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방위비분담, ‘어디서’·‘왜’ 엇갈릴까

입력 2019.12.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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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방위비 분담을 두고 담판을 벌이고 있는 두 수석대표가 최근 잇따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장외 설전을 벌였습니다. 두 대표가 각각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협상이 개시된 지 3개월만입니다.

이목이 집중됐던 두 대표의 기자회견 결과, 한국과 미국이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가 더욱 더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SMA 틀을 유지해야 하느냐, 확대해야 하느냐의 근본적 문제에서 견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美 "SMA, 미국 기여 제대로 반영 못 해"

현재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항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은 이 세 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방위비를 분담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이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 병력 훈련과 이들이 갖추는 장비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데도 현행 SMA 틀은 이 같은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비용이 기술적으로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국에 분담을 요구하는) 모든 비용은 한국 방어와 직결된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드하트 미국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지금 SMA 틀만으로는 한국 방위를 위한 미국의 기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SMA 안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에서도 한국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니 이번 협상부터는 그 부분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주한미군 순환 배치 비용과 장비의 이동·배치 비용, 심지어는 한국이 아닌 역외에서 발생하는 미군 훈련 비용까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한국의 방어를 위한 것이자 동맹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SMA 항목은 총 세 가지이지만, 이를 네 가지로 늘려서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분담하기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韓 "수용 불가…. 현행 틀 유지돼야"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항목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꼭 지금의 세 가지 항목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과거에는 항목이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네 가지였지만 이 가운데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항목이 더 이상 유지될 필요 없다는 한미 양국의 공감대 하에 지금의 세 항목으로 줄어든 전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미 측의 주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은보 우리 측 대표가 이 점을 어제 기자회견에서 콕 짚어 밝혔습니다.

"원칙적으로 기존 SMA 협상의 틀, 28년간 유지되어 온 SMA 틀이 유지되어야 된다는 입장은 강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또는 경비에 대한 분담은 저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SMA는 본래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SOFA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예외를 둬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가 경비의 일부를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SMA입니다.

이처럼 SMA가 애초에 주둔군 지위 협정에 대한 특별협정인 만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비용을 분담한다는 취지, 즉 지금의 SMA 틀에서 벗어난 돈은 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입니다. 이런 논리에 근거한다면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준비태세' 항목 신설은 SMA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 대표단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무기 구매'로 美 설득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우리 대표단은 '동맹에 대한 기여가 현행 SMA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미국의 논리에 맞서서 우리 역시 방위비 분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산 무기 구매입니다. 한국은 지난 10년 간(2008~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산 나라입니다. 금액으로 따져도 67억 달러로 적지 않습니다.

정은보 대표 역시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동맹 기여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이 하고 있는 동맹 기여에 대한 설명과 거기에 대한 정당한,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측 모두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으니 서로의 기여분을 인정하고 다시 SMA 틀 안에서 논의를 이어가자고 설득하는 일종의 상쇄 전략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단기간에 한미가 협상 타결을 이루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직접 한국에 대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압박했었으니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쉽사리 지금의 주장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 협상 대표단은 '양 측이 상호 이해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드하트 대표 역시 미국의 요구 금액이 당초 알려졌던 50억 달러에서 다소 조정됐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연내 타결은 무산됐고, 양 측은 협정 공백 상태에서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또, 주한미군이 내년 4월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 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을 장기화시키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양국 대표단은 'SMA 틀'과 '동맹 기여'를 둘러싼 담판에서 극적 타결을 이룰 수 있을까요? 대표단은 다음 달부터 다시 협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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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방위비분담, ‘어디서’·‘왜’ 엇갈릴까
    • 입력 2019-12-20 18:26:02
    취재K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방위비 분담을 두고 담판을 벌이고 있는 두 수석대표가 최근 잇따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장외 설전을 벌였습니다. 두 대표가 각각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협상이 개시된 지 3개월만입니다.

이목이 집중됐던 두 대표의 기자회견 결과, 한국과 미국이 평행선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가 더욱 더 명확해졌습니다. 바로 SMA 틀을 유지해야 하느냐, 확대해야 하느냐의 근본적 문제에서 견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美 "SMA, 미국 기여 제대로 반영 못 해"

현재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항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은 이 세 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방위비를 분담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이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한미군의 순환배치와 임시배치, 병력 훈련과 이들이 갖추는 장비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데도 현행 SMA 틀은 이 같은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비용이 기술적으로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국에 분담을 요구하는) 모든 비용은 한국 방어와 직결된 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드하트 미국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지금 SMA 틀만으로는 한국 방위를 위한 미국의 기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SMA 안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에서도 한국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니 이번 협상부터는 그 부분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주한미군 순환 배치 비용과 장비의 이동·배치 비용, 심지어는 한국이 아닌 역외에서 발생하는 미군 훈련 비용까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한국의 방어를 위한 것이자 동맹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의 SMA 항목은 총 세 가지이지만, 이를 네 가지로 늘려서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분담하기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韓 "수용 불가…. 현행 틀 유지돼야"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항목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꼭 지금의 세 가지 항목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과거에는 항목이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네 가지였지만 이 가운데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항목이 더 이상 유지될 필요 없다는 한미 양국의 공감대 하에 지금의 세 항목으로 줄어든 전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미 측의 주장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은보 우리 측 대표가 이 점을 어제 기자회견에서 콕 짚어 밝혔습니다.

"원칙적으로 기존 SMA 협상의 틀, 28년간 유지되어 온 SMA 틀이 유지되어야 된다는 입장은 강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또는 경비에 대한 분담은 저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SMA는 본래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SOFA는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예외를 둬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가 경비의 일부를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SMA입니다.

이처럼 SMA가 애초에 주둔군 지위 협정에 대한 특별협정인 만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비용을 분담한다는 취지, 즉 지금의 SMA 틀에서 벗어난 돈은 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입니다. 이런 논리에 근거한다면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준비태세' 항목 신설은 SMA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 대표단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무기 구매'로 美 설득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우리 대표단은 '동맹에 대한 기여가 현행 SMA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미국의 논리에 맞서서 우리 역시 방위비 분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산 무기 구매입니다. 한국은 지난 10년 간(2008~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산 나라입니다. 금액으로 따져도 67억 달러로 적지 않습니다.

정은보 대표 역시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동맹 기여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이 하고 있는 동맹 기여에 대한 설명과 거기에 대한 정당한,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측 모두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에 기여하고 있으니 서로의 기여분을 인정하고 다시 SMA 틀 안에서 논의를 이어가자고 설득하는 일종의 상쇄 전략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단기간에 한미가 협상 타결을 이루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직접 한국에 대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압박했었으니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쉽사리 지금의 주장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 협상 대표단은 '양 측이 상호 이해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드하트 대표 역시 미국의 요구 금액이 당초 알려졌던 50억 달러에서 다소 조정됐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연내 타결은 무산됐고, 양 측은 협정 공백 상태에서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또, 주한미군이 내년 4월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 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을 장기화시키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양국 대표단은 'SMA 틀'과 '동맹 기여'를 둘러싼 담판에서 극적 타결을 이룰 수 있을까요? 대표단은 다음 달부터 다시 협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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