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서홍아 일어나라” 교내 안전사고 두 달째 의식불명
입력 2019.12.07 (11:00) 수정 2019.12.07 (11:01) 취재후
학교 안에서 안전사고를 당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두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부모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지만,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지급되는 병원비는 의료보험 기준에 그치고 있어 부모는 간병비 등을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루의 절반 이상 찾아오는 '강직' 애타는 부모

9살 홍서홍 군은 양산부산대학병원 재활병동에 입원해 있다. 취재진이 서홍 군의 병실을 찾았을 때는 막 강직이 발생한 상태였다. 서홍이의 몸에 연결된 센서는 '삑삑' 경고음을 요란하게 울리며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해 분당 140회를 넘는다는 표시를 했다.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서홍군의 부모는 뒤틀리는 몸을 잡아주고 팔다리를 주물러주며 안타깝게 "서홍아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하며 의식이 없는 아이를 진정시키기에 집중했다. 뇌손상에 의해 근육의 수축이 반복되며 온몸이 뒤틀리는 강직 현상이었다.

20여 분이 지나 간신히 심박수가 정상으로 떨어지고 서홍이는 다시 잠든 듯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팔과 다리가 앙상하게 여윈 서홍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귀엽고 잘 생긴 아이였다.

서홍이의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그동안 기록한 강직 일지를 보여주었다. 입원한 날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도표로 기록한 강직 일지에는 하루의 절반 이상 강직이 찾아온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어떤 날은 새벽 3시부터 그날 밤 11시까지 20시간 동안 강직이 반복된 날도 있었다. 강직이 심해지면 성장기 서홍이의 뼈와 관절에 손상이 갈 수 있고 간병인이 없으면 침대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어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등교 후 학교 안에서 안전사고, 의식불명에 빠진 서홍이

서홍이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은 지난 9월 30일 아침 등교 시간이었다. 경남 김해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서홍이는 2층 교실로 가고 있었는데 계단을 다 올라갔을 무렵 방화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서홍이는 방화셔터 아래를 지나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철제 방화셔터가 떨어졌고 서홍이가 메고 있던 가방이 셔터에 걸리고 말았다.

가방과 함께 순식간에 셔터 아래 목이 눌려진 서홍이. 마침 함께 학교에 갔던 4학년 친형이 어른들을 불러와 다시 셔터를 올리는 동안 몇 분이 지났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이 이미 발생한 상태였다.

사고가 났을 당시 학교 안에는 방화셔터 21개가 동시에 오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화셔터 오작동이 일어난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다.

사고가 난 방화셔터사고가 난 방화셔터

다섯 가족에 찾아온 불행, 엎친 데 덮친 돈 걱정

사고가 난 뒤 서홍이의 가족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홍이는 위로 초등학교 4학년 형과 5살 난 동생이 있다. 집은 경남 김해시. 병원은 양산시에 있어 승용차로도 30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서홍이를 간병하기 위해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버지도 휴직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집안에 수입이 없어 가정 형편은 급속하게 쪼들렸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어른들을 불러왔던 서홍이의 형은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다섯 가족이 누구 하나 편하게 보내지 못한 채 두 달이 훌쩍 흘러갔다.

이제는 간병에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왔다. 교내 사고에 대비해 학교안전공제회가 있으나 지급 범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이내로 한정돼 있다. 병실비와 치료로 인정되는 비용, 아이의 급식비가 지급 대상이다.

그러나 치료비 못지않게 많이 드는 비급여 비용은 안전공제회가 지급하지 않는다. 강직 때문에 24시간 서홍이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힘만으론 역부족.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가 쓰는 기저귀와 보호자의 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은 일절 지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고 직후 서홍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모아 준 천만 원이 금새 바닥이 나고 말았다. 서홍이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최근에 다니던 직장에 복직했다. 이제 간병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 되고 만 것이다.


"서홍아 일어나라." 엄마의 간절한 외침

어머니는 틈이 날 때마다 서홍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어서 일어나서 집에 가야지 서홍아."
"우리 서홍이 잘하고 있어요. 너무 잘하고 있어요. 엄마보다 더 강해요."

의식은 없지만, 아이가 듣고 있다면 엄마의 간절한 부름을 받고 빨리 깨어날지 모른단 생각 때문이다.
서홍이의 어머니는 사고 전날인 9월 29일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홍이가 원래대로 돌아와서 형과 동생과 함께 밥을 먹고 장난도 치며 가족들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홍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6일, 전교생이 참여하는 바자회가 열렸다. 초등학생들이 쓰던 물건을 가져오고 학부모들이 음식을 해 판매를 하며 수익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12일에는 학교에서 좀 더 큰 규모의 바자회와 모금운동이 펼쳐진다. 경상남도교육청과 김해시청 등에서도 모금운동과 서홍이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홍서홍 군 돕기 바자회홍서홍 군 돕기 바자회

한창 뛰어놀아야 할 9살 아이가 병석에 누워 시간을 잊은 채 가녀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지난 5일 방송된 KBS 뉴스를 현지에서 보고 알았다며 서홍이를 돕기 위해 정성을 보태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서홍이 또래 두 아이를 둔 이 교민은 서홍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엄마의 품에 다시 안기고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서홍아 일어나라."고 외쳤다.
  • [취재후] “서홍아 일어나라” 교내 안전사고 두 달째 의식불명
    • 입력 2019-12-07 11:00:27
    • 수정2019-12-07 11:01:42
    취재후
학교 안에서 안전사고를 당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두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부모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지만,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지급되는 병원비는 의료보험 기준에 그치고 있어 부모는 간병비 등을 나머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루의 절반 이상 찾아오는 '강직' 애타는 부모

9살 홍서홍 군은 양산부산대학병원 재활병동에 입원해 있다. 취재진이 서홍 군의 병실을 찾았을 때는 막 강직이 발생한 상태였다. 서홍이의 몸에 연결된 센서는 '삑삑' 경고음을 요란하게 울리며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해 분당 140회를 넘는다는 표시를 했다.

인사를 나눌 틈도 없이 서홍군의 부모는 뒤틀리는 몸을 잡아주고 팔다리를 주물러주며 안타깝게 "서홍아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하며 의식이 없는 아이를 진정시키기에 집중했다. 뇌손상에 의해 근육의 수축이 반복되며 온몸이 뒤틀리는 강직 현상이었다.

20여 분이 지나 간신히 심박수가 정상으로 떨어지고 서홍이는 다시 잠든 듯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팔과 다리가 앙상하게 여윈 서홍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귀엽고 잘 생긴 아이였다.

서홍이의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그동안 기록한 강직 일지를 보여주었다. 입원한 날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도표로 기록한 강직 일지에는 하루의 절반 이상 강직이 찾아온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어떤 날은 새벽 3시부터 그날 밤 11시까지 20시간 동안 강직이 반복된 날도 있었다. 강직이 심해지면 성장기 서홍이의 뼈와 관절에 손상이 갈 수 있고 간병인이 없으면 침대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어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등교 후 학교 안에서 안전사고, 의식불명에 빠진 서홍이

서홍이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은 지난 9월 30일 아침 등교 시간이었다. 경남 김해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서홍이는 2층 교실로 가고 있었는데 계단을 다 올라갔을 무렵 방화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서홍이는 방화셔터 아래를 지나가려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철제 방화셔터가 떨어졌고 서홍이가 메고 있던 가방이 셔터에 걸리고 말았다.

가방과 함께 순식간에 셔터 아래 목이 눌려진 서홍이. 마침 함께 학교에 갔던 4학년 친형이 어른들을 불러와 다시 셔터를 올리는 동안 몇 분이 지났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이 이미 발생한 상태였다.

사고가 났을 당시 학교 안에는 방화셔터 21개가 동시에 오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화셔터 오작동이 일어난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다.

사고가 난 방화셔터사고가 난 방화셔터

다섯 가족에 찾아온 불행, 엎친 데 덮친 돈 걱정

사고가 난 뒤 서홍이의 가족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홍이는 위로 초등학교 4학년 형과 5살 난 동생이 있다. 집은 경남 김해시. 병원은 양산시에 있어 승용차로도 30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서홍이를 간병하기 위해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나머지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버지도 휴직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집안에 수입이 없어 가정 형편은 급속하게 쪼들렸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어른들을 불러왔던 서홍이의 형은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다섯 가족이 누구 하나 편하게 보내지 못한 채 두 달이 훌쩍 흘러갔다.

이제는 간병에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왔다. 교내 사고에 대비해 학교안전공제회가 있으나 지급 범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이내로 한정돼 있다. 병실비와 치료로 인정되는 비용, 아이의 급식비가 지급 대상이다.

그러나 치료비 못지않게 많이 드는 비급여 비용은 안전공제회가 지급하지 않는다. 강직 때문에 24시간 서홍이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힘만으론 역부족.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가 쓰는 기저귀와 보호자의 식비, 교통비, 숙박비 등은 일절 지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고 직후 서홍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모아 준 천만 원이 금새 바닥이 나고 말았다. 서홍이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최근에 다니던 직장에 복직했다. 이제 간병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 되고 만 것이다.


"서홍아 일어나라." 엄마의 간절한 외침

어머니는 틈이 날 때마다 서홍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어서 일어나서 집에 가야지 서홍아."
"우리 서홍이 잘하고 있어요. 너무 잘하고 있어요. 엄마보다 더 강해요."

의식은 없지만, 아이가 듣고 있다면 엄마의 간절한 부름을 받고 빨리 깨어날지 모른단 생각 때문이다.
서홍이의 어머니는 사고 전날인 9월 29일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홍이가 원래대로 돌아와서 형과 동생과 함께 밥을 먹고 장난도 치며 가족들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홍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6일, 전교생이 참여하는 바자회가 열렸다. 초등학생들이 쓰던 물건을 가져오고 학부모들이 음식을 해 판매를 하며 수익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12일에는 학교에서 좀 더 큰 규모의 바자회와 모금운동이 펼쳐진다. 경상남도교육청과 김해시청 등에서도 모금운동과 서홍이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홍서홍 군 돕기 바자회홍서홍 군 돕기 바자회

한창 뛰어놀아야 할 9살 아이가 병석에 누워 시간을 잊은 채 가녀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지난 5일 방송된 KBS 뉴스를 현지에서 보고 알았다며 서홍이를 돕기 위해 정성을 보태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서홍이 또래 두 아이를 둔 이 교민은 서홍이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엄마의 품에 다시 안기고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서홍아 일어나라."고 외쳤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