 100배나 늘었고 많은 사람이 토론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올해의 단어' 역시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사전 사이트인 딕셔너리닷컴이 발표한 '올해의 단어'는 바로 '실존적인(existential)'입니다. '존재하는 또는 실존하는 것과 관련된'이라는 뜻인데요. 딕셔너리닷컴은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 삶의 방식의 존속을 위해 애쓰는 느낌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허리케인 도리안이 강타한 바하마 (출처: AP=연합뉴스)
이 단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2월 기후변화에 대해 말하면서 언급했고, 그 뒤 검색량이 179%나 뛰었는데요. 특히 바하마가 허리케인 도리안에 초토화됐을 때, 아마존 지역에 최악의 불이 번졌을 때와 같이 나와 내 가족, 이웃의 존재 자체가 기상 이변과 재해에 위협받고 있을 때 이 단어의 검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딕셔너리닷컴 ‘올해의 단어’ 원문 바로가기 https://www.dictionary.com/e/word-of-the-year/

한편 중국에서는 연말쯤 국가언어자원 관측 및 연구 센터가 '올해의 한자'를 선정합니다. 한 전문잡지에서는 '올해의 10대 유행어'를 발표하는데요. 올해는 홍콩 민주화 사태가 시작된 만큼 '올해의 한자'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널리 회자된 단어에서 시대상까지 엿볼 수 있기에 말 한마디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지는 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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