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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화해해도 학폭위 가나요?” 아이들 싸움에 끼어든 어른들
입력 2019.12.20 (11:00) 수정 2019.12.20 (11:00) 취재후
[취재후] “화해해도 학폭위 가나요?” 아이들 싸움에 끼어든 어른들
"이놈들! 친구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왜 싸우고 그래. 서로 미안하다고 악수해"

제가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다 싸우면서 큰다'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끼리 싸우면, 마치 넘어져서 묻은 흙 먼지 털어내듯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툭툭 털고 일어나게끔 화해를 시키곤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자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무리가 생겼고, 힘깨나 쓴다는 동급생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투견장에서 개들끼리 싸움을 붙이듯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약한 친구들 간 싸움을 붙였습니다.

학생의 신고로 가해자들은 경찰서까지 갔고, 어른들로 하여금 심각한 상황은 끝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수준으로 애들 싸움에 끼어들었던 어른들을 저는 기억합니다.

한 대 쳤어? 학폭위. 째려봤어? 학폭위. SNS에 악플 달았어? 학폭위.

그런데 그동안은 아이들 싸움에 어른들은 반드시 끼어들어야 했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는 뜻의 시쳇말 '낄끼빠빠'를 몰랐지요.

그동안 교육부 지침과 법령에는 일단 신고가 되면 그들이 화해했건 말건, 신고 후에라도 생각해보니 '학교폭력'까지는 아니었다는 마음이 들든 말든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매년 3만 건을 넘나드는 학폭위 심의가 열렸죠. 그러다 보니 한 현직 교사는 저에게 이런 말도 전합니다.

"학폭위 때문에 학교가 개판이 됐다는 지적, 일부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학생을 가르치는 게 주 업무인 사람입니다. 정말 집단적이고 지속적이며 묵인할 수 없는 폭력은 당연히 학폭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조치를 해서라도 엄단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동급생, 친구, 선후배 간 이른바 '교우관계'를 생각해서 교육적으로 계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조건 학폭위가 열렸으니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을뿐더러, 교실 분위기가 엉망이 됩니다."

우리가 너무 끼어들었나...

그래서일까요? 지난 8월 20일에 신설된 법 조항이 있습니다.
학교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13조 2. '학교장의 자체해결'입니다.


1. 2주 이상의 신체적ㆍ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2.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3.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4.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이러한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왜 진작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끼어들 땐 제대로 끼어들어야지, 없으면 어떡하나...

내년부터는 이렇게 학교장 자체종결로 끝날 사안이 아닐 때 열리는 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상급 기관인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이라는 곳에서 엽니다.

학교장 자체 종결권이 생겼고, 교육지원청이라는 학생들 입장에서 다소 낯선 기관에서 학폭위가 열리니 학폭위 심의 건수가 조금 줄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온 학폭위는 아마 중한 심의 사안이겠지요.

그렇다면 교육청은 어떻게 운영할지 알아보는 찰나, 전국 176개 교육지원청에 불과 154명만 학폭위 전담 인력으로 배정된다고 합니다. 22곳의 교육지원청에는 학폭위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없는 셈이죠.

교육부에 왜 이렇게 태부족으로 배치할 계획인지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A 과에 전화했더니 B 과로, B 과에 전화했더니 C 과로, C 과에 전화했더니 D 과로, D 과에 전화했더니 다시 A 과로...

이렇게 4개 과에 전화를 돌렸지만 예산 얘기, 배정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 지방 교육청에서 알아서 뽑을 일이라는 얘기... 이제는 아이들 싸움에 어른들이 끼기도 싫은가 봅니다.

하지만 간섭할 때는 제대로 해야죠. 학폭위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첫해부터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아이들 싸움에 끼어들 어른은 단순히 잘잘못을 가리고, 아이들을 법으로만 심판하려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자신의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육부 A 과가 애초 '최소 200명은 필요하다'고 한 건의를 교육 당국은 '예산 문제'로만 돌리지 말아야 할 겁니다.

학폭위 전담 인력 최종 확정은 다음 달이라고 하네요. 새해에는 아이들 싸움에 제대로 끼어든 어른들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봅니다.
  • [취재후] “화해해도 학폭위 가나요?” 아이들 싸움에 끼어든 어른들
    • 입력 2019.12.20 (11:00)
    • 수정 2019.12.20 (11:00)
    취재후
[취재후] “화해해도 학폭위 가나요?” 아이들 싸움에 끼어든 어른들
"이놈들! 친구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왜 싸우고 그래. 서로 미안하다고 악수해"

제가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다 싸우면서 큰다'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끼리 싸우면, 마치 넘어져서 묻은 흙 먼지 털어내듯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툭툭 털고 일어나게끔 화해를 시키곤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자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무리가 생겼고, 힘깨나 쓴다는 동급생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투견장에서 개들끼리 싸움을 붙이듯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약한 친구들 간 싸움을 붙였습니다.

학생의 신고로 가해자들은 경찰서까지 갔고, 어른들로 하여금 심각한 상황은 끝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수준으로 애들 싸움에 끼어들었던 어른들을 저는 기억합니다.

한 대 쳤어? 학폭위. 째려봤어? 학폭위. SNS에 악플 달았어? 학폭위.

그런데 그동안은 아이들 싸움에 어른들은 반드시 끼어들어야 했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는 뜻의 시쳇말 '낄끼빠빠'를 몰랐지요.

그동안 교육부 지침과 법령에는 일단 신고가 되면 그들이 화해했건 말건, 신고 후에라도 생각해보니 '학교폭력'까지는 아니었다는 마음이 들든 말든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매년 3만 건을 넘나드는 학폭위 심의가 열렸죠. 그러다 보니 한 현직 교사는 저에게 이런 말도 전합니다.

"학폭위 때문에 학교가 개판이 됐다는 지적, 일부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학생을 가르치는 게 주 업무인 사람입니다. 정말 집단적이고 지속적이며 묵인할 수 없는 폭력은 당연히 학폭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조치를 해서라도 엄단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동급생, 친구, 선후배 간 이른바 '교우관계'를 생각해서 교육적으로 계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무조건 학폭위가 열렸으니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을뿐더러, 교실 분위기가 엉망이 됩니다."

우리가 너무 끼어들었나...

그래서일까요? 지난 8월 20일에 신설된 법 조항이 있습니다.
학교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13조 2. '학교장의 자체해결'입니다.


1. 2주 이상의 신체적ㆍ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2.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3.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4.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이러한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왜 진작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끼어들 땐 제대로 끼어들어야지, 없으면 어떡하나...

내년부터는 이렇게 학교장 자체종결로 끝날 사안이 아닐 때 열리는 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상급 기관인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이라는 곳에서 엽니다.

학교장 자체 종결권이 생겼고, 교육지원청이라는 학생들 입장에서 다소 낯선 기관에서 학폭위가 열리니 학폭위 심의 건수가 조금 줄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온 학폭위는 아마 중한 심의 사안이겠지요.

그렇다면 교육청은 어떻게 운영할지 알아보는 찰나, 전국 176개 교육지원청에 불과 154명만 학폭위 전담 인력으로 배정된다고 합니다. 22곳의 교육지원청에는 학폭위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없는 셈이죠.

교육부에 왜 이렇게 태부족으로 배치할 계획인지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A 과에 전화했더니 B 과로, B 과에 전화했더니 C 과로, C 과에 전화했더니 D 과로, D 과에 전화했더니 다시 A 과로...

이렇게 4개 과에 전화를 돌렸지만 예산 얘기, 배정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 지방 교육청에서 알아서 뽑을 일이라는 얘기... 이제는 아이들 싸움에 어른들이 끼기도 싫은가 봅니다.

하지만 간섭할 때는 제대로 해야죠. 학폭위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첫해부터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아이들 싸움에 끼어들 어른은 단순히 잘잘못을 가리고, 아이들을 법으로만 심판하려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자신의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육부 A 과가 애초 '최소 200명은 필요하다'고 한 건의를 교육 당국은 '예산 문제'로만 돌리지 말아야 할 겁니다.

학폭위 전담 인력 최종 확정은 다음 달이라고 하네요. 새해에는 아이들 싸움에 제대로 끼어든 어른들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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