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서 “대가리 박아”…직장 괴롭힘 전무·회사 배상

입력 2019.12.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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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은 동등하죠. 업무 관계에서 더는 폭언이 발붙일 곳은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한 수입 양주회사 간부와 직원들의 정신적 피해를 함께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폭언이 업무시간이나 공적인 회식 시간 중 이뤄진 이상 회사 법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수입 양주 도매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전 직원 박 모 씨 등 8명이 전무 A 씨와 회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총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 씨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A 씨는 부임 직후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이 비정규직 등이 입사 때 차별적인 호봉을 받고 있다며 개선해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하자 식사를 멈추고 고기가 없는 옆 테이블 고기 판에 왼손에 든 젓가락으로 4~5점의 고기를 집어 던졌고, 이를 본 직원들이 식사를 멈추자 일어나 식당을 나갔습니다.

A 씨는 자신이 담당한 권역 지점장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던 도중 길가에서 식사하러 가는 직원에게 "지난달 판매 목표를 다 하지 못한 팀장은 밥 먹을 자격도 없으니 여기서 대가리를 박으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식사 자리에 앉으려던 특정 직원에게 "넌 어디서 앉으려고 해, 반찬이나 가지고 와 OO아"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야근하던 직원을 향해 "야 나 지금 기분이 나쁘니 (내가 씹는) 이 껌을 네가 씹어. 네가 씹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상품 관련 보고를 하는 직원에게 발표 내용이 너무 빠르다며 "너무 빨라 OO, 혼자 얘기해. 아이 OO 진짜"라며 욕설을 퍼붓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며 "왜 OO짓 한거야 어"라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욕설하면서 일부 성희롱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이 소송을 내자 페르노리카코리아와 A 씨는 "명예퇴직 당시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항변했습니다.

명예퇴직합의서와 권리 포기 각서 등에 "직원은 회사와 그 임원…(중략)…이해관계가 있는 여타 당사자에 대하여, 회사와의 관계로부터 발생한 여하한 모든 청구권을 이에 포기하고 면제하며…(중략)…행정상 또는 사법상 어떤 형태의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문구가 있었단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과 청구권은 위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 씨 등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명예퇴직한 이유는 페르노리카코리아 등이 임페리얼 판권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권유했기 때문이고 이 소송과 무관하다"면서 "명예퇴직한 모든 근로자가 같은 내용의 서류에 서명했고 원고들에게 퇴직금 외에 어떤 명목으로도 다른 명예퇴직 근로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한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문언상 권리 포기 각서엔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단 취지의 문구만 있을 뿐 '기존에 계류 중인 소송'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하는 의사였다면 진행 중인 이 사건을 특정해 기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일부 원고도 '퇴사에 대해서만 (권리를) 포기한다'고 답변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도 인정했습니다.

"A 씨가 부하직원들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 언행은 상급자가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라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같은 행위가 회사의 업무집행시간, 공적인 회식 자리 중 이뤄져 객관적으로 회사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이상, A 씨를 고용한 사용자로서 회사 역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원고들에게 50만 원 내지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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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가서 “대가리 박아”…직장 괴롭힘 전무·회사 배상
    • 입력 2019-12-11 15:02:27
    취재K
사람과 사람은 동등하죠. 업무 관계에서 더는 폭언이 발붙일 곳은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한 수입 양주회사 간부와 직원들의 정신적 피해를 함께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폭언이 업무시간이나 공적인 회식 시간 중 이뤄진 이상 회사 법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수입 양주 도매업체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전 직원 박 모 씨 등 8명이 전무 A 씨와 회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총 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 씨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A 씨는 부임 직후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이 비정규직 등이 입사 때 차별적인 호봉을 받고 있다며 개선해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하자 식사를 멈추고 고기가 없는 옆 테이블 고기 판에 왼손에 든 젓가락으로 4~5점의 고기를 집어 던졌고, 이를 본 직원들이 식사를 멈추자 일어나 식당을 나갔습니다.

A 씨는 자신이 담당한 권역 지점장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던 도중 길가에서 식사하러 가는 직원에게 "지난달 판매 목표를 다 하지 못한 팀장은 밥 먹을 자격도 없으니 여기서 대가리를 박으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식사 자리에 앉으려던 특정 직원에게 "넌 어디서 앉으려고 해, 반찬이나 가지고 와 OO아"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야근하던 직원을 향해 "야 나 지금 기분이 나쁘니 (내가 씹는) 이 껌을 네가 씹어. 네가 씹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상품 관련 보고를 하는 직원에게 발표 내용이 너무 빠르다며 "너무 빨라 OO, 혼자 얘기해. 아이 OO 진짜"라며 욕설을 퍼붓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며 "왜 OO짓 한거야 어"라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욕설하면서 일부 성희롱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이 소송을 내자 페르노리카코리아와 A 씨는 "명예퇴직 당시 소송을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항변했습니다.

명예퇴직합의서와 권리 포기 각서 등에 "직원은 회사와 그 임원…(중략)…이해관계가 있는 여타 당사자에 대하여, 회사와의 관계로부터 발생한 여하한 모든 청구권을 이에 포기하고 면제하며…(중략)…행정상 또는 사법상 어떤 형태의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문구가 있었단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과 청구권은 위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 씨 등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명예퇴직한 이유는 페르노리카코리아 등이 임페리얼 판권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권유했기 때문이고 이 소송과 무관하다"면서 "명예퇴직한 모든 근로자가 같은 내용의 서류에 서명했고 원고들에게 퇴직금 외에 어떤 명목으로도 다른 명예퇴직 근로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한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문언상 권리 포기 각서엔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단 취지의 문구만 있을 뿐 '기존에 계류 중인 소송'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기하는 의사였다면 진행 중인 이 사건을 특정해 기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일부 원고도 '퇴사에 대해서만 (권리를) 포기한다'고 답변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서도 인정했습니다.

"A 씨가 부하직원들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 언행은 상급자가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라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같은 행위가 회사의 업무집행시간, 공적인 회식 자리 중 이뤄져 객관적으로 회사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이상, A 씨를 고용한 사용자로서 회사 역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원고들에게 50만 원 내지 1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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