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출산한 미혼모, 대체 무슨 일?

입력 2019.12.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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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인천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미혼인 A(25·여) 씨는 진료를 받았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였다. 당황한 A 씨는 아이 아빠에게 연락해 “임신했다”고 알렸으나 남성은 “내 아이가 아니다"라는 무책임만 말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A 씨는 가족에게는 차마 알리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A 씨의 배는 점점 불러왔다.

올해 3월 A 씨는 진통이 부쩍 잦아졌고 “도저히 혼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인천에 있는 외할머니 집을 찾았다. 하지만 외할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외출하고 없었다. 진통은 더욱 커졌고 결국, A 씨는 외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혼자 남자아이를 낳았다. 외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손녀의 출산 모습에 깜짝 놀라며 “곧 네 삼촌이 올 텐데 삼촌이 알면 큰일 난다”며 “빨리 나가서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하라”고 다그쳤다.

A 씨는 결국 산후조리는커녕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갓 태어난 아이를 담요로 감싸 안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이를 들고 방황하던 A 씨는 인천시 미추홀 구의 한 주택가 화단에 탯줄마저 자르지 못한 아이를 두고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A 씨는 밖에서 혼자 있을 아기 생각에 안절부절못했고 6시간 후 다시 그곳으로 가 아이를 데려왔다. 이어 A 씨는 다시 동네 근처 보육 시설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오후 11시가 넘는 시각이어서 문이 닫혀 아이를 맡기지 못했다. 아이를 계속 안고 인근 거리를 배회하던 A 씨는 도저히 혼자서 키울 자신이 없다는 생각 끝에 다시 골목길에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후 한 행인이 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체온증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인근 CCTV와 탐문 수사를 통해 범행 5일 만에 A 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기를 키울 수 없었다"며 "또 너무 무섭고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기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A 씨가 출산한 지 1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A 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고, 인천지법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는 오늘(24일)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해 숨지게 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미혼모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출산한 점과 피고인이 범행 중에도 보육 시설을 검색하고 실제로 보육 시설에 찾아간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미혼인 피고인이 출산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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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출산한 미혼모, 대체 무슨 일?
    • 입력 2019-12-24 15:35:12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10월 인천의 한 종합병원 산부인과.

미혼인 A(25·여) 씨는 진료를 받았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였다. 당황한 A 씨는 아이 아빠에게 연락해 “임신했다”고 알렸으나 남성은 “내 아이가 아니다"라는 무책임만 말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A 씨는 가족에게는 차마 알리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A 씨의 배는 점점 불러왔다.

올해 3월 A 씨는 진통이 부쩍 잦아졌고 “도저히 혼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인천에 있는 외할머니 집을 찾았다. 하지만 외할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외출하고 없었다. 진통은 더욱 커졌고 결국, A 씨는 외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혼자 남자아이를 낳았다. 외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손녀의 출산 모습에 깜짝 놀라며 “곧 네 삼촌이 올 텐데 삼촌이 알면 큰일 난다”며 “빨리 나가서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하라”고 다그쳤다.

A 씨는 결국 산후조리는커녕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갓 태어난 아이를 담요로 감싸 안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이를 들고 방황하던 A 씨는 인천시 미추홀 구의 한 주택가 화단에 탯줄마저 자르지 못한 아이를 두고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A 씨는 밖에서 혼자 있을 아기 생각에 안절부절못했고 6시간 후 다시 그곳으로 가 아이를 데려왔다. 이어 A 씨는 다시 동네 근처 보육 시설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오후 11시가 넘는 시각이어서 문이 닫혀 아이를 맡기지 못했다. 아이를 계속 안고 인근 거리를 배회하던 A 씨는 도저히 혼자서 키울 자신이 없다는 생각 끝에 다시 골목길에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후 한 행인이 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저체온증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인근 CCTV와 탐문 수사를 통해 범행 5일 만에 A 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기를 키울 수 없었다"며 "또 너무 무섭고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기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A 씨가 출산한 지 1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A 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고, 인천지법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는 오늘(24일)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 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해 숨지게 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미혼모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출산한 점과 피고인이 범행 중에도 보육 시설을 검색하고 실제로 보육 시설에 찾아간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미혼인 피고인이 출산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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