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만 탈모 인에 희소식”…한 번에 열 개씩 심는다

입력 2019.12.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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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2~3시간 동안 똑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극한 직업이 따로 없다니까요.."


환자
"고개도 못 돌리고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누워 있는데, 정말 곤욕이더라고요.
두 번은 못할 것 같아요."


가장 확실한 탈모 해결 '모발 이식'…그러나 과정은 ㅠ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매일 한 움큼씩 빠지고, 정수리는 점점 훤해지는 당신. 혹시 탈모 치료를 고려하고 계신가요? 저도 탈모인의 한 사람으로서 10여 년 전부터 같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한때 탈모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했지만, 호르몬에 작용하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데 대한 왠지 모를 찜찜함 때문에 1년 정도 먹고는 약물치료를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약물치료 말고도 모발 이식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군요. 다만 위에 나오는 의사와 환자의 인터뷰처럼 젊은 시절의 풍성한 모발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할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모발 이식은 뒷머리에서 튼튼한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삽입하는 수술법인데요, 이렇게 이식한 모발은 다시 빠지지 않고 유지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는 법. 모낭은 탈모 정도에 따라 보통 2~3천 개를 심는데요, 많게는 5천 개를 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 번에 하나씩,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거라 의사나 환자 모두 시술이 끝나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탈모 해결책이지만, 모발 이식을 꺼리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시술 과정의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한 번에 열 올씩 심는다…세계 최초 '연발형 식모기(植毛機)'

그러나 앞으로는 모발 이식이 좀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식모기(모발 이식기)는 손잡이 끝에 작은 주삿바늘이 달린 형태입니다. 뒷머리에서 채취한 모낭을 바늘 끝에 삽입해 일일이 두피에 심는 방식인데요, 한 번 심을 때마다 식모기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한 번 시술에 교체가 수천 번 이뤄집니다. '극한 직업이다', 이런 하소연이 나올만합니다.


그런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경북대병원이 민간업체와 공동 개발한 연발형 식모기는 10개의 바늘이 달린 형태입니다. 흔히 쓰는 삼색 볼펜을 생각하면 되는데요, 몸체의 버튼을 누르면 바늘이 하나씩 자동으로 회전하는 방식입니다. 즉 바늘 10개에 모낭을 삽입하면 식모기를 교체하지 않고 연속으로 열 개를 심을 수 있어 교체 횟수가 대폭 줄어듭니다.

국내 탈모 인구 천만 명, 세계적으로는 남성의 42%가 탈모로 고민할 정도로 탈모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데요, 연속 모발 이식이 가능한 식모기를 개발한 건 세계 최초입니다.

피로도 낮추고, 효과는 높이고…모발 이식 혁명

연발형 식모기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8차에 걸쳐 임상시험을 했습니다.

일반 식모기(왼쪽)와 연발형 식모기(오른쪽) 비교일반 식모기(왼쪽)와 연발형 식모기(오른쪽) 비교

일반 식모기는 13초 동안 모낭 3개를 심었지만, 연발형 식모기는 비슷한 시간에 3배나 많은 10개를 심었습니다. 모낭을 심을 때마다 기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연속 작업이 가능했던 덕분이죠. 사용상 결함이나 안전에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습니다.

연발형 식모기를 쓰면 2~3시간 걸리는 시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단축되는데요, 겨우 한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발 이식에서는 이게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의료진과 환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모낭이 체외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면서 생착률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혁신적인 연발형 식모기는 국내에서 일부 상용화에 들어갔고, 지난달 태국에서 개최된 국제 모발이식학회에서도 소개돼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국 FDA 의료기기 등록도 마쳐 세계 시장 진출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탈모 인으로서 궁금하다…"탈모는 언제 정복되나요?"

제가 처음 탈모 치료제를 먹은 게 2005년인데, 저를 치료했던 의사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탈모는 걱정할 것 없다. 10년 정도 약 먹으며 기다리면 탈모 해결책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나름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15년 가까이 지나서도 제가 여전히 탈모 걱정을 하며 모발 이식에 관한 취재를 하는 걸 보면 탈모 정복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탈모를 해결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처음 약을 복용했던 2005년에는 치료제가 하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종류가 엄청 많아졌습니다. 모발 이식 시술도 점점 다양해져, 이제 뒷머리에서 피부 절개 없이 모낭만 채취해 바로 탈모 부위에 심을 수 있고, 시술 비용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더구나 연발형 식모기처럼 혁신적인 시술 기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은 거창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발 이식도 언젠가는 예방주사 한 번 맞는 수준으로 간단해지는 날이 오기를 탈모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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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만 탈모 인에 희소식”…한 번에 열 개씩 심는다
    • 입력 2019-12-19 16:10:47
    취재K
의사
"2~3시간 동안 똑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극한 직업이 따로 없다니까요.."


환자
"고개도 못 돌리고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누워 있는데, 정말 곤욕이더라고요.
두 번은 못할 것 같아요."


가장 확실한 탈모 해결 '모발 이식'…그러나 과정은 ㅠ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매일 한 움큼씩 빠지고, 정수리는 점점 훤해지는 당신. 혹시 탈모 치료를 고려하고 계신가요? 저도 탈모인의 한 사람으로서 10여 년 전부터 같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한때 탈모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했지만, 호르몬에 작용하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데 대한 왠지 모를 찜찜함 때문에 1년 정도 먹고는 약물치료를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약물치료 말고도 모발 이식을 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군요. 다만 위에 나오는 의사와 환자의 인터뷰처럼 젊은 시절의 풍성한 모발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할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모발 이식은 뒷머리에서 튼튼한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삽입하는 수술법인데요, 이렇게 이식한 모발은 다시 빠지지 않고 유지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쉬운 일은 없는 법. 모낭은 탈모 정도에 따라 보통 2~3천 개를 심는데요, 많게는 5천 개를 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 번에 하나씩,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거라 의사나 환자 모두 시술이 끝나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탈모 해결책이지만, 모발 이식을 꺼리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시술 과정의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한 번에 열 올씩 심는다…세계 최초 '연발형 식모기(植毛機)'

그러나 앞으로는 모발 이식이 좀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식모기(모발 이식기)는 손잡이 끝에 작은 주삿바늘이 달린 형태입니다. 뒷머리에서 채취한 모낭을 바늘 끝에 삽입해 일일이 두피에 심는 방식인데요, 한 번 심을 때마다 식모기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한 번 시술에 교체가 수천 번 이뤄집니다. '극한 직업이다', 이런 하소연이 나올만합니다.


그런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경북대병원이 민간업체와 공동 개발한 연발형 식모기는 10개의 바늘이 달린 형태입니다. 흔히 쓰는 삼색 볼펜을 생각하면 되는데요, 몸체의 버튼을 누르면 바늘이 하나씩 자동으로 회전하는 방식입니다. 즉 바늘 10개에 모낭을 삽입하면 식모기를 교체하지 않고 연속으로 열 개를 심을 수 있어 교체 횟수가 대폭 줄어듭니다.

국내 탈모 인구 천만 명, 세계적으로는 남성의 42%가 탈모로 고민할 정도로 탈모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데요, 연속 모발 이식이 가능한 식모기를 개발한 건 세계 최초입니다.

피로도 낮추고, 효과는 높이고…모발 이식 혁명

연발형 식모기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8차에 걸쳐 임상시험을 했습니다.

일반 식모기(왼쪽)와 연발형 식모기(오른쪽) 비교
일반 식모기는 13초 동안 모낭 3개를 심었지만, 연발형 식모기는 비슷한 시간에 3배나 많은 10개를 심었습니다. 모낭을 심을 때마다 기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연속 작업이 가능했던 덕분이죠. 사용상 결함이나 안전에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습니다.

연발형 식모기를 쓰면 2~3시간 걸리는 시술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단축되는데요, 겨우 한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발 이식에서는 이게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의료진과 환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모낭이 체외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면서 생착률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혁신적인 연발형 식모기는 국내에서 일부 상용화에 들어갔고, 지난달 태국에서 개최된 국제 모발이식학회에서도 소개돼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국 FDA 의료기기 등록도 마쳐 세계 시장 진출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탈모 인으로서 궁금하다…"탈모는 언제 정복되나요?"

제가 처음 탈모 치료제를 먹은 게 2005년인데, 저를 치료했던 의사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탈모는 걱정할 것 없다. 10년 정도 약 먹으며 기다리면 탈모 해결책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나름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15년 가까이 지나서도 제가 여전히 탈모 걱정을 하며 모발 이식에 관한 취재를 하는 걸 보면 탈모 정복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탈모를 해결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처음 약을 복용했던 2005년에는 치료제가 하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종류가 엄청 많아졌습니다. 모발 이식 시술도 점점 다양해져, 이제 뒷머리에서 피부 절개 없이 모낭만 채취해 바로 탈모 부위에 심을 수 있고, 시술 비용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더구나 연발형 식모기처럼 혁신적인 시술 기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은 거창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발 이식도 언젠가는 예방주사 한 번 맞는 수준으로 간단해지는 날이 오기를 탈모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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