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성범죄 시달리는 중국 파견 北 여성 근로자들…범인은 누구?

입력 2019.12.10 (07:01) 수정 2019.12.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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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 송환 시점이 오는 22일로 임박했다. 중국에선 취업비자를 가진 정규 북한 근로자나 무역업체 관계자들만 짐을 싸서 북한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불법 취업 상태가 대부분인 북한 근로자들은 아직 철수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어떤 의도를 갖고 이렇게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이제는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불편한 기사를 써야 할 것 같다. 중국에 돈 벌러 나와서 성범죄에 시달리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 얘기다. 그들은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고 있다. 북한도 중국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고 있는 불편한 현실. 범인은 누구일까?

단둥세관에 도착한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단둥세관에 도착한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보위부 지도원 방으로 끌려간 北 여성들…원치 않는 임신 후 낙태

취재진은 최근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 A 씨로부터 북한 여성 근로자와 관련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A 씨는 지린성 훈춘에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국 업체 사장한테서 들은 얘기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공장에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낙태를 많이 한대요.
북한 보위부 지도원이 밤마다 자기 방으로 여성 근로자들을 부른대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은 왜 밤마다 보위부 지도원 방으로 가야만 했을까? 대부분이 남성인 보위부 지도원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북한 근로자들이 파견된 모든 중국 업체에 보위부 지도원이 한 명씩 함께 파견된다. 그들도 중국 업체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보위부 지도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 근로자를 곧바로 귀국 조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북한 근로자들은 보위부 지도원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나 다름없다. 보위부 지도원이 면담하자거나 심부름을 시키면서 방으로 오라 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

공장 짐을 옮기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공장 짐을 옮기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부도덕한 보위부 지도원…중국 업체 사장 지적에 "무슨 상관이냐?"

A 씨는 분개한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떤 여성 근로자는 8번까지 낙태를 했대요.
오죽하면 중국 업체 사장이 보위부 지도원한테 자제 좀 하라고 말을 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따지더래요."


중국 업체 측은 임신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병원에 데려가 낙태 수술을 시켰다고 한다. 중국에선 낙태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다 못한 업체 사장이 보위부 지도원에게 주의를 촉구했는데도 적반하장격인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중국 업체 측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보위부 지도원의 부적절한 행동을 공안에 신고하거나 공개적으로 문제로 삼을 경우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장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업체 버스에 오르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국 업체 버스에 오르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인권 사각지대 놓인 北 여성 근로자들…매달 생리 여부 검사도

취재진은 또 다른 대북 소식통 B 씨로부터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B 씨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고용했던 중국 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B 씨에 따르면, 보위부 지도원들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중국인 직원들과 불필요한 접촉을 못 하도록 철저하게 단속을 한다고 한다.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합숙소 방장이 여성 근로자들이 '혁명'을 하는지 매달 확인을 해요.
'혁명'은 생리를 뜻하는 북한 말이에요.
'혁명'을 하지 않은 여성 근로자들은 끌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해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중국 남성과 접촉해서 임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장을 시켜서 매달 생리 여부를 검사한다는 얘기였다. 두 달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는 병원에 가서 임신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보위부 지도원에게 끌려가 상대 남성이 누군지 자백해야 한다고 한다. 상대 남성이 중국인으로 드러나면 곧바로 귀국 조치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취재진이 들은 얘기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중국 업체의 얘기는 분명 아닐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일부 보위부나 당 간부의 일탈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과 인접한 중국 접경 지역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유엔 안보리가 정한 시한(22일)까지 북한 근로자들을 송환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는 중국 정부의 선택 사항이다. 대북제재 결의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경우 중국 정부가 책임지고 대처할 일이다. 그러나 중국 내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G2 대국으로서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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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성범죄 시달리는 중국 파견 北 여성 근로자들…범인은 누구?
    • 입력 2019-12-10 07:01:18
    • 수정2019-12-10 07:57:15
    특파원 리포트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 송환 시점이 오는 22일로 임박했다. 중국에선 취업비자를 가진 정규 북한 근로자나 무역업체 관계자들만 짐을 싸서 북한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불법 취업 상태가 대부분인 북한 근로자들은 아직 철수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어떤 의도를 갖고 이렇게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이제는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불편한 기사를 써야 할 것 같다. 중국에 돈 벌러 나와서 성범죄에 시달리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 얘기다. 그들은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고 있다. 북한도 중국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고 있는 불편한 현실. 범인은 누구일까?

단둥세관에 도착한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보위부 지도원 방으로 끌려간 北 여성들…원치 않는 임신 후 낙태

취재진은 최근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 A 씨로부터 북한 여성 근로자와 관련한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A 씨는 지린성 훈춘에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국 업체 사장한테서 들은 얘기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공장에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낙태를 많이 한대요.
북한 보위부 지도원이 밤마다 자기 방으로 여성 근로자들을 부른대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은 왜 밤마다 보위부 지도원 방으로 가야만 했을까? 대부분이 남성인 보위부 지도원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다. 북한 근로자들이 파견된 모든 중국 업체에 보위부 지도원이 한 명씩 함께 파견된다. 그들도 중국 업체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보위부 지도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 근로자를 곧바로 귀국 조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북한 근로자들은 보위부 지도원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나 다름없다. 보위부 지도원이 면담하자거나 심부름을 시키면서 방으로 오라 하면 거절할 수가 없다.

공장 짐을 옮기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부도덕한 보위부 지도원…중국 업체 사장 지적에 "무슨 상관이냐?"

A 씨는 분개한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떤 여성 근로자는 8번까지 낙태를 했대요.
오죽하면 중국 업체 사장이 보위부 지도원한테 자제 좀 하라고 말을 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따지더래요."


중국 업체 측은 임신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병원에 데려가 낙태 수술을 시켰다고 한다. 중국에선 낙태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다 못한 업체 사장이 보위부 지도원에게 주의를 촉구했는데도 적반하장격인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중국 업체 측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보위부 지도원의 부적절한 행동을 공안에 신고하거나 공개적으로 문제로 삼을 경우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장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업체 버스에 오르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기사 내용과 무관함)
인권 사각지대 놓인 北 여성 근로자들…매달 생리 여부 검사도

취재진은 또 다른 대북 소식통 B 씨로부터 중국에 파견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B 씨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고용했던 중국 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B 씨에 따르면, 보위부 지도원들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중국인 직원들과 불필요한 접촉을 못 하도록 철저하게 단속을 한다고 한다.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합숙소 방장이 여성 근로자들이 '혁명'을 하는지 매달 확인을 해요.
'혁명'은 생리를 뜻하는 북한 말이에요.
'혁명'을 하지 않은 여성 근로자들은 끌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해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중국 남성과 접촉해서 임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장을 시켜서 매달 생리 여부를 검사한다는 얘기였다. 두 달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여성 근로자는 병원에 가서 임신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보위부 지도원에게 끌려가 상대 남성이 누군지 자백해야 한다고 한다. 상대 남성이 중국인으로 드러나면 곧바로 귀국 조치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취재진이 들은 얘기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중국 업체의 얘기는 분명 아닐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일부 보위부나 당 간부의 일탈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과 인접한 중국 접경 지역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유엔 안보리가 정한 시한(22일)까지 북한 근로자들을 송환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는 중국 정부의 선택 사항이다. 대북제재 결의 위반 논란이 불거질 경우 중국 정부가 책임지고 대처할 일이다. 그러나 중국 내 북한 근로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G2 대국으로서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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