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매년 불어나는데…못쓴 항공 마일리지 매년 증발

입력 2019.12.31 (08:02) 수정 2019.12.3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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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소멸 마일리지 수천억 원 규모?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내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수천억 원어치가 내일(1일) 증발한다. 마일리지 소멸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가 적립된 지 10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하도록 지난 2008년 마일리지 약관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에 등록된 각 항공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대한항공 승객이 적립한 누적 마일리지 규모는 2조 2,135억 원, 아시아나가 7,2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적립된 지 10년이 지나 2020년 1월 1일 자로 사라지는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이 3,940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996억 원으로 모두 4,936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항공사의 재무제표에 기록된 '유동성 이연수익'이 소멸 마일리지 금액을 반영한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서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이연(연기)하는 금액을 뜻한다.

마일리지는 사용되기 전에는 항공사에 부채(잠재적 수익)로 잡히기 때문에, 마일리지가 사용되지 않으면 소멸하는 시점부터 수익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유동성 이연수익'이 해를 넘겨 소멸하는 마일리지 규모가 아니라 고객들이 사용(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일리지 금액을 미리 잡아 놓은 것이라며 '유동성 이연수익'이 소멸 마일리지 금액을 반영한 숫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그러면서도 해마다 소멸하는 마일리지 금액 규모는 사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동 소멸하는 마일리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사용되지 않는 마일리지가 매년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적 항공사의 지난해 3분기와 가장 최근인 올해 3분기의 재무제표를 비교해보니 회계상 잡혀 있는 마일리지 금액(이연수익)은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사이 대한항공은 2조1,609억여 원(18년 3분기)에서 2조2,135억 여원(19년 3분기)로 525억 원 늘어났다. 아시아나는 5,838억여 원에서 7,237억여 원으로 1,399억 원 증가했다.

2017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 2조202억 원 와 비교해봐도 이 같은 추세는 마찬가지다. 항공사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해 소모하는 속도보다, 미사용 마일리지가 쌓여가는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항공 마일리지 성격은? '서비스' vs '재산권'

마일리지를 바라보는 항공사와 소비자 단체의 시선은 엇갈린다. 항공사 입장에 마일리지는 소비자에게 주는 일종의 혜택이자 보너스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마일리지가 소비자의 재산권이자 정당한 권리라고 본다.

마일리지가 엄연한 승객의 재산이라는 입장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2010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항공사에 항공권의 발급 또는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재산적 가치가 긍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공사들이 은행과 카드사에 마일리지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는 점은 마일리지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님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은행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해 모두 1조 8079억 원을 벌어들였다.

더구나,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회계상 부채로 기록한다. 고객에게 갚아야 하는 일종의 빚으로 분류된 셈인데, 10년이 지난 마일리지가 소멸하면 항공사의 부채비율도 그만큼 줄어든다. 역시 마일리지가 자산으로서 분명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일리지 복합결제' 시범 도입됐지만….

이처럼 항공 마일리지는 엄연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사용에는 제약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항공마일리지를 통해 살 수 있는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는 전체 좌석의 약 4%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소비자 단체들은 마일리지에 배정된 좌석 수가 극히 적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를 써서 항공권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쓸데가 마땅치 않은데 10년이라는 유효기간까지 있다 보니 승객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앞으로 현금으로 항공권을 사면서 일부를 마일리지로 함께 결제하는 '복합결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전까지는 항공사가 지정한 마일리지용 좌석만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좌석에 대해 마일리지의 부분 사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13일 대한항공은 자사의 마일리지 제도인 스카이패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내년 11월부터 항공운임의 최대 20%까지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도입하고, 내후년(2021년) 4월부터는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기준도 바꾼다.

복합결제의 도입 자체는 소비자 입장에서 일부 진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개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승객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규정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먼저, 마일리지 적립률의 차등화가 더 심해진다. 일등석은 최대 300%, 프레스티지석은 최대 200%까지 적립률이 올라가지만, 일반석은 반대로 줄어든다. 일반석 가운데 최대 100%까지 적립되던 예약등급이 9개에서 6개로 줄어들고, 나머지 4개 등급의 적립률 역시 70~80%에서 50~25%까지 내려간다. 적용은 내년 4월 1일부터다.

보너스 항공권을 위해 공제되는 마일리지는 '지역 기준'에서 '실제 비행거리 기준'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기존까지는 북미·대양주·유럽·중동·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어느 공항을 거쳐 가든 일괄적으로 3만5000마일리지를 차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4만마일리지, 뉴욕의 경우 4만5천마일리지로 거리에 따라 차등해 차감된다.

이렇게 마일리지 공제가 '비행거리' 기준으로 바뀌면서 다른 공항을 경유해서 최종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경우, 기존보다 마일리지 공제가 2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공제 마일리지는 여정이 왕복일 경우 200%, 일등석은 300%, 프레스티지석은 200%까지 할증돼 차감되는 실제 마일리지는 더 많아진다.

이밖에 우수회원 등급 산정 기간이 짧아진다. 기존에 일정한 실적을 채우면 평생 우수회원(모닝캄·모닝캄프리미엄·밀리언마일러)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년 실적을 평가해 우수회원(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을 부여한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의 항공 마일리지 소멸만 기다리면서 소비자의 분노를 희석하려는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마일리지를 다량 보유한 소비자와 소량보유자에 차등을 주겠다는 발상은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구매할 땐 똑같았던 가액 기준을, 마일리지 적립 시엔 차등하겠다는 것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국제 기준과 항공운임 수준에 맞추어 제도를 개편했다는 설명을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고 있다.


개선 대책 마련 이전에 '투명성' 확보 절실

이처럼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일리지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복합결제'가 도입됐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마일리지 제도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편익에 부응하는 정확한 개선 대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일단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마일리지 적립 규모부터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개인별 마일리지 현황만 제공할 뿐, 적립된 전체 마일리지 규모가 얼만큼인지, 매년 얼만큼이 소진되고, 소멸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송언석 의원이 발의한 항공산업법 개정안은 항공사들이 항공마일리지 관련 현황을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마일리지의 적립과 사용, 양도, 거래 등 활용방안에 대한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신중한 태도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마일리지 현황 공개는 검토할 수 있지만, 사용 기준 등은 항공사가 정할 몫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언석 의원은 "항공마일리지 소멸로 국민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고, 항공마일리지 규모를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도 국토부는 항공사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 권익보호 방안 마련은 물론, 항공마일리지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일이면 소비자들이 알뜰하게 적립한 마일리지가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까지 허무하게 사라진다. 내후년 이맘때에도 비슷한 '증발'이 반복될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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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31 08:02:05
    • 수정2019-12-31 08:21:22
    취재K
내년 소멸 마일리지 수천억 원 규모?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내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수천억 원어치가 내일(1일) 증발한다. 마일리지 소멸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가 적립된 지 10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하도록 지난 2008년 마일리지 약관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에 등록된 각 항공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대한항공 승객이 적립한 누적 마일리지 규모는 2조 2,135억 원, 아시아나가 7,2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적립된 지 10년이 지나 2020년 1월 1일 자로 사라지는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이 3,940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996억 원으로 모두 4,936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항공사의 재무제표에 기록된 '유동성 이연수익'이 소멸 마일리지 금액을 반영한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이연수익'은 최초 매출 거래 시점에서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이연(연기)하는 금액을 뜻한다.

마일리지는 사용되기 전에는 항공사에 부채(잠재적 수익)로 잡히기 때문에, 마일리지가 사용되지 않으면 소멸하는 시점부터 수익으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유동성 이연수익'이 해를 넘겨 소멸하는 마일리지 규모가 아니라 고객들이 사용(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일리지 금액을 미리 잡아 놓은 것이라며 '유동성 이연수익'이 소멸 마일리지 금액을 반영한 숫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은 그러면서도 해마다 소멸하는 마일리지 금액 규모는 사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동 소멸하는 마일리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여전히 논란이지만, 사용되지 않는 마일리지가 매년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적 항공사의 지난해 3분기와 가장 최근인 올해 3분기의 재무제표를 비교해보니 회계상 잡혀 있는 마일리지 금액(이연수익)은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사이 대한항공은 2조1,609억여 원(18년 3분기)에서 2조2,135억 여원(19년 3분기)로 525억 원 늘어났다. 아시아나는 5,838억여 원에서 7,237억여 원으로 1,399억 원 증가했다.

2017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 2조202억 원 와 비교해봐도 이 같은 추세는 마찬가지다. 항공사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해 소모하는 속도보다, 미사용 마일리지가 쌓여가는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항공 마일리지 성격은? '서비스' vs '재산권'

마일리지를 바라보는 항공사와 소비자 단체의 시선은 엇갈린다. 항공사 입장에 마일리지는 소비자에게 주는 일종의 혜택이자 보너스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마일리지가 소비자의 재산권이자 정당한 권리라고 본다.

마일리지가 엄연한 승객의 재산이라는 입장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2010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마일리지는 소비자가 항공사에 항공권의 발급 또는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재산적 가치가 긍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항공사들이 은행과 카드사에 마일리지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는 점은 마일리지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님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은행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해 모두 1조 8079억 원을 벌어들였다.

더구나,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회계상 부채로 기록한다. 고객에게 갚아야 하는 일종의 빚으로 분류된 셈인데, 10년이 지난 마일리지가 소멸하면 항공사의 부채비율도 그만큼 줄어든다. 역시 마일리지가 자산으로서 분명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일리지 복합결제' 시범 도입됐지만….

이처럼 항공 마일리지는 엄연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사용에는 제약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항공마일리지를 통해 살 수 있는 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는 전체 좌석의 약 4%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소비자 단체들은 마일리지에 배정된 좌석 수가 극히 적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를 써서 항공권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쓸데가 마땅치 않은데 10년이라는 유효기간까지 있다 보니 승객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비판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앞으로 현금으로 항공권을 사면서 일부를 마일리지로 함께 결제하는 '복합결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전까지는 항공사가 지정한 마일리지용 좌석만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좌석에 대해 마일리지의 부분 사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13일 대한항공은 자사의 마일리지 제도인 스카이패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내년 11월부터 항공운임의 최대 20%까지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도입하고, 내후년(2021년) 4월부터는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 기준도 바꾼다.

복합결제의 도입 자체는 소비자 입장에서 일부 진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개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승객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규정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먼저, 마일리지 적립률의 차등화가 더 심해진다. 일등석은 최대 300%, 프레스티지석은 최대 200%까지 적립률이 올라가지만, 일반석은 반대로 줄어든다. 일반석 가운데 최대 100%까지 적립되던 예약등급이 9개에서 6개로 줄어들고, 나머지 4개 등급의 적립률 역시 70~80%에서 50~25%까지 내려간다. 적용은 내년 4월 1일부터다.

보너스 항공권을 위해 공제되는 마일리지는 '지역 기준'에서 '실제 비행거리 기준'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기존까지는 북미·대양주·유럽·중동·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어느 공항을 거쳐 가든 일괄적으로 3만5000마일리지를 차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4만마일리지, 뉴욕의 경우 4만5천마일리지로 거리에 따라 차등해 차감된다.

이렇게 마일리지 공제가 '비행거리' 기준으로 바뀌면서 다른 공항을 경유해서 최종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경우, 기존보다 마일리지 공제가 2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공제 마일리지는 여정이 왕복일 경우 200%, 일등석은 300%, 프레스티지석은 200%까지 할증돼 차감되는 실제 마일리지는 더 많아진다.

이밖에 우수회원 등급 산정 기간이 짧아진다. 기존에 일정한 실적을 채우면 평생 우수회원(모닝캄·모닝캄프리미엄·밀리언마일러)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년 실적을 평가해 우수회원(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을 부여한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의 항공 마일리지 소멸만 기다리면서 소비자의 분노를 희석하려는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마일리지를 다량 보유한 소비자와 소량보유자에 차등을 주겠다는 발상은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구매할 땐 똑같았던 가액 기준을, 마일리지 적립 시엔 차등하겠다는 것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국제 기준과 항공운임 수준에 맞추어 제도를 개편했다는 설명을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고 있다.


개선 대책 마련 이전에 '투명성' 확보 절실

이처럼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일리지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복합결제'가 도입됐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마일리지 제도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편익에 부응하는 정확한 개선 대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일단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마일리지 적립 규모부터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개인별 마일리지 현황만 제공할 뿐, 적립된 전체 마일리지 규모가 얼만큼인지, 매년 얼만큼이 소진되고, 소멸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송언석 의원이 발의한 항공산업법 개정안은 항공사들이 항공마일리지 관련 현황을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마일리지의 적립과 사용, 양도, 거래 등 활용방안에 대한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신중한 태도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마일리지 현황 공개는 검토할 수 있지만, 사용 기준 등은 항공사가 정할 몫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언석 의원은 "항공마일리지 소멸로 국민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고, 항공마일리지 규모를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도 국토부는 항공사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의 권익보호 방안 마련은 물론, 항공마일리지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일이면 소비자들이 알뜰하게 적립한 마일리지가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수천억 원까지 허무하게 사라진다. 내후년 이맘때에도 비슷한 '증발'이 반복될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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