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세상에 책임지라 말해”…8주기 추모 미사

입력 2019.12.28 (15:56) 수정 2019.12.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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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8주기를 맞아 오늘(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추모 미사와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불과 하루 전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선거법을 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여야 충돌과 갈등이 격화한 터라 여권 인사 등 참석자들의 소회도 남달랐습니다.

추모행사는 40분간의 추모 미사 뒤 주요 참석자들의 추모사, 가족의 감사 인사로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고문으로 죽음의 강을 건너는 고통을 겪은 김근태 선배가 왜 민주주의자가 됐는지 생각해본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참 어렵더라고요. 내 안의 분노, 증오, 억울함을 다 걷어내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데, 김근태가 우리한테 바로 그런 모습,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세상에 대해 제대로 일하라고 가르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의원은 "제가 요새 대구에서 도 닦는 기분으로 사는 것 아시죠"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특히 "오늘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다시 저 환한 미소로 세상에 대해서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왜 민주주의, 해?"

김부겸 의원은 김근태 의장과 술자리에서의 대화도 소개했습니다. "김근태에게, 고문했던 사람들 만나면 해쳐버리라고 말하자, 김근태는 웃으면서 그렇게 맘에 안 든다고 해칠 정도면 우리가 왜 민주주의 해? 안 그런 나라 만들려고 우리가 힘들어도 고생하는 것 아니냐면서 어깨를 툭 건드리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상이 참 혼란스럽다고 느끼고 있는데 김근태 선배였다면 최근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하며 성당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근태 선배의 책 '희망은 힘이 세다'의 제목에서 보듯, 희망의 절대적 힘을 믿고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희망이 힘이 세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김근태 선배를 추모하고자 한다"고 추모사를 맺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생보다 선배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일평생 민주주의자였다"면서 "8년이 지나도 여전히 슬프지만, 슬픔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한반도 평화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나침반이 돼달라.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했습니다.

"김근태 형님의 민주주의, 투쟁·대립·갈등 떠오르지 않아"

재계 인사로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김근태 의장과는 사회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참석해 추모사를 이어갔습니다. 박 회장은 "김근태 형님을 생각하면 민주주의라는 떠올릴 때 기분이 좋다"면서 "순수한 이상과 믿음이 제일 빛나고 투쟁 대립 갈등 폭력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주의적 결과를 지향하면서도 저 자신 매일의 삶을 보면, 서열문화가 어지간히 익숙하고 지루한 시간의 토론을 거쳐 합의와 공감대를 이루기보다는 결론을 던져놓고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시간을 몰두하는 일들이 습성화된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박 회장은 스스로 "반쪽짜리 민주주의 생각을 가지는 것 아닌가, 돌아간 형님 생각하면 다시 배우는 게 많다"고도 했습니다.

8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한 창동성당 소윤섭 요셉 주임 신부는 강론에서 "여느 해와 달리 양극화가 너무 심해 처음으로 일반미사에 이어 따로 추모 미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본당에 '태극기'인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소 신부는 "뉴스를 보면 매체마다 같은 사실을 전혀 다르게 전달하는데, 각자 내 것을 지키려는 욕심만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김근태 즈카리야 형제도 독재정권의 욕심에 당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닌가, 추모 미사가 우리들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인 인재근 의원 등 가족을 대표해 김근태 의장의 아들 김병준 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김 씨는"아버지 추모 전시회에 있는 그림책에 '고문'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이 단어를 조카와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싶더라"고 했습니다. 이어 "내가 겁이 많은데, 아들도 겁이 많고, 아버지도 무섭지 않으셨을까"라면서 "아버지는 무섭지만, 용기를 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고문을 받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저희 가족을 돌봐주신 아버지가 좋다, 아버지라는 존재만으로도 가족으로서는 굉장히 좋았고 아버지 하신 모든 일에서 아들로서 자랑스럽다"면서 "아버지를 잊지 않고 와주시고, 위로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추모 미사에는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과 이재명 경기지사, 유은혜 교육부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 이석현, 김부겸, 우상호, 박홍근, 위성곤, 신동근, 정춘숙 의원과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이기우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자리했습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부인 이보은 씨도 참석했습니다. 지난 7년간 참석해 추모사를 빠짐없이 해왔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 사회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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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근태, 세상에 책임지라 말해”…8주기 추모 미사
    • 입력 2019-12-28 15:56:36
    • 수정2019-12-28 15:58:44
    취재K
故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8주기를 맞아 오늘(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추모 미사와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불과 하루 전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선거법을 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여야 충돌과 갈등이 격화한 터라 여권 인사 등 참석자들의 소회도 남달랐습니다.

추모행사는 40분간의 추모 미사 뒤 주요 참석자들의 추모사, 가족의 감사 인사로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고문으로 죽음의 강을 건너는 고통을 겪은 김근태 선배가 왜 민주주의자가 됐는지 생각해본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참 어렵더라고요. 내 안의 분노, 증오, 억울함을 다 걷어내야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데, 김근태가 우리한테 바로 그런 모습,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세상에 대해 제대로 일하라고 가르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의원은 "제가 요새 대구에서 도 닦는 기분으로 사는 것 아시죠"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특히 "오늘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다시 저 환한 미소로 세상에 대해서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왜 민주주의, 해?"

김부겸 의원은 김근태 의장과 술자리에서의 대화도 소개했습니다. "김근태에게, 고문했던 사람들 만나면 해쳐버리라고 말하자, 김근태는 웃으면서 그렇게 맘에 안 든다고 해칠 정도면 우리가 왜 민주주의 해? 안 그런 나라 만들려고 우리가 힘들어도 고생하는 것 아니냐면서 어깨를 툭 건드리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상이 참 혼란스럽다고 느끼고 있는데 김근태 선배였다면 최근 상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하며 성당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김근태 선배의 책 '희망은 힘이 세다'의 제목에서 보듯, 희망의 절대적 힘을 믿고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희망이 힘이 세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김근태 선배를 추모하고자 한다"고 추모사를 맺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생보다 선배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일평생 민주주의자였다"면서 "8년이 지나도 여전히 슬프지만, 슬픔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한반도 평화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나침반이 돼달라.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했습니다.

"김근태 형님의 민주주의, 투쟁·대립·갈등 떠오르지 않아"

재계 인사로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김근태 의장과는 사회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참석해 추모사를 이어갔습니다. 박 회장은 "김근태 형님을 생각하면 민주주의라는 떠올릴 때 기분이 좋다"면서 "순수한 이상과 믿음이 제일 빛나고 투쟁 대립 갈등 폭력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주의적 결과를 지향하면서도 저 자신 매일의 삶을 보면, 서열문화가 어지간히 익숙하고 지루한 시간의 토론을 거쳐 합의와 공감대를 이루기보다는 결론을 던져놓고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시간을 몰두하는 일들이 습성화된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박 회장은 스스로 "반쪽짜리 민주주의 생각을 가지는 것 아닌가, 돌아간 형님 생각하면 다시 배우는 게 많다"고도 했습니다.

8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한 창동성당 소윤섭 요셉 주임 신부는 강론에서 "여느 해와 달리 양극화가 너무 심해 처음으로 일반미사에 이어 따로 추모 미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본당에 '태극기'인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소 신부는 "뉴스를 보면 매체마다 같은 사실을 전혀 다르게 전달하는데, 각자 내 것을 지키려는 욕심만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김근태 즈카리야 형제도 독재정권의 욕심에 당할 수밖에 없던 것 아닌가, 추모 미사가 우리들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인 인재근 의원 등 가족을 대표해 김근태 의장의 아들 김병준 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김 씨는"아버지 추모 전시회에 있는 그림책에 '고문'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이 단어를 조카와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싶더라"고 했습니다. 이어 "내가 겁이 많은데, 아들도 겁이 많고, 아버지도 무섭지 않으셨을까"라면서 "아버지는 무섭지만, 용기를 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고문을 받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저희 가족을 돌봐주신 아버지가 좋다, 아버지라는 존재만으로도 가족으로서는 굉장히 좋았고 아버지 하신 모든 일에서 아들로서 자랑스럽다"면서 "아버지를 잊지 않고 와주시고, 위로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추모 미사에는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과 이재명 경기지사, 유은혜 교육부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 이석현, 김부겸, 우상호, 박홍근, 위성곤, 신동근, 정춘숙 의원과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이기우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자리했습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부인 이보은 씨도 참석했습니다. 지난 7년간 참석해 추모사를 빠짐없이 해왔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 사회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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