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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신생아 거꾸로 든 간호사…“‘제2아영이 사건’ 막자”
입력 2019.12.15 (10:01) 수정 2019.12.15 (10:04) 취재후
신생아실서 두개골 골절…'아영이 사건'
병원 신생아실에 CCTV 설치 요구 여론
의료계 반발…폭 넓은 논의 필요
[취재후] 신생아 거꾸로 든 간호사…“‘제2아영이 사건’ 막자”

11월 11일, KBS 뉴스9 보도 화면

병원 신생아실에 있던 생후 닷새된 신생아가 갑자기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부모는 급하게 아기를 대학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진단결과는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CCTV에서는 간호사의 학대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아기를 던지듯 거칠게 내려놓고 한 손으로 거꾸로 들었습니다. 부모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해당 병원장과 간호사는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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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 사건' 계기로 청와대 청원 등 여론 들끊어

태어난지 닷새 밖에 안 된 '아영이'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영이'는 항거는 커녕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신생아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관련 청와대 청원은 21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입니다. 20만 명을 넘긴 이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생아실 CCTV 의무화 요구

'제2의 아영이 사건'을 막자며 대안도 나왔습니다. 신생아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입니다. CCTV가 없는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사고나 학대를 당하면 경위를 파악할 길이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CCTV 설치는 의료기관 등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부산시가 '아영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 신생아실 CCTV 의무화를 건의하고 현재 국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도 산하 의료기관에 CCTV 설치

하지만 법안 개정은 더디고 현재로서는 민간 의료기관 등이 CCTV 설치를 원하지 않으면 강제할 길은 없습니다. 먼저 움직인 건 경기도입니다. 경기도 산하 의료기관은 경기의료원 포천병원과 여주 공공산후조리원의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이번 달에 설치되고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 이 CCTV는 내년 1월부터 24시간 신생아실을 녹화하게됩니다. 경기도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학대 의심 정황이 있을 때 관련 절차를 거쳐 산모에게 CCTV 영상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사실 경기도는 지난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환자 동의 하에 수술과정을 CCTV로 녹화해 대리 수술이나 인권침해 등의 사고가 의심되면 영상을 환자에게 제공한다는 겁니다.

경기도는 도 자체 사업을 넘어 올 3월에는 국공립병원 수술실 CCTV 우선 설치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의 의무화를 골자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광역자치단체로서는 폭넓은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건분야 핵심 공약이기도 합니다.


의료계, "적극적 진료하기 어려워져" 반발

그러나 여기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특히 수술실 CCTV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수술실 CCTV가 의무화될 경우 의료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의료진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술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라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어도 일단 수술을 해야 하는데 CCTV 녹화가 이루어진다면 이어질 의료소송 때문에 적극적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한 비의료인이 CCTV 영상을 볼 때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술실에서는 아무리 상황이 긴박하더라도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데 이러한 역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의료인이 CCTV를 보면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CCTV가 대리 수술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인지도 고민해 봐야한다는게 의료계 입장입니다.

의료계는 수술실과는 달리 신생아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의 입장은 내지 않고 있지만 역시 신중한 입장인 것은 사실입니다. 수술실 외 병원 내 다른 곳의 CCTV 설치도 우선은 의료진의 적극적 진료와 환자 인권을 조화시킬 다른 방안도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내년에 3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원하는 민간의료기관에 한 곳 당 3천만 원 정도의 CCTV 설치 예산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CCTV 설치와 함께 폭 넓은 대안 논의되야

환자의 생명과 진료받을 권리가 가장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당장 가족을 잃고 힘겨운 의료소송을 벌이고 있는 환자 가족과 의료기관내 인권침해 등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의료기관 내 CCTV도 이러한 권리와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또 CCTV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를 골자로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미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된 바 있습니다. 신생아실 CCTV 의무화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환자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의료계와 환자, 인권단체를 포함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취재후] 신생아 거꾸로 든 간호사…“‘제2아영이 사건’ 막자”
    • 입력 2019.12.15 (10:01)
    • 수정 2019.12.15 (10:04)
    취재후
신생아실서 두개골 골절…'아영이 사건'
병원 신생아실에 CCTV 설치 요구 여론
의료계 반발…폭 넓은 논의 필요
[취재후] 신생아 거꾸로 든 간호사…“‘제2아영이 사건’ 막자”
병원 신생아실에 있던 생후 닷새된 신생아가 갑자기 의식불명에 빠졌습니다. 부모는 급하게 아기를 대학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진단결과는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CCTV에서는 간호사의 학대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아기를 던지듯 거칠게 내려놓고 한 손으로 거꾸로 들었습니다. 부모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해당 병원장과 간호사는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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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 골절’ 신생아실 학대 정황…병원장·간호사 입건


'아영이 사건' 계기로 청와대 청원 등 여론 들끊어

태어난지 닷새 밖에 안 된 '아영이'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영이'는 항거는 커녕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신생아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관련 청와대 청원은 21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입니다. 20만 명을 넘긴 이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생아실 CCTV 의무화 요구

'제2의 아영이 사건'을 막자며 대안도 나왔습니다. 신생아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입니다. CCTV가 없는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사고나 학대를 당하면 경위를 파악할 길이 없는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CCTV 설치는 의료기관 등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상황입니다. 부산시가 '아영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 신생아실 CCTV 의무화를 건의하고 현재 국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도 산하 의료기관에 CCTV 설치

하지만 법안 개정은 더디고 현재로서는 민간 의료기관 등이 CCTV 설치를 원하지 않으면 강제할 길은 없습니다. 먼저 움직인 건 경기도입니다. 경기도 산하 의료기관은 경기의료원 포천병원과 여주 공공산후조리원의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이번 달에 설치되고 관련 규정이 마련되면 이 CCTV는 내년 1월부터 24시간 신생아실을 녹화하게됩니다. 경기도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학대 의심 정황이 있을 때 관련 절차를 거쳐 산모에게 CCTV 영상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사실 경기도는 지난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환자 동의 하에 수술과정을 CCTV로 녹화해 대리 수술이나 인권침해 등의 사고가 의심되면 영상을 환자에게 제공한다는 겁니다.

경기도는 도 자체 사업을 넘어 올 3월에는 국공립병원 수술실 CCTV 우선 설치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의 의무화를 골자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광역자치단체로서는 폭넓은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건분야 핵심 공약이기도 합니다.


의료계, "적극적 진료하기 어려워져" 반발

그러나 여기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특히 수술실 CCTV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수술실 CCTV가 의무화될 경우 의료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의료진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술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라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어도 일단 수술을 해야 하는데 CCTV 녹화가 이루어진다면 이어질 의료소송 때문에 적극적 진료를 하지 않을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한 비의료인이 CCTV 영상을 볼 때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술실에서는 아무리 상황이 긴박하더라도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데 이러한 역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비의료인이 CCTV를 보면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CCTV가 대리 수술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인지도 고민해 봐야한다는게 의료계 입장입니다.

의료계는 수술실과는 달리 신생아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의 입장은 내지 않고 있지만 역시 신중한 입장인 것은 사실입니다. 수술실 외 병원 내 다른 곳의 CCTV 설치도 우선은 의료진의 적극적 진료와 환자 인권을 조화시킬 다른 방안도 함께 논의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내년에 3억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원하는 민간의료기관에 한 곳 당 3천만 원 정도의 CCTV 설치 예산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CCTV 설치와 함께 폭 넓은 대안 논의되야

환자의 생명과 진료받을 권리가 가장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당장 가족을 잃고 힘겨운 의료소송을 벌이고 있는 환자 가족과 의료기관내 인권침해 등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의료기관 내 CCTV도 이러한 권리와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또 CCTV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수술실 CCTV 의무화를 골자로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미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된 바 있습니다. 신생아실 CCTV 의무화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환자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의료계와 환자, 인권단체를 포함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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