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교수 ‘성희롱 논란’ 사제간 대자보 싸움에 고소전 조짐까지

입력 2019.12.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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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문 안 내면 법적 조치" 학생에게 내용 증명

목사를 양성하는 총신대학교에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째입니다. 일부 교수들이 수업 중에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며,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교내에는 대자보가 붙더니, 그 옆에는 교수의 '반박 대자보'가 붙기도 했습니다.

특히,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한 교수는 수업 중 '실제로 굴욕감을 느꼈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교수 한 명은 최근 학생에게 '내용 증명'까지 보내 사과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들이 오간 걸까요? 총신대 사태가 왜 이렇게 잦아들지 않고 있는 걸까요?

■ 대자보에 반박 대자보, 또다시 '맞불 대자보'

먼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가 상황을 짚어 보겠습니다. 지난달 18일, 총신대 학생은 학생들의 제보를 받아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 교수 5명이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A 교수는 지난 4월 수업 중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들었다"라면서 "성관계를 할 때 굉장히 격렬하게 해도 여성의 성기가 다 받아내게 돼 있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많은 언론에 보도됐고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연관기사] 총신대, 소속 교수들 전수교사…성희롱·막말 ‘무더기’ (2019.11.18 KBS1TV ‘뉴스9’)

그러자 A 교수는 즉각 '반박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정당한 의학적 사실의 제시를 성희롱으로 곡해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 교수는 "동성 간에 느끼는 성욕은 후천적인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지적했고, 이를 경고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강의 중 발언을 성희롱으로 곡해한 대자보 게재자들의 의도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맞불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총신대 학생들은 "(성희롱 사건이란) 본질을 왜곡하고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총학생회는 이어 유사한 내용을 담은 '총신대학교 회복, 모두의 길이 되려면'이란 제목의 입장문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A 교수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자보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낸 학생 대표에게 '사과문을 공개 발표하라'면서 내용증명까지 보낸 겁니다.

■ "강의를 악의적으로 왜곡..근거 없는 사실로 명예 훼손"

A 교수는 내용증명에서 "입장문과 대자보가 강의의 전체적인 취지와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발언의 진의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고 전혀 근거 없는 사실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간의 죄 가운데 성적인 죄인 동성애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어, (학생들의 주장처럼) 본인이 진행하는 강의계획서와 무관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아님 △'여성의 성기가 탄력 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검증된 객관적 사실 △ 학생들이 문제시한 발언은 특정한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닌 생물학적이고 일반적인 사실에 대한 설명

A 교수는 내용증명을 받은 학생이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 '총장 기자회견'까지..'학생-제자' 간 갈등 조정 역할 필요할 듯


'성희롱 논란' 이후 대응에 나선 교수는 A 교수 한 명이 아닙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자보에 이름이 올랐던 B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발언으로 굴욕감을 느꼈느냐'며 설문 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두 달 가까이 총신대내 논란이 계속되자, 이재서 총신대 총장은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총신대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공개적인 입장까지 밝히기도 했습니다.

시작은 총신대 교수들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였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의 반박으로 '동성애 옹호 논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제자와 스승'간 타협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과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벌써 한 달 넘게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음 주에는 학생들의 제보를 토대로 한 조사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객관적인 실태 조사에 따른 엄정한 조치로 사제 간에 깊어진 골을 메우는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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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신대 교수 ‘성희롱 논란’ 사제간 대자보 싸움에 고소전 조짐까지
    • 입력 2019-12-08 07:02:05
    취재K
■ "사과문 안 내면 법적 조치" 학생에게 내용 증명

목사를 양성하는 총신대학교에서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째입니다. 일부 교수들이 수업 중에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며,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교내에는 대자보가 붙더니, 그 옆에는 교수의 '반박 대자보'가 붙기도 했습니다.

특히,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한 교수는 수업 중 '실제로 굴욕감을 느꼈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교수 한 명은 최근 학생에게 '내용 증명'까지 보내 사과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무슨 말들이 오간 걸까요? 총신대 사태가 왜 이렇게 잦아들지 않고 있는 걸까요?

■ 대자보에 반박 대자보, 또다시 '맞불 대자보'

먼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가 상황을 짚어 보겠습니다. 지난달 18일, 총신대 학생은 학생들의 제보를 받아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 교수 5명이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A 교수는 지난 4월 수업 중 "여성의 성기는 하나님께서 굉장히 잘 만들었다"라면서 "성관계를 할 때 굉장히 격렬하게 해도 여성의 성기가 다 받아내게 돼 있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많은 언론에 보도됐고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연관기사] 총신대, 소속 교수들 전수교사…성희롱·막말 ‘무더기’ (2019.11.18 KBS1TV ‘뉴스9’)

그러자 A 교수는 즉각 '반박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정당한 의학적 사실의 제시를 성희롱으로 곡해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 교수는 "동성 간에 느끼는 성욕은 후천적인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지적했고, 이를 경고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강의 중 발언을 성희롱으로 곡해한 대자보 게재자들의 의도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맞불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총신대 학생들은 "(성희롱 사건이란) 본질을 왜곡하고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총학생회는 이어 유사한 내용을 담은 '총신대학교 회복, 모두의 길이 되려면'이란 제목의 입장문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A 교수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자보와 총학생회 입장문을 낸 학생 대표에게 '사과문을 공개 발표하라'면서 내용증명까지 보낸 겁니다.

■ "강의를 악의적으로 왜곡..근거 없는 사실로 명예 훼손"

A 교수는 내용증명에서 "입장문과 대자보가 강의의 전체적인 취지와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발언의 진의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고 전혀 근거 없는 사실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간의 죄 가운데 성적인 죄인 동성애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어, (학생들의 주장처럼) 본인이 진행하는 강의계획서와 무관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아님 △'여성의 성기가 탄력 있게 잘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검증된 객관적 사실 △ 학생들이 문제시한 발언은 특정한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닌 생물학적이고 일반적인 사실에 대한 설명

A 교수는 내용증명을 받은 학생이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 '총장 기자회견'까지..'학생-제자' 간 갈등 조정 역할 필요할 듯


'성희롱 논란' 이후 대응에 나선 교수는 A 교수 한 명이 아닙니다. 지난달 26일에는 대자보에 이름이 올랐던 B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발언으로 굴욕감을 느꼈느냐'며 설문 조사를 진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두 달 가까이 총신대내 논란이 계속되자, 이재서 총신대 총장은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총신대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공개적인 입장까지 밝히기도 했습니다.

시작은 총신대 교수들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였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의 반박으로 '동성애 옹호 논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제자와 스승'간 타협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과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벌써 한 달 넘게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음 주에는 학생들의 제보를 토대로 한 조사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객관적인 실태 조사에 따른 엄정한 조치로 사제 간에 깊어진 골을 메우는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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