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보다 어려운 선거법

입력 2019.12.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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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중등록제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 50% 준연동형, 캡(cap)이라고 불리는 상한제, 석패율 제도에 이어, 이중등록제가 선거법 논의 테이블에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제는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로도 이름을 '이중'으로 올리는 제도입니다.

각 정당은 중앙선관위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제출합니다. 지난 총선을 기억해보면, 민주당은 1번 박경미 2번 김종인 3번 송옥주… 이런 식의 명단을 냈고, 당시 새누리당의 명단은 1번 송희경 2번 이종명 3번 임이자…로 시작됐습니다.

이중등록제가 도입되면, 이 명단에 서울 종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홍길동 후보나 대구 서구에 나오는 이철수 후보가 번호 하나씩을 차지하고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 후보가 만약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길이 열리는 겁니다. 비례 순번이 높을수록 당선될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독일에는 이중등록제가 있습니다.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이 제도 덕에 지역구에서 낙선하고도, 비례대표로 연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석패율 제도는 없던 일로

민주당은 어제 석패율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중등록제는 민주당이 정의당에 석패율의 대안으로 내민 카드입니다.

석패율제가 활성화될 경우 이 제도를 통해 비례대표 구제를 노린 정의당 지역구 후보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떨어지더라도 아깝게 떨어져야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표를 모아야 합니다. 그러면 진보 진영 표를 나눠 가져가게 됩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구 당선자 수가 줄어들 수 있는 탐탁지 않은 제도인 셈입니다.

이에 비해 이중등록제는 민주당의 우려를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석패율과 달리 꼭 적은 표차로 아깝게 떨어지지 않아도, 비례명부 앞 순번에 이름을 올리면 당선되고, 당선권 밖 순번이면,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250+50, 연동률 50%, 캡 30석

이중등록제 외에 지역구 250석, 비례 50석, 연동률 50%, 그리고 연동률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는 30석으로 상한선(캡)을 두는 방안도 의견을 모아둔 상태입니다.

대신 상한선(캡)을 두는 건 내년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에만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상한선(캡)에 반대하는 정의당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의견 조율로 해석됩니다.

4+1, 즉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오늘 밤 원내대표급 회동을 통해 최종 담판에 들어갑니다. 얘기가 잘되면 내일이라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선거법 단일안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다만, 아직은 조심스럽게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어서, 어떤 돌발 변수에 지금까지의 의견 조율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신환 "이중등록제 도입은 후안무치"

같은 바른미래당이지만, 비당권파로 4+1 협의체를 비판해온 오신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석패율 폐지, 이중등록제 도입 주장은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당리당략을 앞세운 후안무치의 끝판왕과도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오 원내대표는 오늘(17일) 입장문을 통해 "4+1이 선거제를 뒷거래하는 와중에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석패율제 폐지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석패율제는 87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영호남 지역구도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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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보다 어려운 선거법
    • 입력 2019-12-17 18:16:32
    취재K
이번에는 이중등록제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 50% 준연동형, 캡(cap)이라고 불리는 상한제, 석패율 제도에 이어, 이중등록제가 선거법 논의 테이블에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제는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로도 이름을 '이중'으로 올리는 제도입니다.

각 정당은 중앙선관위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제출합니다. 지난 총선을 기억해보면, 민주당은 1번 박경미 2번 김종인 3번 송옥주… 이런 식의 명단을 냈고, 당시 새누리당의 명단은 1번 송희경 2번 이종명 3번 임이자…로 시작됐습니다.

이중등록제가 도입되면, 이 명단에 서울 종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홍길동 후보나 대구 서구에 나오는 이철수 후보가 번호 하나씩을 차지하고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 후보가 만약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길이 열리는 겁니다. 비례 순번이 높을수록 당선될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독일에는 이중등록제가 있습니다.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이 제도 덕에 지역구에서 낙선하고도, 비례대표로 연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석패율 제도는 없던 일로

민주당은 어제 석패율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중등록제는 민주당이 정의당에 석패율의 대안으로 내민 카드입니다.

석패율제가 활성화될 경우 이 제도를 통해 비례대표 구제를 노린 정의당 지역구 후보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떨어지더라도 아깝게 떨어져야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표를 모아야 합니다. 그러면 진보 진영 표를 나눠 가져가게 됩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구 당선자 수가 줄어들 수 있는 탐탁지 않은 제도인 셈입니다.

이에 비해 이중등록제는 민주당의 우려를 상대적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석패율과 달리 꼭 적은 표차로 아깝게 떨어지지 않아도, 비례명부 앞 순번에 이름을 올리면 당선되고, 당선권 밖 순번이면,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250+50, 연동률 50%, 캡 30석

이중등록제 외에 지역구 250석, 비례 50석, 연동률 50%, 그리고 연동률에 따라 배분되는 비례대표는 30석으로 상한선(캡)을 두는 방안도 의견을 모아둔 상태입니다.

대신 상한선(캡)을 두는 건 내년에 실시되는 21대 총선에만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상한선(캡)에 반대하는 정의당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의견 조율로 해석됩니다.

4+1, 즉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오늘 밤 원내대표급 회동을 통해 최종 담판에 들어갑니다. 얘기가 잘되면 내일이라도 국회 본회의를 열어서 선거법 단일안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다만, 아직은 조심스럽게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어서, 어떤 돌발 변수에 지금까지의 의견 조율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신환 "이중등록제 도입은 후안무치"

같은 바른미래당이지만, 비당권파로 4+1 협의체를 비판해온 오신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석패율 폐지, 이중등록제 도입 주장은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당리당략을 앞세운 후안무치의 끝판왕과도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오 원내대표는 오늘(17일) 입장문을 통해 "4+1이 선거제를 뒷거래하는 와중에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석패율제 폐지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석패율제는 87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영호남 지역구도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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