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현’, 역사 속 숨은 나라 ‘가야’를 만나다

입력 2019.12.08 (10: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우리에게 친숙한 이 노래는 바로 '구지가', 가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남쪽 바닷가에 있던 작은 나라의 아홉 우두머리들이, 하늘의 계시를 받고 왕을 맞이하기 위해 불렀다고 전해지는 노래라고 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자, 하늘에서 황금 상자가 내려왔고, 이 상자 속 황금알에서 가야 가락국의 왕인 '수로왕'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한 가야전 '칼과 현'은 이 구지가와 함께 시작합니다. 이번 가야전 '칼과 현'에서는 조선왕조와 비슷한 기간인 520년이라는 시간동안 한반도에 존재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야의 이야기를 2천 6백여 점의 가야 유물을 통해 들여다 봅니다.

토기탑으로 들여다 본 공존과 화합

이번 가야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유리로 된 대형 토기탑입니다. 6개의 유리면에 각기 다른 가야 토기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가야는 하나의 나라가 아닙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다르게 여러 가야가 어우러져 서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가락국(금관가야), 아라국(아라가야), 가라국(대가야), 고자국(소가야), 비사벌국(비화가야), 다라국 등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쳤습니다. 가야라는 하나의 큰 공동체 안에서 공존하지만,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갔던 것입니다.


토기탑은 이러한 가야의 공존과 화합을 드러냅니다. 하나의 토기탑에 모인 여러 가야의 토기들로, 각각 다른 가야 토기의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고자국의 비리모양 그릇받침은 다리 폭이 좁고 기다랗습니다. 다리는 나팔 모양으로 오목하게 벌어지고, 입술은 수평으로 벌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라국의 그릇받침은 조금 다른데요. 가락국의 원통형 그릇받침은 가라국의 제시를 대표하는 그릇받침으로, 원통 모양의 몸에 뱀 또는 용 모양의 띠를 붙인 것이 특징입니다. 가락국의 대표 토기는 굽다리 접시로, 입술이 바깥으로 벌어져있습니다.

가야를 이끌어 나간 힘, 철의 무사

520년간 가야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가야 힘의 원천은 바로 가야의 철이었습니다. 당시 철은 최첨단 소재로, 철을 다루는 기술은 국력과도 같았습니다. 가야의 철을 다루는 기술은 탁월했습니다. 장군들은 철로 만든 갑옷과, 칼을 사용했고, 말에게도 철로 만든 갑옷과 투구를 씌웠습니다.


특히 4세기 가야는 종장판갑옷이라 철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이 철갑옷은 세로로 긴 철판을 가죽끈으로 이어만든 것입니다. 갑옷에도 나름 패션이 있었는데요. 고사리 무늬나 새모양 철판 등을 덧대 꾸미기도 하고,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덧대 장식을 하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주변과 활발하게 교류했던 가야

가락국은 동북아시아를 바닷길로 연결하는 창구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가락국의 유적에서 발견되는 배 모양의 토기는 철을 매개로 한 군현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과 교류했음을 보여줍니다. 2~3세기 가락국 지배자의 무덤인 김해 양동리 유적에서는 일본 규슈 지역의 청동거울과 청동창, 중국의 청동거울과 청동솥 등이 발견됐습니다. 4세기에는 교역의 폭이 더욱 넓어져, 왜의 중심부 기나이 지역의 바람개비 모양 동기, 통 모양 동기, 서역의 유리그릇들이 출토됐습니다.


가야전 '칼과 현'의 마지막에는 가야의 상징인 가야금이 전시되고, 애처로운 가야금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윤온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가야는 강자의 패권으로 전체를 통합하지 않고, 각국의 개별성을 부정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가야가 존재한 방식이자 멸명의 원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윤 연구사는 "가야의 운명은 국가란 무엇이고 평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습니다.

잊혀진 나라, 가야를 만나볼 수 있는 가야전 '칼과 현'.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까지 이어집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칼과 현’, 역사 속 숨은 나라 ‘가야’를 만나다
    • 입력 2019-12-08 10:03:28
    취재K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우리에게 친숙한 이 노래는 바로 '구지가', 가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남쪽 바닷가에 있던 작은 나라의 아홉 우두머리들이, 하늘의 계시를 받고 왕을 맞이하기 위해 불렀다고 전해지는 노래라고 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자, 하늘에서 황금 상자가 내려왔고, 이 상자 속 황금알에서 가야 가락국의 왕인 '수로왕'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한 가야전 '칼과 현'은 이 구지가와 함께 시작합니다. 이번 가야전 '칼과 현'에서는 조선왕조와 비슷한 기간인 520년이라는 시간동안 한반도에 존재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야의 이야기를 2천 6백여 점의 가야 유물을 통해 들여다 봅니다.

토기탑으로 들여다 본 공존과 화합

이번 가야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통유리로 된 대형 토기탑입니다. 6개의 유리면에 각기 다른 가야 토기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가야는 하나의 나라가 아닙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다르게 여러 가야가 어우러져 서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가락국(금관가야), 아라국(아라가야), 가라국(대가야), 고자국(소가야), 비사벌국(비화가야), 다라국 등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쳤습니다. 가야라는 하나의 큰 공동체 안에서 공존하지만,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갔던 것입니다.


토기탑은 이러한 가야의 공존과 화합을 드러냅니다. 하나의 토기탑에 모인 여러 가야의 토기들로, 각각 다른 가야 토기의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고자국의 비리모양 그릇받침은 다리 폭이 좁고 기다랗습니다. 다리는 나팔 모양으로 오목하게 벌어지고, 입술은 수평으로 벌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가라국의 그릇받침은 조금 다른데요. 가락국의 원통형 그릇받침은 가라국의 제시를 대표하는 그릇받침으로, 원통 모양의 몸에 뱀 또는 용 모양의 띠를 붙인 것이 특징입니다. 가락국의 대표 토기는 굽다리 접시로, 입술이 바깥으로 벌어져있습니다.

가야를 이끌어 나간 힘, 철의 무사

520년간 가야가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가야 힘의 원천은 바로 가야의 철이었습니다. 당시 철은 최첨단 소재로, 철을 다루는 기술은 국력과도 같았습니다. 가야의 철을 다루는 기술은 탁월했습니다. 장군들은 철로 만든 갑옷과, 칼을 사용했고, 말에게도 철로 만든 갑옷과 투구를 씌웠습니다.


특히 4세기 가야는 종장판갑옷이라 철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이 철갑옷은 세로로 긴 철판을 가죽끈으로 이어만든 것입니다. 갑옷에도 나름 패션이 있었는데요. 고사리 무늬나 새모양 철판 등을 덧대 꾸미기도 하고,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덧대 장식을 하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주변과 활발하게 교류했던 가야

가락국은 동북아시아를 바닷길로 연결하는 창구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가락국의 유적에서 발견되는 배 모양의 토기는 철을 매개로 한 군현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과 교류했음을 보여줍니다. 2~3세기 가락국 지배자의 무덤인 김해 양동리 유적에서는 일본 규슈 지역의 청동거울과 청동창, 중국의 청동거울과 청동솥 등이 발견됐습니다. 4세기에는 교역의 폭이 더욱 넓어져, 왜의 중심부 기나이 지역의 바람개비 모양 동기, 통 모양 동기, 서역의 유리그릇들이 출토됐습니다.


가야전 '칼과 현'의 마지막에는 가야의 상징인 가야금이 전시되고, 애처로운 가야금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윤온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가야는 강자의 패권으로 전체를 통합하지 않고, 각국의 개별성을 부정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가야가 존재한 방식이자 멸명의 원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윤 연구사는 "가야의 운명은 국가란 무엇이고 평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습니다.

잊혀진 나라, 가야를 만나볼 수 있는 가야전 '칼과 현'.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까지 이어집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