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도 ‘19금 선거’인가요?

입력 2019.12.10 (15:47) 수정 2019.12.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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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 오후 충돌 직전까지 갔던 국회의 극적인 합의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이 아닌, 아쉬움의 한숨을 쉰 사람들이 있습니다.

합의 결과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선거법, 그중에서도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목소리 내오던 청소년들입니다.

청소년들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이유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시민단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오늘(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야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년 동안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내세운 만큼, 남은 시간 안에라도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우리 민주당은 청년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청년의 참정권을 만18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선거연령 하향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을 요구하는 청년들 (사진제공: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선거연령 하향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을 요구하는 청년들 (사진제공: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세금 내고 군대 가는데, 투표권만 '19금'

여기서 잠시 관련 쟁점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찬성하는 쪽은 선거권이 확대될수록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연령 기준에 의해 선거권을 갖는 사람의 범위는 정치적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최대한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단체들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령 기준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만18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만18세가 혼인과 군입대가 가능한 나이인 만큼 사실상 성년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민법상 만18세가 결혼할 경우 부모 중 한쪽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군입대도 현실적으로는 고등학교 졸업 후인 만 19세 이상부터 이루어진다는 점은 선거 연령 하향의 반대 근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 역사를 돌아보면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학생들이 주축이 돼 왔다는 점, 성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완전히 올바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웬 정치참여냐" 라는 말은 없잖아요

반대론자들이 '청소년들이 온전한 성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세금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투표권을 요구할 수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청소년들도 간접세는 물론 충분한 소득이 있을 경우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투표권은 소득과 상관없이 보장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맞섭니다. 또 성인들도 세금을 안 낸다고 해서 참정권을 박탈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웬 정치 참여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인들이 참정권을 가진다고 해서 '일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 일 안 하고 정치에만 관심을 가질까 걱정'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치에 대해 알아보고 경험하는 것은 의미 있는 공부"라고 답합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18세를 깔보지 마라"

민주당은 20대 국회의 남은 기간에라도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법 상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KBS와의 통화에서 "선거 연령 하향은 기본적인 저희 입장이기도 하다"며, "청소년들이 서운해 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다음 임시회 등을 통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연령 하향 이후 일본의 18세 투표 독려 포스터(2016)선거연령 하향 이후 일본의 18세 투표 독려 포스터(2016)

한국은 OECD 국가 중 선거 제한 연령이 가장 높습니다. 범위를 넓혀 봐도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나우루(20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쿠웨이트(21세) 정도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16년부터 참의원 선거 투표권을 인정했습니다. 이때 선거관리위원회 포스터 문구는 이랬습니다. "18세를 깔보지 마라. 당신이 움직이면 사회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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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15: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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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어제(9일) 오후 충돌 직전까지 갔던 국회의 극적인 합의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이 아닌, 아쉬움의 한숨을 쉰 사람들이 있습니다.

합의 결과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선거법, 그중에서도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목소리 내오던 청소년들입니다.

청소년들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선 이유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시민단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오늘(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야합'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년 동안 선거연령 하향을 당론으로 내세운 만큼, 남은 시간 안에라도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우리 민주당은 청년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청년의 참정권을 만18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선거연령 하향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을 요구하는 청년들 (사진제공: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세금 내고 군대 가는데, 투표권만 '19금'

여기서 잠시 관련 쟁점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찬성하는 쪽은 선거권이 확대될수록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연령 기준에 의해 선거권을 갖는 사람의 범위는 정치적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최대한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청소년 참정권 단체들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령 기준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만18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만18세가 혼인과 군입대가 가능한 나이인 만큼 사실상 성년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민법상 만18세가 결혼할 경우 부모 중 한쪽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군입대도 현실적으로는 고등학교 졸업 후인 만 19세 이상부터 이루어진다는 점은 선거 연령 하향의 반대 근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 역사를 돌아보면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학생들이 주축이 돼 왔다는 점, 성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완전히 올바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웬 정치참여냐" 라는 말은 없잖아요

반대론자들이 '청소년들이 온전한 성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세금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투표권을 요구할 수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청소년들도 간접세는 물론 충분한 소득이 있을 경우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투표권은 소득과 상관없이 보장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맞섭니다. 또 성인들도 세금을 안 낸다고 해서 참정권을 박탈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웬 정치 참여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인들이 참정권을 가진다고 해서 '일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 일 안 하고 정치에만 관심을 가질까 걱정'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치에 대해 알아보고 경험하는 것은 의미 있는 공부"라고 답합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18세를 깔보지 마라"

민주당은 20대 국회의 남은 기간에라도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법 상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KBS와의 통화에서 "선거 연령 하향은 기본적인 저희 입장이기도 하다"며, "청소년들이 서운해 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다음 임시회 등을 통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연령 하향 이후 일본의 18세 투표 독려 포스터(2016)
한국은 OECD 국가 중 선거 제한 연령이 가장 높습니다. 범위를 넓혀 봐도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나우루(20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쿠웨이트(21세) 정도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16년부터 참의원 선거 투표권을 인정했습니다. 이때 선거관리위원회 포스터 문구는 이랬습니다. "18세를 깔보지 마라. 당신이 움직이면 사회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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