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암환자는 도움 안 돼”…암생존자 70%, 일터에서 차별

입력 2019.12.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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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365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토요 건강 이야기.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이 100만 명을 처음 넘었습니다. 의학적으로 5년 이상 생존하면 완치된 거로 보기 때문에 암 환자가 아닌 암 경험자 또는 암 생존자라고 부릅니다.

더는 불치병이 아니지만, 여전히 암 경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암 극복 이후' 이야기를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이자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로 짚어봅니다.

Q: 암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70%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A: 동일한 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이 몇 % 남았는지를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암에 걸린 사람 100명 중 5년 뒤에도 살아있는 사람이 70명이라는 뜻인데요. 10년 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4%에 불과했는데 이젠 70%까지 올라간 겁니다.

의학적으로 5년 이상 생존하면 완치에 접근했다고 보는데요. 물론 5년이 넘어도 재발하고 새로운 병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확률은 적기 때문에 5년 생존을 목표로 하게 됩니다. 더는 암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조기검진, 조기치료 덕분에 암 정복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암을 경험한 사람들이 계속 늘겠네요?

A: 네,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과 더불어 살아가는 암 경험자가 늘고 있습니다. '암 생존자', '암 경험자'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미국암협회에서는 암 생존자를 과거에 암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완치돼서 정상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암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환자를 포함하고 있고요.

또 완치목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암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을 모두 생존자의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도 많고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과거 '암 환자'라는 개념만 있었다가 이젠 '암 생존자', '암 경험자'로 개념이 발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Q: 암 생존자의 경우 정서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네, 그렇습니다. 암을 경험하면 대부분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이 높아집니다. 대개 발병 후 3~4년이 지나면 우울감·무기력감 또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시기에 사회복귀나 직업을 유지하는 문제로 스트레스가 가장 높아집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많은 지지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Q: 직장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는 동료들 이야기를 종종 접하는데, 여전히 암은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A: 네, 암을 확진한 뒤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암 생존자는 약 187만 명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암 생존자들은 치료를 받는 고통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한 아픔까지 고스란히 짊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한암협회에서 올해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설문자의 절반 이상이 일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게다가 암 생존자라는 이유로 중요업무에서 참여를 배제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능력 발휘나 기회 상실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다수였습니다.

Q: 직장 내 차별이 있다는 이야긴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요?

A: 대한암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 생존자 4명 중 1명은 일터에서 편견을 이유로 암 투병경험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한 바가 있고요. 또 지난해 국립암센터에서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57%가 '암 생존자의 직업능력은 정상인보다 낮다.'라고 답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2012년 발표된 '암과 암 환자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조사연구'에 따르면 72%가 '암 환자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56%가 '암 진단받은 사람은 치료 후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좌)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우)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좌)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우)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

Q: 암을 진단받은 동료에게 흔히 하는 말들이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요?

A: 네, 그렇습니다. "암 그거 별거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또는 "암인데 술·담배는 당연히 끊어야지." 무심코 위로하는 말들이 전혀 위로되지 않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암 환자임을 각인시켜 더 상처를 주는 건데요. 결국 사회적 편견을 지닌 말들입니다.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암, 이길 수 있어요!"
"암 이겨낸 것을 축하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오히려 이런 응원의 메시지가 암 경험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성인 3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암 환자를 우리 사회가 특별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또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좀 더 고민하게 되고 힘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건강 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콩,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 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 방송일시: 2019.12.28(토)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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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식의 건강365] “암환자는 도움 안 돼”…암생존자 70%, 일터에서 차별
    • 입력 2019-12-28 08:01:35
    박광식의 건강 365
건강 365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토요 건강 이야기.

최신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이 100만 명을 처음 넘었습니다. 의학적으로 5년 이상 생존하면 완치된 거로 보기 때문에 암 환자가 아닌 암 경험자 또는 암 생존자라고 부릅니다.

더는 불치병이 아니지만, 여전히 암 경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암 극복 이후' 이야기를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이자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로 짚어봅니다.

Q: 암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70%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A: 동일한 암을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이 몇 % 남았는지를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암에 걸린 사람 100명 중 5년 뒤에도 살아있는 사람이 70명이라는 뜻인데요. 10년 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4%에 불과했는데 이젠 70%까지 올라간 겁니다.

의학적으로 5년 이상 생존하면 완치에 접근했다고 보는데요. 물론 5년이 넘어도 재발하고 새로운 병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확률은 적기 때문에 5년 생존을 목표로 하게 됩니다. 더는 암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조기검진, 조기치료 덕분에 암 정복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암을 경험한 사람들이 계속 늘겠네요?

A: 네,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과 더불어 살아가는 암 경험자가 늘고 있습니다. '암 생존자', '암 경험자'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미국암협회에서는 암 생존자를 과거에 암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완치돼서 정상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암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환자를 포함하고 있고요.

또 완치목적이 아니더라도 현재 암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을 모두 생존자의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도 많고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과거 '암 환자'라는 개념만 있었다가 이젠 '암 생존자', '암 경험자'로 개념이 발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Q: 암 생존자의 경우 정서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네, 그렇습니다. 암을 경험하면 대부분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이 높아집니다. 대개 발병 후 3~4년이 지나면 우울감·무기력감 또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시기에 사회복귀나 직업을 유지하는 문제로 스트레스가 가장 높아집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많은 지지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Q: 직장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는 동료들 이야기를 종종 접하는데, 여전히 암은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A: 네, 암을 확진한 뒤 현재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암 생존자는 약 187만 명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암 생존자들은 치료를 받는 고통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한 아픔까지 고스란히 짊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한암협회에서 올해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설문자의 절반 이상이 일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게다가 암 생존자라는 이유로 중요업무에서 참여를 배제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능력 발휘나 기회 상실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다수였습니다.

Q: 직장 내 차별이 있다는 이야긴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요?

A: 대한암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 생존자 4명 중 1명은 일터에서 편견을 이유로 암 투병경험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한 바가 있고요. 또 지난해 국립암센터에서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57%가 '암 생존자의 직업능력은 정상인보다 낮다.'라고 답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2012년 발표된 '암과 암 환자에 관한 일반인의 인식조사연구'에 따르면 72%가 '암 환자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56%가 '암 진단받은 사람은 치료 후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좌)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우)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
Q: 암을 진단받은 동료에게 흔히 하는 말들이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요?

A: 네, 그렇습니다. "암 그거 별거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또는 "암인데 술·담배는 당연히 끊어야지." 무심코 위로하는 말들이 전혀 위로되지 않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암 환자임을 각인시켜 더 상처를 주는 건데요. 결국 사회적 편견을 지닌 말들입니다.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암, 이길 수 있어요!"
"암 이겨낸 것을 축하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주세요"

오히려 이런 응원의 메시지가 암 경험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성인 3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는 통계를 고려하면 암 환자를 우리 사회가 특별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또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좀 더 고민하게 되고 힘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건강 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콩,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 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 방송일시: 2019.12.28(토)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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