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또 칼자루 쥔 중국…단둥 북한식당 폐쇄 다음 카드는?

입력 2019.12.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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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시한이 지난 22일 마감됐다. 중국이 과연 자국 내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낼 것인지를 놓고 한국 언론 등 외신의 관심도 집중됐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뒷배' 역할을 선택했다. 그러나 북·중 접경 도시 단둥의 북한식당 복무원들은 지난 20일 거의 대부분 송환됐다. 결국, 북한 여성 종업원들만으로 운영되는 일부 식당들은 문을 닫았다. 사실상의 폐쇄 조치다. 중국 당국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그 숨은 뜻을 들여다본다.

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

■ "오늘 안으로 떠나라!"…단둥 북한식당 여종업원 급거 송환 이유는?

지난 20일 오후 단둥의 북한식당과 북한 여성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국식당에 갑자기 공안 당국의 통지가 내려갔다. 취재진과 당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한 소식통은 "북한식당 예약이 갑자기 되지 않는다"며 "저녁때까지 북한식당의 모든 여성 종업원들은 귀국하라는 통지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북한 여성 종업원들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중국 식당에 가서 이 소식통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북한 여성 종업원이 처음에 직접 주문을 받았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오더니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던 종업원이 중간에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한국 손님이 있어서 중국인 종업원으로 바꾼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귀국길에 오른 사실이 확인됐다. 식사를 마칠 무렵 식당 지배인이 직접 테이블에 와서 서비스에 차질이 있었다며 사과까지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압록강변의 북한 식당들을 둘러봤다. 평양고려식당과 송도원식당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고, 북·중 합작 형태로 운영되는 류경식당은 불이 켜져 있었다. 류경식당 측은 취재진의 전화 문의에 "예약은 가능하지만,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모두 귀국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류경식당도 결국 문을 닫았다.

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

■ 짐도 못 챙겨 떠밀리듯 송환…"北, 대화 거부할 경우 식당 폐쇄 확대 가능성"

취재진은 지난 21일 저녁 다른 취재원과 함께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근무하던 단둥 시내 식당을 찾아갔다. 북한 여성 종업원 9명은 이미 귀국했고 중국인 여성 종업원들로 대체된 모습이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어제(20일) 갑자기 통지가 내려와서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전부 귀국했다"면서 "워낙 급하게 귀국을 하다 보니 짐도 제대로 못 챙겨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22일이 북한 근로자 철수 시한이었지만, 주말인 21일과 22일에는 단둥세관 휴무로 압록강철교를 통한 북·중 양국 간 통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송환된 20일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21일 부장관으로 승진)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날짜였다는 점이다. 비건 대표는 한국을 거쳐 예정에 없던 중국까지 방문하면서 북한에 계속 대화의 손짓을 보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중국의 한 기관 관계자는 "중국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응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경고 조치로서 단둥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을 송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다른 도시로 확대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의 공장에서 편법으로 고용된 북한 근로자들은 묵인하면서도 북·중 관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단둥에선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을 돌려보냈다. 대북제재 해제를 국제사회에 공식 요청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북한에 던진 셈이다.

북한도 중국의 이런 경고를 모를 리가 없다. 북한으로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를 제한하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칼자루는 중국이 확실히 쥐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자임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공언했던 '성탄절 선물'을 실제로 꺼내 들 경우 중국 당국도 단둥 북한식당 폐쇄 이후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점은 경제가 어려운 북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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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5 19:16:30
    특파원 리포트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시한이 지난 22일 마감됐다. 중국이 과연 자국 내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낼 것인지를 놓고 한국 언론 등 외신의 관심도 집중됐다. 결국, 중국은 북한의 '뒷배' 역할을 선택했다. 그러나 북·중 접경 도시 단둥의 북한식당 복무원들은 지난 20일 거의 대부분 송환됐다. 결국, 북한 여성 종업원들만으로 운영되는 일부 식당들은 문을 닫았다. 사실상의 폐쇄 조치다. 중국 당국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그 숨은 뜻을 들여다본다.

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
■ "오늘 안으로 떠나라!"…단둥 북한식당 여종업원 급거 송환 이유는?

지난 20일 오후 단둥의 북한식당과 북한 여성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국식당에 갑자기 공안 당국의 통지가 내려갔다. 취재진과 당일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한 소식통은 "북한식당 예약이 갑자기 되지 않는다"며 "저녁때까지 북한식당의 모든 여성 종업원들은 귀국하라는 통지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북한 여성 종업원들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중국 식당에 가서 이 소식통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북한 여성 종업원이 처음에 직접 주문을 받았다.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오더니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던 종업원이 중간에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한국 손님이 있어서 중국인 종업원으로 바꾼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든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귀국길에 오른 사실이 확인됐다. 식사를 마칠 무렵 식당 지배인이 직접 테이블에 와서 서비스에 차질이 있었다며 사과까지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압록강변의 북한 식당들을 둘러봤다. 평양고려식당과 송도원식당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고, 북·중 합작 형태로 운영되는 류경식당은 불이 켜져 있었다. 류경식당 측은 취재진의 전화 문의에 "예약은 가능하지만, 북한 여성 종업원들은 모두 귀국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류경식당도 결국 문을 닫았다.

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
■ 짐도 못 챙겨 떠밀리듯 송환…"北, 대화 거부할 경우 식당 폐쇄 확대 가능성"

취재진은 지난 21일 저녁 다른 취재원과 함께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근무하던 단둥 시내 식당을 찾아갔다. 북한 여성 종업원 9명은 이미 귀국했고 중국인 여성 종업원들로 대체된 모습이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어제(20일) 갑자기 통지가 내려와서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전부 귀국했다"면서 "워낙 급하게 귀국을 하다 보니 짐도 제대로 못 챙겨갔을 정도"라고 말했다. 22일이 북한 근로자 철수 시한이었지만, 주말인 21일과 22일에는 단둥세관 휴무로 압록강철교를 통한 북·중 양국 간 통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 여성 종업원들이 송환된 20일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21일 부장관으로 승진)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날짜였다는 점이다. 비건 대표는 한국을 거쳐 예정에 없던 중국까지 방문하면서 북한에 계속 대화의 손짓을 보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

북·중 관계에 정통한 중국의 한 기관 관계자는 "중국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응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경고 조치로서 단둥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을 송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다른 도시로 확대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영업 중단한 단둥 시내 북한 식당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의 공장에서 편법으로 고용된 북한 근로자들은 묵인하면서도 북·중 관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단둥에선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을 돌려보냈다. 대북제재 해제를 국제사회에 공식 요청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북한에 던진 셈이다.

북한도 중국의 이런 경고를 모를 리가 없다. 북한으로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를 제한하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칼자루는 중국이 확실히 쥐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자임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공언했던 '성탄절 선물'을 실제로 꺼내 들 경우 중국 당국도 단둥 북한식당 폐쇄 이후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점은 경제가 어려운 북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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