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일주일’…크리스마스가 첫 ‘고비’?

입력 2019.12.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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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2019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북한이 미국에 '선물'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날입니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이 한반도가 외교 안보 현안으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공엔 연일 미군 정찰기가 뜨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한미 특전사 요원들이 가상의 북한군 기지를 습격하는 훈련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합니다. 한·중·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별도의 논의도 합니다. 이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북한은 크리스마스 직후, 예고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북한의 '새로운 길'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레드라인' 넘지 말라고 北 설득할 수 있을까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중국의 역할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는 전혀 대화할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공개적으로 북한에 만남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답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사실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그나마 북한과 소통이 되는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도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 과거 '6자회담'의 복구 등도 거론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한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치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만일 중국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레드라인(red line)'을 넘지 말라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앞으로 중국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상황에서 당장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중국과 러시아도 중재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북한과 적극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이 원하는 방안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을 움직일 명분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지시간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방법으로 '제재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 22일까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 폐지, 또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 제재 면제 등 북한이 먼저 풀어주길 원하는 제재 5가지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제재'를 먼저 푸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이 '영변 핵시설'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도 미국은 '제재 완화'를 협상의 출구에 놓았습니다. 지금 협상의 입구에서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북미 협상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마지막 협상 지렛대가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시설이라면, 미국의 마지막 협상 지렛대는 바로 대북 제재 해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북미 간에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이 움직일 공간이 적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새로운 길' 준비하는 北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중단한 채 차근차근 '새로운 길'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나 군 조직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달 말로 예고했던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열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대내외 정세에 대한 중대한 문제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에 발신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은 ① 경제에서의 자력갱생, ② 핵 무력의 질적인 강화, ③ 중국·러시아와의 연대강화 등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상황 반전을 가져올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2020년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며 "그 길에는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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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운명의 일주일’…크리스마스가 첫 ‘고비’?
    • 입력 2019-12-23 18:24:07
    취재K
2020년 새해가 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2019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북한이 미국에 '선물'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날입니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이 한반도가 외교 안보 현안으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공엔 연일 미군 정찰기가 뜨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한미 특전사 요원들이 가상의 북한군 기지를 습격하는 훈련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내일은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합니다. 한·중·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별도의 논의도 합니다. 이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북한은 크리스마스 직후, 예고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북한의 '새로운 길'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레드라인' 넘지 말라고 北 설득할 수 있을까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중국의 역할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는 전혀 대화할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공개적으로 북한에 만남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답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사실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그나마 북한과 소통이 되는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도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 과거 '6자회담'의 복구 등도 거론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한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치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만일 중국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레드라인(red line)'을 넘지 말라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앞으로 중국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한반도에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상황에서 당장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중국과 러시아도 중재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북한과 적극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이 원하는 방안을 가지고 북한을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을 움직일 명분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지시간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방법으로 '제재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 22일까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 폐지, 또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 제재 면제 등 북한이 먼저 풀어주길 원하는 제재 5가지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제재'를 먼저 푸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이 '영변 핵시설'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도 미국은 '제재 완화'를 협상의 출구에 놓았습니다. 지금 협상의 입구에서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북미 협상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마지막 협상 지렛대가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시설이라면, 미국의 마지막 협상 지렛대는 바로 대북 제재 해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북미 간에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이 움직일 공간이 적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새로운 길' 준비하는 北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중단한 채 차근차근 '새로운 길'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나 군 조직 개편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이달 말로 예고했던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열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대내외 정세에 대한 중대한 문제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에 발신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선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은 ① 경제에서의 자력갱생, ② 핵 무력의 질적인 강화, ③ 중국·러시아와의 연대강화 등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상황 반전을 가져올 새로운 셈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2020년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며 "그 길에는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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