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적인 양육만 했더라도…”

입력 2019.12.19 (18:24) 수정 2019.12.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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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이 어린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적인 양육만 했더라도 아이 사망을 방지할 수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 송현경 부장판사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홀로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어린 부부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이와 같은 발언으로 따끔한 일침을 가했습니다.

지난 6월 2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아파트를 찾았던 외할아버지가 아파트 현관 앞 종이상자에 담긴 생후 7개월 된 손녀딸을 발견했습니다. 7개월 영아의 몸에선 애완견에게 할퀸 상처도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부부싸움 뒤 아이를 홀로 두고 집을 나갔고, 각자 유흥을 즐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아이의 아빠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고, 엄마는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당시 이 같은 행각이 알려지면서 이들 부부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습니다.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이를 방치한 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이들 부부는 재판과정에서 부부싸움 뒤 화가 나 아이를 두고 나갔고, 남편 혹은 부인이 아이를 돌볼 것으로 생각했다며 아이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살인의 고의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죽일 의도로 내버려 둔 것은 아닐지라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책임을 떠넘겨 아이를 홀로 방치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망 가능성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폭력 등을 아이에게 가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이를 홀로 엿새 동안이나 물이나 분유 등을 주지 않고 방치한 것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입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살인, 시체유기,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아빠 21살 A 씨에게 징역 20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이 엄마 18살 B 양에게는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부모의 불신과 갈등...아이는 무슨 죄?


이들 부부는 부모가 되기에는 비교적 이른 나이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게 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만나게 돼 안타깝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스스로 결정에 따른 것이다."

"피고인들이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양육이 어렵고 힘들어 갈등이 커져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본다. 하지만 피해자인 아기가 3일 넘게 물이나 분유 등의 공급도 없이 고통에 이르게 된 것은 통상의 강도를 넘는 극심한 고통이 수반됐을 것으로 보여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아 결혼생활을 하게 된 부부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생후 7개월밖에 안된 영아에게 돌린 것이어서 이들의 범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용서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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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9 18:24:52
    • 수정2019-12-19 18:27:26
    취재후·사건후
"피고인들이 어린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적인 양육만 했더라도 아이 사망을 방지할 수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 송현경 부장판사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홀로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어린 부부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이와 같은 발언으로 따끔한 일침을 가했습니다.

지난 6월 2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된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아파트를 찾았던 외할아버지가 아파트 현관 앞 종이상자에 담긴 생후 7개월 된 손녀딸을 발견했습니다. 7개월 영아의 몸에선 애완견에게 할퀸 상처도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부부싸움 뒤 아이를 홀로 두고 집을 나갔고, 각자 유흥을 즐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아이의 아빠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고, 엄마는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당시 이 같은 행각이 알려지면서 이들 부부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습니다.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이를 방치한 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이들 부부는 재판과정에서 부부싸움 뒤 화가 나 아이를 두고 나갔고, 남편 혹은 부인이 아이를 돌볼 것으로 생각했다며 아이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살인의 고의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죽일 의도로 내버려 둔 것은 아닐지라도,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책임을 떠넘겨 아이를 홀로 방치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망 가능성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다시 말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폭력 등을 아이에게 가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아이를 홀로 엿새 동안이나 물이나 분유 등을 주지 않고 방치한 것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입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살인, 시체유기, 아동복지법상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아빠 21살 A 씨에게 징역 20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이 엄마 18살 B 양에게는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부모의 불신과 갈등...아이는 무슨 죄?


이들 부부는 부모가 되기에는 비교적 이른 나이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우게 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만나게 돼 안타깝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스스로 결정에 따른 것이다."

"피고인들이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양육이 어렵고 힘들어 갈등이 커져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본다. 하지만 피해자인 아기가 3일 넘게 물이나 분유 등의 공급도 없이 고통에 이르게 된 것은 통상의 강도를 넘는 극심한 고통이 수반됐을 것으로 보여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아이를 낳아 결혼생활을 하게 된 부부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생후 7개월밖에 안된 영아에게 돌린 것이어서 이들의 범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용서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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