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2020 홍콩은 계속된다…‘흔들리는 중국몽’

입력 2019.12.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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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계속된다…. 내일 대규모 시위

2020년 새해 홍콩은 대규모 집회와 행진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올 6월, 송환법 반대 투쟁의 시작을 알렸던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다. 홍콩 경찰은 내일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리는 집회와 도심 행진을 허가했다. 100만 명, 200만 명 규모의 행진도 거뜬히 치러낼 만큼 홍콩인들의 지지를 받는 단체이다 보니 새해 첫 집회에도 많은 시민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장장 7개월,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 압도적 찬성으로 구의회 선거에서 이겼으나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새해 첫날부터 홍콩 시민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하였다. 홍콩 시민들은 5가지 요구 중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중 핵심은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와 '경찰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은 만신창이가 됐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매업종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달 중순 홍콩소매관리협회가 회원사 176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가 6개월 안에 고용 인력 10%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식업계는 올해 매출이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형사 처분이 진행 중인 시위자도 성탄절 시위 때 또 300여 명이 체포되면서 6,000명을 넘어섰다.


홍콩시위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강경 시위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한 비난도 있지만, 홍콩시위는 어느 순간 수만 명, 수십만 명 규모로 들불처럼 다시 불붙기를 반복했다. 만신창이가 된 경제, 수많은 시위자의 처벌, 민주파와 친중파 간의 물리적 충돌 같은 불행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데도 홍콩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홍콩인들 사이에 뿌리 박힌 '반중의식'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보인다. 750만 홍콩 시민 중 100만 명에 육박하는 본토 이주자들이 경제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폭등한 부동산값, 막막한 취업과 고물가로 팍팍해지는 생활고.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더 심해진 중앙정부의 간섭. 여기에 불을 지핀 게 '송환법'이다.

범죄자를 해당국에 돌려보내 처벌받게 한다는 게 일면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홍콩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한 약속, '양제(兩制 두 체제,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일체의 내정을 홍콩 특구 정부에 50년 동안 보장한다고 약속했다)'를 중국 중앙정부가 어기는 것이라 받아들였다.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운동, 중국이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을 취소하자 일어난 2014년 우산 혁명. 홍콩인들은 이 모두를 '양제'를 지키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2019년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올해 중국 '국내 10대 뉴스'를 꼽으면서 홍콩사태를 네 번째에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심각하게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방점은 '일국(一國, 한 국가)'에 있다. 홍콩의 일부 강경시위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사주를 받아 색깔 혁명, 즉 체제 전복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홍콩사태를 조국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간극은 앞으로도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2020년 홍콩은 우리의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가 9월 예정돼 있다. 현재 의석 분포상 7대 3인 친중파와 민주파가 또 맞붙는다. 이번 구의회 선거처럼 민주파가 압승하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9월 선거 쟁점 역시 '일국양제'가 될 게 뻔하다. 전문가들은 홍콩 시위가 2020년 더 격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실전훈련' 공개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30일 갑작스레 '실전 훈련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육·해·공 3군이 홍콩에서 합동으로 진행한 훈련이다. 홍콩 인근 해역을 순찰하던 인민해방군이 수상한 선박을 발견해 육군 특전대와 해군이 동시에 선박에 접근해 제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본 중국 누리꾼들은 "인민해방군의 전투력이 대단하다.", "바퀴벌레(홍콩 시위대)들이 혼비백산하겠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민해방군이 훈련 영상을 왜 공개했는지 의도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홍콩 시위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다 가진 시진핑 주석, 하지만 '멀어지는 중국몽'

시진핑 주석은 연임 제한까지 없애가며 사실상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며 집안 단속도 한창이다. 시 주석의 두 가지 악재를 꼽자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미국과 흔들리는 일국양제다. 일국양제는 중국몽을 실현하는데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체제 이념이다.

그런 시 주석 앞에 타이완에 이어 홍콩마저 앞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무력통일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며 타이완을 압박했으나 2020년 1월 11일 치러지는 타이완 대선은 독립 성향의 현 차이잉원 총통이 어렵지 않게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태 역시 잦아들 기미가 없다. 일국양제가 흔들리면서 시 주석의 중국몽도 멀어지고 있다. 2020년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홍콩시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시진핑 주석 모두 시험대에 선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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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2020 홍콩은 계속된다…‘흔들리는 중국몽’
    • 입력 2019-12-31 14:16:51
    특파원 리포트
홍콩은 계속된다…. 내일 대규모 시위

2020년 새해 홍콩은 대규모 집회와 행진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올 6월, 송환법 반대 투쟁의 시작을 알렸던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다. 홍콩 경찰은 내일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리는 집회와 도심 행진을 허가했다. 100만 명, 200만 명 규모의 행진도 거뜬히 치러낼 만큼 홍콩인들의 지지를 받는 단체이다 보니 새해 첫 집회에도 많은 시민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장장 7개월,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 압도적 찬성으로 구의회 선거에서 이겼으나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새해 첫날부터 홍콩 시민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하였다. 홍콩 시민들은 5가지 요구 중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중 핵심은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와 '경찰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이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은 만신창이가 됐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매업종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달 중순 홍콩소매관리협회가 회원사 176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가 6개월 안에 고용 인력 10%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식업계는 올해 매출이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최악이라고 발표했다. 형사 처분이 진행 중인 시위자도 성탄절 시위 때 또 300여 명이 체포되면서 6,000명을 넘어섰다.


홍콩시위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강경 시위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한 비난도 있지만, 홍콩시위는 어느 순간 수만 명, 수십만 명 규모로 들불처럼 다시 불붙기를 반복했다. 만신창이가 된 경제, 수많은 시위자의 처벌, 민주파와 친중파 간의 물리적 충돌 같은 불행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데도 홍콩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홍콩인들 사이에 뿌리 박힌 '반중의식'이 근본적인 배경으로 보인다. 750만 홍콩 시민 중 100만 명에 육박하는 본토 이주자들이 경제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폭등한 부동산값, 막막한 취업과 고물가로 팍팍해지는 생활고.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더 심해진 중앙정부의 간섭. 여기에 불을 지핀 게 '송환법'이다.

범죄자를 해당국에 돌려보내 처벌받게 한다는 게 일면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홍콩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한 약속, '양제(兩制 두 체제,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일체의 내정을 홍콩 특구 정부에 50년 동안 보장한다고 약속했다)'를 중국 중앙정부가 어기는 것이라 받아들였다.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운동, 중국이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을 취소하자 일어난 2014년 우산 혁명. 홍콩인들은 이 모두를 '양제'를 지키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2019년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올해 중국 '국내 10대 뉴스'를 꼽으면서 홍콩사태를 네 번째에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심각하게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방점은 '일국(一國, 한 국가)'에 있다. 홍콩의 일부 강경시위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사주를 받아 색깔 혁명, 즉 체제 전복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홍콩사태를 조국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간극은 앞으로도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2020년 홍콩은 우리의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가 9월 예정돼 있다. 현재 의석 분포상 7대 3인 친중파와 민주파가 또 맞붙는다. 이번 구의회 선거처럼 민주파가 압승하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9월 선거 쟁점 역시 '일국양제'가 될 게 뻔하다. 전문가들은 홍콩 시위가 2020년 더 격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실전훈련' 공개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30일 갑작스레 '실전 훈련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육·해·공 3군이 홍콩에서 합동으로 진행한 훈련이다. 홍콩 인근 해역을 순찰하던 인민해방군이 수상한 선박을 발견해 육군 특전대와 해군이 동시에 선박에 접근해 제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본 중국 누리꾼들은 "인민해방군의 전투력이 대단하다.", "바퀴벌레(홍콩 시위대)들이 혼비백산하겠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민해방군이 훈련 영상을 왜 공개했는지 의도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홍콩 시위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다 가진 시진핑 주석, 하지만 '멀어지는 중국몽'

시진핑 주석은 연임 제한까지 없애가며 사실상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며 집안 단속도 한창이다. 시 주석의 두 가지 악재를 꼽자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미국과 흔들리는 일국양제다. 일국양제는 중국몽을 실현하는데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체제 이념이다.

그런 시 주석 앞에 타이완에 이어 홍콩마저 앞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무력통일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며 타이완을 압박했으나 2020년 1월 11일 치러지는 타이완 대선은 독립 성향의 현 차이잉원 총통이 어렵지 않게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태 역시 잦아들 기미가 없다. 일국양제가 흔들리면서 시 주석의 중국몽도 멀어지고 있다. 2020년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홍콩시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시진핑 주석 모두 시험대에 선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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