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이인영은 왜 황교안을 저격하나?

입력 2019.12.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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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요즘 발언, 심상치 않습니다.

12일 당 정책회의에서는 최근 경색 국면이 황 대표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국회 문을 닫아걸고, 아스팔트로 뛰쳐나가 삭발을 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또 11월 미국 방문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의 협상 가능성을 걷어찬 것도 황 대표라고 했습니다.

나 전 원내대표와 원내 협상 궁합이 그리 잘 맞지도 않았는데, 나 전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황 대표의 독단적인 정치 행위 탓이라는 겁니다.

이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이토록 저격하는 이유는 뭘까요?

1987년 당시 전대협 의장이었던 이인영 원내대표의 모습(왼쪽)1987년 당시 전대협 의장이었던 이인영 원내대표의 모습(왼쪽)

이인영을 원내대표로 만든 사람, 황교안

알려진 대로, 이인영 원내대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입니다. 대표적인 86 운동권 출신이죠. 더 많이 알려진 대로, 황교안 대표는 80년대 대표적인 공안 검사 출신입니다. 두 사람, 살아온 길부터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인영 의원을 원대대표 자리까지 오르게 한 사람, 바로 황교안 대표입니다. 지난 4월 원내대표 출마 선언에서, 이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배경이 황 대표라고 밝혔는데요. 이 의원을 자극했다는 황 대표의 발언들 이렇습니다.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
- 지난 1월,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공식 선언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세력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입니다." -지난 3월, 황교안 페이스북

이에, 개인적으로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 의원은 '황교안' 삼행시로 답했습니다.

"황당하다, 교활하다, 안하무인이다" -지난 1월, 이인영 페이스북

또 정치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한국당의 극우 정치에 맞서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는데요. 황 대표를 생각하며 이를 악문 덕분일까요. 당내 비주류로,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었는데도 원내대표는 이 의원 차지가 됐습니다.

거침없는 발언 릴레이 "황교안에게 묻겠다"

정치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뒤부터는 다음과 같이 황 대표를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황교안 대표에게 묻겠다. 말씀하시는 정의는 무엇이냐? 민생이냐, 대권론이냐, 국회 정상화냐, 의회주의 파탄이냐? 답해주길 바란다"

"억취소악(憶吹簫樂)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아는 대로 자기 생각대로만 추측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공포정치와 탄압에 맞선다고 하고 있다. 과거 공안탄압이 어떠했었는지를 황교안 대표에게 한 번 물어보시기 바란다."

"추경 지연, '백태클 팀킬'에 국회 '빌런', 거기다 색깔 산성을 쌓는 한국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황 대표는 자칫 일본 정부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길 정중하게 요청한다."


4월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국회 파행의 책임이 황 대표의 장외투쟁 탓이라 했고, 강효상 의원의 외교기밀 유출 사건을 비판하면서, 황 대표의 공안 검사 이력을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또 친일 논란이 한창일 때도 어김없이 황 대표를 중심에 세웠습니다. 박찬주 전 대장 인재영입 문제, 전광훈 목사와의 광화문 집회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어느 때보다 황 대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출마 선언에서 말했던 한국당의 극우 정치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겠죠. 이 원내대표는 또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대권 플랜'을 위한 것으로 보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99년 당시 공안 검사였던 황교안 대표 모습 (왼쪽)1999년 당시 공안 검사였던 황교안 대표 모습 (왼쪽)

패스트트랙 좌초, 더는 못 참아!?

여야 간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협상이 좌초하면서부터는 황 대표를 향한 발언 수위가 더 세졌는데요. 이 원내대표 측은 황 대표로 인해 협상의 여지가 가로막힌 적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11월) 3당 원내대표의 미국 방문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방미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애써 화를 누르며, 황 대표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패스트트랙 협상의 중대 난관은 황 대표의 단식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간 협상을 절벽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 여지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하면서, 장시간 단식하는 분에 대한 다른 언급은 삼가겠다고 했습니다.

방미 당시,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셋만 가는 만큼,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는데요. 황 대표가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나 원내대표가 조기 귀국하는 바람에 협상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겁니다. 여기에, 좋든 싫든 협상 파트너였던 나 원내대표가 사실상 황 대표에 의해 경질된 것도 협상에는 난관이 됐습니다. 이 원내대표로서는 황 대표가 곱게 보일 리 없을 겁니다.

그런데 원내 협상 불만의 화살이 황 대표를 향한 건, 나 원내대표가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직접 협상해야 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협상 상대를 겨냥해 비난한 뒤에 어떻게 얼굴 보고 마주 앉을 수 있겠냐는 겁니다. 나 원내대표한테 못하니까 황 대표를 공격한 측면도 있다고 이 원내대표 측은 설명했습니다.

또 평소 황 대표가 법안 협상은 내 소관이 아니라며, 원내지도부에 맡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상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이 원내대표 측은 말했습니다. 더욱이 황 대표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경쟁 관계를 끝내고 당의 헤게모니를 가져온 뒤, 한국당이 더 강경 기조가 됐다고 보고 있었는데요. 결국, 패스트트랙 정국을 끝내기 위해선, 현재 당권을 장악한 황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 페이스북에서 "선거법 등 3법 패스트트랙 추진은 오직 그들의(80년대 운동권 출신) 생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어둠의 야합일 뿐"이라고 했던 황교안 대표.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이 극우로 갈 때 신속하게 중원을 장악하겠다"고 했던 이인영 원내대표.

이 만큼이나 간극이 큰 두 사람인데요.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나는 순간, 이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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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이인영은 왜 황교안을 저격하나?
    • 입력 2019-12-13 08:05:32
    여심야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요즘 발언, 심상치 않습니다.

12일 당 정책회의에서는 최근 경색 국면이 황 대표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국회 문을 닫아걸고, 아스팔트로 뛰쳐나가 삭발을 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또 11월 미국 방문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의 협상 가능성을 걷어찬 것도 황 대표라고 했습니다.

나 전 원내대표와 원내 협상 궁합이 그리 잘 맞지도 않았는데, 나 전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황 대표의 독단적인 정치 행위 탓이라는 겁니다.

이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이토록 저격하는 이유는 뭘까요?

1987년 당시 전대협 의장이었던 이인영 원내대표의 모습(왼쪽)
이인영을 원내대표로 만든 사람, 황교안

알려진 대로, 이인영 원내대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입니다. 대표적인 86 운동권 출신이죠. 더 많이 알려진 대로, 황교안 대표는 80년대 대표적인 공안 검사 출신입니다. 두 사람, 살아온 길부터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인영 의원을 원대대표 자리까지 오르게 한 사람, 바로 황교안 대표입니다. 지난 4월 원내대표 출마 선언에서, 이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배경이 황 대표라고 밝혔는데요. 이 의원을 자극했다는 황 대표의 발언들 이렇습니다.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
- 지난 1월,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공식 선언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세력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입니다." -지난 3월, 황교안 페이스북

이에, 개인적으로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 의원은 '황교안' 삼행시로 답했습니다.

"황당하다, 교활하다, 안하무인이다" -지난 1월, 이인영 페이스북

또 정치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한국당의 극우 정치에 맞서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는데요. 황 대표를 생각하며 이를 악문 덕분일까요. 당내 비주류로,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었는데도 원내대표는 이 의원 차지가 됐습니다.

거침없는 발언 릴레이 "황교안에게 묻겠다"

정치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뒤부터는 다음과 같이 황 대표를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황교안 대표에게 묻겠다. 말씀하시는 정의는 무엇이냐? 민생이냐, 대권론이냐, 국회 정상화냐, 의회주의 파탄이냐? 답해주길 바란다"

"억취소악(憶吹簫樂)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아는 대로 자기 생각대로만 추측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공포정치와 탄압에 맞선다고 하고 있다. 과거 공안탄압이 어떠했었는지를 황교안 대표에게 한 번 물어보시기 바란다."

"추경 지연, '백태클 팀킬'에 국회 '빌런', 거기다 색깔 산성을 쌓는 한국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황 대표는 자칫 일본 정부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과 행동을 자제하길 정중하게 요청한다."


4월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국회 파행의 책임이 황 대표의 장외투쟁 탓이라 했고, 강효상 의원의 외교기밀 유출 사건을 비판하면서, 황 대표의 공안 검사 이력을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또 친일 논란이 한창일 때도 어김없이 황 대표를 중심에 세웠습니다. 박찬주 전 대장 인재영입 문제, 전광훈 목사와의 광화문 집회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어느 때보다 황 대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출마 선언에서 말했던 한국당의 극우 정치에 맞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겠죠. 이 원내대표는 또 황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대권 플랜'을 위한 것으로 보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99년 당시 공안 검사였던 황교안 대표 모습 (왼쪽)
패스트트랙 좌초, 더는 못 참아!?

여야 간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협상이 좌초하면서부터는 황 대표를 향한 발언 수위가 더 세졌는데요. 이 원내대표 측은 황 대표로 인해 협상의 여지가 가로막힌 적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11월) 3당 원내대표의 미국 방문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방미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애써 화를 누르며, 황 대표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패스트트랙 협상의 중대 난관은 황 대표의 단식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간 협상을 절벽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 여지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하면서, 장시간 단식하는 분에 대한 다른 언급은 삼가겠다고 했습니다.

방미 당시,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셋만 가는 만큼,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는데요. 황 대표가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나 원내대표가 조기 귀국하는 바람에 협상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겁니다. 여기에, 좋든 싫든 협상 파트너였던 나 원내대표가 사실상 황 대표에 의해 경질된 것도 협상에는 난관이 됐습니다. 이 원내대표로서는 황 대표가 곱게 보일 리 없을 겁니다.

그런데 원내 협상 불만의 화살이 황 대표를 향한 건, 나 원내대표가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직접 협상해야 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협상 상대를 겨냥해 비난한 뒤에 어떻게 얼굴 보고 마주 앉을 수 있겠냐는 겁니다. 나 원내대표한테 못하니까 황 대표를 공격한 측면도 있다고 이 원내대표 측은 설명했습니다.

또 평소 황 대표가 법안 협상은 내 소관이 아니라며, 원내지도부에 맡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상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이 원내대표 측은 말했습니다. 더욱이 황 대표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경쟁 관계를 끝내고 당의 헤게모니를 가져온 뒤, 한국당이 더 강경 기조가 됐다고 보고 있었는데요. 결국, 패스트트랙 정국을 끝내기 위해선, 현재 당권을 장악한 황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 페이스북에서 "선거법 등 3법 패스트트랙 추진은 오직 그들의(80년대 운동권 출신) 생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어둠의 야합일 뿐"이라고 했던 황교안 대표.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이 극우로 갈 때 신속하게 중원을 장악하겠다"고 했던 이인영 원내대표.

이 만큼이나 간극이 큰 두 사람인데요.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나는 순간, 이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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