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닌 노예였다”…해경 의경 갑질 논란

입력 2019.12.20 (17:00) 수정 2019.12.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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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아닌 노예" 어느 의경의 일기

2019년 8월 26일
(의경지도관이) 정훈 교육 중 근무하던 의경을 제외한 나머지 의경들에게 "너네 똑바로 해라 이XX들아. 아이 XX끼들은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욕설을 사용하며 책상을 치고 째려보는 등 위화감을 조성했다.

2019년 9월 5일
출근 후 오전 9시 30분경 술 냄새를 풍기며 의경 휴게실로 와 1시간가량 취침 후 돌아갔다.

2019년 9월 19일
오전 8시 10분쯤 의경 샤워 용품으로 머리를 감으며 "수건, 샴푸 가져와라"라며 "머리빗과 헤어젤"을 가져오라고 했다. 없으니까 "쓸모없다”고 했다. '라면 끓이라고 하며 청양고추와 달걀 하나를 넣으라'고 했다. 내가 하나의 인격체, 군인이 아닌 노예나 시중 취급을 받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2019년 10월 2일
반가 사용 후 오후 2시경 별관으로 왔는데 술 냄새가 엄청났다. "등이나 좀 두드려 봐라"한 뒤 의경 화장실에 구토하고 "치워"라고 한 후 의경휴게실 소파에서 오후 4시까지 취침함.

2019년 10월 14일
나, OO과 같이 근무하던 상경 OO에게 의경지도관님이 근무 중 "야 XX해봤냐", "XX 해봤냐"를 물어봤다. (성관계 발언)

2019년 11월 8일
오후 5시 30분경 저녁 크림 파스타를 의경 저녁으로 만들었다. 의경지도관이 올라와 "야 한 그릇 가져와 봐" 하고 먹은 뒤 "야 그릇 알아서 치워" 라고 말하고 그냥 내려가셨다. 정말 의경은 노예고 가정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1월 11일
출근 후 오전 9시 20분쯤 의경지도관이 나에게 "야 빼빼로 없냐?"고 말했다. 없다고 하니 "경찰서로 담겨줘도 쓸모가 없네"라며 "방제17로 갈 준비하고 짐 싸"라며 빼빼로를 안 줬다고 발령권으로 협박했다. 늘 자신이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짐 싸라"며 협박을 자주 해왔다. 그런 것들이 힘들다.


의경지도관 갑질 논란

지난 18일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의경지도관 A 경사가 의경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는 제보가 KBS에 접수됐다. 제보 사진에는 날짜와 장소, 갑질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행위 등이 명시돼 있었다.

A 경사는 지난 1월부터 의경지도관으로 근무 중으로, 제보 내용에는 일기장을 비롯해 A 경사가 근무 시간 의경 휴게실 등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찍힌 영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의경들끼리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에는 A 경사가 의경들에게 성관계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성희롱을 당한 의경은 "좀 불편했고, 심하게 말하면 자괴감까지 들고 수치심도 느꼈다"고 답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의경은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의무경찰로 대체 복무를 하는 게 아니라 가정부, 노예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의경지도관 '기강 확립 위해 어쩔 수 없었다’

A 경사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기강 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폭언에 대해서는 "전혀 없진 않았다. 퍼센트로 따지면 5% 이내다. 쌍욕 하면서 다른 말을 하는데, 이 XX들 정도 수준이다. 잡아 놓고 심한 폭언이나 쌍욕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무 태만과 관련해서는 근무 중에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사진과 영상에는 A 경사가 의경휴게실 등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A 경사는 "계장이 엄격해서 그럴 수 없다. 동료들과 술자리는 있지만 심하게 먹은 날에는 오전 반가를 쓰던가 계장에게 전화해 휴가를 쓴다"고 해명했다.

A 경사는 "최근 의경들이 주류 반입 문제 등으로 징계를 받아 다른 부서에 발령 조치가 됐다. 그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아 제보한 것 같다. 잘해주려고 예산도 따서 휴게실도 개선하고, 자유롭게 쉬도록 인테리어도 했다. 복지와 사기 진작을 위해서 필요한 물품을 많이 사주기도 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A 경사를 상대로 감찰에 나섰다. 해경은 우선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서는 한편 사실관계 확인 뒤 A 경사와 의경의 분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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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인 아닌 노예였다”…해경 의경 갑질 논란
    • 입력 2019-12-20 17:00:49
    • 수정2019-12-20 19:21:41
    취재K
"군인 아닌 노예" 어느 의경의 일기

2019년 8월 26일
(의경지도관이) 정훈 교육 중 근무하던 의경을 제외한 나머지 의경들에게 "너네 똑바로 해라 이XX들아. 아이 XX끼들은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욕설을 사용하며 책상을 치고 째려보는 등 위화감을 조성했다.

2019년 9월 5일
출근 후 오전 9시 30분경 술 냄새를 풍기며 의경 휴게실로 와 1시간가량 취침 후 돌아갔다.

2019년 9월 19일
오전 8시 10분쯤 의경 샤워 용품으로 머리를 감으며 "수건, 샴푸 가져와라"라며 "머리빗과 헤어젤"을 가져오라고 했다. 없으니까 "쓸모없다”고 했다. '라면 끓이라고 하며 청양고추와 달걀 하나를 넣으라'고 했다. 내가 하나의 인격체, 군인이 아닌 노예나 시중 취급을 받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2019년 10월 2일
반가 사용 후 오후 2시경 별관으로 왔는데 술 냄새가 엄청났다. "등이나 좀 두드려 봐라"한 뒤 의경 화장실에 구토하고 "치워"라고 한 후 의경휴게실 소파에서 오후 4시까지 취침함.

2019년 10월 14일
나, OO과 같이 근무하던 상경 OO에게 의경지도관님이 근무 중 "야 XX해봤냐", "XX 해봤냐"를 물어봤다. (성관계 발언)

2019년 11월 8일
오후 5시 30분경 저녁 크림 파스타를 의경 저녁으로 만들었다. 의경지도관이 올라와 "야 한 그릇 가져와 봐" 하고 먹은 뒤 "야 그릇 알아서 치워" 라고 말하고 그냥 내려가셨다. 정말 의경은 노예고 가정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1월 11일
출근 후 오전 9시 20분쯤 의경지도관이 나에게 "야 빼빼로 없냐?"고 말했다. 없다고 하니 "경찰서로 담겨줘도 쓸모가 없네"라며 "방제17로 갈 준비하고 짐 싸"라며 빼빼로를 안 줬다고 발령권으로 협박했다. 늘 자신이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짐 싸라"며 협박을 자주 해왔다. 그런 것들이 힘들다.


의경지도관 갑질 논란

지난 18일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의경지도관 A 경사가 의경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는 제보가 KBS에 접수됐다. 제보 사진에는 날짜와 장소, 갑질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행위 등이 명시돼 있었다.

A 경사는 지난 1월부터 의경지도관으로 근무 중으로, 제보 내용에는 일기장을 비롯해 A 경사가 근무 시간 의경 휴게실 등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찍힌 영상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의경들끼리 나눈 카카오톡 대화 기록에는 A 경사가 의경들에게 성관계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성희롱을 당한 의경은 "좀 불편했고, 심하게 말하면 자괴감까지 들고 수치심도 느꼈다"고 답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한 의경은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의무경찰로 대체 복무를 하는 게 아니라 가정부, 노예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의경지도관 '기강 확립 위해 어쩔 수 없었다’

A 경사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기강 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폭언에 대해서는 "전혀 없진 않았다. 퍼센트로 따지면 5% 이내다. 쌍욕 하면서 다른 말을 하는데, 이 XX들 정도 수준이다. 잡아 놓고 심한 폭언이나 쌍욕을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무 태만과 관련해서는 근무 중에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사진과 영상에는 A 경사가 의경휴게실 등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A 경사는 "계장이 엄격해서 그럴 수 없다. 동료들과 술자리는 있지만 심하게 먹은 날에는 오전 반가를 쓰던가 계장에게 전화해 휴가를 쓴다"고 해명했다.

A 경사는 "최근 의경들이 주류 반입 문제 등으로 징계를 받아 다른 부서에 발령 조치가 됐다. 그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아 제보한 것 같다. 잘해주려고 예산도 따서 휴게실도 개선하고, 자유롭게 쉬도록 인테리어도 했다. 복지와 사기 진작을 위해서 필요한 물품을 많이 사주기도 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A 경사를 상대로 감찰에 나섰다. 해경은 우선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서는 한편 사실관계 확인 뒤 A 경사와 의경의 분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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