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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국정 응원 메시지’ 전달? “떳떳한 업무 아니었다”
입력 2019.12.07 (10:00) 취재K
경찰이 ‘국정 응원 메시지’ 전달? “떳떳한 업무 아니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철성 전 경찰청장

전직 경찰 총수 2명에 대한 재판이 6개월째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입니다.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이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어느덧 1심 재판이 중반을 훌쩍 넘겨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경찰청 정보국 문건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증인으로는 해당 문건들을 작성한 말단 정보경찰부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까지 여러 명이 출석해왔습니다.

"그런 아이템 내기가 좀 그런 건 사실"…'경찰청 정보국 8년 근무' 퇴직 경찰의 증언

6일 열린 강 전 청장의 열세 번째 재판에는 중요한 인물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검찰 측 핵심 증인 중 하나였는데요. 경찰청 정보국에서 8년을 일했던 퇴직 경찰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강신명 전 청장 시절 정보국에서 계장으로 근무했던 중간 실무 책임자입니다.

재판에서 여러 유의미한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이 전직 경찰은 정보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정보 2과장이 "좌파를 견제하고 우파를 지원하라고 강조한 게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런 게 (보고서에)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보관들이 쓰는 보고서 가운데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건 아예 채택이 안 되나"라는 검찰 질문에는 "그런 아이템을 내기가 좀 그런 건 사실"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작성된 각종 보고서에 대해 "(작성 당시엔) 그 정도 영향력을 끼칠 정도의 내용인가 싶었는데, 이 시점에 와서 보니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떳떳한 업무가 아니었던 것 같다" 현직 경찰 증언도

두 달 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현직 경찰은 더 수위가 센 증언을 했습니다. 강 전 청장 시절에 역시 경찰청 정보국 계장으로 근무했던 김 모 서장은 당시 '친박' 후보 분석 등 대구 지역 정치권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김 서장은 "당시 청와대 요구로 작성했지만 떳떳한 업무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의 업무 영역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다고 생각했다"며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면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정책 긍정적 측면 재조명하고 국정응원의 메시지 전달"

6일 재판에서는 재미있는 문건도 공개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국에서 보고서 작성계획을 문서로 만든 건데요. 제목은 "A보고 작성 계획"입니다. 'A보고'란 대통령이 직접 받아보는 특별한 보고서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앞으로 정보활동을 통해 이런 보고서를 쓰겠다'고 발제를 하는 건데, 내용이 아주 노골적입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를 위해 정부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재조명하고, 국정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으로 수혜를 입은 사례를 정보관들이 발굴해낼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정부의 충실한 손발이 되어준 셈입니다.

국내 정보는 경찰만 수집하는데 어찌하오리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청 정보국은 경찰 내 제1의 개혁 대상이 됐습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는 아예 정보 파트를 폐지할 것을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최종 권고안에서는 수위가 상당히 약화됐습니다.

한 경찰개혁위 관계자는 "국정원 국내정보 파트를 없애고 나니까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 경찰밖에 없는데, 청와대는 그것까지 없애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경찰마저 없어진다면 청와대의 눈과 귀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경찰의 정보 파트를 완전히 폐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이니 만큼,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보경찰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권을 위해 뛰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경찰이 올해 초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발표했습니다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 경찰이 ‘국정 응원 메시지’ 전달? “떳떳한 업무 아니었다”
    • 입력 2019.12.07 (10:00)
    취재K
경찰이 ‘국정 응원 메시지’ 전달? “떳떳한 업무 아니었다”
전직 경찰 총수 2명에 대한 재판이 6개월째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입니다.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이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조직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6월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어느덧 1심 재판이 중반을 훌쩍 넘겨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법정에서는 경찰청 정보국 문건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증인으로는 해당 문건들을 작성한 말단 정보경찰부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까지 여러 명이 출석해왔습니다.

"그런 아이템 내기가 좀 그런 건 사실"…'경찰청 정보국 8년 근무' 퇴직 경찰의 증언

6일 열린 강 전 청장의 열세 번째 재판에는 중요한 인물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검찰 측 핵심 증인 중 하나였는데요. 경찰청 정보국에서 8년을 일했던 퇴직 경찰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강신명 전 청장 시절 정보국에서 계장으로 근무했던 중간 실무 책임자입니다.

재판에서 여러 유의미한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이 전직 경찰은 정보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정보 2과장이 "좌파를 견제하고 우파를 지원하라고 강조한 게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 "그런 게 (보고서에)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보관들이 쓰는 보고서 가운데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건 아예 채택이 안 되나"라는 검찰 질문에는 "그런 아이템을 내기가 좀 그런 건 사실"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작성된 각종 보고서에 대해 "(작성 당시엔) 그 정도 영향력을 끼칠 정도의 내용인가 싶었는데, 이 시점에 와서 보니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떳떳한 업무가 아니었던 것 같다" 현직 경찰 증언도

두 달 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현직 경찰은 더 수위가 센 증언을 했습니다. 강 전 청장 시절에 역시 경찰청 정보국 계장으로 근무했던 김 모 서장은 당시 '친박' 후보 분석 등 대구 지역 정치권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김 서장은 "당시 청와대 요구로 작성했지만 떳떳한 업무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의 업무 영역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다고 생각했다"며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되면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정책 긍정적 측면 재조명하고 국정응원의 메시지 전달"

6일 재판에서는 재미있는 문건도 공개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국에서 보고서 작성계획을 문서로 만든 건데요. 제목은 "A보고 작성 계획"입니다. 'A보고'란 대통령이 직접 받아보는 특별한 보고서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앞으로 정보활동을 통해 이런 보고서를 쓰겠다'고 발제를 하는 건데, 내용이 아주 노골적입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를 위해 정부 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재조명하고, 국정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정책으로 수혜를 입은 사례를 정보관들이 발굴해낼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정부의 충실한 손발이 되어준 셈입니다.

국내 정보는 경찰만 수집하는데 어찌하오리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청 정보국은 경찰 내 제1의 개혁 대상이 됐습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는 아예 정보 파트를 폐지할 것을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최종 권고안에서는 수위가 상당히 약화됐습니다.

한 경찰개혁위 관계자는 "국정원 국내정보 파트를 없애고 나니까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 경찰밖에 없는데, 청와대는 그것까지 없애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경찰마저 없어진다면 청와대의 눈과 귀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경찰의 정보 파트를 완전히 폐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이니 만큼,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보경찰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권을 위해 뛰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경찰이 올해 초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발표했습니다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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