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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수술①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턱에다 칼질을…”
입력 2019.12.14 (10:01) 수정 2019.12.14 (11:48) 탐사K
유령수술①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턱에다 칼질을…”
원장님! 원장님! 말씀 좀 해주세요

그 성형외과의 수술실에는 환자를 진찰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있었다. 마취 상태의 환자들은 이를 알 수 없었다. 환자들은 나를 진찰했던 의사, 직접 수술을 약속했던 의사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깨졌다.

광고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탄 의사나 대표 원장은 자신이 수술할 것처럼 상담을 진행한다. 수술실에선 환자가 잠든 사이 전혀 모르는 의사로 바꿔치기 된다. 이른바 유령수술이다. (GHOST SURGERY :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행하는 대리 외과 의사의 수술)

KBS 탐사보도부가 만난 유령 수술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2012년 12월 서울 강남 000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김모 씨는 "그 의사한테 내 몸을 맡겼는데 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턱에다가 가위질을 하고 칼질을 하고..."라며 분노했다. 김 씨는 유령수술이 세상에 드러난 2014년 이후 본인이 유령수술의 피해자임을 알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유령 수술 피해자라는 사실을 연락받고 나서이다.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이 만난 유령수술 피해자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수술 부작용을 지닌 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유령수술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 방도는 없었다, 마취 상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누가 자신을 수술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신이 유령수술의 피해자 명단에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통보받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도 끝까지 자신이 왜 수술 부작용에 시달리는지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인구대비 성형수술 1위. 성형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유령수술이 알려진 건 5년 전, 2014년이다.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던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수능을 마친 18살 여고생이 눈과 코 성형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여고생의 친구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단순 의료 사고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은 이렇게 여고생의 친구들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먼저 대한 성형외과의사회가 조사를 벌였다. 당시 성형외과 의사회 법제이사였던 김선웅 성형외과 전문의는 조사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눈과 코 수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고 둘째 당시 유령수술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는데 이 병원이 그 소문의 중심에 서 있던 병원이었다"

성형외과의사회의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사망사고를 조용히 덮기 위한 병원 측의 상식 밖 대처, 환자 상담을 위해 수술 환자를 방치한 정황, 그리고 유령수술이었다.

이어 움직인 건 경찰이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수사를 벌였다. 사건이 알려진 뒤 2년 뒤 2016년 해당 병원의 대표 원장은 기소됐다. 사기와 의료법 위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였다.

그리고 지금 대표 원장이던 유 모 씨를 상대로 33명의 환자가 유령수술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 중이다. 유령수술을 다루는 국내 첫 형사소송이다.

그 성형외과 수술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수술 부작용은 심각했다. 김 모 씨는 아랫입술 이하의 감각을 잃었다. 김 씨는 이 느낌을 치과에서 마취한 뒤의 얼얼한 기분, 내 살 같지 않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가 화상을 입어도 모를 정도였다. 김 씨를 진찰한 의사는 서울 강남의 대형 병원에서 안면윤곽수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이른바 스타 의사였다.

수술을 마친 뒤 그 의사가 병실에 찾아왔다. 수술이 잘 됐다며 원래 5mm만 자르려고 했는데 신경이 짧아서 그냥 3mm만 수술했다며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거짓말이었다. 다른 사람이 수술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였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회복실에 같은 시간대에 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유령수술이 뭔지도 몰랐고 그거를 TV로 확인을 했고 (경찰이) 내가 당사자라고 하니까 이게 뭐지? 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그 턱에다가 가위질을 하고 칼질을 하고 톱질을 했다는 게 너무 소름 돋고 무섭더라고요."

취재진은 전 000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남긴 제보를 입수했다. 2014년 코와 눈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숨진 바로 그 병원이다. "겨울방학 극성수기 시즌에 제일 바쁘게 움직였던 날 수술 개수가 140개였어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여고생이 성형수술 받았던 2013년 12월 9일은 바로 성형 업계에서 말하는 극성수기. 지금 이맘때다. 그리고 2013년 12월 9일은 해당 성형외과가 지상 15층, 지하 6층 규모의 새 건물로 이전한 첫날이었다. 그녀는 이사 첫날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병원 측이 수술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났다. 여고생은 결국 숨졌고 병원은 유가족과 합의했다.

당시 여고생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어렵게 만났다. 유령수술은 아니었다. 여고생은 이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그에게 수술을 받았다. 집도의사의 수술 기록과 여고생이 뇌사에 빠진 뒤 병원장이 자필로 지시한 수술기록지를 입수했다. 두 기록지는 너무도 달랐다. 취재진이 집중한 건 수술이 시작되고 1시간 정도가 지난 6시 즈음이다.


6시 20분, 눈 수술을 마친 집도의는 코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실을 떠났다고 했다. 다른 환자 2명을 상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면마취 상태에서 40분 동안 여고생은 홀로 있었다. 그러나 병원장이 지시한 수술 기록에는 이 40분의 상담 시간이 빠져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사고 후 병원장과 집도 의사의 대화를 담은 녹음 파일에도 이 같은 수상한 대목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먼저 병원장은 합의금 얘기부터 꺼냈다.

병원장 : 합의 얘기를 우리가 먼저 안 꺼내고 끝까지 버텨. 키는 그거야. 저쪽에서 이제 포기를 하고 합의를 보자고 해. 그러니까 선생님이랑 나랑 약간 핑퐁 질이 필요해. 내 경험상으로는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결국은 환자가 지쳐서 어느 정도 선에서 끝내겠다는 얘기를 환자가 먼저 뱉는다고. 보호자 쪽에서 그런 식으로 가야지 금액이 떨어지지.

집도의 :그런데 보호자 쪽에서 저를 보려고 안 해요.

병원장 : 근데 병원에서 X을 까잖아. 왜 우리한테 XX이세요로 가면 보호자는 다른 방법이 없잖아. 블라인드(실명)도 있었고 익어서 파이어(사망) 한 거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병원에서 해결을 했어.


녹음 파일에는 기록지 조작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고스란히 담겼다.

병원장 : 10시 한 20분경이라고 해. 깨우기 시작한 걸로. 그리고 나서 일어난 것처럼... 1시간 내에 일어난 것처럼... 상담한 거는 빼야 되잖아. 상담...

집도의 : 네


집도하고 있는 의사도 병원장이 지시하면 나와서 다른 사람을 다시 수술대로 유인하는 역할, 그걸 해야 하는 그 시스템을 감추고 싶었던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취재진은 해당 병원의 신사옥 수술실 도면을 입수했다. 대부분 수술실에 두 개의 수술대가 설치돼 있었다. 취재진이 입수한 2014년 수술실 촬영 영상에서도 도면대로 수술대 2개가 놓여있다. 두 수술대 사이는 이동용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었다. 의료법은 수술실 내 감염 등을 우려해 한 수술실 2개의 수술대를 금지한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막 수술을 마친듯한 환자가 누워있고 바로 옆 수술대에서는 누군가가 수술에 한창인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2016년 병원장이 기소되기는 했지만, 경찰 수사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한광규 팀장은 "사망사고가 났던 그런 병원들이라든지 이런 데는 고의로 의료기록들을 다 폐기시켰습니다. 저희가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 의료기록지라든지 이런 것들이 없었고, 누가 수술했는지 조차도 확인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많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기록은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취재진은 해당 성형외과에서 행정 직원으로 일했던 김 모 씨를 접촉했다. 김 씨는 당시 병원에서 대량의 기록 파쇄가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5대 정도의 파쇄기를 새로 구입했고 15층 병원장 방에서 몇 달간 파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파쇄 후에는 진료기록부를 요구하는 일부 환자들에게 도리어 병원에서 언제 누구에게 무슨 수술을 받았느냐를 묻고 새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줬다며 파쇄는 경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실제 피해자들도 진료기록을 요구했을 때 받을 수 없었다. 2011년 7월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이 모 씨는 유령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증거로 삼기 위해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기록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한다.

2013년 양악수술을 받은 김 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환자단체연합회 측의 도움을 받아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폐기했다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취재진은 이 병원의 수술 일정표 일부를 입수했다. 한 마디로 의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과연 이런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지 곳곳에서 의심이 들 정도였다. 2014년 1월 11일 오전 10시 각각 4시간, 3시간, 2시간이 걸리는 3명의 환자 수술을 임 모 원장이 집도한다.

임 원장은 오후 2시까지 수술이 없어야 하지만 12시에도 2시간짜리 수술이 또 잡혀있다. 1월28일 역시 임 원장은 12시와 오후 7시에도 동시에 2명씩 수술을 진행한다.

다른 의사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10시 의사 윤 모 원장은 각각 3시간과 1시간이 걸리는 2명의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

김선웅 원장은 이 수술일정표에 대해 간단히 답했다. "유령수술 하고 있다는 걸 그냥 말하는 거예요. 수술을 하는 중간에 조금 하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자기는 또 다른 수술 하러 가겠다. 지금 그 얘기거든요."


이 병원에서 월급의사, 즉 봉직의 간에 맺는 근로계약서에는 유령수술과 관련된 조항이 그대로 명시돼 있었다. 성과급 지급규정이다. 성과급에서 상담도 하고 수술도 직접 하면 5%, 고객(환자)이 집도의로 알고 있으나 실제 수술하지 않은 경우, 즉 상담만 하고 수술은 하지 않으면 3%, 수술만 한 의사에게는 2%다.

급여명세서도 기븐(GIVEN)-즉 상담한 수술을 넘긴 경우와 테이큰(TAKEN)-유령수술을 했을 때의 성과급 항목이 나누어져 있었다.

내부고발자도 나왔다. 사고 1년 전까지 해당 병원에서 월급제로 일하던 봉직의사 배 모 씨.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제가 진찰했던 모든 턱광대뼈축소수술 환자들은 같은 병원 치과의사가 했습니다."라고 폭로한 것이다. 그는 유령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배 씨 등 2명의 의사가 14개월 동안 진찰은 했으나, 직접 수술하지 않은 유령수술 피해자는 드러난 것만 185명이었다.

당시 해당 성형외과에는 대표원장 포함, 18명 정도의 의사가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양악은 치과의사가, 코 수술은 이비인후과 의사가, 지방흡입수술은 산부인과 의사가 대리수술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타과 의사가 비교적 싼 가격을 받고 굳이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유령 수술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전 대한성형외과 의사회 회장 차상면 원장은 "실습이죠. 수술을 해볼 수 있잖아요. 자기가 혼자 개업을 해봐요. 환자 오지 않잖아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가질 수가 없는 거잖아요. 타과 전문의인데 자기가 성형외과 간판을 걸어놓고 성형을 한다, 그러면 환자가 올까요? 안 오죠. 유령수술 들어가면 뭐 환자는 무궁무진하게 많잖아요. 그러면 많은 환자로 수술을 해볼 수 있잖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는 환자가 실습대상이었다는 말이다.

수술실의 공범들


유령수술은 밝히기 힘들다. 의료사고의 많은 부분이 병원과 환자와의 합의로 묻히는데 가장 상업적인 의료 분야인 성형외과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의료 사고가 합의로 마무리된다.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유령 수술은 특히 그렇다. 수술실 안의 공범들, 마취된 환자를 사이에 둔 그들은 공범이 되거나 아니면 수술실을 떠나야 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2014년 당시 성형외과 의사회 상임이사였던 권영대 원장은 "전문가들이 수술방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인지하기가 어려워요.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증거가 이미 인멸이 돼 있고, 조직적으로 범죄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다 입을 다물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유령수술' 국내 첫 형사재판...사기 VS 상해

2014년 당시 봉직의사 배 씨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유령수술 피해자 185명. 수사과정에서 이 중 33명이 병원을 상대로 한 형사소송에 참여했다. 2016년 4월 해당 성형외과의 병원장이 유일하게 기소됐다. 사기. 의료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였다.

기소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바로 유령수술을 상해로 볼 것인가 사기로 볼 것인가의 문제였다. 피해자들은 상해죄 적용을 원했다.

유령 수술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이광민 변호사는 "환자에게는 자기 신체에 관한 결정권이 있지 않습니까? 환자에 관한 자기 신체결정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신체를 침해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거는 상해 행위로 신체범죄 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반드시 다시 검찰에서 추가 조사를 해서 상해죄로 기소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외국의 사례를 찾았다. 대부분 국가에서 별다른 조항이 없었다. 유령수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동의받지 않은 수술로 문제가 됐던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찾았다. 오스트리아는 환자 동의 없는 이른바 전단적 치료에 대한 처벌조항을 별도로 마련해 두었다. 한마디로 치료 결과가 좋더라도 동의받지 않았다면 처벌된다는 것이다. 독일은 유령수술의 경우 그대로 상해죄가 적용된다. 별다른 조항도 없다.

의료전문 변호사 박호균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것을 상해로 보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환자의 승낙, 의사, 동의 이런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체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적인 인권. 그래서 그 부분이 존중되지 않는 거에 대해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제재가 없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죠"라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유 모 원장에 대한 형사소송은 4년째 1심 재판 중이다. 이런 가운데 2017년 유령수술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2013년 9월 17일 턱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았던 김모 씨다. 자신이 유령수술 피해자란 사실을 몰랐던 그녀는 지난 6년 동안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수술비의 서너 배에 달하는 재건 치료비가 들 것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김 씨는 병원장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판결문은 '마치 자신이 직접 수술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게 하였고 실제 윤곽수술은 원고가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성명불상자가 하였으며....아울러 원고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적시했다. 유령 수술이 '신체에 대한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부분은 국내에서 처음 나온 법원 판단이라 그 의미가 컸다.

하지만 병원장은 공탁금을 걸고 항소한 상황이다. 물론 합법적이다. 덕분에 6년 만에 이뤄낸 승소는 미뤄졌다. 손해배상도 미뤄졌고 피해자들의 치료도 미뤄졌다.

이광민 변호사는 "민사 지금 1심 가지고도 3~4년 4~5년씩 이렇게 하고 1심 판결문을 받아도 전혀 집행할 수 없게끔 법상 보장돼 있는 그런 수단을 이용해서 다 묶어버리니까 지금 피해자들은 1심 판결을 받아도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금 방치돼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12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령수술에 대한 공판이 있었다. 2016년 4월부터 시작돼 7번의 기일 변경을 빼고도 벌써 20번째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관계자들은 하나둘 지쳐갔다.

당시 해당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했던 노 모 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다 변할 줄 알았어요. '저 병원 망한다, 이슈화됐으니까, 이걸로 뭔가 처벌이 됐든 뭐가 됐든 이게 좀 되겠다' 생각했는데 1심만 지금 3년 넘게 끌고 있는데. 다들 그런 거죠. '야, 봐라. 돈으로 다 해결하고 저 큰 병원이 뭐 그런 걸로 끄떡하겠냐. 괜히 힘없는 사람들만 당한다.'" 냉소적이었다.

실제 당시 증인으로까지 나섰던 이들은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12일 법정에는 유 모 씨와 그의 변호인단만이 출석했다. 변호인 측은 환자가 마취된 상태여서 누가 수술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유령수술 자체를 부인했다. 그리고 33인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세울 것을 재판부에 새롭게 요청했다. 재판은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이 또 커졌다.

유령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유령수술을 한 의사들의 시간과 유령수술을 받은 피해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다. 몇몇 의사는 새로운 병원이름, 새로운 전문분야로 이미지를 세탁했다.

피해자 이 모 씨는 "치료도 막상 해야 하고. 해주시겠다는 의사가 없어요, 너무 많이 망가뜨려 놔서, 복구가 지금 사실은 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령수술을 하던 젊은 의사는 어엿한 성형외과 대표원장이 됐다.

피해자 최 모 씨는 "사건이 8년이 다가오지만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라며 원통해 했다.

유령수술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병원장은 재판 중에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문가 역할을 했다.

피해자 김 모 씨는 "이 사람들이 버젓이 성형외과를 아직도 차리고 하고 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벌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힘들고 무서워요, 사회가."라며 몸서리쳤다.

<시사기획 창>
유령수술- 누가 나를 수술했나
12월 14일(토) 저녁 8시 5분 KBS 1TV
  • 유령수술①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턱에다 칼질을…”
    • 입력 2019.12.14 (10:01)
    • 수정 2019.12.14 (11:48)
    탐사K
유령수술①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턱에다 칼질을…”
원장님! 원장님! 말씀 좀 해주세요

그 성형외과의 수술실에는 환자를 진찰했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있었다. 마취 상태의 환자들은 이를 알 수 없었다. 환자들은 나를 진찰했던 의사, 직접 수술을 약속했던 의사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깨졌다.

광고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탄 의사나 대표 원장은 자신이 수술할 것처럼 상담을 진행한다. 수술실에선 환자가 잠든 사이 전혀 모르는 의사로 바꿔치기 된다. 이른바 유령수술이다. (GHOST SURGERY :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행하는 대리 외과 의사의 수술)

KBS 탐사보도부가 만난 유령 수술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2012년 12월 서울 강남 000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김모 씨는 "그 의사한테 내 몸을 맡겼는데 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턱에다가 가위질을 하고 칼질을 하고..."라며 분노했다. 김 씨는 유령수술이 세상에 드러난 2014년 이후 본인이 유령수술의 피해자임을 알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유령 수술 피해자라는 사실을 연락받고 나서이다.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이 만난 유령수술 피해자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수술 부작용을 지닌 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유령수술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 방도는 없었다, 마취 상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누가 자신을 수술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신이 유령수술의 피해자 명단에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통보받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도 끝까지 자신이 왜 수술 부작용에 시달리는지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인구대비 성형수술 1위. 성형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유령수술이 알려진 건 5년 전, 2014년이다.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던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수능을 마친 18살 여고생이 눈과 코 성형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여고생의 친구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단순 의료 사고로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은 이렇게 여고생의 친구들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먼저 대한 성형외과의사회가 조사를 벌였다. 당시 성형외과 의사회 법제이사였던 김선웅 성형외과 전문의는 조사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눈과 코 수술을 받던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고 둘째 당시 유령수술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는데 이 병원이 그 소문의 중심에 서 있던 병원이었다"

성형외과의사회의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사망사고를 조용히 덮기 위한 병원 측의 상식 밖 대처, 환자 상담을 위해 수술 환자를 방치한 정황, 그리고 유령수술이었다.

이어 움직인 건 경찰이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수사를 벌였다. 사건이 알려진 뒤 2년 뒤 2016년 해당 병원의 대표 원장은 기소됐다. 사기와 의료법 위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였다.

그리고 지금 대표 원장이던 유 모 씨를 상대로 33명의 환자가 유령수술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 중이다. 유령수술을 다루는 국내 첫 형사소송이다.

그 성형외과 수술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수술 부작용은 심각했다. 김 모 씨는 아랫입술 이하의 감각을 잃었다. 김 씨는 이 느낌을 치과에서 마취한 뒤의 얼얼한 기분, 내 살 같지 않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가 화상을 입어도 모를 정도였다. 김 씨를 진찰한 의사는 서울 강남의 대형 병원에서 안면윤곽수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이른바 스타 의사였다.

수술을 마친 뒤 그 의사가 병실에 찾아왔다. 수술이 잘 됐다며 원래 5mm만 자르려고 했는데 신경이 짧아서 그냥 3mm만 수술했다며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거짓말이었다. 다른 사람이 수술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였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회복실에 같은 시간대에 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유령수술이 뭔지도 몰랐고 그거를 TV로 확인을 했고 (경찰이) 내가 당사자라고 하니까 이게 뭐지? 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제 그 턱에다가 가위질을 하고 칼질을 하고 톱질을 했다는 게 너무 소름 돋고 무섭더라고요."

취재진은 전 000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남긴 제보를 입수했다. 2014년 코와 눈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숨진 바로 그 병원이다. "겨울방학 극성수기 시즌에 제일 바쁘게 움직였던 날 수술 개수가 140개였어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여고생이 성형수술 받았던 2013년 12월 9일은 바로 성형 업계에서 말하는 극성수기. 지금 이맘때다. 그리고 2013년 12월 9일은 해당 성형외과가 지상 15층, 지하 6층 규모의 새 건물로 이전한 첫날이었다. 그녀는 이사 첫날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병원 측이 수술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났다. 여고생은 결국 숨졌고 병원은 유가족과 합의했다.

당시 여고생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어렵게 만났다. 유령수술은 아니었다. 여고생은 이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그에게 수술을 받았다. 집도의사의 수술 기록과 여고생이 뇌사에 빠진 뒤 병원장이 자필로 지시한 수술기록지를 입수했다. 두 기록지는 너무도 달랐다. 취재진이 집중한 건 수술이 시작되고 1시간 정도가 지난 6시 즈음이다.


6시 20분, 눈 수술을 마친 집도의는 코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실을 떠났다고 했다. 다른 환자 2명을 상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면마취 상태에서 40분 동안 여고생은 홀로 있었다. 그러나 병원장이 지시한 수술 기록에는 이 40분의 상담 시간이 빠져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사고 후 병원장과 집도 의사의 대화를 담은 녹음 파일에도 이 같은 수상한 대목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먼저 병원장은 합의금 얘기부터 꺼냈다.

병원장 : 합의 얘기를 우리가 먼저 안 꺼내고 끝까지 버텨. 키는 그거야. 저쪽에서 이제 포기를 하고 합의를 보자고 해. 그러니까 선생님이랑 나랑 약간 핑퐁 질이 필요해. 내 경험상으로는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결국은 환자가 지쳐서 어느 정도 선에서 끝내겠다는 얘기를 환자가 먼저 뱉는다고. 보호자 쪽에서 그런 식으로 가야지 금액이 떨어지지.

집도의 :그런데 보호자 쪽에서 저를 보려고 안 해요.

병원장 : 근데 병원에서 X을 까잖아. 왜 우리한테 XX이세요로 가면 보호자는 다른 방법이 없잖아. 블라인드(실명)도 있었고 익어서 파이어(사망) 한 거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병원에서 해결을 했어.


녹음 파일에는 기록지 조작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고스란히 담겼다.

병원장 : 10시 한 20분경이라고 해. 깨우기 시작한 걸로. 그리고 나서 일어난 것처럼... 1시간 내에 일어난 것처럼... 상담한 거는 빼야 되잖아. 상담...

집도의 : 네


집도하고 있는 의사도 병원장이 지시하면 나와서 다른 사람을 다시 수술대로 유인하는 역할, 그걸 해야 하는 그 시스템을 감추고 싶었던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취재진은 해당 병원의 신사옥 수술실 도면을 입수했다. 대부분 수술실에 두 개의 수술대가 설치돼 있었다. 취재진이 입수한 2014년 수술실 촬영 영상에서도 도면대로 수술대 2개가 놓여있다. 두 수술대 사이는 이동용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었다. 의료법은 수술실 내 감염 등을 우려해 한 수술실 2개의 수술대를 금지한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막 수술을 마친듯한 환자가 누워있고 바로 옆 수술대에서는 누군가가 수술에 한창인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2016년 병원장이 기소되기는 했지만, 경찰 수사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 한광규 팀장은 "사망사고가 났던 그런 병원들이라든지 이런 데는 고의로 의료기록들을 다 폐기시켰습니다. 저희가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 의료기록지라든지 이런 것들이 없었고, 누가 수술했는지 조차도 확인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많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기록은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취재진은 해당 성형외과에서 행정 직원으로 일했던 김 모 씨를 접촉했다. 김 씨는 당시 병원에서 대량의 기록 파쇄가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5대 정도의 파쇄기를 새로 구입했고 15층 병원장 방에서 몇 달간 파쇄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파쇄 후에는 진료기록부를 요구하는 일부 환자들에게 도리어 병원에서 언제 누구에게 무슨 수술을 받았느냐를 묻고 새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줬다며 파쇄는 경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실제 피해자들도 진료기록을 요구했을 때 받을 수 없었다. 2011년 7월 안면윤곽수술을 받은 이 모 씨는 유령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증거로 삼기 위해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기록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한다.

2013년 양악수술을 받은 김 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환자단체연합회 측의 도움을 받아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폐기했다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취재진은 이 병원의 수술 일정표 일부를 입수했다. 한 마디로 의사 한 사람 한 사람이 과연 이런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지 곳곳에서 의심이 들 정도였다. 2014년 1월 11일 오전 10시 각각 4시간, 3시간, 2시간이 걸리는 3명의 환자 수술을 임 모 원장이 집도한다.

임 원장은 오후 2시까지 수술이 없어야 하지만 12시에도 2시간짜리 수술이 또 잡혀있다. 1월28일 역시 임 원장은 12시와 오후 7시에도 동시에 2명씩 수술을 진행한다.

다른 의사도 마찬가지다. 이날 오전 10시 의사 윤 모 원장은 각각 3시간과 1시간이 걸리는 2명의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

김선웅 원장은 이 수술일정표에 대해 간단히 답했다. "유령수술 하고 있다는 걸 그냥 말하는 거예요. 수술을 하는 중간에 조금 하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자기는 또 다른 수술 하러 가겠다. 지금 그 얘기거든요."


이 병원에서 월급의사, 즉 봉직의 간에 맺는 근로계약서에는 유령수술과 관련된 조항이 그대로 명시돼 있었다. 성과급 지급규정이다. 성과급에서 상담도 하고 수술도 직접 하면 5%, 고객(환자)이 집도의로 알고 있으나 실제 수술하지 않은 경우, 즉 상담만 하고 수술은 하지 않으면 3%, 수술만 한 의사에게는 2%다.

급여명세서도 기븐(GIVEN)-즉 상담한 수술을 넘긴 경우와 테이큰(TAKEN)-유령수술을 했을 때의 성과급 항목이 나누어져 있었다.

내부고발자도 나왔다. 사고 1년 전까지 해당 병원에서 월급제로 일하던 봉직의사 배 모 씨. "2013년 8월부터 10월까지 제가 진찰했던 모든 턱광대뼈축소수술 환자들은 같은 병원 치과의사가 했습니다."라고 폭로한 것이다. 그는 유령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배 씨 등 2명의 의사가 14개월 동안 진찰은 했으나, 직접 수술하지 않은 유령수술 피해자는 드러난 것만 185명이었다.

당시 해당 성형외과에는 대표원장 포함, 18명 정도의 의사가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양악은 치과의사가, 코 수술은 이비인후과 의사가, 지방흡입수술은 산부인과 의사가 대리수술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타과 의사가 비교적 싼 가격을 받고 굳이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유령 수술을 하는 이유는 뭘까?

전 대한성형외과 의사회 회장 차상면 원장은 "실습이죠. 수술을 해볼 수 있잖아요. 자기가 혼자 개업을 해봐요. 환자 오지 않잖아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가질 수가 없는 거잖아요. 타과 전문의인데 자기가 성형외과 간판을 걸어놓고 성형을 한다, 그러면 환자가 올까요? 안 오죠. 유령수술 들어가면 뭐 환자는 무궁무진하게 많잖아요. 그러면 많은 환자로 수술을 해볼 수 있잖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는 환자가 실습대상이었다는 말이다.

수술실의 공범들


유령수술은 밝히기 힘들다. 의료사고의 많은 부분이 병원과 환자와의 합의로 묻히는데 가장 상업적인 의료 분야인 성형외과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의료 사고가 합의로 마무리된다.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유령 수술은 특히 그렇다. 수술실 안의 공범들, 마취된 환자를 사이에 둔 그들은 공범이 되거나 아니면 수술실을 떠나야 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2014년 당시 성형외과 의사회 상임이사였던 권영대 원장은 "전문가들이 수술방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인지하기가 어려워요.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증거가 이미 인멸이 돼 있고, 조직적으로 범죄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다 입을 다물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유령수술' 국내 첫 형사재판...사기 VS 상해

2014년 당시 봉직의사 배 씨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유령수술 피해자 185명. 수사과정에서 이 중 33명이 병원을 상대로 한 형사소송에 참여했다. 2016년 4월 해당 성형외과의 병원장이 유일하게 기소됐다. 사기. 의료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였다.

기소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바로 유령수술을 상해로 볼 것인가 사기로 볼 것인가의 문제였다. 피해자들은 상해죄 적용을 원했다.

유령 수술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이광민 변호사는 "환자에게는 자기 신체에 관한 결정권이 있지 않습니까? 환자에 관한 자기 신체결정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신체를 침해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거는 상해 행위로 신체범죄 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반드시 다시 검찰에서 추가 조사를 해서 상해죄로 기소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외국의 사례를 찾았다. 대부분 국가에서 별다른 조항이 없었다. 유령수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동의받지 않은 수술로 문제가 됐던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찾았다. 오스트리아는 환자 동의 없는 이른바 전단적 치료에 대한 처벌조항을 별도로 마련해 두었다. 한마디로 치료 결과가 좋더라도 동의받지 않았다면 처벌된다는 것이다. 독일은 유령수술의 경우 그대로 상해죄가 적용된다. 별다른 조항도 없다.

의료전문 변호사 박호균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것을 상해로 보기 때문에 결과와 상관없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환자의 승낙, 의사, 동의 이런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체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본적인 인권. 그래서 그 부분이 존중되지 않는 거에 대해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제재가 없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죠"라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유 모 원장에 대한 형사소송은 4년째 1심 재판 중이다. 이런 가운데 2017년 유령수술과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2013년 9월 17일 턱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았던 김모 씨다. 자신이 유령수술 피해자란 사실을 몰랐던 그녀는 지난 6년 동안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수술비의 서너 배에 달하는 재건 치료비가 들 것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김 씨는 병원장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판결문은 '마치 자신이 직접 수술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게 하였고 실제 윤곽수술은 원고가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성명불상자가 하였으며....아울러 원고 신체에 대한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라고 적시했다. 유령 수술이 '신체에 대한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부분은 국내에서 처음 나온 법원 판단이라 그 의미가 컸다.

하지만 병원장은 공탁금을 걸고 항소한 상황이다. 물론 합법적이다. 덕분에 6년 만에 이뤄낸 승소는 미뤄졌다. 손해배상도 미뤄졌고 피해자들의 치료도 미뤄졌다.

이광민 변호사는 "민사 지금 1심 가지고도 3~4년 4~5년씩 이렇게 하고 1심 판결문을 받아도 전혀 집행할 수 없게끔 법상 보장돼 있는 그런 수단을 이용해서 다 묶어버리니까 지금 피해자들은 1심 판결을 받아도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지금 방치돼 있는 그런 상태입니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12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령수술에 대한 공판이 있었다. 2016년 4월부터 시작돼 7번의 기일 변경을 빼고도 벌써 20번째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관계자들은 하나둘 지쳐갔다.

당시 해당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했던 노 모 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다 변할 줄 알았어요. '저 병원 망한다, 이슈화됐으니까, 이걸로 뭔가 처벌이 됐든 뭐가 됐든 이게 좀 되겠다' 생각했는데 1심만 지금 3년 넘게 끌고 있는데. 다들 그런 거죠. '야, 봐라. 돈으로 다 해결하고 저 큰 병원이 뭐 그런 걸로 끄떡하겠냐. 괜히 힘없는 사람들만 당한다.'" 냉소적이었다.

실제 당시 증인으로까지 나섰던 이들은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12일 법정에는 유 모 씨와 그의 변호인단만이 출석했다. 변호인 측은 환자가 마취된 상태여서 누가 수술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유령수술 자체를 부인했다. 그리고 33인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세울 것을 재판부에 새롭게 요청했다. 재판은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이 또 커졌다.

유령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유령수술을 한 의사들의 시간과 유령수술을 받은 피해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다. 몇몇 의사는 새로운 병원이름, 새로운 전문분야로 이미지를 세탁했다.

피해자 이 모 씨는 "치료도 막상 해야 하고. 해주시겠다는 의사가 없어요, 너무 많이 망가뜨려 놔서, 복구가 지금 사실은 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령수술을 하던 젊은 의사는 어엿한 성형외과 대표원장이 됐다.

피해자 최 모 씨는 "사건이 8년이 다가오지만 제대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라며 원통해 했다.

유령수술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병원장은 재판 중에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문가 역할을 했다.

피해자 김 모 씨는 "이 사람들이 버젓이 성형외과를 아직도 차리고 하고 있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벌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힘들고 무서워요, 사회가."라며 몸서리쳤다.

<시사기획 창>
유령수술- 누가 나를 수술했나
12월 14일(토) 저녁 8시 5분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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