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협상 대표 드하트가 달라졌다고? 계산기 두드려 보니…
입력 2019.12.19 (10:17)
수정 2019.12.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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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방위비 협상 대표, 드하트가 달라졌다고?
달라지긴 했습니다. 한 달 전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 때 30여 분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진행한 기자회견과 비교해보면, 어제(18일) 드하트 대표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먼저 사진으로 비교해 볼까요?
지난달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당일 아침 갑자기 "한 시간 반 뒤 촬영기자 한 팀만 남영동으로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불쑥 보냈습니다. 취재기자는 입장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지, 누가 발언자로 나서는지조차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에는 묻.따.말(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언제까지 오라는 데로 와'
강한 반발과 취재 거부 의견까지 나왔지만, 당시에는 '지소미아 종료', '일본의 수출규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워낙 굵직한 외교 현안이 많아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저렇게, 드하트 대표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카메라를 말없이 한동안 응시하더니, 자신이 준비한 말만 한 뒤 가버렸습니다.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꽤 거북한 말이 핵심이었죠.
한 달 만에 무슨 일이?
미소 띤 얼굴로 12개 질문에 답변
그런데 이번에는 등장부터 달랐습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친절히 기자와 명함까지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질문도 12개나 받아, 회견은 예정했던 20분을 3분가량 넘겨 끝났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전날 기자회견 계획을 미리 알리고 인터뷰 형식도 의논하는 태도 변화도 보였습니다.
최근 악화된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16일에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한국의 성인 94%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실패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54%'나 됐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한미 동맹' 관련 여론조사)
계산기 두드려보니…
그럼 우호적으로 바뀐 태도만큼 협상 내용도 조정됐을까요?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 50억 달러 아니다, 유효 기간도 늘려줄게"
이번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미국의 요구액이 '50억 달러'가 아니라고 드하트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다는 겁니다. 반발이 가장 거센 '금액'을 낮췄다는 뜻일 텐데요, 한국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타협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올해 갑자기 1년으로 줄인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일반적으로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 정도다. 1년만 연장하는 덴 관심 없다.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무슨 의미가 있을까?
좋은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한국 측 협상단은 이번 회의 종료 후 '한미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원래 내세웠던 금액보다 숫자가 조금 작아졌을진 몰라도, 의미 있는 정도의 금액 차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유효기간 부분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간 총 500% 인상'에 합의한다고 해봅시다. 이건 괜찮은 협상인가요,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금액과 함께 확정되기 전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美 드러낸 본심…'협정 틀' 밖 항목 신설 요구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드하트 대표는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을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한국 방어를 위해 쓰고 있는지 역설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한국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비용을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왔다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SMA에 포함되지 않은 더 큰 비용이 있는데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 인력 훈련과 장비를 갖추는 데 드는 것이다. 한국 방어에 직결된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에서 작전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의 일부가 비록 기술적으로 한반도 밖에서 발생한다 해도, 일부는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유지에 드는 전체 비용보다도 훨씬 많은 '50억 달러'라는 계산이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었는데, 기존 협정에는 없는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고 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추론이 결국 사실로 확인된 겁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습니다. 한미 양측의 결정적 입장 차가 바로 여기서 비롯한 것인데, 미국은 이 부분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것이죠.
넘쳐나는 기사엔 미국 입장만 가득…왜?
드하트 대표의 기자회견이 잡힌 뒤, 당연히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사도 비슷한 시간에 회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이유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3차 회의 때는 정은보 대사도 기자회견을 하긴 했습니다만, 공격적이었던 드하트 대표와 달리 지나치게 말을 삼가고 조심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회자되기까지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터넷 포털과 지면, 방송사 메인 뉴스에까지 관련 기사는 넘쳐나는데 미국의 입장과 시각만 가득합니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 미국과 비교해 궁금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협상 전략의 일환이길 바라며 기다려봅니다.
달라지긴 했습니다. 한 달 전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 때 30여 분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진행한 기자회견과 비교해보면, 어제(18일) 드하트 대표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먼저 사진으로 비교해 볼까요?
11월 19일,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 방위비 협상 3차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
지난달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당일 아침 갑자기 "한 시간 반 뒤 촬영기자 한 팀만 남영동으로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불쑥 보냈습니다. 취재기자는 입장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지, 누가 발언자로 나서는지조차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에는 묻.따.말(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언제까지 오라는 데로 와'
강한 반발과 취재 거부 의견까지 나왔지만, 당시에는 '지소미아 종료', '일본의 수출규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워낙 굵직한 외교 현안이 많아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저렇게, 드하트 대표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카메라를 말없이 한동안 응시하더니, 자신이 준비한 말만 한 뒤 가버렸습니다.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꽤 거북한 말이 핵심이었죠.
한 달 만에 무슨 일이?
미소 띤 얼굴로 12개 질문에 답변
12월 18일,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 방위비 협상 5차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
그런데 이번에는 등장부터 달랐습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친절히 기자와 명함까지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질문도 12개나 받아, 회견은 예정했던 20분을 3분가량 넘겨 끝났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전날 기자회견 계획을 미리 알리고 인터뷰 형식도 의논하는 태도 변화도 보였습니다.
최근 악화된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16일에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한국의 성인 94%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실패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54%'나 됐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한미 동맹' 관련 여론조사)
계산기 두드려보니…
그럼 우호적으로 바뀐 태도만큼 협상 내용도 조정됐을까요?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 50억 달러 아니다, 유효 기간도 늘려줄게"
이번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미국의 요구액이 '50억 달러'가 아니라고 드하트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다는 겁니다. 반발이 가장 거센 '금액'을 낮췄다는 뜻일 텐데요, 한국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타협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올해 갑자기 1년으로 줄인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일반적으로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 정도다. 1년만 연장하는 덴 관심 없다.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무슨 의미가 있을까?
좋은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한국 측 협상단은 이번 회의 종료 후 '한미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원래 내세웠던 금액보다 숫자가 조금 작아졌을진 몰라도, 의미 있는 정도의 금액 차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유효기간 부분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간 총 500% 인상'에 합의한다고 해봅시다. 이건 괜찮은 협상인가요,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금액과 함께 확정되기 전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美 드러낸 본심…'협정 틀' 밖 항목 신설 요구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드하트 대표는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을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한국 방어를 위해 쓰고 있는지 역설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한국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비용을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왔다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SMA에 포함되지 않은 더 큰 비용이 있는데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 인력 훈련과 장비를 갖추는 데 드는 것이다. 한국 방어에 직결된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에서 작전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의 일부가 비록 기술적으로 한반도 밖에서 발생한다 해도, 일부는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유지에 드는 전체 비용보다도 훨씬 많은 '50억 달러'라는 계산이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었는데, 기존 협정에는 없는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고 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추론이 결국 사실로 확인된 겁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습니다. 한미 양측의 결정적 입장 차가 바로 여기서 비롯한 것인데, 미국은 이 부분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것이죠.
넘쳐나는 기사엔 미국 입장만 가득…왜?
드하트 대표의 기자회견이 잡힌 뒤, 당연히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사도 비슷한 시간에 회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이유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 11월 19일 외교부 청사/ 방위비 협상 3차 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
지난 3차 회의 때는 정은보 대사도 기자회견을 하긴 했습니다만, 공격적이었던 드하트 대표와 달리 지나치게 말을 삼가고 조심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회자되기까지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터넷 포털과 지면, 방송사 메인 뉴스에까지 관련 기사는 넘쳐나는데 미국의 입장과 시각만 가득합니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 미국과 비교해 궁금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협상 전략의 일환이길 바라며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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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12-19 10:17:57
- 수정2019-12-19 10:24:40
미 방위비 협상 대표, 드하트가 달라졌다고?
달라지긴 했습니다. 한 달 전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 때 30여 분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진행한 기자회견과 비교해보면, 어제(18일) 드하트 대표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먼저 사진으로 비교해 볼까요?
지난달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당일 아침 갑자기 "한 시간 반 뒤 촬영기자 한 팀만 남영동으로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불쑥 보냈습니다. 취재기자는 입장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지, 누가 발언자로 나서는지조차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에는 묻.따.말(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언제까지 오라는 데로 와'
강한 반발과 취재 거부 의견까지 나왔지만, 당시에는 '지소미아 종료', '일본의 수출규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워낙 굵직한 외교 현안이 많아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저렇게, 드하트 대표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카메라를 말없이 한동안 응시하더니, 자신이 준비한 말만 한 뒤 가버렸습니다.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꽤 거북한 말이 핵심이었죠.
한 달 만에 무슨 일이?
미소 띤 얼굴로 12개 질문에 답변
그런데 이번에는 등장부터 달랐습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친절히 기자와 명함까지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질문도 12개나 받아, 회견은 예정했던 20분을 3분가량 넘겨 끝났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전날 기자회견 계획을 미리 알리고 인터뷰 형식도 의논하는 태도 변화도 보였습니다.
최근 악화된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16일에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한국의 성인 94%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실패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54%'나 됐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한미 동맹' 관련 여론조사)
계산기 두드려보니…
그럼 우호적으로 바뀐 태도만큼 협상 내용도 조정됐을까요?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 50억 달러 아니다, 유효 기간도 늘려줄게"
이번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미국의 요구액이 '50억 달러'가 아니라고 드하트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다는 겁니다. 반발이 가장 거센 '금액'을 낮췄다는 뜻일 텐데요, 한국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타협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올해 갑자기 1년으로 줄인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일반적으로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 정도다. 1년만 연장하는 덴 관심 없다.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무슨 의미가 있을까?
좋은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한국 측 협상단은 이번 회의 종료 후 '한미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원래 내세웠던 금액보다 숫자가 조금 작아졌을진 몰라도, 의미 있는 정도의 금액 차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유효기간 부분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간 총 500% 인상'에 합의한다고 해봅시다. 이건 괜찮은 협상인가요,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금액과 함께 확정되기 전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美 드러낸 본심…'협정 틀' 밖 항목 신설 요구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드하트 대표는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을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한국 방어를 위해 쓰고 있는지 역설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한국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비용을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왔다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SMA에 포함되지 않은 더 큰 비용이 있는데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 인력 훈련과 장비를 갖추는 데 드는 것이다. 한국 방어에 직결된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에서 작전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의 일부가 비록 기술적으로 한반도 밖에서 발생한다 해도, 일부는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유지에 드는 전체 비용보다도 훨씬 많은 '50억 달러'라는 계산이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었는데, 기존 협정에는 없는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고 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추론이 결국 사실로 확인된 겁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습니다. 한미 양측의 결정적 입장 차가 바로 여기서 비롯한 것인데, 미국은 이 부분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것이죠.
넘쳐나는 기사엔 미국 입장만 가득…왜?
드하트 대표의 기자회견이 잡힌 뒤, 당연히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사도 비슷한 시간에 회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이유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3차 회의 때는 정은보 대사도 기자회견을 하긴 했습니다만, 공격적이었던 드하트 대표와 달리 지나치게 말을 삼가고 조심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회자되기까지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터넷 포털과 지면, 방송사 메인 뉴스에까지 관련 기사는 넘쳐나는데 미국의 입장과 시각만 가득합니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 미국과 비교해 궁금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협상 전략의 일환이길 바라며 기다려봅니다.
달라지긴 했습니다. 한 달 전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 때 30여 분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진행한 기자회견과 비교해보면, 어제(18일) 드하트 대표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먼저 사진으로 비교해 볼까요?
지난달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당일 아침 갑자기 "한 시간 반 뒤 촬영기자 한 팀만 남영동으로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불쑥 보냈습니다. 취재기자는 입장조차 허락되지 않았고,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지, 누가 발언자로 나서는지조차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에는 묻.따.말(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언제까지 오라는 데로 와'
강한 반발과 취재 거부 의견까지 나왔지만, 당시에는 '지소미아 종료', '일본의 수출규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워낙 굵직한 외교 현안이 많아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저렇게, 드하트 대표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카메라를 말없이 한동안 응시하더니, 자신이 준비한 말만 한 뒤 가버렸습니다.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꽤 거북한 말이 핵심이었죠.
한 달 만에 무슨 일이?
미소 띤 얼굴로 12개 질문에 답변
그런데 이번에는 등장부터 달랐습니다. 방긋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친절히 기자와 명함까지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질문도 12개나 받아, 회견은 예정했던 20분을 3분가량 넘겨 끝났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전날 기자회견 계획을 미리 알리고 인터뷰 형식도 의논하는 태도 변화도 보였습니다.
최근 악화된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16일에는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한국의 성인 94%가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이 실패할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다는 의견도 54%'나 됐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한미 동맹' 관련 여론조사)
계산기 두드려보니…
그럼 우호적으로 바뀐 태도만큼 협상 내용도 조정됐을까요?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 50억 달러 아니다, 유효 기간도 늘려줄게"
이번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미국의 요구액이 '50억 달러'가 아니라고 드하트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다는 겁니다. 반발이 가장 거센 '금액'을 낮췄다는 뜻일 텐데요, 한국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타협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올해 갑자기 1년으로 줄인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의 유효기간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일반적으로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 정도다. 1년만 연장하는 덴 관심 없다.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무슨 의미가 있을까?
좋은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한국 측 협상단은 이번 회의 종료 후 '한미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원래 내세웠던 금액보다 숫자가 조금 작아졌을진 몰라도, 의미 있는 정도의 금액 차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유효기간 부분도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간 총 500% 인상'에 합의한다고 해봅시다. 이건 괜찮은 협상인가요,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금액과 함께 확정되기 전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美 드러낸 본심…'협정 틀' 밖 항목 신설 요구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드하트 대표는 기자회견 시간 대부분을 미국이 얼마나 많은 돈을 한국 방어를 위해 쓰고 있는지 역설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한국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비용을 미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왔다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SMA에 포함되지 않은 더 큰 비용이 있는데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 인력 훈련과 장비를 갖추는 데 드는 것이다. 한국 방어에 직결된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반도에서 작전하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의 일부가 비록 기술적으로 한반도 밖에서 발생한다 해도, 일부는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유지에 드는 전체 비용보다도 훨씬 많은 '50억 달러'라는 계산이 도대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었는데, 기존 협정에는 없는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고 그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추론이 결국 사실로 확인된 겁니다.
한국은 처음부터 "기존 협정 틀 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습니다. 한미 양측의 결정적 입장 차가 바로 여기서 비롯한 것인데, 미국은 이 부분에서 달라진 게 없는 것이죠.
넘쳐나는 기사엔 미국 입장만 가득…왜?
드하트 대표의 기자회견이 잡힌 뒤, 당연히 한국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사도 비슷한 시간에 회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이유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3차 회의 때는 정은보 대사도 기자회견을 하긴 했습니다만, 공격적이었던 드하트 대표와 달리 지나치게 말을 삼가고 조심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회자되기까지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터넷 포털과 지면, 방송사 메인 뉴스에까지 관련 기사는 넘쳐나는데 미국의 입장과 시각만 가득합니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 미국과 비교해 궁금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협상 전략의 일환이길 바라며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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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란 기자 nan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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