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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소문만으로도 들썩 ‘지드래곤 중국 공연’, 가능할까?
입력 2019.12.08 (09:00) 특파원 리포트
지드래곤의 위력 .. 웨이보 팔로워 1,563만 명

'1,563만 명' '708만 명' '465만 명' ... 이 숫자에, 지드래곤이 중국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가수인지가 담겨 있다. 1,563만 명은 지드래곤의 중국 웨이보 공식계정 팔로워 수다. 빅뱅 공식계정 팔로워 708만 명의 두 배다. 올해 월드투어로 K-POP 한류를 대표하는 아이돌이 누구인지를 증명한 BTS도 중국 팔로워는 465만 명이다.

이런 지드래곤이 내년 중국 공연을 한다는 소문이 지금 중국 SNS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드래곤이 이달 마카오에서 열리는 한 음악 축제에 참여하고, 내년에는 상하이, 광둥성 선전, 베이징에서도 공연할 거라는 게시물이다. 출처나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게시물이다. 상세한 일정도 올라있지 않다. 지드래곤의 복귀에 거는 중국 팬들의 막연한 기대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이 게시물 한 장에 난리가 났다.


웨이보에서 잠시 검색해 본 중국 팬들의 반응이다. 가히 폭발적이다. '솥단지를 부셔 그 쇠를 판다'는 말은 중국 사람들이 흔히 쓰는 은유적 표현이다. 집 솥단지를 팔아서라도 반드시 가겠다는 의미인데, 자기 모든 것을 다 내준다는 뜻이다. 지드래곤 공연에 중국팬들이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읽힌다. K-POP 한류 가수들이 유일하게 직접 팬들을 만나지 못하는 곳 중국, 그 중국 무대에 지드래곤이 선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마지막 남은 사드 제재 .. 한류와 단체관광

한류 가수와 배우 등의 중국 진출이 막힌 건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강력히 반발한 중국은 무역과 문화산업, 관광 등 한국에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제재가 해제됐지만 유이하게 남은 게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산업의 중국 진출과 한국 단체관광 허용이다.

그런데 관광은 단체관광 없이도 점차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모두 56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 6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은 한국 방문 외국 관광객 중 34%로 2위인 일본인보다 220만 명이나 많다. 물론 사드 이전 2016년 806만 명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

남은 건 한류 산업의 중국 진출이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문명 대화 대회'에서 가수 비(정지훈)가 공연했다. 그러나 단독 공연이 아니라 중화권 다른 가수들과 같이 짧은 시간 무대에 오른 데다 단발성 행사여서 한류 가수들의 중국 진출 허용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보니 ...

중국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4, 5일 한국을 방문했다. 사사건건 미국과 맞붙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자국의 외교 안보 이슈는 물론 한반도 정세, 한미일 동맹에 대한 견제 등 할 말이 많았을 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고, 또 양국의 실질협력 강화를 위한 태도 변화 등을 촉구했다.

그런데 양국 발표 자료를 보면 미사여구는 많은데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보이는 게 없다. 애초 올해로 예정됐던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중국 측의 사과 한마디 없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우리 문화산업계는 물론 위에 보는 것처럼 중국 팬들조차 학수고대하는 한류 제재 이슈만 잠시 살펴보자. 양국 외교장관 회의 우리 외교부 발표문 중 일부다.

"또한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 및 △양국 국민간 청소년, 지방, 학술, 언론, 체육 등 인문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를 지속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2019.12.04. 한중 외교장관 회담개최 결과 보도자료)

이 발표문대로라면 한류 제재 해제 등 양국 문화산업 교류에 대한 논의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장관이 인식을 같이했다는 협력 분야에 '문화'가 슬쩍 들어가 있는 걸로 봐서 한중 간에 현안 문제 중 하나가 '문화'라는 것은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양 장관은 경제․환경․관광․인적교류․문화 등 실질협력 분야에서의 교류 및 협력 확대가 양국 관계 발전에 긴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그런데 중국 외교부 발표 자료에는 아예 이런 부분도 없다. 중국정부 특성상 시시콜콜 공개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처지에서 보면 우선순위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중국의 한류 차단을 아예 '사드 제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제재가 아니니 풀 것도 없고,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류 차단'은 제재가 아니라 자국산업 육성 위해 내린 결정"

중국 문화시장에는 K-POP 한류 가수들만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중국에서 제작하는 모든 영화와 방송 콘텐츠의 제작 감독과 작가는 둘 다 외국인일 수 없다. 한 명은 반드시 중국인이어야 한다. 또 제작 스텝도 외국인이 20% 이상 참여할 수 없다. 모든 외국 콘텐츠는 우리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광전총국 심의 허가를 받아야 방송(방영)할 수 있다. 이런 규제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 적용된다.

중국에 진출한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때 중국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43%가 한국 포맷을 수입했거나, 무단으로 표절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국 문화 외에는 모두 오랑캐 문화라고 천시했던 중화사상(中華思想) 국가관에서 보면 "두려워할 만한 일이 생긴 셈"이라고 이 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사드 사태가 터진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었는데 때맞춰 떨어진 계기였던 셈이다.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국민경제 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서 자국 문화기업과 문화산업을 중점 육성할 것을 분명히 했다. 교류와 창의, 소비를 통한 성장이 특징인 문화산업에서 중국의 빗장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1,563만 명이나 되는 지드래곤의 팔로워 수에서 확인되듯 문화 소비자는 자국 시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문화산업계도 이제는 '한한령(限韓令) 타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드래곤의 중국 공연 한방으로 무너질 수 있는 '규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그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때 한류는 중국에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
  • [특파원리포트] 소문만으로도 들썩 ‘지드래곤 중국 공연’, 가능할까?
    • 입력 2019-12-08 09:00:56
    특파원 리포트
지드래곤의 위력 .. 웨이보 팔로워 1,563만 명

'1,563만 명' '708만 명' '465만 명' ... 이 숫자에, 지드래곤이 중국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가수인지가 담겨 있다. 1,563만 명은 지드래곤의 중국 웨이보 공식계정 팔로워 수다. 빅뱅 공식계정 팔로워 708만 명의 두 배다. 올해 월드투어로 K-POP 한류를 대표하는 아이돌이 누구인지를 증명한 BTS도 중국 팔로워는 465만 명이다.

이런 지드래곤이 내년 중국 공연을 한다는 소문이 지금 중국 SNS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드래곤이 이달 마카오에서 열리는 한 음악 축제에 참여하고, 내년에는 상하이, 광둥성 선전, 베이징에서도 공연할 거라는 게시물이다. 출처나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게시물이다. 상세한 일정도 올라있지 않다. 지드래곤의 복귀에 거는 중국 팬들의 막연한 기대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이 게시물 한 장에 난리가 났다.


웨이보에서 잠시 검색해 본 중국 팬들의 반응이다. 가히 폭발적이다. '솥단지를 부셔 그 쇠를 판다'는 말은 중국 사람들이 흔히 쓰는 은유적 표현이다. 집 솥단지를 팔아서라도 반드시 가겠다는 의미인데, 자기 모든 것을 다 내준다는 뜻이다. 지드래곤 공연에 중국팬들이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읽힌다. K-POP 한류 가수들이 유일하게 직접 팬들을 만나지 못하는 곳 중국, 그 중국 무대에 지드래곤이 선다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까?


마지막 남은 사드 제재 .. 한류와 단체관광

한류 가수와 배우 등의 중국 진출이 막힌 건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강력히 반발한 중국은 무역과 문화산업, 관광 등 한국에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제재가 해제됐지만 유이하게 남은 게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산업의 중국 진출과 한국 단체관광 허용이다.

그런데 관광은 단체관광 없이도 점차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모두 56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 6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은 한국 방문 외국 관광객 중 34%로 2위인 일본인보다 220만 명이나 많다. 물론 사드 이전 2016년 806만 명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 분명하다.

남은 건 한류 산업의 중국 진출이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문명 대화 대회'에서 가수 비(정지훈)가 공연했다. 그러나 단독 공연이 아니라 중화권 다른 가수들과 같이 짧은 시간 무대에 오른 데다 단발성 행사여서 한류 가수들의 중국 진출 허용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보니 ...

중국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4, 5일 한국을 방문했다. 사사건건 미국과 맞붙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자국의 외교 안보 이슈는 물론 한반도 정세, 한미일 동맹에 대한 견제 등 할 말이 많았을 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지부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고, 또 양국의 실질협력 강화를 위한 태도 변화 등을 촉구했다.

그런데 양국 발표 자료를 보면 미사여구는 많은데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보이는 게 없다. 애초 올해로 예정됐던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중국 측의 사과 한마디 없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우리 문화산업계는 물론 위에 보는 것처럼 중국 팬들조차 학수고대하는 한류 제재 이슈만 잠시 살펴보자. 양국 외교장관 회의 우리 외교부 발표문 중 일부다.

"또한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 및 △양국 국민간 청소년, 지방, 학술, 언론, 체육 등 인문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를 지속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2019.12.04. 한중 외교장관 회담개최 결과 보도자료)

이 발표문대로라면 한류 제재 해제 등 양국 문화산업 교류에 대한 논의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장관이 인식을 같이했다는 협력 분야에 '문화'가 슬쩍 들어가 있는 걸로 봐서 한중 간에 현안 문제 중 하나가 '문화'라는 것은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양 장관은 경제․환경․관광․인적교류․문화 등 실질협력 분야에서의 교류 및 협력 확대가 양국 관계 발전에 긴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그런데 중국 외교부 발표 자료에는 아예 이런 부분도 없다. 중국정부 특성상 시시콜콜 공개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처지에서 보면 우선순위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중국의 한류 차단을 아예 '사드 제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제재가 아니니 풀 것도 없고,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류 차단'은 제재가 아니라 자국산업 육성 위해 내린 결정"

중국 문화시장에는 K-POP 한류 가수들만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중국에서 제작하는 모든 영화와 방송 콘텐츠의 제작 감독과 작가는 둘 다 외국인일 수 없다. 한 명은 반드시 중국인이어야 한다. 또 제작 스텝도 외국인이 20% 이상 참여할 수 없다. 모든 외국 콘텐츠는 우리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광전총국 심의 허가를 받아야 방송(방영)할 수 있다. 이런 규제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 적용된다.

중국에 진출한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때 중국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43%가 한국 포맷을 수입했거나, 무단으로 표절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국 문화 외에는 모두 오랑캐 문화라고 천시했던 중화사상(中華思想) 국가관에서 보면 "두려워할 만한 일이 생긴 셈"이라고 이 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사드 사태가 터진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었는데 때맞춰 떨어진 계기였던 셈이다.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 국민경제 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서 자국 문화기업과 문화산업을 중점 육성할 것을 분명히 했다. 교류와 창의, 소비를 통한 성장이 특징인 문화산업에서 중국의 빗장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1,563만 명이나 되는 지드래곤의 팔로워 수에서 확인되듯 문화 소비자는 자국 시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문화산업계도 이제는 '한한령(限韓令) 타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드래곤의 중국 공연 한방으로 무너질 수 있는 '규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그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때 한류는 중국에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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