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등 보험’ 삼성의 민낯② “가입 말리고 싶어요”…10년경력 설계사는 왜?

입력 2019.12.06 (07:03) 수정 2019.12.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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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성생명 보험 가입한다고 그러면 두 손 들고가서 말리고 싶어요. 진짜로…."

2005년부터 삼성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10년간 일했던 박보경(52살) 씨는 삼성생명 보험을 주변에 추천하겠느냐는 말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보험이라는 건 만약을 대비해서 들어놓는 거지, 누가 여유가 있어서 들어놓는 건 아니에요. 없는 사람일수록 보험을 많이 들어놓는 거죠. 힘들게 납입했는데 막상 암에 걸려 입원비를 청구했는데, 못 받는다면 가입할 필요가 없죠."

박 씨가 처음부터 삼성생명에 척을 진 건 아닙니다. 박 씨는 삼성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습니다. 삼성을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하며 다녔고, 또 설계사들을 위한 직무교육도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박 씨가 변하게 된 건, 보험을 판매하고 다녔던 본인이 환자가 됐을 때부터입니다.


박 씨는 지난 2016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국립암센터에서 수차례의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주기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여기에서 고주파온열암치료와 약물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는 몸에 나쁜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같이 죽이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빠집니다. 그러다 보면 면역력이 약해지는데, 요양병원 치료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다시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이 반복된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연관기사] “자살 아니냐” 보험금 안주고…‘지급 권고’도 나몰라라? (2019.12.4. KBS1TV '뉴스9')


'요양병원 입원' 직접치료냐 아니냐…'모호했던 약관'이 분쟁의 씨앗

박 씨에게는 삼성생명에 들었던 암 보험이 있었고, 암 진단 및 수술 보험금은 정상적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요양병원 입원비'였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직접적인 치료 목적'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쓰여있을 뿐,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치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약관에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호했던 약관이 분쟁의 씨앗을 낳은 건데, 박 씨는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 과정에 반드시 필요했다는 주장이고, 삼성생명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요양병원 입원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겁니다.

박 씨는 금융감독원에 몇 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요양병원 입원이 필수불가결한 치료였다고 판단해 삼성생명에 요양병원 입원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청구한 보험금의 일부만 주겠다며 회유하거나, 아예 소송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는 게 박 씨의 설명입니다.


'금감원 지급권고' 완전수용률 삼성생명 39%…타 보험사의 절반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암입원보험금 관련 민원이 접수돼 금감원이 분쟁 조정한 현황을 보면 1,808건 가운데 삼성생명이 908건으로 절반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생명보험사 19곳의 전체 합계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는 삼성생명에서 분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중요한 건 분쟁조정 뒤 보험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인데,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지급권고'를 완전수용한 비율은 39%로 한화생명 80%, 교보생명 72%에 비해 한참 낮은 비율을 보입니다. 즉, 분쟁은 많은데 그 처리를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삼성이 워낙 많은 암 관련 보험을 판매했기 때문에, 현재 몇 명 안 된다고 해서 보험금 청구를 모두 받아준다면 이후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규모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하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삼성생명의 영업이익은 2013년 5천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2조 5천억 원으로 5배 증가했습니다.

삼성생명은 판례와 환자별 상황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일부수용률까지 합치면 다른 보험사와 비슷한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용률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험, 든든한 울타리 될 수 있을까?

지난 4일 'KBS 뉴스9' 보도 이후에 보험금 지급 거부로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20건 넘게 들어왔습니다. 사안별로 쟁점이 다르고, 내용이 복잡한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대체로 억울함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힘들 때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보험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KBS는 관련 제보를 계속해서 받는 한편, 보험금 지급이 이토록 소비자에게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손해사정 문제, 보험사의 의료자문, 감독기관의 역할, 보험사-감독기관의 연결고리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후속 취재·보도하겠습니다. 이는 제 보험금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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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1등 보험’ 삼성의 민낯② “가입 말리고 싶어요”…10년경력 설계사는 왜?
    • 입력 2019-12-06 07:03:59
    • 수정2019-12-06 11:32:53
    취재후·사건후
"저는 삼성생명 보험 가입한다고 그러면 두 손 들고가서 말리고 싶어요. 진짜로…."

2005년부터 삼성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10년간 일했던 박보경(52살) 씨는 삼성생명 보험을 주변에 추천하겠느냐는 말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보험이라는 건 만약을 대비해서 들어놓는 거지, 누가 여유가 있어서 들어놓는 건 아니에요. 없는 사람일수록 보험을 많이 들어놓는 거죠. 힘들게 납입했는데 막상 암에 걸려 입원비를 청구했는데, 못 받는다면 가입할 필요가 없죠."

박 씨가 처음부터 삼성생명에 척을 진 건 아닙니다. 박 씨는 삼성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습니다. 삼성을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하며 다녔고, 또 설계사들을 위한 직무교육도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박 씨가 변하게 된 건, 보험을 판매하고 다녔던 본인이 환자가 됐을 때부터입니다.


박 씨는 지난 2016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국립암센터에서 수차례의 항암약물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주기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여기에서 고주파온열암치료와 약물치료 등을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는 몸에 나쁜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같이 죽이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빠집니다. 그러다 보면 면역력이 약해지는데, 요양병원 치료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다시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이 반복된다고 박 씨는 말합니다.

[연관기사] “자살 아니냐” 보험금 안주고…‘지급 권고’도 나몰라라? (2019.12.4. KBS1TV '뉴스9')


'요양병원 입원' 직접치료냐 아니냐…'모호했던 약관'이 분쟁의 씨앗

박 씨에게는 삼성생명에 들었던 암 보험이 있었고, 암 진단 및 수술 보험금은 정상적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요양병원 입원비'였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직접적인 치료 목적'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쓰여있을 뿐,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치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약관에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호했던 약관이 분쟁의 씨앗을 낳은 건데, 박 씨는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 과정에 반드시 필요했다는 주장이고, 삼성생명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요양병원 입원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겁니다.

박 씨는 금융감독원에 몇 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요양병원 입원이 필수불가결한 치료였다고 판단해 삼성생명에 요양병원 입원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청구한 보험금의 일부만 주겠다며 회유하거나, 아예 소송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는 게 박 씨의 설명입니다.


'금감원 지급권고' 완전수용률 삼성생명 39%…타 보험사의 절반

실제로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암입원보험금 관련 민원이 접수돼 금감원이 분쟁 조정한 현황을 보면 1,808건 가운데 삼성생명이 908건으로 절반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생명보험사 19곳의 전체 합계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는 삼성생명에서 분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중요한 건 분쟁조정 뒤 보험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인데,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지급권고'를 완전수용한 비율은 39%로 한화생명 80%, 교보생명 72%에 비해 한참 낮은 비율을 보입니다. 즉, 분쟁은 많은데 그 처리를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삼성이 워낙 많은 암 관련 보험을 판매했기 때문에, 현재 몇 명 안 된다고 해서 보험금 청구를 모두 받아준다면 이후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규모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하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삼성생명의 영업이익은 2013년 5천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2조 5천억 원으로 5배 증가했습니다.

삼성생명은 판례와 환자별 상황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일부수용률까지 합치면 다른 보험사와 비슷한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용률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험, 든든한 울타리 될 수 있을까?

지난 4일 'KBS 뉴스9' 보도 이후에 보험금 지급 거부로 피해를 봤다는 제보가 20건 넘게 들어왔습니다. 사안별로 쟁점이 다르고, 내용이 복잡한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대체로 억울함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힘들 때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보험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KBS는 관련 제보를 계속해서 받는 한편, 보험금 지급이 이토록 소비자에게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손해사정 문제, 보험사의 의료자문, 감독기관의 역할, 보험사-감독기관의 연결고리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후속 취재·보도하겠습니다. 이는 제 보험금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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