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으로 복잡한’ 도쿄올림픽 야구 방식, 왜?

입력 2019.12.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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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농구-배구 도쿄 올림픽 남녀 대전 방식 동일

도쿄 올림픽 남녀 구기 종목은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농구와 배구 같은 종목은 남녀 모두 출전 국가 숫자가 같은 데다, 조별 라운드를 거쳐 8강과 4강, 결승전을 치르는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열리게 된다. 남녀 저변에 다소 차이가 있는 축구의 경우는 남자는 16팀, 여자는 12팀이 나선다는 것이 다르지만, 금메달을 향한 방식은 같다.

그런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라는 단일 조직 아래에 있는 남자 야구와 여자 소프트볼의 경우는 같은 6개 국가가 출전하지만, 경기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개최국 일본이 좀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쿄 올림픽 야구-복잡한 패자 부활전 방식 도입

도쿄 올림픽 남자 야구는 어쩌면 국제야구대회와 역대 올림픽의 다른 종목을 통틀어 가장 복잡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출전국 6팀이 A-B 2개 조로 나뉘어 1차 예선을 치르는데, 최하위인 조 3위가 되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로 사용하는 패자 부활전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인데, 조별 리그에서 상위 2팀 안에 들지 못하면 탈락하는 WBC와는 달리, 조별리그는 우승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순위를 가리기 위한 경기에 불과하다.


위의 표를 보면 4번에 해당하는 팀은 결승에 진출한다. A조와 B조 1위 팀이 대결해서 이기는 팀과 조 2위와 3위의 맞대결에서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팀이 대결해 결승 진출을 가리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탈락한 팀들은 또다시 복잡한 방식을 거친 뒤, 표 6번의 승자가 결승에 합류한다. 표 4번을 통해 결승에 진출하는 팀보다 표 6을 통해 결승에 진출하는 팀은 최대 3번의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방식이다.

예전 올림픽 야구 방식에서 전격 변경, 일본에 유리한 방식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총 8개 팀이 풀리그를 통해 4강을 가린 뒤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준결승전을 치러 결승 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2020년 올림픽에서는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서 한번 패하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그 1위 팀과 리그 10위 팀이 3연전을 치르면 10위 팀이 1승 2패를 거둘 수 있는 야구의 특성상, 토너먼트에서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본은 풀리그에서 6승 1패,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지만, 4강에서 옥스프링이 호투한 호주에게 밀리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험도 있다.

도쿄 올림픽 야구 같은 경우는 객관적인 실력이 뛰어난 팀의 경우, 2번의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결승에 진출할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 개최국이자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앞선 일본을 위한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소프트볼-야구처럼 6개국 출전하지만 대회 방식은 달라

야구처럼 똑같이 6팀이 출전하는 여자 소프트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은 반대의 의미로 일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볼은 6팀이 풀리그를 거쳐 상위 1-2위 팀이 결승전, 3~4위 팀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자 소프트볼은 상위 2팀과 다른 나라의 수준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는 종목이다.

여자 소트프볼-미국 일본의 양강 체제 고착

실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7번의 소프트볼 세계선수권 결승전은 모두 미국과 일본의 대결로 진행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맞대결을 통해 미국이 5번, 일본이 2번의 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역시 객관적인 전력상 조 1, 2위가 유력한 미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토너먼트 탈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둘 이유가 별로 없다.

도쿄 올림픽 야구-3패 해도 금메달 가능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는 6승 1패를 거두고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2번을 지고도 4강에서 이겨 결승에 진출한 뒤, 결국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다.

이번 도쿄 올림픽 일정은 다분히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떠올리게 한다. 도쿄 올림픽 야구는 이론적으로 3패를 한 팀과 무패 팀이 결승에서 만날 수 있는데, 3패 팀이 금메달을 따는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 일정 외에도 일본은 도쿄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올림픽에 프로와 아마추어 혼성팀을 2004년과 2008년 올림픽에 프로 최정예를 파견해 금메달을 노렸지만, 2004년에는 호주, 2008년에는 우리나라에 패하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일본 사상 첫 올림픽 야구 금메달 위해 경기 방식 변경

올림픽에 일시적으로 부활한 야구는 어쩌면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단 한 번도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일본으로서는 이상한 경기 일정이란 비판을 받더라도,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 방식을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구공은 둥글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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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적으로 복잡한’ 도쿄올림픽 야구 방식, 왜?
    • 입력 2019-12-12 14:53:04
    스포츠K
축구-농구-배구 도쿄 올림픽 남녀 대전 방식 동일

도쿄 올림픽 남녀 구기 종목은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농구와 배구 같은 종목은 남녀 모두 출전 국가 숫자가 같은 데다, 조별 라운드를 거쳐 8강과 4강, 결승전을 치르는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열리게 된다. 남녀 저변에 다소 차이가 있는 축구의 경우는 남자는 16팀, 여자는 12팀이 나선다는 것이 다르지만, 금메달을 향한 방식은 같다.

그런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라는 단일 조직 아래에 있는 남자 야구와 여자 소프트볼의 경우는 같은 6개 국가가 출전하지만, 경기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개최국 일본이 좀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쿄 올림픽 야구-복잡한 패자 부활전 방식 도입

도쿄 올림픽 남자 야구는 어쩌면 국제야구대회와 역대 올림픽의 다른 종목을 통틀어 가장 복잡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출전국 6팀이 A-B 2개 조로 나뉘어 1차 예선을 치르는데, 최하위인 조 3위가 되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로 사용하는 패자 부활전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인데, 조별 리그에서 상위 2팀 안에 들지 못하면 탈락하는 WBC와는 달리, 조별리그는 우승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순위를 가리기 위한 경기에 불과하다.


위의 표를 보면 4번에 해당하는 팀은 결승에 진출한다. A조와 B조 1위 팀이 대결해서 이기는 팀과 조 2위와 3위의 맞대결에서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팀이 대결해 결승 진출을 가리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탈락한 팀들은 또다시 복잡한 방식을 거친 뒤, 표 6번의 승자가 결승에 합류한다. 표 4번을 통해 결승에 진출하는 팀보다 표 6을 통해 결승에 진출하는 팀은 최대 3번의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방식이다.

예전 올림픽 야구 방식에서 전격 변경, 일본에 유리한 방식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총 8개 팀이 풀리그를 통해 4강을 가린 뒤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준결승전을 치러 결승 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2020년 올림픽에서는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서 한번 패하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그 1위 팀과 리그 10위 팀이 3연전을 치르면 10위 팀이 1승 2패를 거둘 수 있는 야구의 특성상, 토너먼트에서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본은 풀리그에서 6승 1패,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지만, 4강에서 옥스프링이 호투한 호주에게 밀리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험도 있다.

도쿄 올림픽 야구 같은 경우는 객관적인 실력이 뛰어난 팀의 경우, 2번의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결승에 진출할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 개최국이자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앞선 일본을 위한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소프트볼-야구처럼 6개국 출전하지만 대회 방식은 달라

야구처럼 똑같이 6팀이 출전하는 여자 소프트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은 반대의 의미로 일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볼은 6팀이 풀리그를 거쳐 상위 1-2위 팀이 결승전, 3~4위 팀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자 소프트볼은 상위 2팀과 다른 나라의 수준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는 종목이다.

여자 소트프볼-미국 일본의 양강 체제 고착

실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7번의 소프트볼 세계선수권 결승전은 모두 미국과 일본의 대결로 진행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맞대결을 통해 미국이 5번, 일본이 2번의 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역시 객관적인 전력상 조 1, 2위가 유력한 미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토너먼트 탈락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둘 이유가 별로 없다.

도쿄 올림픽 야구-3패 해도 금메달 가능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는 6승 1패를 거두고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2번을 지고도 4강에서 이겨 결승에 진출한 뒤, 결국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다.

이번 도쿄 올림픽 일정은 다분히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떠올리게 한다. 도쿄 올림픽 야구는 이론적으로 3패를 한 팀과 무패 팀이 결승에서 만날 수 있는데, 3패 팀이 금메달을 따는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 일정 외에도 일본은 도쿄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올림픽에 프로와 아마추어 혼성팀을 2004년과 2008년 올림픽에 프로 최정예를 파견해 금메달을 노렸지만, 2004년에는 호주, 2008년에는 우리나라에 패하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일본 사상 첫 올림픽 야구 금메달 위해 경기 방식 변경

올림픽에 일시적으로 부활한 야구는 어쩌면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단 한 번도 올림픽 야구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일본으로서는 이상한 경기 일정이란 비판을 받더라도,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 방식을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구공은 둥글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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