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네가 어떻게 나한테”…돈까지 빌려준 우정에 배신으로 답한 친구

입력 2019.12.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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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 씨와 B(38) 씨는 대학교 동창 사이로 A 씨는 지난 2017년 주식투자 명목으로 B 씨에게 1억 5,000만 원을 빌렸다.

약 1년 후 섬유업체 대표인 B 씨는 성추행 문제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돈이 필요했다. 이에 2018년 8월 초 B 씨는 친구인 A 씨를 만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변호사 비용 등으로 비용이 필요하니 빌려준 돈을 갚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B 씨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등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고, 해결할 방법을 찾던 A 씨는 성추행 사실을 빌미로 B 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로 결심한다.

지난 8월 중순 오후 8시 대구 동구 불로동의 한 도로 승용차 안.

A 씨는 오랜 동네친구인 C(38) 씨를 불러내 친구 B 씨의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갈취하자고 제안했고 친구 C 씨도 이를 승낙했다.

올해 8월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피시방.

A 씨는 이곳에서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기업 경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전 합의 의사가 있으면 기사 제보는 보류하겠다. 현금 3억 원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를 마치 기자가 쓴 것처럼 꾸며 C 씨에게 전달했다. C 씨는 B 씨에게 공중전화로 "사모님이 보시면 안 되는 우편이 지금 집으로 간다. 배달 기사가 곧 전화할 테니 전화 잘 받으세요”라고 말한 후 오토바이 택배를 이용해 A 씨가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를 확인한 후 겁을 먹은 B 씨는 친구인 A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A 씨는 "가족들이 알게 되면 충격이 클 테니 경찰에게 알리지 말고 합의하자"고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마침 C 씨한테 전화가 걸려오자 A 씨는 협박 전화를 대신 받은 뒤 협상을 통해 합의금 액수를 2억 5,000만 원으로 낮춘 것처럼 연기해 B 씨를 안심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B 씨는 올해 8월 28일 오후 5시쯤 오토바이 택배를 통해 1억 원을 C 씨에게 먼저 건넸다.

A 씨의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A 씨는 B 씨에게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너한테 빌린 돈이 있으니 내가 주식을 매도해 합의금을 마련하겠다”고 속이고 B 씨 앞에서 C 씨와 통화 후 돈을 건넬 약속 장소와 시간까지 정했다. 즉 합의금을 대신 내준다는 거짓말로 채무를 털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후 A 씨는 B 씨에게 “9월 2일 서울역 부근 커피숍에서 만나 나머지 금액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알리며 채무가 이제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A 씨는 B 씨와 동행, B 씨를 속이기 위해 돈 대신 종이뭉치를 가방에 넣어 C 씨를 현장에서 만나 가짜 돈을 건넸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수상히 여긴 B 씨가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들은 잠복 중인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 씨와 C 씨는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됐고,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판사 김태환)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친구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범행으로 갈취액,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다만 피고인들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액의 상당 부분이 회복됐고,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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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9 14:21:04
    취재후·사건후
A(38) 씨와 B(38) 씨는 대학교 동창 사이로 A 씨는 지난 2017년 주식투자 명목으로 B 씨에게 1억 5,000만 원을 빌렸다.

약 1년 후 섬유업체 대표인 B 씨는 성추행 문제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돈이 필요했다. 이에 2018년 8월 초 B 씨는 친구인 A 씨를 만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변호사 비용 등으로 비용이 필요하니 빌려준 돈을 갚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B 씨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등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고, 해결할 방법을 찾던 A 씨는 성추행 사실을 빌미로 B 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로 결심한다.

지난 8월 중순 오후 8시 대구 동구 불로동의 한 도로 승용차 안.

A 씨는 오랜 동네친구인 C(38) 씨를 불러내 친구 B 씨의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갈취하자고 제안했고 친구 C 씨도 이를 승낙했다.

올해 8월 27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피시방.

A 씨는 이곳에서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기업 경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전 합의 의사가 있으면 기사 제보는 보류하겠다. 현금 3억 원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를 마치 기자가 쓴 것처럼 꾸며 C 씨에게 전달했다. C 씨는 B 씨에게 공중전화로 "사모님이 보시면 안 되는 우편이 지금 집으로 간다. 배달 기사가 곧 전화할 테니 전화 잘 받으세요”라고 말한 후 오토바이 택배를 이용해 A 씨가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를 확인한 후 겁을 먹은 B 씨는 친구인 A 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A 씨는 "가족들이 알게 되면 충격이 클 테니 경찰에게 알리지 말고 합의하자"고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마침 C 씨한테 전화가 걸려오자 A 씨는 협박 전화를 대신 받은 뒤 협상을 통해 합의금 액수를 2억 5,000만 원으로 낮춘 것처럼 연기해 B 씨를 안심시키는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B 씨는 올해 8월 28일 오후 5시쯤 오토바이 택배를 통해 1억 원을 C 씨에게 먼저 건넸다.

A 씨의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A 씨는 B 씨에게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너한테 빌린 돈이 있으니 내가 주식을 매도해 합의금을 마련하겠다”고 속이고 B 씨 앞에서 C 씨와 통화 후 돈을 건넬 약속 장소와 시간까지 정했다. 즉 합의금을 대신 내준다는 거짓말로 채무를 털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후 A 씨는 B 씨에게 “9월 2일 서울역 부근 커피숍에서 만나 나머지 금액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알리며 채무가 이제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A 씨는 B 씨와 동행, B 씨를 속이기 위해 돈 대신 종이뭉치를 가방에 넣어 C 씨를 현장에서 만나 가짜 돈을 건넸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수상히 여긴 B 씨가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들은 잠복 중인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 씨와 C 씨는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됐고,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판사 김태환)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친구를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범행으로 갈취액,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다만 피고인들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액의 상당 부분이 회복됐고,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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