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미투 1호 법’…성매매 여성 면죄부?

입력 2019.12.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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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미투(Me too)' 1호 법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지난 25일부로 시행됐습니다.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등을 포함해 여성 폭력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기본법입니다.

이 법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에게 면죄부를 준다"거나 각종 폭력을 규정하면서 "여성을 무조건 피해자로 상정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들인데요. 과연 그럴까?

법 내용을 따져봤습니다.

여성폭력 전반 규정한 '기본법'

해당 법은 '여성폭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성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여성폭력방지기본법 3조 1항)

먼저 기본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법학박사 우기택은 법제처가 분기별로 발행하는 논문집 '법제'에 게재된 논문에서 기본법에 대해 "주로 국정의 중요분야에서 제도, 정책의 방향성과 대강을 천명 ․ 지시하는 법률"로 규정했습니다. (참고 논문 : 기본법과 체계정당성에 관한 연구 (법제 2016년 3호/ 우기택)) [PDF 내려받기]

해당 법 역시 기본법인 만큼 구체적으로 법을 어겼을 경우 처벌 수위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여성변호사회 이사를 지낸 천정아 변호사는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 전반에 대해 담은 기본법"이라며 "앞으로 국가가 여성 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이 밖에도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에 대해 명시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도 내렸습니다.

성매매처벌법, 사안 따라 피해자 '규정'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은 이 법에서 '폭력 피해자'로 새롭게 규정된 것일까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줄여서 성매매처벌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성매매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입니다. 성 매수자는 물론 해당 분야 종사자들도 처벌 대상입니다.

다만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는 경위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게 이미 시행 중인 성매매 처벌법의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경우는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가.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라.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 (성매매처벌법 2조 4항)


강제적인 채무나 선불금에 묶여 성매매를 중단할 수 없는 경우 등 사안에 따라 처벌 대상 또는 피해자 등으로 차등해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정아 변호사는 "해당 업계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찾기 어려운 데다 빠져나올 수도 없는 구조"라며 "성매매 종사자들은 젠더, 그리고 사회의 악습에 따른 폭력 피해자들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성매매 여성은 상황에 따라 기존에 시행 중인 법에도 이미 폭력 피해자의 범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새로 시행에 들어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성매매 여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왜 '여성에 대한 폭력'만 담겼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이 법안 원안에는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정의했지만, 법사위 등을 거치면서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여성' 두글자가 추가됐습니다.

사회 문화적으로 형성된 성(性)을 포괄하는 '젠더' 폭력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법사위에서 제기됐으나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동성 간 폭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며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젠더 폭력'에 대한 논의가 흐지부지된 결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의가 바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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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미투 1호 법’…성매매 여성 면죄부?
    • 입력 2019-12-27 07:00:03
    팩트체크K
이른바 '미투(Me too)' 1호 법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지난 25일부로 시행됐습니다.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등을 포함해 여성 폭력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기본법입니다.

이 법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에게 면죄부를 준다"거나 각종 폭력을 규정하면서 "여성을 무조건 피해자로 상정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들인데요. 과연 그럴까?

법 내용을 따져봤습니다.

여성폭력 전반 규정한 '기본법'

해당 법은 '여성폭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성폭력"이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그 밖에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을 말한다."(여성폭력방지기본법 3조 1항)

먼저 기본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법학박사 우기택은 법제처가 분기별로 발행하는 논문집 '법제'에 게재된 논문에서 기본법에 대해 "주로 국정의 중요분야에서 제도, 정책의 방향성과 대강을 천명 ․ 지시하는 법률"로 규정했습니다. (참고 논문 : 기본법과 체계정당성에 관한 연구 (법제 2016년 3호/ 우기택)) [PDF 내려받기]

해당 법 역시 기본법인 만큼 구체적으로 법을 어겼을 경우 처벌 수위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여성변호사회 이사를 지낸 천정아 변호사는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 전반에 대해 담은 기본법"이라며 "앞으로 국가가 여성 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이 밖에도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여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에 대해 명시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도 내렸습니다.

성매매처벌법, 사안 따라 피해자 '규정'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은 이 법에서 '폭력 피해자'로 새롭게 규정된 것일까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줄여서 성매매처벌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성매매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입니다. 성 매수자는 물론 해당 분야 종사자들도 처벌 대상입니다.

다만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는 경위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게 이미 시행 중인 성매매 처벌법의 취지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경우는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가.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라.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 (성매매처벌법 2조 4항)


강제적인 채무나 선불금에 묶여 성매매를 중단할 수 없는 경우 등 사안에 따라 처벌 대상 또는 피해자 등으로 차등해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정아 변호사는 "해당 업계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찾기 어려운 데다 빠져나올 수도 없는 구조"라며 "성매매 종사자들은 젠더, 그리고 사회의 악습에 따른 폭력 피해자들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성매매 여성은 상황에 따라 기존에 시행 중인 법에도 이미 폭력 피해자의 범위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새로 시행에 들어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성매매 여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왜 '여성에 대한 폭력'만 담겼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이 법안 원안에는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정의했지만, 법사위 등을 거치면서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여성' 두글자가 추가됐습니다.

사회 문화적으로 형성된 성(性)을 포괄하는 '젠더' 폭력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법사위에서 제기됐으나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동성 간 폭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며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젠더 폭력'에 대한 논의가 흐지부지된 결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의가 바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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