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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감시K] 의원님과 침대 매트리스
입력 2019.12.10 (18:13) 취재K
[국회감시K] 의원님과 침대 매트리스
KBS는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내년에 구성될 21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할 지 생각해 보는 기획 보도 <국회감시 프로젝트K>를 시작합니다. 예산부터 정책, 법안, 공약과 국회의원 후보자 검증까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 국회의원이 1건당 500만 원 이하를 비용을 주고 전문가 등에게 '연구용역 보고서'를 의뢰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으셨습니까? 입법과 정책 개발을 위한 지원입니다. 이 비용은 세금에서 나갑니다. 세비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권리 같지만 입법·정책 활동을 '제대로' 하라는 취지이기에 국회의원에게 의무를 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용역 보고서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는 첫 순서로 20대 국회가 시작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만들어진 연구용역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연속 보도합니다.■


"매트리스가 문제다"…갑자기 왜?

"침실 화재 불쏘시개는 매트리스인데…."
"유독가스 주범 매트리스, 난연 기술 법제화해야"
"화재 때 인명피해 큰 침실…. 매트리스 규제 시급"

지난 2~3월에 일제히 나온 기사 제목입니다. 당시 매트리스에 불이 붙은 대형 사고가 있었나요? 아닙니다.

침대 매트리스 회사인 시몬스가 불에 타지 않는 매트리스, 즉 '난연 매트리스'를 출시한 직후였습니다. 올해 3월은 시몬스가 이 매트리스 판촉 활동을 하던 기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화재 위험성을 알린다는 취지의 이 기사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난연 매트리스를 생산하는 건 시몬스"라는 문구를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공통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매트리스 그리고 의원님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석현 의원은 올해 2월 '화재사고 사망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내 난연 규정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매트리스를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도록 법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게 주제였습니다.

그러니까, 위 기사들은 이석현 의원의 토론회 내용을 전하면서 끝에 '시몬스가 국내 유일 난연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한 겁니다.

난연 매트리스만 유통되도록 법으로 규제하면 당장 이득을 보는 건 시몬스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몬스에만 득이 되는 규제를 하자고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린 셈입니다.

토론회에서는 불을 붙인 매트리스 여러 개가 나오는 비교 영상도 등장했습니다. 시몬스 측이 제작한 영상인데 영상 속 시몬스 난연 매트리스는 불이 붙어도 금세 꺼지지만 다른 매트리스들은 활활 탔습니다. 화재를 막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건 어쩐지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설마 이석현 의원이 시몬스만을 위한 토론회를 연 것일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의원이 토론회를 연 계기는 A 씨의 조언이라고 합니다.

A 씨는 사석에서 이 의원의 보좌관인 B 씨에게 "침실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데, 그 불쏘시개가 매트리스다"라는 정보를 알려줬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매트리스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해 이를 공론화하는 차원에서 국회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고 토론회도 마련하자고 합의를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A씨는 침대 매트리스 화재를 연구하는 용역 보고서를 쓰게 됐습니다. 무료로 쓴 건 아닙니다. 이석현 의원실에 배정된 세비 33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 씨는 누구였을까요? 소방방재 전문가도 매트리스 전문가도 아니었습니다. 기업 홍보대행사의 임원이었습니다. 전직 기자였고, 전직 보좌관이기도 했습니다. A 씨는 KBS에 처음에는 "나도 기자였기 때문에 이런 건에 관심이 많아서 화재 문제를 조사하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시몬스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A씨는 "시몬스 홍보를 하다 보니 매트리스 화재를 알게 된 건 맞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화재를 줄이기 위한 '선의'에서 보고서를 쓰게 됐고, 보고서 비용으로 받은 세비 330만 원은 '정말 싼 값'이라고 했습니다. 홍보나 돈을 목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몬스 보도자료가 된 국회 보고서

그러나 이석현 의원실에서 나온 이 보고서와 토론회는 고스란히 시몬스 침대와 매트리스 홍보에 활용됐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의원 보고서에 등장한 각종 소방 통계와 해외 자료는, 시몬스 홍보 자료에 그대로 등장했습니다. 우연일까요?

해당 홍보대행사에서 시몬스를 담당하는 C 씨는 "A 씨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도자료에 쓴 것이 맞다"라고 시인했습니다. 난연 매트리스가 필요한 이유를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했는데, 보고서에 이 내용이 있어서 썼다는 설명입니다.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몬스 홍보대행사는 시몬스로부터 홍보대행비도 받고, 의원실 세비를 받아 매트리스 보고서도 썼고, 홍보 실적도 세웠습니다.

반면 의원실은 이 보고서를 입법이나 정책에 쓰지 않았습니다. 보고서 비용인 세금 330만 원을 홍보대행사에 줬고, 토론회를 여는 데 역시 세금인 180여만 원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싼 값'인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낸 세금입니다. 국회 용역보고서에 국민 세금을 들이는 이유는 보고서가 입법·정책 개발에 도움이 되라는 취지에서입니다. 그런데 이 세금이 대기업의 홍보를 위해 쓰였습니다.


선의였다면…

이석현 의원은 "한해 침대 화재로 70명 넘게 사망하는데, 이를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침대 홍보업체인 줄 모르고 용역을 맡겼고, 침대 회사에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없다. 보좌관도 이 사실을 모르고 보고서를 맡겼고, 이를 홍보에 이용한 업체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용역비로 지급했던 330만 원도 홍보대행업체로부터 반납받아 국회사무처에 반환했습니다.

이석현 의원도 홍보대행업체도 '선의'를 이야기했습니다.

선의였다면 소방방재 전문가가 보고서를 썼다면 더 국민을 위한 방안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홍보용이었다는 오해도 안 받았겠지요. 선의였다면 비싼 난연 매트리스를 살 수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도 먼저 세워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저 규제를 통해 대기업만 득을 보는 건, 안전을 위해서도 상생을 위해서도 빠른 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A 씨가 알려줬습니다. "정책이 정해지기 전에, 기업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 대행업체가 국회와 토론회를 여는 '협업'을 많이 한다. 국회는 공론의 장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국회가 소외된 국민들의 입장도 잘 전달받아 국민들과 협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들은 대행업체도 따로 없습니다. 선의를 선한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국회는 좀 더 두루 살펴본 뒤 제대로 돈을 써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 역할은 국민의 '대행업체'이기 때문입니다.
  • [국회감시K] 의원님과 침대 매트리스
    • 입력 2019.12.10 (18:13)
    취재K
[국회감시K] 의원님과 침대 매트리스
KBS는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내년에 구성될 21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할 지 생각해 보는 기획 보도 <국회감시 프로젝트K>를 시작합니다. 예산부터 정책, 법안, 공약과 국회의원 후보자 검증까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 국회의원이 1건당 500만 원 이하를 비용을 주고 전문가 등에게 '연구용역 보고서'를 의뢰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으셨습니까? 입법과 정책 개발을 위한 지원입니다. 이 비용은 세금에서 나갑니다. 세비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권리 같지만 입법·정책 활동을 '제대로' 하라는 취지이기에 국회의원에게 의무를 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용역 보고서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국회감시 프로젝트K>는 첫 순서로 20대 국회가 시작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만들어진 연구용역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연속 보도합니다.■


"매트리스가 문제다"…갑자기 왜?

"침실 화재 불쏘시개는 매트리스인데…."
"유독가스 주범 매트리스, 난연 기술 법제화해야"
"화재 때 인명피해 큰 침실…. 매트리스 규제 시급"

지난 2~3월에 일제히 나온 기사 제목입니다. 당시 매트리스에 불이 붙은 대형 사고가 있었나요? 아닙니다.

침대 매트리스 회사인 시몬스가 불에 타지 않는 매트리스, 즉 '난연 매트리스'를 출시한 직후였습니다. 올해 3월은 시몬스가 이 매트리스 판촉 활동을 하던 기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화재 위험성을 알린다는 취지의 이 기사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난연 매트리스를 생산하는 건 시몬스"라는 문구를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공통점은 하나 더 있습니다.


매트리스 그리고 의원님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석현 의원은 올해 2월 '화재사고 사망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내 난연 규정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매트리스를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만들도록 법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게 주제였습니다.

그러니까, 위 기사들은 이석현 의원의 토론회 내용을 전하면서 끝에 '시몬스가 국내 유일 난연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한 겁니다.

난연 매트리스만 유통되도록 법으로 규제하면 당장 이득을 보는 건 시몬스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몬스에만 득이 되는 규제를 하자고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린 셈입니다.

토론회에서는 불을 붙인 매트리스 여러 개가 나오는 비교 영상도 등장했습니다. 시몬스 측이 제작한 영상인데 영상 속 시몬스 난연 매트리스는 불이 붙어도 금세 꺼지지만 다른 매트리스들은 활활 탔습니다. 화재를 막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건 어쩐지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설마 이석현 의원이 시몬스만을 위한 토론회를 연 것일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의원이 토론회를 연 계기는 A 씨의 조언이라고 합니다.

A 씨는 사석에서 이 의원의 보좌관인 B 씨에게 "침실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데, 그 불쏘시개가 매트리스다"라는 정보를 알려줬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매트리스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해 이를 공론화하는 차원에서 국회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고 토론회도 마련하자고 합의를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A씨는 침대 매트리스 화재를 연구하는 용역 보고서를 쓰게 됐습니다. 무료로 쓴 건 아닙니다. 이석현 의원실에 배정된 세비 33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 씨는 누구였을까요? 소방방재 전문가도 매트리스 전문가도 아니었습니다. 기업 홍보대행사의 임원이었습니다. 전직 기자였고, 전직 보좌관이기도 했습니다. A 씨는 KBS에 처음에는 "나도 기자였기 때문에 이런 건에 관심이 많아서 화재 문제를 조사하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시몬스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A씨는 "시몬스 홍보를 하다 보니 매트리스 화재를 알게 된 건 맞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화재를 줄이기 위한 '선의'에서 보고서를 쓰게 됐고, 보고서 비용으로 받은 세비 330만 원은 '정말 싼 값'이라고 했습니다. 홍보나 돈을 목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몬스 보도자료가 된 국회 보고서

그러나 이석현 의원실에서 나온 이 보고서와 토론회는 고스란히 시몬스 침대와 매트리스 홍보에 활용됐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의원 보고서에 등장한 각종 소방 통계와 해외 자료는, 시몬스 홍보 자료에 그대로 등장했습니다. 우연일까요?

해당 홍보대행사에서 시몬스를 담당하는 C 씨는 "A 씨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도자료에 쓴 것이 맞다"라고 시인했습니다. 난연 매트리스가 필요한 이유를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했는데, 보고서에 이 내용이 있어서 썼다는 설명입니다.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몬스 홍보대행사는 시몬스로부터 홍보대행비도 받고, 의원실 세비를 받아 매트리스 보고서도 썼고, 홍보 실적도 세웠습니다.

반면 의원실은 이 보고서를 입법이나 정책에 쓰지 않았습니다. 보고서 비용인 세금 330만 원을 홍보대행사에 줬고, 토론회를 여는 데 역시 세금인 180여만 원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싼 값'인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낸 세금입니다. 국회 용역보고서에 국민 세금을 들이는 이유는 보고서가 입법·정책 개발에 도움이 되라는 취지에서입니다. 그런데 이 세금이 대기업의 홍보를 위해 쓰였습니다.


선의였다면…

이석현 의원은 "한해 침대 화재로 70명 넘게 사망하는데, 이를 줄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침대 홍보업체인 줄 모르고 용역을 맡겼고, 침대 회사에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없다. 보좌관도 이 사실을 모르고 보고서를 맡겼고, 이를 홍보에 이용한 업체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용역비로 지급했던 330만 원도 홍보대행업체로부터 반납받아 국회사무처에 반환했습니다.

이석현 의원도 홍보대행업체도 '선의'를 이야기했습니다.

선의였다면 소방방재 전문가가 보고서를 썼다면 더 국민을 위한 방안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홍보용이었다는 오해도 안 받았겠지요. 선의였다면 비싼 난연 매트리스를 살 수 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도 먼저 세워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저 규제를 통해 대기업만 득을 보는 건, 안전을 위해서도 상생을 위해서도 빠른 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A 씨가 알려줬습니다. "정책이 정해지기 전에, 기업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 대행업체가 국회와 토론회를 여는 '협업'을 많이 한다. 국회는 공론의 장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국회가 소외된 국민들의 입장도 잘 전달받아 국민들과 협업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들은 대행업체도 따로 없습니다. 선의를 선한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국회는 좀 더 두루 살펴본 뒤 제대로 돈을 써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 역할은 국민의 '대행업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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