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보 어떻게 알았지?…논란 속 ‘적십자 회비’ 헌법소원

입력 2019.12.28 (21:19) 수정 2019.12.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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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말마다 '적십자 회비'를 청구하는 지로용지, 우편으로 받으실 텐데요.

적십자사 회원으로 가입한 적도 없는데 내 이름과 주소를 어떻게 알고, '회비'를 내라며 우편물을 보내는 걸까요.

여기에 의문을 품은 고등학생들이 적십자사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마다 12월과 1월은 대한적십자사가 정한 회비 집중모금 기간입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만 원을 내달라는 통지서가 우편함에 꽂혔습니다.

공과금 고지서처럼 생긴 지로용지엔 이름과 주소가 명확히 쓰여 있습니다.

[적십자 회비 납부한 시민/음성변조 : "이사 왔는데도 그냥 딱 보내더라고요. 나라의 무슨 재난상태에서 그게(회비 통지서) 오기 때문에 서로 공유를 하지 않나..."]

대한적십자사는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

적십자사는 세대주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관련 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적이 없고, 적십자사에 제공된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반강제로 회비를 걷는 게 문제가 되자, 적십자사는 2000년부터 지로 자율 납부로 모금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동네 통반장이 나서서 납부를 독려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리 이장/음성변조 : "왜 이장들이 돌려야되고 자기들(적십자사)이 전체적으로 우편함으로 보내든지, 이거는 뭐가 잘못된 겁니다. 적십자회비 이거는."]

적십자사가 지로용지 제작과 배포에 사용한 돈은 올해 상반기에만 36억 원.

최근 5년 동안 184억 5천만 원을 넘습니다.

적십자사의 모금 방식에 의문을 품은 고등학생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황준혁/헌법소원 제기 고등학생 :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의무납부인지 아닌지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고요. 이런 것이 대한적십자사에서 어떤 것을 잘못한 행동인지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기부금을 '회비'로 지칭해 국민들이 적십자 회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정재기/변호사 :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고 적십자사가 그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로용지서 형태로 마치 세금을 납부하는 형태로 회비 납부를 독촉하는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입니다."]

세계 198개 적십자사 회원국 중 집집마다 지로 용지를 배포해 회비를 모금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자율적인 국민 성금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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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정보 어떻게 알았지?…논란 속 ‘적십자 회비’ 헌법소원
    • 입력 2019-12-28 21:21:53
    • 수정2019-12-28 22: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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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말마다 '적십자 회비'를 청구하는 지로용지, 우편으로 받으실 텐데요.

적십자사 회원으로 가입한 적도 없는데 내 이름과 주소를 어떻게 알고, '회비'를 내라며 우편물을 보내는 걸까요.

여기에 의문을 품은 고등학생들이 적십자사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마다 12월과 1월은 대한적십자사가 정한 회비 집중모금 기간입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만 원을 내달라는 통지서가 우편함에 꽂혔습니다.

공과금 고지서처럼 생긴 지로용지엔 이름과 주소가 명확히 쓰여 있습니다.

[적십자 회비 납부한 시민/음성변조 : "이사 왔는데도 그냥 딱 보내더라고요. 나라의 무슨 재난상태에서 그게(회비 통지서) 오기 때문에 서로 공유를 하지 않나..."]

대한적십자사는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을까.

적십자사는 세대주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관련 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적이 없고, 적십자사에 제공된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반강제로 회비를 걷는 게 문제가 되자, 적십자사는 2000년부터 지로 자율 납부로 모금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동네 통반장이 나서서 납부를 독려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리 이장/음성변조 : "왜 이장들이 돌려야되고 자기들(적십자사)이 전체적으로 우편함으로 보내든지, 이거는 뭐가 잘못된 겁니다. 적십자회비 이거는."]

적십자사가 지로용지 제작과 배포에 사용한 돈은 올해 상반기에만 36억 원.

최근 5년 동안 184억 5천만 원을 넘습니다.

적십자사의 모금 방식에 의문을 품은 고등학생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황준혁/헌법소원 제기 고등학생 :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의무납부인지 아닌지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고요. 이런 것이 대한적십자사에서 어떤 것을 잘못한 행동인지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기부금을 '회비'로 지칭해 국민들이 적십자 회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정재기/변호사 :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적십자사에 제공하고 적십자사가 그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로용지서 형태로 마치 세금을 납부하는 형태로 회비 납부를 독촉하는 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입니다."]

세계 198개 적십자사 회원국 중 집집마다 지로 용지를 배포해 회비를 모금하는 곳은 우리나라 뿐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자율적인 국민 성금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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