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의 건강365] 치매노인, 서툴다고 도와준다?…“잘했다는 칭찬이 먼저”

입력 2019.12.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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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365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일요 건강 이야기.

부모님이나 남편, 아내, 심지어 본인이 치매가 의심되면 무엇부터 알아봐야 할까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또 치매가 온 가족이 있다면 도와주는 게 최선일까요? 오늘은 치매에 대한 핵심정보를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로 짚어봅니다.

Q: 늘 혼동하는 게 건망증과 치매입니다. 들어도 잘 모르겠습니다.

A: 건망증도 사실은 치매의 증상입니다. 기억을 못 하면 건망증이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치매 환자에게 보이는 건망증과 나이 들어 오는 건망증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노화에 의한 건망증은 주로 명칭이나 이름을 중심으로 기억을 못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힌트를 드리면 대부분 다 기억을 합니다. 이게 바로 노화에 의한 건망증의 특징입니다.

반면에 치매에 의한 건망증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명칭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 함께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힌트를 드려도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걸로 100% 구분하는 건 아니지만 정리하면 건강한 분들은 힌트를 주면 대부분을 기억하고요, 치매가 있는 분은 힌트를 줘도 그걸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오래된 일은 대개 어려운 기억이고 금방 했던 일은 쉬운 기억이라고 이해를 하는데요. 이렇게 오해를 하다 보니 부모님이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아주 옛날 일을 여쭤봅니다. 그런데 반응이 옛날 일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안도하면서 '아, 괜찮으시구나!, 이렇게 옛날 일도 잘 기억하니까 치매는 확실히 아니겠다.'라고 잘못 생각하게 됩니다.

치매는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안 되는 겁니다. 자꾸 요즘 있었던 최근 일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치매가 와도 기본적으로 이미 건강할 때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것을 다니 꺼내쓰는 데는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옛날 10년 전 20년 전의 일은 건강할 때 이미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기 때문에 설사 치매가 있다고 하더라고 대부분 잘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정보는 집어넣지 못하니까 어제 들었던 일, 오늘 아침에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은 잊어버리시는 겁니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건 옛날 일을 잘 기억하신다고 '기억은 괜찮겠지!', '치매가 아니겠구나!' 단정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혼동했다가 실제로 병원에 늦게 오는 분들이 왕왕 계시기 때문입니다.

Q: 어떨 때 치매 검사를 받아보면 좋을까요?

A: 비유를 들자면 아무런 위장 증상이 없어도 40대가 되면 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잖아요? 치매에 대한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6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치매에 대한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은 절대로 이걸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치매 위험 인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로 치매 위험이 2배 정도 높습니다. 이런 경우 꼭 정기검사를 받는 게 좋고요.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중년부터 가진 분들도 치매 위험이 1.5~2배 높으므로 정기적으로 치매를 검사해봐야 합니다.

또 우울증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뇌 부위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앓은 분들은 치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연세가 드셨을 때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게 다 없더라도 '내가 작년과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1년 사이에 뚜렷한 기억의 변화를 느낀다고 하면 반드시 치매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습니다.

Q: 치매, 의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나요?

A: 치매의 원인은 다양한데, 상당수 퇴행성 뇌 질환에 의한 치매는 아직 원상으로 회복할만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현재로선 증상을 경감시키고 진행하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치료법이 최선입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훨씬 더 많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진행 자체를 완전히 멈춰보려는 여러 신약들의 연구개발도 굉장히 활발합니다.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보고한 경우도 있어서 머지않은 미래에 좀 더 효과적인 치료제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 같은 치매라도 그 중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치매는 15% 정도 됩니다. 퇴행성이 아닌 혈관성 치매로 진단되면 재활운동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 손상부위가 아주 크지 않다면 상당 부분은 원상에 가깝게 회복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단은 적극적으로 원인이 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환자 보호자 가운데 이런 분이 계십니다. 내가 봐도 증상을 봐선 치매인데 무슨 검사를 더 해서 진단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원인은 찾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라는 증상 자체만을 놓고 치료를 하는 꼴입니다.

이런 경우 환자분에게는 굉장히 손해입니다. 회복의 가능성을 얼마나 기대해야 하는 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소위 깜깜이 치료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원인까지 찾는 진단을 마무리해야 이게 제대로 된 치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Q: 치매에 외로운 정서가 영향을 줄까요?

A: 많은 역학 연구들을 보면 우선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치매 발병률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왜 치매가 많을까 여러 가지 각도에서 연구하는데요. 활동이 적고 건강관리가 덜 돼서 그런 부분도 있고요.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특히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해마 같은 뇌 부위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작아집니다. 그러다 보니까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있을 때 빨리 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겠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진단도 진단이지만 진단을 받고 나서도 스스로 힘으로 치료를 받기가 참 힘듭니다. 병원까지 가기 어려운 분들도 많으시고 또 심지어는 약을 처방해서 가져다 드려도 그걸 때맞춰서 정확하게 혼자서는 챙겨 드시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진단으로 끝나지 않고 혼자 사시는 치매 어르신들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돌봐줄 것인지도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좌)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좌)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Q: 치매 어르신을 어떻게 지지하면 좋을까요?

A: 우선은 자주 얘기하는 거예요. 사회관계를 얘기할 때 '나는 친구가 백 명이다', '모임이 백 개다.' 이런 식으로 다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얼마나 많은 미팅을 하는 거로 생각하기 쉬운 데요. 사실 그 폭보다는 빈도와 질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특히 관계의 질을 따질 때 종종 가족이나 지인들도 그렇고 쉽게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랑을 표현하는 걸 정서적으로 지지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하고, 내가 하는 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사랑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 자체론 어르신 뇌 건강에 직접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어르신 인지기능에 도움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공감을 해주는 게 이른바 '정서적 지지'입니다. 그래서 공감을 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요. 아울러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줘야 합니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정서적 지지의 핵심은 '공감과 칭찬'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일상에서 아무래도 치매 어르신들은 원래 잘하시던 일도 실수하실 수도 있고 서툴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잘 못 하는 부분, 잃어버린 능력을 보고 '내가 사랑하니까 대신해 줄게.' 이렇게 하면 이건 오히려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좋은 뜻으로 도와주려는 건데 치매 어르신을 위축시키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거죠.

대신하기보다는 하신 것을 그만큼 '잘했네요!', '그 부분은 계속 그대로 해 주면 나도 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칭찬해주면서 같이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실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칭찬을 많이 해주면 인지기능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해 나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막상 치매가 의심될 때 어디에 알아봐야 할지 막막할 것 같아요.

A: 그런 상황이 생기면 몸부터 움직이기보다는 정보부터 얻는 게 좋습니다. 당장 어딜 가기는 엄두가 안 나니까 그럴 때 이용하면 제일 좋은 게 '치매 상담 콜센터'에 전화하는 겁니다. 여기는 24시간 365일 하기 때문에 그냥 본인이 편할 때 언제든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1899-9988입니다.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의 번호입니다. 그래서 우선 전화하세요. 이런저런 증상이 있고 염려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사는 곳, 처한 상황, 가정이나 경제상태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것을 안내해 드릴 겁니다.

혹시 스마트폰을 편하게 쓰는 분들은 '치매 체크' 앱을 내려받아서 항상 설치해 두면 좋습니다. 그 앱 안에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특히 치매라는 문제에 관해서 국가나 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자기 조건에 맞게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알짜정보 내비게이션'이라는 메뉴인데요. 본인의 주소지, 나이, 병명, 경제상태만 넣어도 이용 가능한 모든 서비스나 절차를 한 번에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진단이나 치매 관련 서비스를 이용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그다음에 거주지에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됩니다. 대부분 서비스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다 받으실 수 있고 거기서 직접 받으실 수 없는 서비스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또 관계 기관으로 연결해 드립니다. 그러니까 방문은 항상 동네 치매안심센터로 가면 되겠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건강 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콩,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 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방송일시: 2019.12.29(일)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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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광식의 건강365] 치매노인, 서툴다고 도와준다?…“잘했다는 칭찬이 먼저”
    • 입력 2019-12-29 08:04:46
    박광식의 건강 365
건강 365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일요 건강 이야기.

부모님이나 남편, 아내, 심지어 본인이 치매가 의심되면 무엇부터 알아봐야 할까요?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또 치매가 온 가족이 있다면 도와주는 게 최선일까요? 오늘은 치매에 대한 핵심정보를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Q&A로 짚어봅니다.

Q: 늘 혼동하는 게 건망증과 치매입니다. 들어도 잘 모르겠습니다.

A: 건망증도 사실은 치매의 증상입니다. 기억을 못 하면 건망증이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치매 환자에게 보이는 건망증과 나이 들어 오는 건망증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노화에 의한 건망증은 주로 명칭이나 이름을 중심으로 기억을 못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힌트를 드리면 대부분 다 기억을 합니다. 이게 바로 노화에 의한 건망증의 특징입니다.

반면에 치매에 의한 건망증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명칭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 함께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힌트를 드려도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걸로 100% 구분하는 건 아니지만 정리하면 건강한 분들은 힌트를 주면 대부분을 기억하고요, 치매가 있는 분은 힌트를 줘도 그걸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오래된 일은 대개 어려운 기억이고 금방 했던 일은 쉬운 기억이라고 이해를 하는데요. 이렇게 오해를 하다 보니 부모님이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아주 옛날 일을 여쭤봅니다. 그런데 반응이 옛날 일을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안도하면서 '아, 괜찮으시구나!, 이렇게 옛날 일도 잘 기억하니까 치매는 확실히 아니겠다.'라고 잘못 생각하게 됩니다.

치매는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안 되는 겁니다. 자꾸 요즘 있었던 최근 일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치매가 와도 기본적으로 이미 건강할 때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것을 다니 꺼내쓰는 데는 대부분 문제가 없습니다. 옛날 10년 전 20년 전의 일은 건강할 때 이미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기 때문에 설사 치매가 있다고 하더라고 대부분 잘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정보는 집어넣지 못하니까 어제 들었던 일, 오늘 아침에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은 잊어버리시는 겁니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건 옛날 일을 잘 기억하신다고 '기억은 괜찮겠지!', '치매가 아니겠구나!' 단정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혼동했다가 실제로 병원에 늦게 오는 분들이 왕왕 계시기 때문입니다.

Q: 어떨 때 치매 검사를 받아보면 좋을까요?

A: 비유를 들자면 아무런 위장 증상이 없어도 40대가 되면 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잖아요? 치매에 대한 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6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치매에 대한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은 절대로 이걸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치매 위험 인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로 치매 위험이 2배 정도 높습니다. 이런 경우 꼭 정기검사를 받는 게 좋고요. 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중년부터 가진 분들도 치매 위험이 1.5~2배 높으므로 정기적으로 치매를 검사해봐야 합니다.

또 우울증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뇌 부위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앓은 분들은 치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연세가 드셨을 때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게 다 없더라도 '내가 작년과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1년 사이에 뚜렷한 기억의 변화를 느낀다고 하면 반드시 치매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습니다.

Q: 치매, 의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나요?

A: 치매의 원인은 다양한데, 상당수 퇴행성 뇌 질환에 의한 치매는 아직 원상으로 회복할만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현재로선 증상을 경감시키고 진행하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치료법이 최선입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훨씬 더 많이 도움이 되실 겁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진행 자체를 완전히 멈춰보려는 여러 신약들의 연구개발도 굉장히 활발합니다.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보고한 경우도 있어서 머지않은 미래에 좀 더 효과적인 치료제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 같은 치매라도 그 중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치매는 15% 정도 됩니다. 퇴행성이 아닌 혈관성 치매로 진단되면 재활운동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 손상부위가 아주 크지 않다면 상당 부분은 원상에 가깝게 회복될 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단은 적극적으로 원인이 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환자 보호자 가운데 이런 분이 계십니다. 내가 봐도 증상을 봐선 치매인데 무슨 검사를 더 해서 진단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원인은 찾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라는 증상 자체만을 놓고 치료를 하는 꼴입니다.

이런 경우 환자분에게는 굉장히 손해입니다. 회복의 가능성을 얼마나 기대해야 하는 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소위 깜깜이 치료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원인까지 찾는 진단을 마무리해야 이게 제대로 된 치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Q: 치매에 외로운 정서가 영향을 줄까요?

A: 많은 역학 연구들을 보면 우선 혼자서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치매 발병률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왜 치매가 많을까 여러 가지 각도에서 연구하는데요. 활동이 적고 건강관리가 덜 돼서 그런 부분도 있고요.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특히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해마 같은 뇌 부위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작아집니다. 그러다 보니까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있을 때 빨리 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겠죠.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진단도 진단이지만 진단을 받고 나서도 스스로 힘으로 치료를 받기가 참 힘듭니다. 병원까지 가기 어려운 분들도 많으시고 또 심지어는 약을 처방해서 가져다 드려도 그걸 때맞춰서 정확하게 혼자서는 챙겨 드시기 어려운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진단으로 끝나지 않고 혼자 사시는 치매 어르신들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돌봐줄 것인지도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좌)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Q: 치매 어르신을 어떻게 지지하면 좋을까요?

A: 우선은 자주 얘기하는 거예요. 사회관계를 얘기할 때 '나는 친구가 백 명이다', '모임이 백 개다.' 이런 식으로 다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얼마나 많은 미팅을 하는 거로 생각하기 쉬운 데요. 사실 그 폭보다는 빈도와 질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특히 관계의 질을 따질 때 종종 가족이나 지인들도 그렇고 쉽게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랑을 표현하는 걸 정서적으로 지지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하고, 내가 하는 건 모두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사랑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 자체론 어르신 뇌 건강에 직접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어르신 인지기능에 도움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공감을 해주는 게 이른바 '정서적 지지'입니다. 그래서 공감을 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요. 아울러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줘야 합니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정서적 지지의 핵심은 '공감과 칭찬'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일상에서 아무래도 치매 어르신들은 원래 잘하시던 일도 실수하실 수도 있고 서툴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잘 못 하는 부분, 잃어버린 능력을 보고 '내가 사랑하니까 대신해 줄게.' 이렇게 하면 이건 오히려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좋은 뜻으로 도와주려는 건데 치매 어르신을 위축시키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거죠.

대신하기보다는 하신 것을 그만큼 '잘했네요!', '그 부분은 계속 그대로 해 주면 나도 참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칭찬해주면서 같이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실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칭찬을 많이 해주면 인지기능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해 나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막상 치매가 의심될 때 어디에 알아봐야 할지 막막할 것 같아요.

A: 그런 상황이 생기면 몸부터 움직이기보다는 정보부터 얻는 게 좋습니다. 당장 어딜 가기는 엄두가 안 나니까 그럴 때 이용하면 제일 좋은 게 '치매 상담 콜센터'에 전화하는 겁니다. 여기는 24시간 365일 하기 때문에 그냥 본인이 편할 때 언제든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1899-9988입니다.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의 번호입니다. 그래서 우선 전화하세요. 이런저런 증상이 있고 염려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사는 곳, 처한 상황, 가정이나 경제상태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것을 안내해 드릴 겁니다.

혹시 스마트폰을 편하게 쓰는 분들은 '치매 체크' 앱을 내려받아서 항상 설치해 두면 좋습니다. 그 앱 안에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특히 치매라는 문제에 관해서 국가나 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자기 조건에 맞게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알짜정보 내비게이션'이라는 메뉴인데요. 본인의 주소지, 나이, 병명, 경제상태만 넣어도 이용 가능한 모든 서비스나 절차를 한 번에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진단이나 치매 관련 서비스를 이용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그다음에 거주지에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됩니다. 대부분 서비스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다 받으실 수 있고 거기서 직접 받으실 수 없는 서비스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또 관계 기관으로 연결해 드립니다. 그러니까 방문은 항상 동네 치매안심센터로 가면 되겠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건강 365'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라디오, KBS 홈페이지, KBS 콩, 유튜브,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KBS 건강 365
▶ 진행: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
▶ 출연: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방송일시: 2019.12.29(일)
: 오전 5시~(KBS 1라디오 FM 97.3MHz)
: 오전 8시~(KBS 3라디오 FM 104.9MHz)
: 오후 4시~(KBS 3라디오 FM 104.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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