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정부가…갈등 해결은 지방의회가?

입력 2020.01.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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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출범

땅 땅 땅! 결의안이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주도의회 제378회 정례회에서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결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태석 도의회 의장과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특위의 출범 배경은 제2공항 건설 사업으로 찬반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사업 추진 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지자체인 제주도가 도민의 뜻을 묻는 공론조사를 모두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공항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1만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은 도민 공론화 청원이 도의회에 제출되면서 도민 의견을 수렴할 공식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데 뜻이 모아진 것이다.

특위 출범 직후 도의원 1명이 사퇴하면서, 도의원 6명으로 운영 중인 특위는 여섯 달의 활동 기한 동안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종합적 검토 및 계획 수립 △제2공항 추진 관련 갈등해소 방안 마련 △제2공항 건설 추진 관련, 도민의견 수렴 결과에 대한 '결의안 채택' 등 도의회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위는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특위 활동이 종료될 때까지 기본계획 고시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갈등해소 전문가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특위 활동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둘러싼 갈등 왜?

제주 제2공항은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한 제주 공항인프라 사전타당성용역을 통해 2015년 11월에 현재의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됐다. 여의도 면적 두 배와 맞먹는 545만 ㎡ 규모 부지에 2025년까지 5조 1,000억 원을 투자해 3,200m 길이의 활주로 1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시설을 갖춘 두 번째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기존 제주공항과 함께 2개의 공항을 운영하면서 2055년까지 4천만 명이 넘는 이용객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성산으로 입지를 결정한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놓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에서 결과가 조작됐다며 부실 의혹을 제기하고,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제출한 기존 제주공항 활용 방안에 대한 보고 내용을 누락했다며 반발이 시작돼 입지 선정 이후 올해로 5년째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찬반 갈등 속에서도 국토교통부는 사업 고시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마지막 관문으로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한 결과 공항 입지로 부적합해 다른 입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제2공항 부지 주변 철새도래지 훼손 우려와 조류 충돌 우려 등이 환경영향평가에서 제대로 조사되지 않거나 누락되는 등 여러 문제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주에서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결성한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를 중심으로 2공항 자체의 입지는 물론 사업 타당성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2공항 찬성 주민들과 상공인 단체 등을 중심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현재 제주공항 포화 문제 해결, 기상악화 시 대체공항 필요성 등을 내세워 찬성하고 있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사로 나선 지방의회, 역할은 어디까지?

극심한 찬반 갈등을 풀기 위해 지방의회가 나섰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달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선 5조 8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특위 활동 예산 2억 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원희룡 도지사가 특위 예산안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특위에서 수행할 연구용역비 3억 원도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해 쓸 수 없게 했다. 지자체가 아닌 의회 차원에서 구성된 기구의 한계가 드러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위의 1차 활동 종료 시한은 5월 14일. 이제 다섯 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다음 달 중에 도민대토론회 등을 거쳐 도민의견 수렴 계획을 확정하고, 추진체계 정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달부터 3월 말까지 도민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 후 4월 중에는 도민의견 수렴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이어 최종 도출된 의견을 담은 대정부 결의안을 마련한 뒤 정부, 국회 등을 방문해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활동 종료 시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위가 활동할 때까지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하지 않고 마냥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사업비가 5조 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제주도민의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지방의회가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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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은 정부가…갈등 해결은 지방의회가?
    • 입력 2020-01-02 09:01:00
    취재K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출범

땅 땅 땅! 결의안이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주도의회 제378회 정례회에서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결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태석 도의회 의장과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특위의 출범 배경은 제2공항 건설 사업으로 찬반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지만, 사업 추진 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지자체인 제주도가 도민의 뜻을 묻는 공론조사를 모두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공항에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1만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은 도민 공론화 청원이 도의회에 제출되면서 도민 의견을 수렴할 공식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데 뜻이 모아진 것이다.

특위 출범 직후 도의원 1명이 사퇴하면서, 도의원 6명으로 운영 중인 특위는 여섯 달의 활동 기한 동안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종합적 검토 및 계획 수립 △제2공항 추진 관련 갈등해소 방안 마련 △제2공항 건설 추진 관련, 도민의견 수렴 결과에 대한 '결의안 채택' 등 도의회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위는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특위 활동이 종료될 때까지 기본계획 고시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갈등해소 전문가를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특위 활동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둘러싼 갈등 왜?

제주 제2공항은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한 제주 공항인프라 사전타당성용역을 통해 2015년 11월에 현재의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결정됐다. 여의도 면적 두 배와 맞먹는 545만 ㎡ 규모 부지에 2025년까지 5조 1,000억 원을 투자해 3,200m 길이의 활주로 1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시설을 갖춘 두 번째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기존 제주공항과 함께 2개의 공항을 운영하면서 2055년까지 4천만 명이 넘는 이용객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성산으로 입지를 결정한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놓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에서 결과가 조작됐다며 부실 의혹을 제기하고,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서 제출한 기존 제주공항 활용 방안에 대한 보고 내용을 누락했다며 반발이 시작돼 입지 선정 이후 올해로 5년째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찬반 갈등 속에서도 국토교통부는 사업 고시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마지막 관문으로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한 결과 공항 입지로 부적합해 다른 입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제2공항 부지 주변 철새도래지 훼손 우려와 조류 충돌 우려 등이 환경영향평가에서 제대로 조사되지 않거나 누락되는 등 여러 문제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주에서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결성한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를 중심으로 2공항 자체의 입지는 물론 사업 타당성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2공항 찬성 주민들과 상공인 단체 등을 중심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현재 제주공항 포화 문제 해결, 기상악화 시 대체공항 필요성 등을 내세워 찬성하고 있어,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해결사로 나선 지방의회, 역할은 어디까지?

극심한 찬반 갈등을 풀기 위해 지방의회가 나섰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달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선 5조 8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는데, 특위 활동 예산 2억 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원희룡 도지사가 특위 예산안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특위에서 수행할 연구용역비 3억 원도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해 쓸 수 없게 했다. 지자체가 아닌 의회 차원에서 구성된 기구의 한계가 드러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위의 1차 활동 종료 시한은 5월 14일. 이제 다섯 달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다음 달 중에 도민대토론회 등을 거쳐 도민의견 수렴 계획을 확정하고, 추진체계 정비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달부터 3월 말까지 도민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 후 4월 중에는 도민의견 수렴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이어 최종 도출된 의견을 담은 대정부 결의안을 마련한 뒤 정부, 국회 등을 방문해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활동 종료 시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위가 활동할 때까지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하지 않고 마냥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사업비가 5조 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제주도민의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지방의회가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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