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제압하다 다치게 한 소방관, 참여재판서 벌금 2백만 원

입력 2019.12.24 (11:30) 수정 2019.12.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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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취객을 제압하다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게 한 소방관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주지법은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방대원 34살 백 모 씨에게 벌금 2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백 씨는 지난해 9월 전북 정읍시 상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하던 50살 김 모 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부러지게 하는 등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당초 백 씨를 벌금 백만 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서로의 주장이 갈린다며 정식재판에 넘겼고, 백 씨의 요청을 받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이 백 씨를 유죄로 봤으며,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국 백 씨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건 당일 김 씨는 한 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방대원들은 심전도와 혈압 검사 등을 근거로 위급하지 않다며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고 맞섰습니다.

그러자 술에 취해 있던 김 씨는 백 씨에게 욕설하고 주먹을 휘둘렀고, 이에 백 씨는 뒤에서 목을 잡고 넘어뜨려 김 씨를 제압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은 백 씨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검찰은 소방관 보디 캠 영상과 인근 CCTV 등을 보면 백 씨가 김 씨를 내동댕이치고 쓰러진 몸 위로 올라타 가슴을 짓누른다며, 이는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도한 공격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동료 소방관들이 함께 제압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백 씨를 말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소방대원이 취객을 공격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백 씨 측 변호인은 영상을 보면 발목을 다치는 장면이 없고 오히려 김 씨가 자연스럽게 걸어서 귀가한다며, 다른 곳에서 발목을 다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김 씨의 앞선 119 이송 기록을 보면 25번 가운데 10차례나 술에 취한 상태였다며, 취객의 위협적인 공격을 제압하는 것조차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면 소방관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겠냐고 호소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과 배심원 평결을 인용해 백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골절상은 백 씨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당시 정황과 경위 등을 살펴보면 백 씨의 행위 역시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소방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일상적으로 주폭에 노출되는 소방대원들의 현장 대응이 더욱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편 김 씨는 이 사건과 무관하게 당뇨 합병증을 앓다가 지난 10월 숨져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백 씨 측은 변호인단과 논의를 거쳐 항소 기간인 3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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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객 제압하다 다치게 한 소방관, 참여재판서 벌금 2백만 원
    • 입력 2019-12-24 11:30:45
    • 수정2019-12-24 11:34:12
    사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취객을 제압하다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게 한 소방관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전주지법은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방대원 34살 백 모 씨에게 벌금 2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백 씨는 지난해 9월 전북 정읍시 상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하던 50살 김 모 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부러지게 하는 등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당초 백 씨를 벌금 백만 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서로의 주장이 갈린다며 정식재판에 넘겼고, 백 씨의 요청을 받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이 백 씨를 유죄로 봤으며,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국 백 씨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사건 당일 김 씨는 한 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방대원들은 심전도와 혈압 검사 등을 근거로 위급하지 않다며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고 맞섰습니다.

그러자 술에 취해 있던 김 씨는 백 씨에게 욕설하고 주먹을 휘둘렀고, 이에 백 씨는 뒤에서 목을 잡고 넘어뜨려 김 씨를 제압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은 백 씨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검찰은 소방관 보디 캠 영상과 인근 CCTV 등을 보면 백 씨가 김 씨를 내동댕이치고 쓰러진 몸 위로 올라타 가슴을 짓누른다며, 이는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도한 공격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동료 소방관들이 함께 제압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백 씨를 말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소방대원이 취객을 공격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백 씨 측 변호인은 영상을 보면 발목을 다치는 장면이 없고 오히려 김 씨가 자연스럽게 걸어서 귀가한다며, 다른 곳에서 발목을 다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김 씨의 앞선 119 이송 기록을 보면 25번 가운데 10차례나 술에 취한 상태였다며, 취객의 위협적인 공격을 제압하는 것조차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면 소방관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겠냐고 호소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과 배심원 평결을 인용해 백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골절상은 백 씨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당시 정황과 경위 등을 살펴보면 백 씨의 행위 역시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소방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일상적으로 주폭에 노출되는 소방대원들의 현장 대응이 더욱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편 김 씨는 이 사건과 무관하게 당뇨 합병증을 앓다가 지난 10월 숨져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백 씨 측은 변호인단과 논의를 거쳐 항소 기간인 3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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