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서 행동으로?…미국의 UN 안보리 소집 의도는

입력 2019.12.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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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지시각 11일, 북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논의할 공개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요청한 건 미국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일련의 사건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들과의 오찬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을 비난할 때마다 늘 뒤로 빠져있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난 5월부터 유엔 안보리가 여러 차례 소집됐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세 나라는 11월에 규탄 성명까지 냈지만, 미국은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미국이 바뀐 겁니다.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이달 초부터 북한과 미국은 말 폭탄을 주고받았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로켓맨'이란 말을 꺼내며 "무력을 쓸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곧바로 "늙다리의 망령"이라고 받아쳤습니다. 지난 7일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북한이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협상의 주역 김영철과 김정은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리수용 등 두 명이 잇따라 나서 트럼프를 공격했습니다.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UN 안보리 요청은 북미 간 갈등이 이런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옮겨가는 첫걸음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갈등이 '말 대 말'을 지나 이제는 '행동 대 행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렇게 강 대 강으로 가다 보면 점점 긴장이 높아져 어느 한쪽이 선을 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다루는 걸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해 유엔 안보리를 소집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직 ICBM을 쏘지도 않았는데 이를 논의할 안보리를 소집한 것을 두고, 이 자체로 미국이 협상의 판을 깨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ICBM에 민감하다는 뜻"…北에 마지막 경고

북한의 반발은 미국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일 겁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선제적으로 유엔 안보리를 소집한 건, 그만큼 미국이 ICBM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로켓에 탄두를 탑재한 ICBM을 쏘든, 위성을 탑재하고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발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든 미국은 이 모두를 ICBM으로 일컫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실행될 경우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국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미사일을 쏘기도 전에 안보리를 소집하는 건 북한에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만약에 미사일을 쏜다면 우리는 이렇게 할 것이다, 제재도 강화될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던져 마지막 경고를 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려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미국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고 대화 국면으로 돌아온다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김동엽 교수도 "미국이 안보리 회의를 요청한 것은 일종의 대선 보험이라고 보인다"며 "내년 대선을 북한의 ICBM 발사 등 도발에 대한 고민 없이 무사히 치르고 싶다는 트럼프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혹시 모를 북한의 ICBM 발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공개적 경고라는 겁니다.


UN 안보리에서 중국의 반응이 관건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입니다. 김동엽 교수는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이 대외적으로 북미 대화 틀을 벗어나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 강화라고 한다면, 최근 최선희가 러시아도 다녀온 만큼 흥미로운 반응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이 중재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주 방한 때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ICBM 문제의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나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연관되기 때문에 중국도 민감하므로, 중국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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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13:45:54
    취재K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지시각 11일, 북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논의할 공개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요청한 건 미국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한반도에서의 일련의 사건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들과의 오찬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을 비난할 때마다 늘 뒤로 빠져있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난 5월부터 유엔 안보리가 여러 차례 소집됐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세 나라는 11월에 규탄 성명까지 냈지만, 미국은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미국이 바뀐 겁니다.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이달 초부터 북한과 미국은 말 폭탄을 주고받았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로켓맨'이란 말을 꺼내며 "무력을 쓸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곧바로 "늙다리의 망령"이라고 받아쳤습니다. 지난 7일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북한이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협상의 주역 김영철과 김정은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리수용 등 두 명이 잇따라 나서 트럼프를 공격했습니다.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UN 안보리 요청은 북미 간 갈등이 이런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옮겨가는 첫걸음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갈등이 '말 대 말'을 지나 이제는 '행동 대 행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렇게 강 대 강으로 가다 보면 점점 긴장이 높아져 어느 한쪽이 선을 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다루는 걸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해 유엔 안보리를 소집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직 ICBM을 쏘지도 않았는데 이를 논의할 안보리를 소집한 것을 두고, 이 자체로 미국이 협상의 판을 깨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ICBM에 민감하다는 뜻"…北에 마지막 경고

북한의 반발은 미국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일 겁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선제적으로 유엔 안보리를 소집한 건, 그만큼 미국이 ICBM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로켓에 탄두를 탑재한 ICBM을 쏘든, 위성을 탑재하고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발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든 미국은 이 모두를 ICBM으로 일컫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실행될 경우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국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미사일을 쏘기도 전에 안보리를 소집하는 건 북한에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만약에 미사일을 쏜다면 우리는 이렇게 할 것이다, 제재도 강화될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던져 마지막 경고를 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려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미국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고 대화 국면으로 돌아온다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김동엽 교수도 "미국이 안보리 회의를 요청한 것은 일종의 대선 보험이라고 보인다"며 "내년 대선을 북한의 ICBM 발사 등 도발에 대한 고민 없이 무사히 치르고 싶다는 트럼프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혹시 모를 북한의 ICBM 발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공개적 경고라는 겁니다.


UN 안보리에서 중국의 반응이 관건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입니다. 김동엽 교수는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이 대외적으로 북미 대화 틀을 벗어나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 강화라고 한다면, 최근 최선희가 러시아도 다녀온 만큼 흥미로운 반응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이 중재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주 방한 때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에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ICBM 문제의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나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연관되기 때문에 중국도 민감하므로, 중국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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