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여성 총리 탄생…세계 곳곳 ‘유스퀘이크’

입력 2019.12.12 (08:14) 수정 2019.12.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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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국제 정치무대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입니다.

1985년생, 올해 서른네 살의 여성입니다.

의회 승인을 받아 총리직에 공식 취임하면서 세계 최연소 현역 국가 정상이 됐습니다.

마린 총리의 유년 시절은 숱한 화제를 뿌립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가 동성과 결혼하면서 엄마가 둘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운 형편 탓에 15살 때부터 빵 포장 회사에서 일했고, 대학 시절엔 영업사원으로 뛰었습니다.

정치를 시작한 건 27살 때 시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입니다.

젊은 세대답게 유튜브를 통해 일약 정치 스타로 떠올라 지난 6월부터 교통부 장관을 맡아왔습니다.

자신의 출산과 육아 전 과정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는 신세대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취임 일성도 총리가 됐다고 SNS 계정을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산나 마린/핀란드 총리 : "(소셜미디어는) 제가 총리라 하더라도 역시 한 개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첫 내각 인선도 파격이었습니다.

장관 19명 중 12명이 여성, 특히 경제부, 교육부, 내무부 같은 주요 부처 장관을 모두 30대로 임명했습니다.

마린은 '30대', 그리고 '여성'이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는 언론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산나 마린/핀란드 총리 : "내 나이와 성별을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습니다. 정치에 입문했던 이유와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던 것들만 생각합니다."]

'30대 국가 최고 지도자' 우리에겐 깜짝 놀랄 '뉴스'였지만, 세계 곳곳에선 이런 젊은 지도자들의 돌풍이 거셉니다.

37세에 뉴질랜드 여성 총리에 오른 저신다 아던 총리 취임 8개월 만에 첫 딸 아로하를 낳고 6주간 출산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유엔 회의장에 입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올 3월 이슬람 사원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히잡을 쓰고 피해자 가족을 안아주며 포용의 리더십을 보였줬습니다.

요즘 뉴질랜드에서는 그녀의 이름과 마니아를 합친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란 말이 유행할 정도입니다.

기록상 역대 최연소로 총리직에 오른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전 총리입니다.

2017년 31살 나이에 총리가 됐죠,

최연소 기록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곤차룩 총리도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 8월 35살 나이로 총리에 임명됐습니다.

곤차룩을 총리로 임명한 사람도 41살인 젤렌스키 대통령인데, 이처럼 젊은 총리뿐만 아니라 젊은 대통령도 나오고 있죠.

우리가 잘 아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금은 40대지만, 취임 당시인 2017년에는 39살이었습니다.

[마크롱/대통령 취임 당시/39살 :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위협에 대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회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을 합친 '유스퀘이크(youthquake)'란 말이 요즘 자주 거론됩니다.

2017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유스퀘이크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유스퀘이크는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말은 아닙니다.

패션잡지 ‘보그’가 1960년대 처음 사용했습니다.

파격적인 비틀즈의 노래가 등장하며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했던 시절입니다.

당시의 유스퀘이크는 정치적 의미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의 의미가 컸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시기에 이 단어가 정치의 영역에서 다시 부상한 건, 낡고 부패한 기존 정치 체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산나 마린같은 젊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아직은 요원해 보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대는 아예 없었고, 30대는 3명, 1%에 불과했습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을 봐도 55.5살로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각 정당 대표들 나이는 각각 67세(이해찬), 62세(황교안), 72세(손학규)입니다.

물론 젊은 지도자들의 돌풍이 반드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선출 초기 젊다는 이유로 주목받았지만 1, 2년이 지난 뒤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갈립니다.

31살 총리를 기록한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올해 5월 의회의 불신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우크라이나의 41살 대통령 젤렌스키.

코미디언이자 배우 출신이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추진에 영향을 끼친 모니카 르윈스키에 빗대 ‘모니카 젤렌스키’라는 별명도 얻었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새로운 정치적 키워드가 된 유스퀘이크,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 더욱 의미 있는 단어일지 모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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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살 여성 총리 탄생…세계 곳곳 ‘유스퀘이크’
    • 입력 2019-12-12 08:17:33
    • 수정2019-12-12 09:07:11
    아침뉴스타임
요 며칠 국제 정치무대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입니다.

1985년생, 올해 서른네 살의 여성입니다.

의회 승인을 받아 총리직에 공식 취임하면서 세계 최연소 현역 국가 정상이 됐습니다.

마린 총리의 유년 시절은 숱한 화제를 뿌립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가 동성과 결혼하면서 엄마가 둘인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운 형편 탓에 15살 때부터 빵 포장 회사에서 일했고, 대학 시절엔 영업사원으로 뛰었습니다.

정치를 시작한 건 27살 때 시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입니다.

젊은 세대답게 유튜브를 통해 일약 정치 스타로 떠올라 지난 6월부터 교통부 장관을 맡아왔습니다.

자신의 출산과 육아 전 과정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는 신세대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취임 일성도 총리가 됐다고 SNS 계정을 포기할 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산나 마린/핀란드 총리 : "(소셜미디어는) 제가 총리라 하더라도 역시 한 개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첫 내각 인선도 파격이었습니다.

장관 19명 중 12명이 여성, 특히 경제부, 교육부, 내무부 같은 주요 부처 장관을 모두 30대로 임명했습니다.

마린은 '30대', 그리고 '여성'이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하는 언론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산나 마린/핀란드 총리 : "내 나이와 성별을 생각해본 적이 결코 없습니다. 정치에 입문했던 이유와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던 것들만 생각합니다."]

'30대 국가 최고 지도자' 우리에겐 깜짝 놀랄 '뉴스'였지만, 세계 곳곳에선 이런 젊은 지도자들의 돌풍이 거셉니다.

37세에 뉴질랜드 여성 총리에 오른 저신다 아던 총리 취임 8개월 만에 첫 딸 아로하를 낳고 6주간 출산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유엔 회의장에 입장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올 3월 이슬람 사원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히잡을 쓰고 피해자 가족을 안아주며 포용의 리더십을 보였줬습니다.

요즘 뉴질랜드에서는 그녀의 이름과 마니아를 합친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란 말이 유행할 정도입니다.

기록상 역대 최연소로 총리직에 오른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전 총리입니다.

2017년 31살 나이에 총리가 됐죠,

최연소 기록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의 곤차룩 총리도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 8월 35살 나이로 총리에 임명됐습니다.

곤차룩을 총리로 임명한 사람도 41살인 젤렌스키 대통령인데, 이처럼 젊은 총리뿐만 아니라 젊은 대통령도 나오고 있죠.

우리가 잘 아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금은 40대지만, 취임 당시인 2017년에는 39살이었습니다.

[마크롱/대통령 취임 당시/39살 :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큰 위협에 대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회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을 합친 '유스퀘이크(youthquake)'란 말이 요즘 자주 거론됩니다.

2017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유스퀘이크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유스퀘이크는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말은 아닙니다.

패션잡지 ‘보그’가 1960년대 처음 사용했습니다.

파격적인 비틀즈의 노래가 등장하며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했던 시절입니다.

당시의 유스퀘이크는 정치적 의미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의 의미가 컸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시기에 이 단어가 정치의 영역에서 다시 부상한 건, 낡고 부패한 기존 정치 체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산나 마린같은 젊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아직은 요원해 보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0대는 아예 없었고, 30대는 3명, 1%에 불과했습니다.

국회의원 평균 연령을 봐도 55.5살로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각 정당 대표들 나이는 각각 67세(이해찬), 62세(황교안), 72세(손학규)입니다.

물론 젊은 지도자들의 돌풍이 반드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선출 초기 젊다는 이유로 주목받았지만 1, 2년이 지난 뒤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갈립니다.

31살 총리를 기록한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올해 5월 의회의 불신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우크라이나의 41살 대통령 젤렌스키.

코미디언이자 배우 출신이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추진에 영향을 끼친 모니카 르윈스키에 빗대 ‘모니카 젤렌스키’라는 별명도 얻었다.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새로운 정치적 키워드가 된 유스퀘이크,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 더욱 의미 있는 단어일지 모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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