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변경 인정’ 각서 냈다면 “지정 동·호수 변경됐다고 계약해제 불가”

입력 2020.01.0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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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란 통상 조합 설립 전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면서 조합원에게 아파트 지정 동·호수를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사업계획이 변경되어 분양해주기로 한 지정 동호수를 배분하지 못하게 됐다면 조합원들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당초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면 또 어떨까요.

지정된 아파트 동·호수를 분양받기로 약정했더라도, 계약이 변경될 가능성을 인정하는 각서를 낸 이상 이를 이유로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섭니다.

대법원 제1부는 권모씨 등 원고 23명이 배양동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자신들이 낸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취지로 원심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앞서 경기 화성시 배양동 소재 아파트 신축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조합은 2015년 조합원을 모집했습니다. 권씨 등은 조합원으로써 이후 건축될 A아파트 106동, 107동의 지정호수를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가입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조합에 냈습니다.

이들이 가입 당시 함꼐 낸 각서에는 '조합에 가입함에 있어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와 '조합 및 조합업무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업무에 대하여 추인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당초 1121세대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었지만 사업부지 일부를 확보하지 못했고, 2016년 1014세대만 신축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결국 106동과 107동은 지어지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후 조합은 106동, 107동을 분양받았던 권씨 등에게 다른 동·호수 아파트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권씨 등은 이를 거절했고,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하겠다며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지정된 동호수의 아파트를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계약을 불이행한 것이란 취지이빈다.

그 동안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봐 왔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조합이 계약자에게 지정된 동호수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즉 이를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한 권리의무 변경으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이를 계약 불이행으로 보아 계약해제가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이 사건 아파트의 규모가 1014세대에 이르러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당초 공급받기로 한 이 사건 지정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이 사건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씨 등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낸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거나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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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 변경 인정’ 각서 냈다면 “지정 동·호수 변경됐다고 계약해제 불가”
    • 입력 2020-01-02 06:02:58
    사회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란 통상 조합 설립 전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면서 조합원에게 아파트 지정 동·호수를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사업계획이 변경되어 분양해주기로 한 지정 동호수를 배분하지 못하게 됐다면 조합원들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당초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면 또 어떨까요.

지정된 아파트 동·호수를 분양받기로 약정했더라도, 계약이 변경될 가능성을 인정하는 각서를 낸 이상 이를 이유로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섭니다.

대법원 제1부는 권모씨 등 원고 23명이 배양동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자신들이 낸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취지로 원심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앞서 경기 화성시 배양동 소재 아파트 신축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 조합은 2015년 조합원을 모집했습니다. 권씨 등은 조합원으로써 이후 건축될 A아파트 106동, 107동의 지정호수를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가입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조합에 냈습니다.

이들이 가입 당시 함꼐 낸 각서에는 '조합에 가입함에 있어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와 '조합 및 조합업무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업무에 대하여 추인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당초 1121세대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었지만 사업부지 일부를 확보하지 못했고, 2016년 1014세대만 신축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결국 106동과 107동은 지어지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후 조합은 106동, 107동을 분양받았던 권씨 등에게 다른 동·호수 아파트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권씨 등은 이를 거절했고,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하겠다며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지정된 동호수의 아파트를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계약을 불이행한 것이란 취지이빈다.

그 동안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봐 왔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조합이 계약자에게 지정된 동호수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즉 이를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한 권리의무 변경으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이를 계약 불이행으로 보아 계약해제가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이 사건 아파트의 규모가 1014세대에 이르러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당초 공급받기로 한 이 사건 지정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이 사건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권씨 등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낸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거나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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