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펭수’·‘펭-하’ 말고 ‘펭싸’를 아시나요? (feat.애피소드 3화)

입력 2019.12.29 (10:00) 수정 2019.12.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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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캐릭터 펭수와 남극에 사는 젠투펭귄

EBS 캐릭터 펭수와 남극에 사는 젠투펭귄

펭수 말고 '펭싸'라고?

2019년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여러 후보가 있겠지만 '펭수'를 제외하긴 힘들 것이다. 올해 '제야의 종'도 펭수가 울린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펭수는 올해를 빛낸 인물들 중 한 명으로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다른 '인간' 시민대표들과 함께 오는 31일 밤 12시부터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33번 울릴 예정이다.

물론 아직 펭수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펭수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캐릭터로 EBS 1TV 어린이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이다. 검은색 털옷을 입고 노란색 헤드폰을 머리에 쓴 '펭귄 캐릭터 인형'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활약하며 '펭수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번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초대될 때도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제치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시민대표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펭수의 인기로 대한민국에 펭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펭싸'라는 말은 '펭귄의 무엇'을 뜻하는 용어일까?

2014년부터 6년째 남극에서 새해를 맞는 과학자가 있다. 대한민국 극지연구소 소속 이원영 선임연구원(사진 오른쪽). 올해도 그는 어김없이 연말을 맞아 남극으로 향했다.

'까치'로 박사논문을 쓴 동물행동학자인 그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근처에 번식하는 수천 쌍의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등을 대상으로 펭귄의 생태와 행동을 연구한다. 이번에는 특히 펭귄이 잠을 어떻게 자는지 '수면행동'을 연구할 목적으로 파견됐다.

한 달 전 출국을 이틀 앞둔 이 박사를 만났을 때 펭귄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펭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펭싸'는 바로 '펭귄 싸대기'의 준말로, 펭귄에게 싸대기를 맞고 기지로 귀환해 보니 맞은 부분이 보라색으로 멍까지 들어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남극 바닷가의 젠투펭귄들 (자료: 극지연구소 제공)남극 바닷가의 젠투펭귄들 (자료: 극지연구소 제공)

이원영 박사의 트위터 아이디(gentoo210)와도 관련이 있는 젠투펭귄은 물속에서 가장 빠르게 헤엄치기도 하는 펭귄으로 순간 시속이 40km에 이른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펭귄들은 추진력을 날개(팔 또는 지느러미라고도 함)로만 얻기 때문에 가슴근육과 날개 근육이 정말 잘 발달돼 있다고. 따라서 이 날개로 '싸대기'를 맞을 경우 그 충격이 실로 엄청난데 펭귄은 자신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1초에 10대씩 '싸대기'를 날린다고 한다.

이원영 박사는 이런 '펭귄 싸대기:펭싸'의 위험(?)을 감수한 채 펭귄들에게 GPS 바이오로거를 장착해 펭귄의 행동 반경을 측정하거나 날개 죽지에서 채혈을 감행해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등 남극 펭귄마을에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원영 박사는 극지연구소에 입사하기 전인 2014년도 이전에는 자신도 펭귄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남극에서 펭귄들에 대한 연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학자로서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털어놓았다.

"정말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펭귄 '덕후'이지만 어쨌든 연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에 굉장한 미안함을 무릅쓰고 연구에 임한다"는 것으로 "그래서 연구 대상을 고를 때도 특별히 덩치도 크고, 새끼들도 아주 잘 키웠고, 바다에 나갔다가 금방 돌아올 것 같은 개체들을 엄선한다"고 강조했다. "펭귄들이 받을지 모를 스트레스를 감안해 견딜 수 있는 개체들을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과학자들과는 다르게 동물의 행동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동물 윤리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이유 없이 동물이나 곤충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직업인으로서 동물을 대하게 되면 최대한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동물을 보호하고 종을 보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원영 박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다른 동물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사람의 호기심이 문제인 것 같다"고도 지적하고, 그러나 "연구자로서 펭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늘 고민하고 경계하면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게 과학자로서 할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펭귄을 덜 괴롭히는 방향으로 답을 구하고, 펭귄들을 좀 더 이해하고 펭귄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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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펭수’·‘펭-하’ 말고 ‘펭싸’를 아시나요? (feat.애피소드 3화)
    • 입력 2019-12-29 10:00:11
    • 수정2019-12-29 17:58:00
    취재후·사건후

EBS 캐릭터 펭수와 남극에 사는 젠투펭귄

펭수 말고 '펭싸'라고?

2019년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여러 후보가 있겠지만 '펭수'를 제외하긴 힘들 것이다. 올해 '제야의 종'도 펭수가 울린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펭수는 올해를 빛낸 인물들 중 한 명으로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다른 '인간' 시민대표들과 함께 오는 31일 밤 12시부터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33번 울릴 예정이다.

물론 아직 펭수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펭수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캐릭터로 EBS 1TV 어린이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이다. 검은색 털옷을 입고 노란색 헤드폰을 머리에 쓴 '펭귄 캐릭터 인형'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활약하며 '펭수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번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초대될 때도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제치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시민대표로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펭수의 인기로 대한민국에 펭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펭싸'라는 말은 '펭귄의 무엇'을 뜻하는 용어일까?

2014년부터 6년째 남극에서 새해를 맞는 과학자가 있다. 대한민국 극지연구소 소속 이원영 선임연구원(사진 오른쪽). 올해도 그는 어김없이 연말을 맞아 남극으로 향했다.

'까치'로 박사논문을 쓴 동물행동학자인 그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근처에 번식하는 수천 쌍의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등을 대상으로 펭귄의 생태와 행동을 연구한다. 이번에는 특히 펭귄이 잠을 어떻게 자는지 '수면행동'을 연구할 목적으로 파견됐다.

한 달 전 출국을 이틀 앞둔 이 박사를 만났을 때 펭귄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펭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펭싸'는 바로 '펭귄 싸대기'의 준말로, 펭귄에게 싸대기를 맞고 기지로 귀환해 보니 맞은 부분이 보라색으로 멍까지 들어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남극 바닷가의 젠투펭귄들 (자료: 극지연구소 제공)
이원영 박사의 트위터 아이디(gentoo210)와도 관련이 있는 젠투펭귄은 물속에서 가장 빠르게 헤엄치기도 하는 펭귄으로 순간 시속이 40km에 이른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펭귄들은 추진력을 날개(팔 또는 지느러미라고도 함)로만 얻기 때문에 가슴근육과 날개 근육이 정말 잘 발달돼 있다고. 따라서 이 날개로 '싸대기'를 맞을 경우 그 충격이 실로 엄청난데 펭귄은 자신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1초에 10대씩 '싸대기'를 날린다고 한다.

이원영 박사는 이런 '펭귄 싸대기:펭싸'의 위험(?)을 감수한 채 펭귄들에게 GPS 바이오로거를 장착해 펭귄의 행동 반경을 측정하거나 날개 죽지에서 채혈을 감행해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등 남극 펭귄마을에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원영 박사는 극지연구소에 입사하기 전인 2014년도 이전에는 자신도 펭귄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남극에서 펭귄들에 대한 연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학자로서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털어놓았다.

"정말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펭귄 '덕후'이지만 어쨌든 연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에 굉장한 미안함을 무릅쓰고 연구에 임한다"는 것으로 "그래서 연구 대상을 고를 때도 특별히 덩치도 크고, 새끼들도 아주 잘 키웠고, 바다에 나갔다가 금방 돌아올 것 같은 개체들을 엄선한다"고 강조했다. "펭귄들이 받을지 모를 스트레스를 감안해 견딜 수 있는 개체들을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과학자들과는 다르게 동물의 행동 생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동물 윤리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이유 없이 동물이나 곤충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직업인으로서 동물을 대하게 되면 최대한 동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동물을 보호하고 종을 보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원영 박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다른 동물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사람의 호기심이 문제인 것 같다"고도 지적하고, 그러나 "연구자로서 펭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늘 고민하고 경계하면서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게 과학자로서 할 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펭귄을 덜 괴롭히는 방향으로 답을 구하고, 펭귄들을 좀 더 이해하고 펭귄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가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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