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모두가 승자? 패자?…‘4+1’ 선거법 합의

입력 2019.12.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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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이른바 '4+1 협의체'가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최종안에 극적인 합의를 이뤘습니다. 민주당이 거부한 석패율제 도입을 '3+1'(바른미래·정의·평화+대안)이 철회하면서 타결이 이뤄진 것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오늘(23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장기화하고 있는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의회주의 파괴 행위와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한 버티기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불만스럽지만,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은 물론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등의 연내 처리가 시급해 석패제를 양보한다는 취지입니다.

전체 의원정수와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 숫자는 현행 300명에 253명, 47명 그대로 유지하고, 연동형 비례의석은 30석으로 하돼 연동율은 50%로 한다는 데도 4+1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의원정수, 지역구 의석 축소 규모, 연동비율, 연동형 비례의석의 '캡'(상한선), 석패제 등 선거법 개정의 수많은 변수를 두고 했던 줄다리기가, 처음의 큰 논의 폭에 비하면 다소 싱거운 결론을 맞는 모양새입니다.


4+1 합의 선거법 개정안…모두에게 이익?
4+1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크건 작건 간에 논의에 참여한 모든 정치세력에게 결국은 이익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 끝까지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제쳐놓고도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을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조정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힘주어 강조해온 개혁과제입니다. 제1야당의 반대에도 이를 얻어낸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나머지 야당과의 눈치싸움 끝에 석패율제 도입도 무산시켰습니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정의당 등 소수 야당 후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선거를 완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1~2%p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얻어낸 것 자체가 성과입니다. 초기 논의에 비해 연동형 비례의석의 숫자도 줄었고, 연동비율도 낮아지기는 했지만,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는 것 자체로 다음 총선에서 몇 석의 의석을 더 확보할 길이 열렸습니다.

특히 지역 기반이 약해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 숫자가 턱없이 적었던 정의당의 경우, 20대 국회의 6석 이상, 두 자릿수 의석을 노려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지역구 의석 숫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을 또 다른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비례의석을 늘리면, 전체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 지역구 의석 축소는 불가피합니다. 이럴 경우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지역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바른미래당(당권파)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입니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은 지역구, 특히 호남 지역구 축소를 막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노력해왔는데, 원하던 결과를 얻어는 셈입니다.

모두가 조금씩 불만…모두가 피해자?
한편으로는 모두가 협상 결과에 불만인, 조금씩 손해를 봤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쳐두고 선거법 합의를 이룬 것은 두고두고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개정은 '선거의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어깃장을 놓고 장외로 나가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야당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세력을 제쳐두고 '선거 규칙'을 정한 데 대한 비판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결정법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의석 숫자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정치는 상대 세력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4+1을 통해 이번에는 민주당이 '다수'가 됐지만, 다음에도 같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혼자서는 전체 의석의 과반이 되지 않습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처음에 내세웠던 선거제 개혁안에 비해 미흡한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연동율 50%에다 연동형 '캡'을 적용하면 실제 연동 의석은 많지 않습니다. '민심 그대로의 의석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특히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라면 물구나무라도 서겠다"고 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선거개혁의 초심과 그 취지로부터 너무 멀리 와있고, 너무 미흡한 안을 국민들께 내놓게 돼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석패율제 도입이 무산된 것도 이들 정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중진 구제용'이라는 등의 이야기로 반대하기는 했지만, 중진이든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도 거대 양당 후보에 가려 국회 입성 기회를 갖지 못했든 신인이든, 각 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오래 싸웠나?
불만은 국민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길게는 1년 가까이 선거법 개정 논의 과정을 지켜봤던 국민들, 그리고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충돌로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돼 피해를 봤던 국민들.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 생각해 아예 관심이 없었던 국민도, 어찌 됐건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으니 그 정도면 됐다는 국민도 있겠지만, 겨우 이 정도 결론을 내려고 그렇게도 오래 싸웠느냐고 할 국민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많은 논쟁을 거쳐왔고 몇 번의 '국회 보이콧'과 충돌 사태까지 불러왔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각자 받아든 선거제 개혁 '손익표'를 들고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단 4+1의 합의는 끝났지만,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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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모두가 승자? 패자?…‘4+1’ 선거법 합의
    • 입력 2019-12-23 18:30:23
    여심야심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이른바 '4+1 협의체'가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최종안에 극적인 합의를 이뤘습니다. 민주당이 거부한 석패율제 도입을 '3+1'(바른미래·정의·평화+대안)이 철회하면서 타결이 이뤄진 것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오늘(23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장기화하고 있는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석패율제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의회주의 파괴 행위와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한 버티기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협상에 임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불만스럽지만,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은 물론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 등의 연내 처리가 시급해 석패제를 양보한다는 취지입니다.

전체 의원정수와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 숫자는 현행 300명에 253명, 47명 그대로 유지하고, 연동형 비례의석은 30석으로 하돼 연동율은 50%로 한다는 데도 4+1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의원정수, 지역구 의석 축소 규모, 연동비율, 연동형 비례의석의 '캡'(상한선), 석패제 등 선거법 개정의 수많은 변수를 두고 했던 줄다리기가, 처음의 큰 논의 폭에 비하면 다소 싱거운 결론을 맞는 모양새입니다.


4+1 합의 선거법 개정안…모두에게 이익?
4+1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크건 작건 간에 논의에 참여한 모든 정치세력에게 결국은 이익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 끝까지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제쳐놓고도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을 이룰 수 있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조정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힘주어 강조해온 개혁과제입니다. 제1야당의 반대에도 이를 얻어낸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나머지 야당과의 눈치싸움 끝에 석패율제 도입도 무산시켰습니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정의당 등 소수 야당 후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선거를 완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1~2%p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얻어낸 것 자체가 성과입니다. 초기 논의에 비해 연동형 비례의석의 숫자도 줄었고, 연동비율도 낮아지기는 했지만,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는 것 자체로 다음 총선에서 몇 석의 의석을 더 확보할 길이 열렸습니다.

특히 지역 기반이 약해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 숫자가 턱없이 적었던 정의당의 경우, 20대 국회의 6석 이상, 두 자릿수 의석을 노려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지역구 의석 숫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을 또 다른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서 비례의석을 늘리면, 전체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는 이상 지역구 의석 축소는 불가피합니다. 이럴 경우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지역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바른미래당(당권파)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입니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은 지역구, 특히 호남 지역구 축소를 막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노력해왔는데, 원하던 결과를 얻어는 셈입니다.

모두가 조금씩 불만…모두가 피해자?
한편으로는 모두가 협상 결과에 불만인, 조금씩 손해를 봤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쳐두고 선거법 합의를 이룬 것은 두고두고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 개정은 '선거의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어깃장을 놓고 장외로 나가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야당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세력을 제쳐두고 '선거 규칙'을 정한 데 대한 비판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결정법 가운데 하나이기는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의석 숫자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정치는 상대 세력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4+1을 통해 이번에는 민주당이 '다수'가 됐지만, 다음에도 같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혼자서는 전체 의석의 과반이 되지 않습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처음에 내세웠던 선거제 개혁안에 비해 미흡한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연동율 50%에다 연동형 '캡'을 적용하면 실제 연동 의석은 많지 않습니다. '민심 그대로의 의석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특히 故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라면 물구나무라도 서겠다"고 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선거개혁의 초심과 그 취지로부터 너무 멀리 와있고, 너무 미흡한 안을 국민들께 내놓게 돼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석패율제 도입이 무산된 것도 이들 정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중진 구제용'이라는 등의 이야기로 반대하기는 했지만, 중진이든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도 거대 양당 후보에 가려 국회 입성 기회를 갖지 못했든 신인이든, 각 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오래 싸웠나?
불만은 국민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길게는 1년 가까이 선거법 개정 논의 과정을 지켜봤던 국민들, 그리고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충돌로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돼 피해를 봤던 국민들.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 생각해 아예 관심이 없었던 국민도, 어찌 됐건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으니 그 정도면 됐다는 국민도 있겠지만, 겨우 이 정도 결론을 내려고 그렇게도 오래 싸웠느냐고 할 국민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많은 논쟁을 거쳐왔고 몇 번의 '국회 보이콧'과 충돌 사태까지 불러왔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각자 받아든 선거제 개혁 '손익표'를 들고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단 4+1의 합의는 끝났지만,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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