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공판조서에 담기지 않은 세 가지 장면들

입력 2019.12.20 (16:25) 수정 2019.12.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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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입시를 위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의 재판, 요새 서초동에서 가장 '핫한' 재판이 됐습니다. 아직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예비 재판인 공판준비기일부터 회차를 거듭할수록 파행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9일) 열린 제4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와 검찰은 고성까지 오가며 크게 맞붙었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에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그 전에 지난 10일 열렸던 제3회 공판준비기일의 몇 가지 장면들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장면 하나, 퇴정


지난 10일 재판부가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검찰과 재판부는 처음 크게 충돌했습니다. 검찰은 기본적인 공소사실, 즉 '정경심 교수가 2012년 9월 7일 날짜가 찍힌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며 거듭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미 불허 판단을 내린 사안이라고 강조하면서 '퇴정'을 경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장면 둘, 보석


사모펀드 의혹으로 지난달 2차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정 교수 변호인 측은 "수사기록 복사가 끝나지 않아 공판준비기일을 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번주까지 기록 복사를 완료하라며, 재판이 계속 늦어질 경우 구속된 정 교수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보석 청구'를 언급했습니다.

장면 셋, 공주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는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뒤 국제학술대회 발표문 초록에 제3 저자로 등재됐습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수초 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간단한 활동만 하고 저자로 허위 등재됐다'며 정 교수를 기소했는데요. 공주대 연구윤리위는 저자 등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연구윤리위에 대해 언급하며 "대학 자체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서에 담기지 않은 장면들이 의미하는 것은

이 세 장면은 재판부가 작성한 공판조서에는 담기지 않는 장면들입니다. "재판부가 정 교수의 후견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검찰이 가장 문제를 삼은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공판조서는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만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열린 재판을 3장짜리 조서로 정리했는데,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이유를 1장 반 정도 기재한 뒤 소송관계인(검찰)에 대해서는 "별 의견 없다고 진술"이라고 적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판에서 오간 수많은 공방과 검찰의 이의 제기가 전혀 담기지 않은 허위 공문서"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공판조서를 수정해줄 것과, 재판부의 퇴정 요구는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상급심 재판부는 공판조서를 읽고 하급심 재판을 판단하게 되는데, 검찰의 이의제기를 조서에 전혀 적지 않은 것은 과정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예단을 심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공판조서에 뭐 쓸지 결정하는 것 역시 재판부 재량"

판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어제 검찰의 의견서에 대해 "모든 부분을 조서에 기재할 수는 없다"면서도, "검찰의 이의 제기가 기재되지 않은 부분은 문제이니 그 부분에 한해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판조서는 재판에서 오간 모든 말을 담는 속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만을 적었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판사들은 조금씩 의견은 달랐지만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 판사는 "재판부의 불허 결정에 검찰이 불만을 표시한 점을, 과연 조서에 남길 만한 중요한 사항으로 볼 만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다른 판사는 "공판조서가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조서에 담을 주요사항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주체도 역시 법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원칙보다는 재판부 깎아내리기에 집중하며 과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겁니다.

"공소장 변경"부터 "공판조서"까지.. 절차마다 충돌하는 檢·法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워낙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이러다 온 국민들이 법률가(?)가 될 지경입니다. '공소장 변경', '공소사실의 동일성', '공판조서' 등,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법률 용어들이 쏟아져나옵니다. 본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같은 법적 절차상의 문제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재판의 공정성이 심히 우려된다"며 "일단은 지켜보겠지만 이런 방향의 재판 진행이 계속된다면 기피 신청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검찰과 재판부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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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경심 공판조서에 담기지 않은 세 가지 장면들
    • 입력 2019-12-20 16:25:10
    • 수정2019-12-20 16:49:07
    취재K
딸의 입시를 위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교수의 재판, 요새 서초동에서 가장 '핫한' 재판이 됐습니다. 아직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예비 재판인 공판준비기일부터 회차를 거듭할수록 파행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어제(19일) 열린 제4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와 검찰은 고성까지 오가며 크게 맞붙었습니다. 재판부가 검찰에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그 전에 지난 10일 열렸던 제3회 공판준비기일의 몇 가지 장면들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장면 하나, 퇴정


지난 10일 재판부가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검찰과 재판부는 처음 크게 충돌했습니다. 검찰은 기본적인 공소사실, 즉 '정경심 교수가 2012년 9월 7일 날짜가 찍힌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며 거듭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미 불허 판단을 내린 사안이라고 강조하면서 '퇴정'을 경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장면 둘, 보석


사모펀드 의혹으로 지난달 2차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정 교수 변호인 측은 "수사기록 복사가 끝나지 않아 공판준비기일을 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이번주까지 기록 복사를 완료하라며, 재판이 계속 늦어질 경우 구속된 정 교수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보석 청구'를 언급했습니다.

장면 셋, 공주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는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뒤 국제학술대회 발표문 초록에 제3 저자로 등재됐습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수초 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간단한 활동만 하고 저자로 허위 등재됐다'며 정 교수를 기소했는데요. 공주대 연구윤리위는 저자 등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연구윤리위에 대해 언급하며 "대학 자체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서에 담기지 않은 장면들이 의미하는 것은

이 세 장면은 재판부가 작성한 공판조서에는 담기지 않는 장면들입니다. "재판부가 정 교수의 후견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검찰이 가장 문제를 삼은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공판조서는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만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열린 재판을 3장짜리 조서로 정리했는데,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이유를 1장 반 정도 기재한 뒤 소송관계인(검찰)에 대해서는 "별 의견 없다고 진술"이라고 적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판에서 오간 수많은 공방과 검찰의 이의 제기가 전혀 담기지 않은 허위 공문서"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공판조서를 수정해줄 것과, 재판부의 퇴정 요구는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상급심 재판부는 공판조서를 읽고 하급심 재판을 판단하게 되는데, 검찰의 이의제기를 조서에 전혀 적지 않은 것은 과정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예단을 심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공판조서에 뭐 쓸지 결정하는 것 역시 재판부 재량"

판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는 어제 검찰의 의견서에 대해 "모든 부분을 조서에 기재할 수는 없다"면서도, "검찰의 이의 제기가 기재되지 않은 부분은 문제이니 그 부분에 한해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판조서는 재판에서 오간 모든 말을 담는 속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만을 적었다는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판사들은 조금씩 의견은 달랐지만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 판사는 "재판부의 불허 결정에 검찰이 불만을 표시한 점을, 과연 조서에 남길 만한 중요한 사항으로 볼 만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다른 판사는 "공판조서가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조서에 담을 주요사항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주체도 역시 법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원칙보다는 재판부 깎아내리기에 집중하며 과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겁니다.

"공소장 변경"부터 "공판조서"까지.. 절차마다 충돌하는 檢·法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워낙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이러다 온 국민들이 법률가(?)가 될 지경입니다. '공소장 변경', '공소사실의 동일성', '공판조서' 등, 법조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법률 용어들이 쏟아져나옵니다. 본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같은 법적 절차상의 문제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재판의 공정성이 심히 우려된다"며 "일단은 지켜보겠지만 이런 방향의 재판 진행이 계속된다면 기피 신청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검찰과 재판부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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