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만나는 남자가 4억 줘”…‘자랑 카톡’이 소송전으로

입력 2019.12.21 (09:00) 수정 2019.12.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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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조금이나마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판결은 미스코리아가 보낸 한 마디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해 벌어진 소송전입니다. 카카오톡으로 욕설했다면, 허위사실을 통해 명예훼손을 했다면 상대에게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요. 만약 그 실마리를 당사자가 제공했다면 또 어떨까요.

"4억 받았어"…'자랑 카톡'이 검찰 고소로 번져

몇 년 전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A 씨와 B 씨는 함께 대회에 출전한 것을 계기로 '언니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둘은 평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A 씨는 B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만나는 남자로부터 4억을 받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B 씨는 이 문자메시지를 보고 지인 C 씨에게 전화해 "A 씨가 만나는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이번에 임대차보증금으로 4억 원을 줬다고 들었다. 그 사람으로부터 매달 1,0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면서 "언니가 당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도 했습니다.

평소 A 씨와 C 씨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C 씨는 A씨가 자신의 험담을 했단 말을 듣자마자 A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대뜸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C 씨는 "OO 역겹다. 내 인맥과 지인 인맥부터 해서 미스코리아 회사까지 그리고 (남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기사까지 터뜨릴 생각"이라며 "네 얼굴 못 들도록 다니게 해줄게"라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일주일 동안 47회에 걸쳐 A 씨에게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를 보내고, 18회에 걸쳐 협박했습니다.

A 씨는 B, C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B 씨에 대해서는 "만나는 남자로부터 4억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벌금 50만 원, C 씨에 대해선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협박죄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이 약식명령은 지난해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이런 소란이 알려지면서 미스코리아 조직위원회로부터 왕관수여식에 참석하지 말란 통보를 받았습니다.

"스폰 받냐", "기사 터뜨린다" 협박…손해배상 위자료 얼마 냈을까

A 씨는 2018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 B 씨에게 700만 원, C 씨에게 2,5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도 냈습니다. B 씨와 C 씨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는 겁니다.

A 씨는 "B 씨는 C 씨 등에게 '돈 받고 남자를 만난다' '남자한테 월 1천만 원씩 받고, 차도 남자가 바꿔줬으며, 그 대가로 그 남자와 만나고 같이 여행도 간다' 'A씨가 C 씨를 욕하고 다닌다'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C 씨에 대해선 "각종 욕설, '몸 팔고 다니고 스폰받고 다니는 O' '네가 아저씨한테 한 달 천만 원 받고 150에도 자러 나갔던 사실은 변함없어' 등의 음란한 문언, '미스코리아 회사까지 그리고 기사까지 터뜨릴 생각' 등의 협박이 포함된 다수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행사 주관사에 A씨가 성적으로 문란하단 소문을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이들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공포심과 불안감 유발 또는 협박의 언행으로 미스코리아 왕관수여식에 배제되는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약식명령 확정으로 B 씨, C 씨의 불법행위가 이미 인정된 이상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손해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A 씨의 청구액수를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B 씨의 경우 C 씨에게 원고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경솔하게 공개하여 사태를 초래하였고, 원고 앞에서는 사죄한다는 의사를 밝힌 듯하나 책임은 C 씨에게 떠넘겼으며 그러면서도 소송에선 자신에게 전혀 잘못이 없단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C 씨의 경우 행위의 불법성은 중하나 원고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행위에 이르는 등 동기에 참작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고가 만나는 남자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자랑을 한 것이나 C 씨에 대해 험담, 욕설하는 등 일부 실마리를 제공했다"고도 했습니다.

법원은 아울러 "피고들의 행위로 인해 원고가 미스코리아 왕관수여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B 씨의 위자료를 100만 원, C 씨의 위자료를 250만 원으로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양쪽 모두 더 다투지 않기로 해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스코리아 대회 주관사인 한국일보E&B에서는 기사의 인물이 미스코리아 최종 본선 당선자가 아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후보자들' 혹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지역 당선자들' 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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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코리아 “만나는 남자가 4억 줘”…‘자랑 카톡’이 소송전으로
    • 입력 2019-12-21 09:00:58
    • 수정2019-12-22 11:11:54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조금이나마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판결은 미스코리아가 보낸 한 마디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해 벌어진 소송전입니다. 카카오톡으로 욕설했다면, 허위사실을 통해 명예훼손을 했다면 상대에게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요. 만약 그 실마리를 당사자가 제공했다면 또 어떨까요.

"4억 받았어"…'자랑 카톡'이 검찰 고소로 번져

몇 년 전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A 씨와 B 씨는 함께 대회에 출전한 것을 계기로 '언니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둘은 평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A 씨는 B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만나는 남자로부터 4억을 받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B 씨는 이 문자메시지를 보고 지인 C 씨에게 전화해 "A 씨가 만나는 남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이번에 임대차보증금으로 4억 원을 줬다고 들었다. 그 사람으로부터 매달 1,00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면서 "언니가 당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도 했습니다.

평소 A 씨와 C 씨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C 씨는 A씨가 자신의 험담을 했단 말을 듣자마자 A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대뜸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C 씨는 "OO 역겹다. 내 인맥과 지인 인맥부터 해서 미스코리아 회사까지 그리고 (남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기사까지 터뜨릴 생각"이라며 "네 얼굴 못 들도록 다니게 해줄게"라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일주일 동안 47회에 걸쳐 A 씨에게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를 보내고, 18회에 걸쳐 협박했습니다.

A 씨는 B, C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B 씨에 대해서는 "만나는 남자로부터 4억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명예훼손죄로 벌금 50만 원, C 씨에 대해선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협박죄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이 약식명령은 지난해 확정됐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이런 소란이 알려지면서 미스코리아 조직위원회로부터 왕관수여식에 참석하지 말란 통보를 받았습니다.

"스폰 받냐", "기사 터뜨린다" 협박…손해배상 위자료 얼마 냈을까

A 씨는 2018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 B 씨에게 700만 원, C 씨에게 2,5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도 냈습니다. B 씨와 C 씨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는 겁니다.

A 씨는 "B 씨는 C 씨 등에게 '돈 받고 남자를 만난다' '남자한테 월 1천만 원씩 받고, 차도 남자가 바꿔줬으며, 그 대가로 그 남자와 만나고 같이 여행도 간다' 'A씨가 C 씨를 욕하고 다닌다'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C 씨에 대해선 "각종 욕설, '몸 팔고 다니고 스폰받고 다니는 O' '네가 아저씨한테 한 달 천만 원 받고 150에도 자러 나갔던 사실은 변함없어' 등의 음란한 문언, '미스코리아 회사까지 그리고 기사까지 터뜨릴 생각' 등의 협박이 포함된 다수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행사 주관사에 A씨가 성적으로 문란하단 소문을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이들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공포심과 불안감 유발 또는 협박의 언행으로 미스코리아 왕관수여식에 배제되는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약식명령 확정으로 B 씨, C 씨의 불법행위가 이미 인정된 이상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손해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A 씨의 청구액수를 상당 부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B 씨의 경우 C 씨에게 원고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경솔하게 공개하여 사태를 초래하였고, 원고 앞에서는 사죄한다는 의사를 밝힌 듯하나 책임은 C 씨에게 떠넘겼으며 그러면서도 소송에선 자신에게 전혀 잘못이 없단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C 씨의 경우 행위의 불법성은 중하나 원고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행위에 이르는 등 동기에 참작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나타난 바와 같이 원고가 만나는 남자로부터 돈을 받는다고 자랑을 한 것이나 C 씨에 대해 험담, 욕설하는 등 일부 실마리를 제공했다"고도 했습니다.

법원은 아울러 "피고들의 행위로 인해 원고가 미스코리아 왕관수여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B 씨의 위자료를 100만 원, C 씨의 위자료를 250만 원으로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양쪽 모두 더 다투지 않기로 해 1심에서 확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스코리아 대회 주관사인 한국일보E&B에서는 기사의 인물이 미스코리아 최종 본선 당선자가 아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후보자들' 혹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지역 당선자들' 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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