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법

입력 2019.12.24 (17:39) 수정 2019.12.2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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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을 놓고 국회에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지연할 수는 있어도, 법안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2016년 민주당이 192시간 27분 동안 테러방지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했지만, 토론 종료 뒤 법안은 가결 통과됐습니다.

이번 선거법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과 소수 야당이 계획하는 대로 26일 처리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각각 253석과 47석을 유지하고, 정당득표에 연동하는 비례대표를 30석까지 허용하는 새 선거법대로면, 어떤 선거 결과가 나올지 따져봤습니다.

위성정당 없다면 정의당 약진

지역구 의석은 현 의석 기준, 정당득표율은 16일부터 20일까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와 자동응답을 혼용해 조사한 결과를 활용했습니다.

새 선거법을 현 지역구 의석과 최근 지지율을 반영해 적용하면, 정의당이 약진한다.새 선거법을 현 지역구 의석과 최근 지지율을 반영해 적용하면, 정의당이 약진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보는 정당은 정의당입니다. 현재 의석이 6석(지역구2, 비례4)인데,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이 2석에 그친다고 해도 전체 의석은 15석 안팎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민주당도 지금의 129석보다는 6석 증가합니다. 다만, 현 민주당 의석은 지난 총선 때 득표에 의한 것입니다. 2016년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 국민의당에 이어 3위에 불과했고, 그만큼 비례대표 수도 적었습니다.

새 선거법으로 민주당 의석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는 있어도, 원래 선거법에 지금의 정당지지도였다면 의석은 더 많이 증가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희생이 있었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108석에서 105석으로 의석이 축소됩니다.

자유한국당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

의석수 축소가 예상되자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습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오늘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권성동 의원도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을 다 (비례한국당에) 보내, 기호 2번을 만들 것"이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례한국당만 창당돼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모두 가져가면 한국당 계열은 122석이 된다.비례한국당만 창당돼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모두 가져가면 한국당 계열은 122석이 된다.

자유한국당 공언대로 정당득표만을 위한 비례한국당을 창당해,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모두 비례한국당이 가져가는 경우를 가정해봤습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한국당은 지역구만 91석, 비례한국당은 비례대표만 31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선거 뒤 두 당이 합당한다면 122석입니다. 민주당의 124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당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비례한국당' 창당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민주당에 존재합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한국당 의원들이 우리공화당에 입당하고 덩치를 키우면, 비례한국당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보수가 분열할 거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공화당 비례한국당 말고도, 보수 성향의 기독교 정당도 연동형 비례대표를 기대하고, 창당 대열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다른 편에서는, 비례한국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다고도 합니다. 한 의원은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비례한국당에 맞서,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창당해, 정당득표를 몰아줬을 경우입니다.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면 민주당계열은 140석, 한국당 계열은 109석이 된다.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면 민주당계열은 140석, 한국당 계열은 109석이 된다.

이 경우 47석의 비례대표는 비례민주당이 24석, 비례한국당이 18석을 가져갑니다. 비례대표 대부분을 거대 정당이 거의 양분하는 셈입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4석에 그치고, 전체 의석수는 6석으로 현재와 똑같아집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자신의 위성정당에 정당득표를 몰아주는 경우를 가정한 경우지만,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고자 하는 새 선거법의 취지는 무너지게 됩니다.

'동(洞) 쪼개기' 부대의견으로

지역구 의석이 최종적으로 253석으로 정해지면, 다음 넘어야 할 산은 전국을 어떻게 253개 지역구로 나누느냐입니다. 지난 총선 때와 똑같이 하면 편할 일이지만, 4년 동안 농어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었고, 세종시 같은 경우는 도시가 커져,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내 지역구의 인구가 줄지 않아도, 옆 지역구의 인구가 줄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북 '정읍고창'이 그렇습니다. '정읍고창'은 괜찮은데, 주변의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와 '김제부안' 선거구에 인구가 부족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읍을 '남원임실순창'에 붙이고, 고창은 '김제부안'에 묶는 것입니다. 정읍고창을 지역구를 둔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펄쩍 뛸 일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도시에서 지역구를 줄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나 노원구처럼 한 구에 국회의원이 3명인 곳을 2명으로 바꾸면, 농어촌 선거구를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소수야당의 4+1협의체는 선거법 부대의견으로 "동(洞)을 분할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달라" 고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요청하기로 약속해뒀습니다.

지금까지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관례적으로 동(洞)을 쪼개지는 않았는데, 그게 가능하기 되면, 서울 강남이나 노원 같은 곳의 선거구를 더 손쉽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같은 대치동에 살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구가 다를 수 있게 되는데, 농산어촌의 선거구를 살린다는 대의명분을 생각하더라도, 꼼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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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법
    • 입력 2019-12-24 17:39:42
    • 수정2019-12-24 19:20:30
    취재K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을 놓고 국회에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지연할 수는 있어도, 법안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2016년 민주당이 192시간 27분 동안 테러방지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했지만, 토론 종료 뒤 법안은 가결 통과됐습니다.

이번 선거법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과 소수 야당이 계획하는 대로 26일 처리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는 현행대로 각각 253석과 47석을 유지하고, 정당득표에 연동하는 비례대표를 30석까지 허용하는 새 선거법대로면, 어떤 선거 결과가 나올지 따져봤습니다.

위성정당 없다면 정의당 약진

지역구 의석은 현 의석 기준, 정당득표율은 16일부터 20일까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와 자동응답을 혼용해 조사한 결과를 활용했습니다.

새 선거법을 현 지역구 의석과 최근 지지율을 반영해 적용하면, 정의당이 약진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보는 정당은 정의당입니다. 현재 의석이 6석(지역구2, 비례4)인데,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이 2석에 그친다고 해도 전체 의석은 15석 안팎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민주당도 지금의 129석보다는 6석 증가합니다. 다만, 현 민주당 의석은 지난 총선 때 득표에 의한 것입니다. 2016년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 국민의당에 이어 3위에 불과했고, 그만큼 비례대표 수도 적었습니다.

새 선거법으로 민주당 의석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는 있어도, 원래 선거법에 지금의 정당지지도였다면 의석은 더 많이 증가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희생이 있었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108석에서 105석으로 의석이 축소됩니다.

자유한국당 "비례한국당 창당" 공식화

의석수 축소가 예상되자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습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오늘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선거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권성동 의원도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을 다 (비례한국당에) 보내, 기호 2번을 만들 것"이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례한국당만 창당돼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모두 가져가면 한국당 계열은 122석이 된다.
자유한국당 공언대로 정당득표만을 위한 비례한국당을 창당해,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모두 비례한국당이 가져가는 경우를 가정해봤습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한국당은 지역구만 91석, 비례한국당은 비례대표만 31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선거 뒤 두 당이 합당한다면 122석입니다. 민주당의 124석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민주당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비례한국당' 창당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민주당에 존재합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한국당 의원들이 우리공화당에 입당하고 덩치를 키우면, 비례한국당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보수가 분열할 거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공화당 비례한국당 말고도, 보수 성향의 기독교 정당도 연동형 비례대표를 기대하고, 창당 대열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다른 편에서는, 비례한국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다고도 합니다. 한 의원은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비례한국당에 맞서, 민주당이 비례민주당을 창당해, 정당득표를 몰아줬을 경우입니다.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만들면 민주당계열은 140석, 한국당 계열은 109석이 된다.
이 경우 47석의 비례대표는 비례민주당이 24석, 비례한국당이 18석을 가져갑니다. 비례대표 대부분을 거대 정당이 거의 양분하는 셈입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4석에 그치고, 전체 의석수는 6석으로 현재와 똑같아집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자신의 위성정당에 정당득표를 몰아주는 경우를 가정한 경우지만,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연동형 비례대표를 도입하고자 하는 새 선거법의 취지는 무너지게 됩니다.

'동(洞) 쪼개기' 부대의견으로

지역구 의석이 최종적으로 253석으로 정해지면, 다음 넘어야 할 산은 전국을 어떻게 253개 지역구로 나누느냐입니다. 지난 총선 때와 똑같이 하면 편할 일이지만, 4년 동안 농어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었고, 세종시 같은 경우는 도시가 커져,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내 지역구의 인구가 줄지 않아도, 옆 지역구의 인구가 줄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북 '정읍고창'이 그렇습니다. '정읍고창'은 괜찮은데, 주변의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와 '김제부안' 선거구에 인구가 부족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읍을 '남원임실순창'에 붙이고, 고창은 '김제부안'에 묶는 것입니다. 정읍고창을 지역구를 둔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펄쩍 뛸 일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도시에서 지역구를 줄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나 노원구처럼 한 구에 국회의원이 3명인 곳을 2명으로 바꾸면, 농어촌 선거구를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소수야당의 4+1협의체는 선거법 부대의견으로 "동(洞)을 분할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달라" 고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요청하기로 약속해뒀습니다.

지금까지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관례적으로 동(洞)을 쪼개지는 않았는데, 그게 가능하기 되면, 서울 강남이나 노원 같은 곳의 선거구를 더 손쉽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같은 대치동에 살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구가 다를 수 있게 되는데, 농산어촌의 선거구를 살린다는 대의명분을 생각하더라도, 꼼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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