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총리 후보’ 정세균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입력 2019.12.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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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집권 후반기 총리 후보자라는 중압감 때문이었을까요. 특유의 온화한 미소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명 소감, 간결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오늘(1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가 됩니다. 6선 중진에 '의원 불패'라는 통념에 비춰보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는 게 대체적 평가입니다.

하지만 '총리 후보 정세균'을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섞여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총리 지명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세균 전 국회의장총리 지명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세균 전 국회의장

시선 하나. 2인자에서 No.5로…"삼권분립 훼손"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의전 서열 2위입니다. 반면 국무총리는 5위입니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그다음입니다. 서열이 꼭 뭐가 중요하겠느냐마는, '삼권분립' 원칙을 생각하면 그냥 넘길만한 문제도 아닙니다. 입법부의 수장, 국회의장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정 후보자도 이런 비판을 모르지 않습니다. 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의장 출신이기에 적절한지 고심을 했는데,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에 지명을 수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삼권분립에 침 뱉는 후보 지명이 개탄스럽다"며 "촛불정부 운운하던 정권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이토록 경박할 수 있는지 참담할 따름"이라고 논평했습니다.

범여권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유신독재 시절이나 있음 직한 발상"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천 의원은 "입법부 수장을 행정부 2인자로 삼겠다니 헌법과 민주법치주의의 핵심인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이냐"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국정을 이끌 능력이 있다면 서열과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는 겁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제 전문가로서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의원들이 장관으로 가는 것이 관행으로 된 만큼, 정 전 의장만 막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선 둘.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소는 누가 키우나

정 후보자는 전북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19·20대 총선에선 종로에서 당선됐습니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 당시에는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졌지만,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해 보이겠다"며 대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는 종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정 후보자는 "원래 종로에 3선 도전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종로에서 더 역할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다 더 좋은 분이 나오셔서 앞으로 종로를 대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종로는 '무주공산'입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종로 출마를 검토했지만, 지난달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여야가 어떤 인물을 내놓을지는 차기 총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vs 황교안' 빅매치 가능성이 나옵니다. 종로는 차기 대권 주자들의 시험대 같은 곳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6년 15대 총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년 뒤 보궐선거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이 됐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두 사람의 대결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직접 출마보다 이해찬 대표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끄는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위험한 승부를 걸기보다는, 당선이 안정적인 비례대표를 맡고 전국 선거를 총괄할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그만큼 종로는 대권 잠룡들이 승천을 꿈꾸면서, 동시에 무덤이 될 수도 있는 곳이라는 얘깁니다.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시선 셋. '미스터 스마일' 과연 웃기만 할까?

이낙연 총리는 '내각의 군기 반장'으로 통했습니다. 공직 사회는 너그러운 성품으로 알려진 '미스터 스마일' 정 후보의 등장을 어쩌면 반갑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웃는 상사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원조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5부 요인 초청 오찬에서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협치는 먼저 손을 내밀고 와달라고 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에) 정부·여당에 좀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국회 파행이 빚어지자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겁니다.

지난 6월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나오자 여당 의원으로서 이례적으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전북 출신인 정 후보자는 자신의 SNS에 "상산고 재지정 탈락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인재 육성의 길이 막힌다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행보를 볼 때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집권 후반기 흐트러질 수 있는 공직 기강을 잡으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자의 '대권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일 지도 모릅니다.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지난 1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세균 전 의장은 큰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후임 총리설에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큰 꿈'이 꿈으로만 남았다고 하기에도 아직은 이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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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총리 후보’ 정세균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 입력 2019-12-17 18:23:28
    여심야심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집권 후반기 총리 후보자라는 중압감 때문이었을까요. 특유의 온화한 미소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지명 소감, 간결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오늘(1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며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가 됩니다. 6선 중진에 '의원 불패'라는 통념에 비춰보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는 게 대체적 평가입니다.

하지만 '총리 후보 정세균'을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섞여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총리 지명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세균 전 국회의장
시선 하나. 2인자에서 No.5로…"삼권분립 훼손"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의전 서열 2위입니다. 반면 국무총리는 5위입니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그다음입니다. 서열이 꼭 뭐가 중요하겠느냐마는, '삼권분립' 원칙을 생각하면 그냥 넘길만한 문제도 아닙니다. 입법부의 수장, 국회의장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정 후보자도 이런 비판을 모르지 않습니다. 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의장 출신이기에 적절한지 고심을 했는데,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에 지명을 수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삼권분립에 침 뱉는 후보 지명이 개탄스럽다"며 "촛불정부 운운하던 정권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이토록 경박할 수 있는지 참담할 따름"이라고 논평했습니다.

범여권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유신독재 시절이나 있음 직한 발상"이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천 의원은 "입법부 수장을 행정부 2인자로 삼겠다니 헌법과 민주법치주의의 핵심인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이냐"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국정을 이끌 능력이 있다면 서열과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는 겁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제 전문가로서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의원들이 장관으로 가는 것이 관행으로 된 만큼, 정 전 의장만 막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선 둘.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소는 누가 키우나

정 후보자는 전북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19·20대 총선에선 종로에서 당선됐습니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 당시에는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졌지만, "왜곡인지 아닌지 증명해 보이겠다"며 대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는 종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정 후보자는 "원래 종로에 3선 도전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종로에서 더 역할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다 더 좋은 분이 나오셔서 앞으로 종로를 대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종로는 '무주공산'입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종로 출마를 검토했지만, 지난달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여야가 어떤 인물을 내놓을지는 차기 총선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vs 황교안' 빅매치 가능성이 나옵니다. 종로는 차기 대권 주자들의 시험대 같은 곳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6년 15대 총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년 뒤 보궐선거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이 됐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는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두 사람의 대결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직접 출마보다 이해찬 대표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끄는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위험한 승부를 걸기보다는, 당선이 안정적인 비례대표를 맡고 전국 선거를 총괄할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그만큼 종로는 대권 잠룡들이 승천을 꿈꾸면서, 동시에 무덤이 될 수도 있는 곳이라는 얘깁니다.

2017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시선 셋. '미스터 스마일' 과연 웃기만 할까?

이낙연 총리는 '내각의 군기 반장'으로 통했습니다. 공직 사회는 너그러운 성품으로 알려진 '미스터 스마일' 정 후보의 등장을 어쩌면 반갑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웃는 상사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원조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5부 요인 초청 오찬에서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협치는 먼저 손을 내밀고 와달라고 하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에) 정부·여당에 좀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국회 파행이 빚어지자 작심 발언을 내놓은 겁니다.

지난 6월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나오자 여당 의원으로서 이례적으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전북 출신인 정 후보자는 자신의 SNS에 "상산고 재지정 탈락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인재 육성의 길이 막힌다는 것에 우려가 크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행보를 볼 때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집권 후반기 흐트러질 수 있는 공직 기강을 잡으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자의 '대권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일 지도 모릅니다.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지난 1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세균 전 의장은 큰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후임 총리설에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큰 꿈'이 꿈으로만 남았다고 하기에도 아직은 이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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